#1218화 용 수호자 (10)
용마족 녀석을 직접 본 마왕 헤르게니아가 내린 평가는 확고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
마왕 헤르게니아의 경고성 발언에 나 역시 인상을 굳히고는 물었다.
“저 녀석. 그렇게 강해?”
“어. 강해.”
“지금의 너와 비교하자면?”
“아. 맨날 나랑 비교하래?”
살짝 짜증 섞인 표정을 섞어서 불만을 토하는 마왕 헤르게니아에게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주변에 비교할 만한 대상이 너밖에 없어서 그래.”
지금 용마족 녀석과 싸우고 있는 카샤스 대공은 문헌에서만 봤지.
실제로 전투하는 모습을 걸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성마대전의 역사에서는 최강의 영웅이라고 칭하긴 했지만…….
그거야 카샤스 대공이 고대 마룡을 테이밍하고.
거기에 용신검 아스카론을 손에 들고 있을 때의 이야기였다.
한마디로.
지금은 카샤스 대공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긴 힘들다는 거다.
딱 하나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마왕과 일대일로 맞짱 떠도 누를 수 있다는 그 시대의 카샤스 대공과.
지금의 카샤스 대공과의 능력은 심하게 차이가 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용마족과 카샤스 대공이 붙는 걸 보자마자 마왕 헤르게니아가 내게 최선을 다하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물론 다른 최강의 영웅인 레오나 에센시아도 있긴 한데.
이쪽도 아직 문헌상의 영웅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능력이 부족하지.
이제 겨우 르아 카르테를 얻어 걸음마를 뗀 수준이라.
그렇다면 내가 여기서 확실히 비교할 만한 대상은.
딱 하나뿐.
마왕 헤르게니아를 빤히 바라보면서 물어보자 그녀도 할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면서 투덜거리듯 말했다.
“아마 그냥 붙으면 내가 질 거야.”
마왕의 입에서 전투에서 진다는 표현을 듣는 것은.
하늘이 두 쪽 나기 전에는 쉽게 들을 수 없는 말인 건 확실했다.
그런데 그런 마왕 중 하나인 그녀가 진다고 말하다니…….
전에 농담 삼아 넘어가던 말과 지금 상황에서 하는 말과는 그 어조에서부터 큰 차이가 있었다.
물론 그녀가 전투 특화 마왕이 아닌 건 알고 있긴 했지만.
그래도 마왕은 마왕이다.
“너도 안 된다고?”
“아, 진짜. 전에 말했듯이 지금 난 준비가 하나도 안 됐다고.”
확실히 그녀가 언급하기는 했었다.
준비가 된 마법사는 누구든지 이길 수 있다고.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여기선 마왕 헤르게니아가 본체로 싸울 수가 없다는 점이다.
카샤스 대공과 레오나 에센시아가 죽거나 기절해서 볼 수 없는 상황을 제외하면 말이지.
마왕 헤르게니아가 용마족 녀석을 빤히 노려보았다.
“나도 저 녀석이 이렇게 강한 놈인지 몰랐어. 눈앞에서 보기 전까진.”
“생각보다 어렵겠네.”
그러면서 마왕 헤르게니아가 나를 제외한 우리 팀 쪽을 슬쩍 바라보았다.
“어려운 게 아니라. 여기서 전멸할 수도 있어. 너야 내가 어떻게든 빼내 준다고 해도…….”
아마 저 말은 위기 상황에 다른 사람들까지 빼내긴 힘들다는 뜻일 거다.
그만큼 다른 사람들을 챙길 여력이 없다는 말일 테고.
바로 재중이 형에게 말을 걸었다.
<주호> 형. 아무래도 빠져야 할 것 같은데요.
<불멸> 왜? 마왕 헤르게니아가 뭐라고 해?
역시 눈치가 빠르다.
바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답했다.
<주호> 전멸을 각오하라는데요?
마왕 헤르게니아가 했던 말을 순화시켜서 할 수도 있었지만.
그건 지금 상황을 타파하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내 말을 들은 재중이 형도 심각함을 알았는지 살짝 인상을 썼다.
<불멸> 그만큼 강하다고?
<주호> 네. 직접 보니까 알겠다네요. 그냥 상위 마왕급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불멸> 흐음. 카샤스 대공이 버티고 있어도?
<주호> 알다시피 지금 카샤스 대공이 정상은 아니잖아요.
그러자 재중이 형도 카샤스 대공을 바라봤다가 잠시 한숨을 쉬었다.
<불멸> 그렇긴 하네. 차, 포 다 떼고 마왕급 녀석과 싸우라고 하는 건 너무 가혹하지.
