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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201화 (1,189/1,404)

#1201화 고대 마룡의 둥지 (8)

무기와 몬스터의 상성.

개중에서는 특수한 상황에 더욱 힘을 발하는 무기들이 있었다.

지금 재중이 형이 들고 있는 저 무기처럼 말이지.

베르탈륨 광산에 들어오기 이전에는 완전히 확신하지는 못했지만.

사냥을 시작하고 난 뒤에는 그런 의심은 그냥 다 날아가 버렸다.

무기에 붙은 고대 마룡이라는 이름.

그리고 이 던전에서 최고 등급의 몬스터는 바로 그 고대 마룡이지.

그러니까 그 하위의 몬스터들은.

전부 재중이 형이 휘두르고 있는 저 무기에 상성상 크게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아직 저 고대 마룡의 창은.

완성형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주호> 고대 마룡의 창 봉인은 어때요?

무기에 걸린 봉인.

이건 내가 들고 있는 마신의 파편이나 용신검.

그리고 대천사의 무구 정도에서나 볼 수 있는 특성이었다.

길게 보면 정령신의 무구인 르아 카르테 역시도 같은 계열이니.

굳이 비교하자면 저 고대 마룡의 창 역시도 비슷한 등급의 무구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어설픈 무기들에는 애초에 봉인이라는 것 자체가 걸려 있지 않았으니까.

<불멸> 아직. 역시 이거 고대 마룡을 만나 봐야지 풀리려나?

<주호> 흐음. 그래요?

<불멸> 아니면 조금 더 아래층으로 내려가야 할지도 모르고.

지금 저 미완성인 상태에서도 저 정도의 힘을 내는데.

제대로 완성형이 된다면 얼마나 굉장해질지는 기대되는 부분이었다.

아쉽게도 단순히 베르탈륨 광산에 들어왔다고 봉인이 풀리는 건 아닌 모양이었고.

<불멸> 보이지 않는 옵션 몇 개가 좀 거슬리긴 하는데. 사냥을 못 할 정도는 아니니까.

으음.

못할 정도가 아니라는 게 지금 저 상태라는 건가?

휘두르는 족족 몬스터들의 몸과 목을 분리해버리는 일격이?

<주호> 농담이 과하시네요. 아주 살살 녹아내리는데.

<불멸> 역시 그렇지? 여기 손맛이 나쁘지 않아.

원래라면 저렇게까지 개떼처럼 몬스터들을 대기시켜놓고 몰이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아니.

애초에 저런 방식으로 몰이를 하는 것 자체가 미친 짓이었다.

몹 몰이라는 것 자체가 몬스터들을 한자리에 몰아놓고 광역기를 죄다 때려넣어 한 방에 녹이는 행위를 뜻했다.

만약 그런 식으로 하지 않는다면 탱커들이 반대로 몬스터들의 다굴에 맞아 샤르르 녹아 버릴 테니까.

거기다 어설프게 몬스터들이 튀어나와 궁수나 힐러와 다른 딜러들에게 달라붙어도 개판이 나고.

한 방에 녹이지 않으면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는 게 몹 몰이다.

그리고 스킬의 쿨타임이나 마력과 체력의 회복.

한 번 몹 몰이를 하고 난 뒤에 이 모든 것들을 다 재정비를 해야 다음 몹 몰이를 할 수 있는데.

지금은 그냥 통로를 따라 줄줄이 몬스터들이 대기 중인 상황이었다.

이건 일반적인 몹 몰이와는 그 내용 자체가 완전히 다른.

엽기적이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거지.

만약 이런 식으로 하려면.

전제 조건이 반드시 필요했다.

저 모든 몬스터들을 몸빵할 수 있는 탱커의 방어력.

힐러의 회복력.

그리고 매순간 몹 몰이에 준할 정도의 딜량이 나와야 저런 무식한 방법이 통하겠지.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모든 조건들을 지금 모두 충족하는 상황이었다.

