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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140화 (1,128/1,404)

#1140화 헤르게니아 (17)

우우웅!!

블러드 스트라이크를 쓰자마자 검신의 가운데가 밀려나듯 벌어지면서 마검의 검날이 마치 둘로 갈라진 것처럼 형태가 변형되었다.

그리곤 내 등 뒤로 펼쳐진 검붉은 날개들에서 그동안 빨아들였던 그 수많은 피의 기운이 전부 내 팔을 통해 마검으로 전달하기 시작했다.

큭.

기운이 팔을 타고 가면서 터질 것 같은 아픔이 느껴졌지만 이내 그 기운들이 마검으로 전달되어 마검의 눈으로 일제히 모이자 하나의 기운으로 압축되어 갔다.

대체 그 짧은 사이 얼마나 피를 긁어모은 거지?

지하 사원의 있던 모든 NPC와 타락 천사들.

거기다 헤르게니아의 타락 천사까지 포함한 피가 한곳에 모이자 정말 엄청난 압력을 내어 마검을 들고 있던 팔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였다.

“캬아악!!”

이 기운을 느꼈는지 헤르게니아의 타락 천사가 고개를 숙여 나를 내려다보더니 이내 먼저 움직임을 가져갔다.

파아앗!

이전에도 봤지만 이 네임드의 움직임은 마왕의 그것과 꽤 필적할 정도로 빠르다.

당연히 안 그래도 가까이 접근한 나와의 거리를 좁히는 것도 순식간이었고.

녀석의 변형된 거대한 네 개의 팔이 전부 날카로운 창이 되어 대기를 가르면서 시선이 따라가지 못할 속도로 내게 도달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어.

【 블러드 스트라이크! 】

마검의 검날 사이로 모인 수도 없이 많은 피들이 압축되더니 이내 레일을 타고 빠져나가듯 마검의 갈라진 검신 사이로 폭발하듯 터져 나갔다.

콰아아아!!

마검의 검날을 빠져나오자마자 언제 그렇게 압축되었냐는 듯 거대하고 붉은 피의 거센 파동이 전면의 모든 대기를 찢어버리며 압도적인 에너지를 발산했다.

그렇게 마검으로부터 쏟아진 피의 물결은 곧장 내게 쇄도하던 헤르게니아의 네 개의 창끝에 닿았다.

과연.

저걸 이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그런 의문이 사라지는 데는.

정말 찰나의 시간밖에 들지 않았다.

마검으로부터 쏘아진 블러드 스트라이크는 닿는 모든 물질을 증발시켜버리면서 거침없이 앞으로 쏘아졌다.

당연하겠지만.

치이이익!

블러드 스트라이크에 닿은 저 네임드의 날카롭고 강력한 변형 창들이 압축된 혈액에 닿아 녹아버리며 무딘 창으로 변하더니 이내 그 형태마저 일그러져 점점 원래의 형태를 찾아보기 힘들게 변했다.

그 사이 블러드 스크라이크가 광범위하게 전면에 펼쳐져 나가며 커다란 동체를 가진 저 네임드의 몸 전체를 한 번에 덮쳐버렸다.

“카아아아악!!”

당황한 듯한 헤르게니아의 타락 천사의 외침이 들려왔고.

곧 그런 외침마저 블러드 스트라이크의 폭발음 속에 묻혀 허공에서 사라져갔다.

혹시라도 녀석이 간을 보듯 주변을 맴돌았으면 거리가 있어서 피해를 최소한으로 할 수 있었겠지만.

애초에 녀석이 내 쪽으로 향해 급격하게 달려들던 상황이기도 했고.

중간에 방향을 틀기에는 이미 늦어버렸다.

그렇게 블러드 스트라이크가 녀석의 신체를 먹어치우며 전방으로 폭발했고 그 폭발력에 지하 사원 전체가 지진이라도 난 듯이 커다란 진동을 전해왔다.

이거…….

대체 얼마나 강력했던 거지?

헤르게니아의 타락 천사에게 피해를 줄 수 있을 거라 예상은 하긴 했지만.

이 정도까지 압도적인 힘을 낼 줄이야.

솔직히 이런 파괴력이라면 범위 같은 것은 비교하지 않더라도 위력만은 거의 그랜드 크로스와 맞먹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거기다 이게 아직 미완인 마검에서 나온 위력이라 더 나를 놀라게 했고.

뭐 발동 조건이 둘 다 너무 판이하게 다르기에 어느 쪽이 우위라 확실히 따지긴 힘들긴 하지만.

어쨌든 이 블러드 스트라이크 역시도 미친 스킬임에도 틀림없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뒤쪽에서 재중이 형의 외침이 들려왔다.

“아직이야!”

“네! 알고 있어요!”

만약 지금의 이 블러드 스트라이크 한 방으로 헤르게니아의 타락 천사를 죽여 버렸다면 분명히 시스템 메시지라도 떴을 테지만.

그렇게 쉽게 네임드가 죽어 주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하긴.

