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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179화 (1,167/1,404)

#1179화 타란 제국 (6)

<챠밍> 오빠, 타란 제국 황제는 절대 우리에게 해를 입히지 못해요.”

타란 제국 황제가 대전을 찍어 누르는 무시무시한 기세를 뿜어내는 와중에도 챠밍은 그렇게 판단했다.

다른 말로 타란 제국 황제는 지금 기세를 내뿜을 뿐.

실제로 나나 우리 팀에게 어떤 위해도 끼치지 못하고 있는 중이었다.

<주호> 겁만 주는 거라 이거지?

<챠밍> 네,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 다 해도 괜찮아요.

그리고 챠밍이 확신을 가지고 말을 이었다.

<챠밍> 황제는 저 자리에서 절대 못 움직일 테니까.

확실히 챠밍의 말이 맞다.

지금 타란 제국 황제가 착각하고 있는 것 중에 가장 큰 하나의 사실.

바로 우리가 아니면 애초에 고대 마룡은 잡을 수가 없다는 점이다.

만약에 자국의 힘으로만 레이드가 가능했다면.

진작 그렇게 했을 것이다.

굳이 우리를 타란 제국으로 모셔올 필요도 없었을 테고.

챠밍이 내게 와서 가장 먼저 말한 건 바로 그 점이었다.

우리가 이 자리에서 오히려 압도적인 갑의 위치라고.

그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챠밍> 여기선 황제가 원하는 걸 들어줘요.

<주호> 그럼 카샤스 대공이 반발할 텐데?

내 물음에 챠밍이 오히려 고개를 저어 보였다.

<챠밍> 아뇨. 반발 못 할 거예요. 카샤스 대공도 반대로 뒤집어 생각해 보면. 지금의 타란 제국 황제와 똑같은 입장일걸요?

<주호> 카샤스 대공도 마찬가지라…….

그 말을 듣자마자 타란 제국 황제와 카샤스 대공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음.

일단 둘 다 입장은 같다 이거지?

어차피 타란 제국 황제나 카샤스 대공이나 할 것 없이.

우리가 없으면 어차피 고대 마룡 레이드는 성공할 수 없다.

<챠밍> 오빠 말에 따르면 저 둘은 경쟁 상대죠. 그렇다면 어느 쪽을 선택하든 반대쪽의 위협을 받게 될 거예요.

챠밍의 말은 정확하게 사실을 관통했다.

실제로 내게 뜬 퀘스트들은 저 둘 중 누구를 선택하더라도 남은 한쪽은 나와 적대하게끔 설계되어 있었으니까.

아마 후에 타란 제국으로 올 유저들 중 이 퀘스트를 받는 유저가 있다면.

무조건 양자택일을 해서 세력을 나눠야 하지 않았을까.

타란 제국 황제를 택하든.

카샤스 대공을 선택하든 말이지.

그리고 그 두 세력은 내전을 하는 구도로 가지 않았을까 하는 예상도 스치고 지나갔다.

퀘스트가 이렇다는 건 필시 그런 의도로 만들었겠지.

하지만 챠밍은 그런 선택에서 완전히 벗어난 선택지를 만들어 주었다.

<챠밍> 어차피 둘 다 선택하진 못 한다면…… 양쪽의 손을 전부 들게 만들어야 해요.

<주호> 무슨 방법으로?

<챠밍> 그러니까…… 고대 마룡의 주인을 지금이 아니라. 나중에 정하는 걸로요.

그 말을 듣자마자 바로 이해했다.

챠밍의 의도를.

<주호> 당면한 위협을 뒤로 넘기자는 거네.

당장 누굴 선택하느냐에 따라 여기서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그 시기 자체를 뒤로 미루자는 말이었다.

내 말에 챠밍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단순히 거기서 끝나진 않았다.

<챠밍> 그리고 하나 더 있어요.

<주호> 어떤?

<챠밍> 고대 마룡을 그냥 넘겨줄 생각은 없죠?

<주호> 당연하지.

우리가 테이밍을 하든.

마왕 헤르게니아의 합성 재료로 쓰든.

어쨌든 우리가 고대 마룡을 가져야 선택권이 생긴다.

그런데 둘 중 하나에게 넘겨버리면 그다음에는 답이 없지.

<챠밍> 그럼 저들의 경합에 우리 역시 포함시켜요.

<주호> 고대 마룡의 주인으로?

<챠밍> 네. 다 같이 참여하는 과정에서의 경합이라면…….

<주호> 저들도 할 말이 없겠네.

챠밍의 의도는 심플했다.

고대 마룡이 주인을 선택할 때.