전사 형과 이쁜소녀가 번갈아 가면서 탱킹을 서고.

챠밍이 중간에서 몬스터들의 접근 숫자를 조절하는가 하면.

막내별 역시 적절하게 회복력을 나누어 무리가 가지 않게 했다.

몹이 끊기지 않게 나르샤 누나의 장거리 타격으로 계속 끌어오는 능력도 마찬가지.

마지막으로 재중이 형이 이들이 만들어준 밥상에 숟가락을 올린다.

그것도 무지막지한 딜량으로.

그러니까.

지금 저 재중이 형이 계속 몹을 몰아오라는 말도 안 되는 요구가.

여기에서만은 통하는 거였다.

아무리 몰아와도 소화할 충분한 능력이 되니까.

다만 조금 아쉬운 점은.

과연 저 몰이를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느냐인데…….

스펙상으로는 가능하긴 한데 아마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더 힘들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일체의 쉬는 시간 없이 마구잡이로 굴리는 현장의 고통을 보는 것 같달까.

“나르샤. 몹이 비잖아. 더 몰아 와.”

“아, 진짜 미쳤어.”

재중이 형의 닦달에 나르샤 누나가 잠시 인상을 찡그렸지만 그럼에도 바쁘게 화살을 튕기면서 저 멀리 있는 외곽에서 리젠된 몬스터들을 계속 땡겨 오는 걸 보면.

나르샤 누나도 보통 인물은 아니었다.

벽에 막혀 시야 바깥으로 보이지 않는 녀석들은 어쩔 수 없지만…….

그런데 그때.

나르샤 누나가 한 가지 스킬을 시전했다.

【 가이디드 애로우! 】

그러자 날아가던 화살이 벽의 꺾이는 구간을 지나 확 휘어지더니 이내 보이지도 않는 벽 너머로 날아가 몬스터들을 맞추는 것이 느껴졌다.

우오오!!

크오!!

이건 사냥터가 완전히 갈라져 있는 벽 너머의 다른 방의 몬스터를 건드린 거였다.

당연히 링크가 되어 있던 모든 몬스터들이 우르르 벽을 돌아 우리 팀이 있는 방향으로 뛰어나오기 시작했다.

아마 내가 하던 베르탈륨 광석에 회전을 걸어 커브를 돌게 했던 방식과 거의 유사한 방법인 듯했다.

저쪽은 스킬이라는 것만 빼면 말이지.

그리고 나르샤 누나가 그런 방식으로 근처의 보이지 않는 방 전체를 가이디드 애로우를 날려 몹을 끌어오는 걸 보고는 혀를 찼다.

한 자리에 가만히 서서 이 근처의 모든 몹들을 죄다 끌어올 수 있는 능력이라…….

그것도 벽으로 막힌 구간을 모두 무시하고 말이지.

“오, 잘한다.”

당연히 재중이 형은 신났고.

나머지 우리 팀의 표정은 핼쑥하게 변했다.

방 한 개 분도 아니고.

근처의 모든 방을 건드려놨으니 말이지.

거기다 새로 리젠되는 족족 불러들이는 셈이라.

몹 몰이에 공백이 생길 일 자체가 없었다.

저건 그야말로 몹 몰이의 끝판왕쯤 되겠는데?

문득 궁금한 점이 생겨서 나르샤 누나에게 물어보았다.

<주호> 누나. 벽 너머의 몬스터가 보여요?

저게 자동적으로 몬스터를 맞추는 스킬의 힘인지.

아니면 나르샤 누나가 의도적으로 인지하고 맞추는 건지.

나야 감각으로 벽 너머의 몬스터들의 움직임을 전부 느낀다지만.

내가 알기로 나르샤 누나는 그 정도의 인지력은 나오지 않는 걸로 아는데.

<나르샤> 아. 이거? 스킬이야. 지금 내 눈 반짝이는 거 보이지?

<주호> 제3의 눈요?