차는 고대 마룡.
포는 용신검 아스카론.
그 둘을 빼버리면 카샤스 대공이 아무리 강해도 어렵다.
그냥 인간 영웅 중에 좀 강한 영웅이 될 뿐이니.
<불멸> 아까 나와 붙었을 때 몇 대 맞아준 건 그냥 봐준 모양이네.
확실히 재중이 형이 밀어붙였을 때 용마족이 몇 대 두들겨 맞긴 했었다.
정말 이상하게도 말이지.
지금 마왕도 상대가 안 된다고 하고 카샤스 대공도 어렵다는데.
정작 재중이 형은 그런 용마족을 상대로 잠시나마 밀어붙였으니까.
능력치로만 치면 재중이 형의 현 스펙은 카샤스 대공이나 마왕 헤르게니아보다 훨씬 부족한데 말이지.
재중이 형도 생각하다보니 이상한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다 둘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아래로 내려갔다.
지금 재중이 형이 들고 있는 고대 마룡의 창으로.
<불멸> 흐음…… 차이가 있다면 이거 하난데.
<주호> 그러게요.
<불멸> 이거 봉인된 옵션 안에 뭐가 있는 거 아냐?
재중이 형의 고대 마룡의 창도 내 무기들처럼 옵션들 중 일부가 봉인되어 있는 건 똑같았다.
써보기 전에는 정확히 확인할 수 없는 옵션들.
그런데 만약 그 옵션들 중에 어떤 하나가 저 용마족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곧장 둘 다 고개를 돌려 용마족과 카샤스 대공의 전투를 쳐다보았다.
콰콰쾅!!
쿠우웅!!
콰드득!!
연신 포탄이 터지는 것 같은 굉음이 울리면서 허공에서 둘의 일격이 강력하게 맞붙고 있었다.
그렇게 둘의 일격이 터질 때마다 후폭풍으로 던전 안이 무너질 것처럼 우르릉 울려 댔다.
그만큼 서로 상쇄하지 못할 맹렬한 힘이 계속 터지고 있다는 뜻이다.
어설픈 녀석들은 접근하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을.
주변에 타란 제국의 용기사들 단장들이 기가 질린다는 듯 그런 둘의 격돌을 흘깃거리며 쳐다보는 모습이 보였다.
연신 폭발이 터지는데 보지 않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
그러다 정신을 차렸는지 전사 형이 붙들고 있는 고대 용기사들과 다시 붙었다.
“다들 집중해. 우리가 낄 싸움이 아니다.”
“용기사들부터 빨리 처리하는 게 우리 임무야.”
“방해하지 못하도록 무조건 막는다.”
아무래도 용기사단장 조차 낄 싸움이 아니라고 판단한 듯했다.
그만큼 그들과 카샤스 대공 사이에는 큰 전력 차가 있었다.
그런데 그런 카샤스 대공이 어느 순간 입가에서 피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우윽!!”
분명히 겉으로 보기에는 둘 다 맞수를 펼치는 상황으로 보였는데.
실상 카샤스 대공 쪽이 계속 밀리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재중이 형이 내 쪽을 쳐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안 되겠는데.”
“그러게요.”
바로 고개를 돌려 막내별 쪽을 보며 외쳤다.
“막내별 누나. 이쪽을 지원해줘야 할 것 같아요.”
“알았어요.”
그러더니 막내별이 전사 형 쪽을 내버려두고 빠지더니 모든 힐을 카샤스 대공에게 집중해서 몰아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카샤스 대공의 입가에서 흐르던 피들이 멈추면서 점차 힘을 회복해 다시 용마족 녀석을 밀어붙였다.
한참을 힐을 넣던 막내별이 살짝 굳은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카샤스 대공이 입는 피해를 힐량이 못 따라가요.”
“힐량이 부족해요?”
현 시점에서 막내별보다 힐량이 높은 유저는 찾아보기 힘들 거다.
그런 막내별이 안 된다고 하면 진짜 안 되는 거다.
“이대로면 그냥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거죠.”
“어렵겠네요.”
“그리고 이런 식으로 힐을 들이부으면…….”
막내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용마족 녀석의 시선이 휙 돌아가 막내별을 노려보았다.
아마 어디서 힐을 주고 있는지 확인한 듯했다.
순간 본능적으로 르아 카르테를 휘두르며 막내별 앞을 막아섰다.
카아앙!!!
그리고는 허공에서 르아 카르테와 어느새 저 먼 거리는 좁혀 이동한 용마족 녀석의 비늘검이 부딪혀 강렬한 격돌음을 냈다.
키기긱!!