스킬 한 방에 죽어 버릴 네임드라면.

이렇게 고생하지도 않을 테니.

지하 사원 전체를 울리며 폭발력을 내뿜은 블러드 스트라이크가 헤르게니아의 타락 천사를 쓸어버리며 계속 날아가 사원 일대의 지형이 변해버렸는데.

그런 녹아버린 사원 안쪽으로 하나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칫.

그 짧은 사이에 몸을 틀어서 피한 거려나?

아마 폭발이 일어나는 순간.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움직임으로 빠져나가 피해를 최소화한 듯했다.

좀 더 집중하자 녀석의 몸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확인해 보자 저 녀석의 몸이 거의 절반 이상 녹아서 증발해 버린 상황이었다.

음.

정말 블러드 스트라이크가 강하긴 한가 보네.

에센시아 기사단의 기사단장들이 그렇게 애를 써도 제대로 된 피해를 주지 못하던 저 네임드의 신체를 통째로 녹여 버렸으니.

“캬하학!!”

녀석도 몸의 절반 이상이 증발하듯 뜯겨나가 처절한 괴성을 질러대자 지하 사원이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그리고는 신체를 억지로 일으키더니 한쪽만 남은 다리로 점프하듯 어디론가 이동하는 것이 보였다.

설마…….

저거 도망가는 거려나?

하도 어이가 없어서 잠시 멍하니 바라봤다가 이내 녀석이 하는 행동을 눈치챈 재중이 형이 크게 외쳤다.

“저 녀석! 분명히 재생할 거다! 지금 끝내야 해!”

재중이 형의 외침에 순간 저 헤르게니아의 타락 천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떠올랐다.

분명히 다른 타락 천사 석상들의 파편을 흡수해서 커졌었지.

그렇다는 건.

고개를 돌려 녀석이 몸을 날린 방향을 보자 바닥에 쓰러져 있는 다른 타락 천사 석상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곤 녀석이 그 천사 석상의 파편들을 자신의 무너진 신체에 쑤셔 박는 기형적인 모습이 보였다.

꾸드득!!

얼마 지나지 않아 일부이긴 해도 네임드의 신체가 복구되는 게 보였다.

녀석이 급한 발걸음을 놀려 주변의 다른 목표물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나 역시도 녀석이 뭘 노리고 있는지 눈에 들어왔다.

바로 내가 피를 흡수해 지금은 석상처럼 굳어버린 기사단 타락 천사 석상들.

지금 이곳에는 저 헤르게니아의 타락 천사의 재료가 되어줄 녀석들이 상당히 많이 존재했다.

곧장 몸을 날려 저 녀석의 움직이는 경로 앞을 막아섰다.

“그렇게는 안 되지.”

“카하학! 감히!!”

“감히라…….”

마검을 녀석 앞에 휘두르자 녀석이 화들짝 놀라서 뒤로 빠졌다.

확실히 저 녀석도 이건 무섭긴 한 모양이네.

하긴 녀석의 신체 절반을 한 번에 날려버린 물건이니.

그렇지만 블러드 스트라이크를 다시 한 번 쓸 수 없다는 건 꽤 아쉬운 점이었다.

시간의 서가 있긴 해도.

피의 축제나 블러드 스트라이크 둘 다 살리진 못하니.

그리고 만약 피의 축제를 다시 썼다가는.

이곳에 있는 에센시아 기사단이나 우리 팀들이 체력을 강탈당해 정말 죽어 버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피아 식별도 안 되는 스킬이라…….

아무 곳에서 쓰긴 어렵겠지.

그렇게 회복을 하려던 헤르게니아의 타락 천사와 그걸 막는 나의 미묘한 술래잡기가 계속되었다.

그러다 도저히 안 되겠는지 녀석이 지하 사원 안쪽으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칫.

저 안쪽으로 도망가면 피곤해지는데…….

안쪽에 얼마나 많은 타락 천사 석상이 있을지 알 수 없는 노릇이라.

다 잡은 녀석을 놓칠 것 같은 느낌에 빠르게 녀석을 따라붙었다.

뒤에서는 재중이 형의 외침이 들려왔다.

“회복하고 바로 따라간다!”

“네!”

우리 팀과 마찬가지로 다들 체력을 한 번에 많이 뺏겨서 그런지 경직 상태가 아직 풀리지 않은 듯했다.

결국 녀석을 잡을 건 나뿐이라는 거지.

그렇게 점점 지하 사원 안으로 들어서면서 내 입가에 미소가 생겨났다.

저 녀석.

아까 내게 감히라 했던가?

“넌 실수한 거야.”

차라리 에센시아 기사단이 있던 저 밖이.

헤르게니아의 타락 천사에겐 더 안전한 곳일 수도 있었다.

【 장비 변경! 마왕 올펠 풀 플레이트! 】

그러자 내가 입고 있던 허름한 보급형 기사단 플레이트가 마왕 올펠 풀 플레이트로 바로 변경되었다.