<나르샤> 응. 이거 스킬 랭크가 올라서 이제 벽 너머의 몬스터들도 실루엣이 보여.

나르샤 누나가 예전에 얻었던 스킬이 있었다.

초장거리의 사물을 인식할 수 있는 스킬이기도 했고.

그게 랭크가 오르면 이런 식으로 쓸 수 있을 줄이야.

내가 감각으로 인식을 하는 것과 달리.

이쪽은 그냥 시야에 완전히 보인다는 것이 다른 점이랄까.

어쨌든 둘 다 벽 너머를 볼 수 있다는 건 같으니 활용하는 건 전혀 문제가 없을 터다.

<주호> 혹시 거리가 어떻게 돼요?

<나르샤> 아쉽지만 일반적인 시야 정도?

<주호> 그건 좀 아쉽네요.

만약 이 일대를 전부 꿰뚫어 볼 정도의 시야가 나왔으면 던전 같은 곳에서는 나르샤 누나의 눈을 피할 수 있는 존재는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남들은 벽에 막혀서 반대편을 못 보는데.

오히려 이쪽은 죄다 지켜보고 있으니.

애초에 시야 싸움에서 게임 자체가 되지 않는다.

거리가 좁다는 건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던전에서의 싸움은 압도적일 터.

지금은 그 사기적인 능력을 몹 몰이에 한껏 쓰고 있었다.

물론 이것도 효율이 좋긴 마찬가지지만.

그리고 재중이 형과 더불어 딜량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처음에는 챠밍이 광역기로 쓸어버리는가 싶었는데.

전혀 의외의 사람이 활약을 하는 중이었다.

정확하게는 탱킹과 딜링을 동시에 하는.

그야말로 전천후의 압도적인 능력을 보여주는 이쁜소녀가 재중이 형과 딜량을 나눠서 맡고 있었다.

바로 저 폭발력으로.

콰르릉!!

퍼어엉!!

이쁜소녀가 봉인을 풀어버린 새로운 토르를 휘두를 때마다 폭격이라도 난 듯이 주변 몬스터들이 터져나가며 그 강력한 위력을 확연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진(眞) 토르는 이전의 무기라 그런지 솔직히 대미지 수치가 너무 낮아 활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딜량 자체가 안 나오면 아무리 옵션이 좋은 무기라도 쓰기가 애매해지니까.

그런데 거기서 봉인이 풀린 극(極) 토르는 그야말로 폭발력이 사기인 무기로 탈바꿈했다.

특히나 통짜 헤르마늄의 특성을 그대로 살린 무기가 되면서 이 베르탈륨 광산에 있는 몬스터들에게는 그야말로 극 상성의 무기가 되어 버렸다고 해야 하나?

안 그래도 봉인이 풀려 강력한데 그 상성까지 끝과 끝에 닿아 있는 상태였다.

저러니 폭발력이 배가 될 수밖에.

닿는 족족 터져 나간다는 말이 모자랄 정도로 혼자서 압도적인 딜량을 내고 있었다.

만약 딜량이 부족했으면 챠밍도 나서야 했을 텐데.

챠밍이 굳이 광역기로 도움을 주지 않아도 되니 지금 챠밍은 다른 방식으로 몹 몰이를 주도하는 중이었고.

뇌성이 끝없이 터지며 우리 팀이 잡고 있는 저 방은.

항상 환한 빛을 내면서 보는 이의 눈을 부시게 만들었다.

심지어 광역 스턴까지 계속 걸어대는 중이라.

저러면 몬스터들이 아무리 몰려들어 봐야 저 방 안에 들어가는 순간.

그냥 서 있는 표적 정도에 지나지 않게 된다.

스턴이 풀릴 때쯤 되면 이미 목이 날아가고 없을 테니까.

몬스터들이 개떼처럼 몰려들면 전사 형이 일차적으로 마왕의 결계를 써서 몬스터들을 자신에게 붙여 버리고.