우리 역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러면 결과가 나중에 어떻게 나오더라도.

일단은 저들은 함부로 움직일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카샤스 대공은 그렇다 치더라도…….

<주호> 그런데 저 타란 제국 황제가 과연 허락해 줄까?

<챠밍> 아마 해줄걸요?

<주호> 그래?

그때 챠밍이 눈빛을 빛내면서 확신하듯 말했다.

<챠밍> 타란 제국 황제는 제국에 이어져 오는 용혈 중에 가장 순혈에 가까울 거예요. 카샤스 대공과 같이.

<주호> 아무래도 황족이니까. 용의 피를 제일 진하게 타고 났겠지.

<챠밍> 그런데 과연 그런 그가 자신의 피를 맹신하지 않을 것 같아요?

챠밍의 날카로운 지적에 나 역시 눈빛을 반짝였다.

<주호> 일리가 있어. 아마 누구보다도 자신의 피에 대한 자부심이 있겠지. 그것도 가장 우수한 용의 혈통이라면.

<챠밍> 네, 타란 제국 황제는 무조건 자신이나 카샤스 대공 중에 한 명이 고대 마룡의 선택을 받을 거라고 확신할 거예요.

<주호> 우리는 안중에도 없다?

<챠밍> 겉으로 보기에는 그렇잖아요?

그러면서 챠밍이 장난스럽게 웃어보였다.

챠밍의 말이 틀리지 않은 건.

누가 봐도 압도적으로 저들이 우위다.

용의 혈통이라는 점에서.

같이 테이밍을 시도하거나 주인을 선택받게 된다 하더라도.

친화력 면에서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가산점이 붙을 것이다.

반면 우리는 친화력은커녕.

당장 씹어 먹으려고 하지 않으면 다행이지.

어떤 숨겨진 특수한 조건을 만족하지 않는 이상에야…….

무조건 저들 용혈이 이긴다고 봐야 한다.

당연히 저들도 그렇다고 판단할 터.

흠.

이거 잘하면 챠밍의 의도에 저들이 전부 말려들려나?

혈통이라는 건 애초에 정해진 거라.

그런 그들과 우리가 경합을 하면.

답은 안 봐도 뻔한 일이었다.

타란 제국 황제는 그냥 우스갯소리로 넘길 확률이 높다.

오히려 흔쾌히 허락하겠지.

<챠밍> 우린 그 허점을 파고들어야 해요.

여기서 정말 문제는.

실제가 그렇다는 거다.

우리가 용혈을 상대로 이점이 없다는 건.

무슨 짓을 해도 바꿀 수 없지.

그런데도 챠밍이 이렇게 확신을 하고 있다는 게 의아…….

그 순간.

챠밍이 내게 속삭이듯 말했다.

<챠밍> 우리에게도 저들이 모르는 히든카드가 있잖아요.

그러면서 챠밍이 우리 팀 쪽을 슬쩍 쳐다보았다.

그리고 나 역시 챠밍의 시선을 따라가다가 뭔가를 발견하고는 그만 웃어버렸다.

이거.

정말 가능하겠는데……?

절대 불가능한 미션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이건 무조건 챠밍의 말대로 가야 한다.

<챠밍> 알겠죠?

<주호> 어, 무조건이네.

못 먹어도 고가 아니라.

먹을 수 있으니까 고다.

그것도 높은 확률로.

저게 안 통하면.

그냥 안 되는 거니까 답이 없는 거고.

<챠밍> 우리가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하면. 이 정도 조건은 반드시 받아줄 거예요.

<주호> 그래. 제국 황제 입장에서도 그게 이득일 테니.

우리가 안한다고 버티면 어차피 손해는 저들이 본다.

카샤스 대공을 따라 일단 여기를 빠져나갔다가.

그대로 타란 제국을 벗어나버리면 타란 제국 황제는 붕 뜨는 거지.

지금은 오히려 우리의 적극적인 협조가 타란 제국 황제에겐 더 달가운 상황이다.

카샤스 대공도 딱히 다를 건 없을 테고.

그 짧은 순간에 이런 판단을 내린 챠밍이 날 보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챠밍> 그럼 가서 눌러 주고 와요.

<주호> 그래. 고마워.

<챠밍> 뭘요.

곧장 타란 제국 황제를 보고는 제안했다.

고대 마룡을 잡고 난 뒤.

주인을 정하자고.

그 말이 끝나자 타란 제국 황제가 흥미롭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해 보도록.”

“어차피 고대 마룡은 하나입니다. 그런데 둘 다 가지기 위해 이렇게 기를 세우면 결국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비싼 물건에는 대가를 치러야 하는 법이지.”