【 테르타로스 소환! 】

그리곤 다른 한 손엔 테르타로스가 소환되었다.

동시에 내 전체 스펙이 갑자기 압도적인 수치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지금 마력 상태라면 어지간한 스킬들은 마구잡이로 쓸 수 있다.

【 전투 형태 변형! 】

《 마왕 올펠 플레이트가 마력을 소모하여 전투 형태를 유지합니다. 》

《 해당 마왕의 능력 중 일부가 마왕 올펠 플레이트에 깃듭니다. 》

【 이중 가속! 】

헤이스트에 이은 이중 가속.

거기에 더해.

【 엑셀레이션! 】

마왕의 특수 스킬인 그것.

초가속이 시전되면서 주변의 사물이 일그러지듯 내 시야 뒤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걸리는 강력한 압력이 있었지만.

마왕 올펠의 플레이트가 이 압력을 상당히 해소해주었고.

유선형의 플레이트가 미끄러지듯 대기를 파고들면서 압도적인 가속을 만들어냈다.

쐐애액!

마치 쫙 조여진 화살이 활대를 튀어나가는 것처럼 신체가 튀어나가더니 이내 도망가던 헤르게니아의 타락 천사 바로 옆까지 따라붙었다.

“케에엑!?”

순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녀석이 날 돌아봤지만.

딱히 이 녀석에게 더 시간을 주고 싶진 않았다.

아쉽게도 내 쪽도 이걸 입고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없거든.

곧장 테르타로스를 휘둘러 녀석의 앞을 막아서자 도망가던 헤르게니아의 타락 천사가 급하게 팔을 변형해 내 공격을 막아내었다.

카아앙!!

공중에서 녀석의 팔과 테르타로스가 부딪히자 오히려 변형된 저 녀석의 팔에 거미줄 같은 균열이 일어나면서 깨어져 버렸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자마자 확실히 알 것 같았다.

“헤르마늄하곤 다르다 이 말이지.”

천사들의 무구를 만드는데 쓰는 헤르마늄.

그게 최상의 재료임에는 부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보다 상위인 물건들이 내게는 존재했다.

바로 마신의 파편인 테르타로스와.

이 정체 모를 또 다른 마신의 파편인 마검.

테르타로스를 휘두르기 무섭게 역으로 마검을 쥐고 크게 반원을 만들어 휘두르자 헤르게니아의 타락 천사가 기겁하면서 내 공격을 다시 막아내었다.

이번에도 역시 녀석의 팔이 박살 나면서 튕겨져 나갔다.

아마 평소라면 이 정도까지 밀어붙일 순 없었겠지만.

지금은 녀석 역시 상당히 약화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이 상태라면.

충분히 가능해!

그리고 내겐 몇 가지 패가 더 있으니까.

【 시간의 서! 】

【 피의 축제! 】

시간의 서를 써서 피의 축제를 원 상태로 활성화시키고는 바로 시전하자 다시 내 등 뒤로 붉은 날개가 펼쳐졌다.

“케에엑!”

이 녀석도 좀 전에 봐서 알겠지만.

마검의 이 광역 스킬은 주변의 녀석들에게 광범위하게 체력을 뺏어 온다.

그것도 퍼센트 단위로.

비록 처음과 같이 녀석의 체력이 넘쳐나는 상태가 아니라서 많은 양을 뺏어 오진 못하더라도.

그나마 남은 체력 중에서 상당수를 다시 뺏을 수 있다는 건.

스아악!!

녀석의 신체의 피가 다시 한 번 빨려오면서 괴로운 비명을 질러댔다.

“카아악!!”

그런 녀석을 보고는 미소지었다.

“이젠 네게 남은 체력이 거의 없다는 거지.”

피의 축제로 갉아먹은 체력으로 만든 블러드 스트라이크.

그런 블러드 스트라이크로 또 한 번 더 체력을 깎고.

이번에 남은 체력을 또다시 갉아먹었다.

【 블러드 드레인! 】

동시에 마검에 블러드 드레인을 다시 걸어 테르타로스와 함께 녀석의 목을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녀석을 찍어 댔을까.

결국 녀석의 몸이 움찔하더니 마지막 비명을 질러댔다.

“카하학!!!”

그리고 마지막으로 테르타로스와 마검을 녀석의 머리에 박아 넣자 완전히 눈에서 빛을 잃어버렸다.

《 헤르게니아의 타락 천사를 처치하셨습니다! 》

《 네임드 처치 기여도 1위 85.38% 》

《 에센시아 제국 기여도를 부여합니다! 》

《 에센시아 제국 전체 NPC들과 우호 관계가 됩니다. 》

《 메인 퀘스트 : 신의 흔적이 갱신됩니다. 》

.

.

동시에 여러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는데.

마지막으로 뜬 한 시스템 메시지에 잠시 눈이 찡그려졌다.

《 봉인된 마왕. 헤르게니아가 깨어납니다. 》

뭐?

마왕이라고?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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