여기서 챠밍이 빙벽을 만들어서 몬스터들을 나눠 놓는다.

이어 이쁜소녀의 광역 스턴과 폭발.

동시에 재중이 형의 창이 휩쓸면서 목을 죄다 날려놓고.

나르샤 누나도 딜에 가담하다가 바로 시선을 돌려 추가적으로 몹을 끌어오기까지.

막내별은 전사 형과 이쁜소녀에게 적절히 힐을 나눠주는 것까지.

그런데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정도까지 폭발력을 내면 마력이 너무 부족한 것 아닌가?

나처럼 헤르마늄이나 베르탈륨 광석을 써서 마력을 흡수할 수 있는 것도 아닐 텐데.

물론 악세 중에 마력을 흡수하는 악세가 있긴 한데.

그렇다고 해도 이 정도까지 소모되는 마력을 회복시키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이건 내가 몇 번이나 1층 던전을 돌면서 크리스탈 리저들들을 몰고 다니다가 지켜본 거라.

분명 마력이 부족해서 쉬고 있을 거라 여겼는데…….

내가 돌아올 때마다.

마치 지금이 처음이라는 것처럼 스킬을 쏟아대고 있으니.

이상할 수밖에.

만약 마력이 부족했다면 지금쯤 몇 번은 쉬고 있을 것이다.

아무리 아이템들이 좋다고는 해도 평타로 저 많은 수를 다 녹일 수는 없는 노릇이라.

그래서 이번엔 아예 가만히 서서 우리 팀이 사냥하는 걸 잠시 지켜봤다.

그리고는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입가에서 웃음이 나왔다.

하.

역시 그런 거였나?

<주호> 이거 막내별 누나 작품이죠?

<막내별> 네?

<주호> 지금 마력 회복요.

<막내별> 아, 이거요. 네. 새로 얻은 무기가 좋은 거예요.

그사이 효과가 다했는지 막내별이 다시 한 번 스킬을 시전했다.

【 리버스 생츄어리! 】

그러자 막내별 주변으로 반구 형태의 결계가 중복되어 퍼져 나가더니 주변의 죽어가는 몬스터들에게서 뭔가를 잔뜩 뽑아내는 것이 보였다.

처음에는 체력인가 싶었는데.

지금 자세히 보니 푸른색의 전혀 다른 기운을 빼가는 중이었다.

<주호> 저게 다 마력인 건가요?

<막내별> 네. 이 구역에 들어와 죽어가는 모든 몬스터들에게서 마력을 뽑아낼 수 있어요.

왜 이전에 막내별이 야누비스 스태프나 파우스트 완드 같은 아이템들을 잡지 않고 이걸 가져왔는지 지금 그 이유가 확연히 드러났다.

체력 회복은 다른 아이템으로 얼마든지 대신할 수 있었다.

애초에 힐러들의 스킬과 아이템들 대부분이 여기에 집중되어 있으니까.

물론 파우스트 완드 같은 경우.

체력 흡수와 마력 흡수를 동시에 할 수 있었지만.

멀티라는 개념으로 생각해 보면.

절대 둘 다 높은 수준일 거라고는 생각하긴 어렵다.

반면 지금 막내별이 들고 있는 스태프는.

오직 마력 회복과 흡수만을 위한 스태프였다.

그리고 지금까지 지켜본 바에 의하면.

효율은 파우스트 완드의 마력 흡수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렇게 막내별이 중앙에서 충만한 마력을 계속 공급해 주자 우리 팀은 쉴 틈 없이 달릴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보면 막내별이 저 무식한 몹 몰이의 주축이라는 뜻이지.

그때 내 옆으로 하나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응?

2층으로 내려간 거 아니었나?

어느덧 내 옆에 서서 우리 팀이 사냥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화련이 어이가 없다는 듯 나와 우리 팀을 번갈아 쳐다보며 말했다.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복잡한 표정과 함께.

“하.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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