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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119화 (1,107/1,404)

#1118화 신의 흔적 (11)

전혀 생각지도 않은 퀘스트가 뜨자 우리 팀 모두 놀란 눈으로 맥크라이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에센시아 제국 황제에게 협조하는 게 인질 때문이었다는 겁니까?”

드워프 왕의 후손이라면 다음 대의 드워프 왕이 되는 녀석이다.

그런 녀석이 인질로 잡혀 있다면 드워프들이 에센시아 제국의 비밀 연구소에 있는 이유가 설명이 된다.

그리고 드워프 왕이 다른 광산을 조사하러 갔다가 사라진 일까지도.

위험도에 상관없이 반드시 갈 수밖에 없었을 터.

내 물음에 맥크라이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부터 이렇진 않았네. 그땐 제국 황제도 충분한 지원을 해준다는 약속을 하고 대우도 해주었지. 현재 드워프들이 에센시아 제국에 많은 이유도 그것 때문이고.”

“그런데 상황이 바뀌었다는 거네요.”

“그래. 어느 순간부터 제국 황제의 태도가 변하더라고.”

태도가 변했다라…….

“이건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혹시 제국 황제의 건강에 문제가 있습니까?”

솔직히 이건 우리들끼리 추측한 사항이라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우리도 장담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 맥크라이의 말을 들어보면 묘하게 우리가 예측했던 상황들과 겹치는 부분이 있었다.

순간 내 질문과 함께 맥크라이의 몸이 움찔했다.

“자네. 그걸 대체 어떻게 알고 있는 건가?”

맥크라이의 대답이 떨어지자 바로 재중이 형과 시선이 마주쳤다.

<불멸> 빙고네.

<주호> 그러네요.

별다른 일이 없었다면.

제국 황제가 돌변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제국 황제의 일신상에 문제가 생겼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전과 달리 좀 더 과격한 방법을 택했을 확률이 높았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드워프 왕을 협박하는 것도 포함해서.

“그냥 추측이죠. 제국 황제와 몇 번 마주쳤는데 안색이 꽤 안 좋더라고요.”

우리도 추측에 불가했던 사항이라 어떻게 알았는지 물어보면 곤란한 건 매한가지였다.

무엇보다 이 추측 자체가 에센시아 제국의 원 역사를 알고 있어야 내릴 수 있는 판단이라.

독으로 죽어갈 제국 황제의 상태는 범인을 제외하곤 알아채는 건 사실상 무리가 있다.

그렇기에 그 사실을 말한다는 것 자체도 문제지.

<불멸> 제국 황제가 독으로 죽어간다고 말했다가는 바로 우리가 범인으로 몰릴걸?

<주호> 그러니까요. 쉽게 말할 수 없죠.

맥크라이가 확실히 우군이라고 판단되지 않는다면.

굳이 나서서 특정할 수 있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 편이 좋았다.

특히 독에 대해선 더 그렇고.

누가 에센시아 제국 황제를 독살하려는지 정확히 모르는 상황에서는 절대 나서면 안 된다.

“흠. 그런가. 그것만으로 알 수 있다니. 지금 황제의 상태가 정말 안 좋은 모양이군.”

“요즘 만나보지 못했나요?”

“드워프 왕이나 대장로가 아니면 제국 황제는 만나질 못해. 굳이 만나고 싶지도 않고.”

음.

급수가 맞아야 된다 이건가.

지금이야 맥크라이의 윗선이 다 실종되거나 자리를 비운 상태니 맥크라이가 드워프들의 우두머리이긴 한데.

아마 레오나 에센시아를 사이에 두고 전달하는 듯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보죠. 그래서 지금 에센시아 제국 황제가 드워프 왕의 후손을 데리고 있는데 이것만 아니면 드워프들이 자유로워질 수 있는 건가요?”

“흠. 일단 그렇긴 하지. 하지만 드워프들 중에서도 지금의 상황을 꺼리지 않는 녀석들도 있어서 말이야.”

“의견이 나뉜다는 말이죠?”

“휴. 안타깝지만 말이야. 제국의 지원이 적진 않으니까. 해보고 싶은 비싼 연구도 할 수 있고. 나조차도 혹하는데 젊은것들은 오죽하겠나.”

확실히 현재 제국 황제가 에센시아 제국의 예산을 상당수 빼서 비밀 연구소를 지원해 주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예산을.

일단 본인이 필요하니까.

드워프 왕의 후손과는 상관없이 예산은 준다 이거다.

“아마도 그 연구 중에 하나가 타이탄이겠군요.”

“그렇지. 그런 연구는 아무래도 자원이 많이 들거든. 천사들의 지원 역시 마찬가지지.”

의견이 갈린다라…….

이거 어쩌면 드워프들에게도 뒤통수를 맞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들이 모르는 건.