너무 직격을 막아냈더니 르아 카르테가 비명을 지르는 듯 부르르 떨어댔고, 내 입에서도 역시 피가 울컥 쏟아졌다.
딱 한 방을 막았을 뿐인데.
아까와는 다르게 용마족 녀석의 파워가 너무 올라가 있었다.
그리고 그사이에 재중이 형이 고대 마룡의 창을 내질러 용마족 녀석을 공격하자 녀석의 신형이 바로 허공에서 사라져 버렸다.
마치 재중이 형과의 격돌을 일부러 피하는 것처럼.
“쳇. 잘도 빠져나가네.”
재중이 형이 혀를 차더니 이내 저 멀리 나타난 용마족 녀석을 향해 고속으로 이동해갔다.
그리고는 연신 고대 마룡의 창을 휘두르면서 용마족을 밀어붙였다.
막내별이 한숨 돌렸다는 듯이 말했다.
“고마워요. 안 그래도 어글 끌릴 거라 말하려 했는데.”
“아. 힐을 너무 몰아줬죠.”
내게도 힐을 넣어주자 일단 몸 상태는 원래대로 돌아왔다.
다행히 경직까지는 가지 않았네.
그만큼 지금 용마족 녀석과 내 스펙에서 차이가 크다는 뜻이었다.
이걸 최소한으로 좁히려면.
최소한 테르타로스나 용신검을 꺼내들어야 하는데…….
아쉽게도 용신검은 카샤스 대공이 보고 있는 한 꺼내들진 못한다.
그렇다면 선택지는 하나뿐.
바로 테르타로스를 꺼내들자 이전에 타르타로스에 흡수해놓았던 마왕 올펠의 스펙이 적용되면서 능력치가 확연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비록 레벨 1의 마왕의 스펙이긴 해도.
어지간한 일반 네임드보다는 스펙이 높으니까.
순식간에 내 능력치가 강해지자 마왕 헤르게니아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이제 좀 마왕 같잖아?”
아무래도 내가 너무 약하니 의심이라도 한 건가 싶기도 하고.
“최선을 다하라며?”
그리고는 바로 쓸 수 있는 패들을 하나씩 꺼내기 시작했다.
《 주호 님에게 『 용사 후보 전용 오러 Lv.10 (MAX) 』이 적용됩니다. 》
일단 보여줄 수 있는 것부터.
마왕 올펠의 플레이트에 능력부터 꺼내 썼다.
【 전투 형태 변형! 】
《 마왕 올펠 플레이트가 마력을 소모하여 전투 형태를 유지합니다. 》
《 해당 마왕의 능력 중 일부가 마왕 올펠 플레이트에 깃듭니다. 》
【 이중 가속! 】
【 엑셀레이션! 】
그리고는 포탄처럼 튀어나가 르아 카르테와 테르타로스를 휘둘러 재중이 형과 붙고 있던 용마족의 날개를 찢어냈다.
카가각!!
하.
이걸로도 안 찢긴다고?
순간 용마족도 놀랐는지 재중이 형을 내버려두고 내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비늘검을 연이어 휘둘러 댔다.
동시에 나 역시 르아 카르테와 테르타로스로 그 비늘검들을 모두 쳐내기 시작했고.
카가강!!
키이익!!
카드득!!
마왕의 능력치를 올려 겨우 녀석의 공격 속도를 따라잡았고.
허공에서 불꽃이 수도 없이 튀면서 녀석과 난전을 벌이자 주변에서 놀란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내가 이 정도까지 능력을 끌어올려 싸울 수 있다는 걸 한 번도 본적이 없었을 테니.
이 정도면…….
꽤 할 만 한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잠시 드는 순간.
마왕 헤르게니아가 크게 고함을 질렀다.
“피해!!”
그때 갑자기 용마족의 날개들이 빠르게 하나의 형태로 변형되더니 곧 검처럼 날카로워져 일제히 내 쪽을 향해 쏘아져 날아왔다.
순식간에 상대하는 검이 십수개로 늘어나버리자 이를 악물고 감각을 크게 활성화 시켰다.
뻗어져 나오는 가시처럼 날아오는 검들의 코스가 눈에 그려지듯이 인식은 되는데.
전부 막는 건 어려워 보였다.
젠장.
몇 개는 맞아줘야 하는 건가?
그 순간.
갑자기 내 앞으로 뛰어들어 빠르게 막아서는 뭔가가 보였다.
카가강!!
콰쾅!!
이건……?
“형? 카샤스 대공?”
그리고 용마족의 공격을 쳐낸 재중이 형과 카샤스 대공이 내게 등을 보이면서 외쳤다.
“막아줄 테니까 제대로 잡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