그러니까 그 대가는 너희끼리 치르라고.

타란 제국 황제에게 경고하듯 말했다.

“이렇게 잡으나 저렇게 잡으나. 결국 둘 중 하나가 제게 적대하는 상황이 온다면. 굳이 개고생해 가면서 잡을 이유가 없지 않을까요?”

이건 레이드고 뭐고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는 거다.

내 말에 순간 타란 제국 황제와 카샤스 대공 모두 표정이 굳어버렸다.

애초에 우리가 참여하지 않으면 시작도 안 되는 레이드라.

그러니까 여기서 갑은 니들이 아니라 바로 우리지.

순간 타란 제국 황제와 카샤스 대공 역시 현재 상황이 뒤바뀐 것을 느꼈는지 서로 경쟁하듯 끌어올리던 기세를 바로 누그러뜨리기 시작했다.

“흠…… 과인이 너무 흥분했군.”

“불쾌했다면 사과하지.”

이봐.

결국 둘 다 본전도 못 뽑는 상황이잖아.

내가 안 한다고 드러누우면.

결국 둘 다 손가락만 빨아야 하니까 바로 태도를 바꿨다.

그런 그들을 번갈아 바라보고는 웃는 얼굴로 말했다.

“이제 좀 이야기할 분위기가 되었네요.”

위협으로는 날 어쩔 수 없다는 걸 이젠 타란 제국 황제는 잘 알 것이다.

어차피 날 위협해 봐야 카샤스 대공이 막아주는 점도 그렇지.

게다가 여차하면 내게도 남은 패가 있었다.

마왕 헤르게니아가 지금은 저렇게 잠잠히 지켜보고 있었지만.

정말 문제가 된다 싶으면 바로 손을 쓸 것이다.

여기서 타란 제국 황제나 카샤스 대공에게 무력으로 밀리지 않는 유일한 존재이기도 하고.

뭐 이때는 타란 제국을 뜰 각오를 해야겠지만.

아까 중간에 마왕 헤르게니아의 눈빛이 검게 변하는 걸 보고 내가 손을 흔들어 말린 것도 그런 이유였다.

아직은 아니야.

그녀가 전면에 등장하기에는 너무 이르지.

곧 챠밍의 말을 그들에게 전했다.

“고대 마룡을 잡는 것. 여기에는 적극 협조하도록 하죠.”

그러자 타란 제국 황제와 카샤스 대공의 굳은 표정이 풀어지기 시작했다.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이 있긴 한데.

이 정도면 양호하겠지.

그런 그들에게 다시 한 마디 말을 더 했다.

“다만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

조건이라는 말에 둘 다 궁금한 지 내게 시선을 집중했다.

“말해 보도록. 들어줄 수 있는 거라면. 허락해 주도록 하지.”

그래.

여기까진 좋다.

그런 타란 제국 황제에게 말을 이었다.

“고대 마룡이 주인을 정할 때. 우리 역시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주면 됩니다.”

내 말이 끝나자마자 어이가 없다는 듯 멍하게 날 보고 있던 타란 제국 황제가 곧 광소를 터트렸다.

“하하. 지금 이 내게. 순혈의 용혈인 나와 경쟁을 해보겠다는 건가? 그것도 테이밍으로 말이지?”

이건 카샤스 대공 역시도 마찬가지.

타란 제국 황제처럼 날 우습게 여기거나 한 건 아니지만.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는 건 매한가지였다.

그래.

이게 챠밍이 말한 용혈에 대한 자신감이다.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는 혈통에 대한 믿음.

카샤스 대공이 한숨을 쉬고는 내게 말했다.

“해줄 순 있지만. 무리인 것 아닌가? 차라리 다른 것을 바라는 게…… 의미 없이 보상을 날리지 말고.”

그런 카샤스 대공에게 웃으면서 답했다.

“길고 짧은 건 해봐야 알지. 안 그래?”

“휴. 난 모르겠다. 그래도 꼭 해야 성이 찬다면 한다면. 찬성은 해주지.”

그리고 타란 제국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좋다. 그 정도는 허락해 줄 수 있지.”

아마 타란 제국 황제는 이 정도로 날 붙잡아둘 수 있다면 싸게 먹힌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개이득이라고 여길 수도 있고.

주는 것 없이 얻는 것만 있을 테니까.

그런 그들에게 환하게 웃으며 마지막 말을 전했다.

“그럼 두 분 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무조건 승복하는 걸로. 용의 혈통을 걸고 맹세해 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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