결국 이 드워프들이 죄다 전장에서 갈려 나갈 운명이라는 거다.

에센시아 제국은 성마대전에서 결국에는 망하니까.

고개를 돌려서 재중이 형을 보며 물었다.

<주호> 드워프 왕의 후손을 빼돌리면 어떻게 될까요?

<불멸> 몰라서 물어보는 건 아닐 테고. 걸리는 게 있지?

<주호> 네, 아직 에센시아 제국을 버리기에는 아깝긴 하죠.

우리가 드워프 왕의 후손을 풀어주면.

필히 제국 황제와 등을 돌려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될 것이다.

그리고 꼭 그게 아니더라도 드워프들이 전부 에센시아 제국을 떠날 수도 있는 노릇이라.

드워프들에게 큰 빚을 만들어 두는 건 좋긴 한데.

무게 추를 어디에 맞추느냐에 따라.

판단이 완전 달라지게 될 터.

에센시아 제국을 버리지 않고 드워프들에게 빚을 지울 수 있는 상황이 베스트긴 한데.

메인 퀘스트가 아닌 서브 퀘는 굳이 처리하지 않더라도 대세에는 지장이 없다는 것도 걸린달까.

꼭 구출해야 하는 거면 또 모르겠지만.

선택지가 있는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이 헤르마늄 광산.

기껏 반이나 얻어놨는데 홀라당 버리고 가는 건 더 아깝다.

잠시 고민한 뒤 맥크라이에게 말했다.

“흠. 이야기는 잘 들었습니다. 장담은 못 하지만 제국 황제는 제 쪽에서 한번 잘 구슬려 보죠.”

“그게 가능하겠는가?”

놀란 맥크라이의 질문에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꼭 무력으로 해결할 문제는 아닌 것 같아서요.”

드워프 왕의 후손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기도 한데.

안다고 해도 제국 황제가 그렇게 쉽게 빼낼 수 있게 놓아두지도 않았을 것이다.

몰래 침투할 수 없다면.

최소 무력 충돌은 각오해야 할 텐데.

그러면 에센시아 제국과는 완전 등지는 상황일 테니 우리가 원하는 바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결국 다른 방법을 쓸 수밖에…….

구출이라고 무조건 힘으로 빼오라는 법도 없고.

방법이야 얼마든지 만들면 그만이었다.

“드워프 왕의 후손만 안전하게 데리고 나올 수 있다면 내 얼마든지 자네를 도와줌세.”

《 드워프 장로 맥크라이와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아마도 내가 구출 퀘스트를 받아들였다고 판단되어 호감도가 올라간 듯했다.

현재 드워프 왕이 실종된 이상.

이들에게 그 후손의 존재는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할 것이다.

“뭐 일단은…… 그러려면 준비가 좀 필요하긴 하겠네요.”

동시에 지하 사원의 입구 좌우에 잔뜩 있는 석상들을 바라보았다.

“흠. 정말 지나갈 생각인가.”

“그러기 위해서 우릴 여기로 안내한 것 아니었나요?”

내 담담한 말투에 맥크라이도 찔리는 게 있는지 눈을 피했다.

맥크라이가 우릴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도와줬다는 건 확실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맥크라이 역시 노리는 게 있으니까 주는 편의일 뿐이었다.

바로 드워프들만으로는 여길 통과할 수 없으니까.

그렇다고 저기 비밀 통로 밖에 있는 제국 기사들을 부른다?

이건 그동안 이 지하 사원을 계속 숨겨왔다는 걸 밝히는 것밖에는 안 되니.

물론 처음 발견했다고 주장하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더 큰 문제는 제국 기사들이 이곳을 지나 원하는 물건을 얻었을 때다.

그때부터는 드워프들의 생존을 걱정할 판이라.

“아, 그리고 토르는 어떻게 바로 봉인을 풀 수 있나요?”

“흠. 그건 아직은 어렵군. 시간이 좀 더 있으면 가능하겠지만…….”

역시 그런 건가.

대천사의 무기를 보여 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시간이 부족한 모양이었다.

이쪽은 어쩔 수 없고.

당장 안 되는 일에 매달릴 정도로 시간이 남아돌진 않아서.

“그럼 임시방편으로 가 보죠.”

그러면서 대천사의 무기인 라페르나를 꺼내 들었다.

“어? 그건…….”

“아, 스페어예요. 예비로 가지고 있는 거죠.”

사실 맥크라이 당신에게 준 게 스페어긴 해도.

“이거도 아마 헤르마늄으로 만들어진 물건이죠?”

내 말에 맥크라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그것도 헤르마늄 통짜로 만들어진 무기라네. 저기 있는 저 토르보다 더 순도가 높아.”

역시 그런가.

하긴 크기를 봐도 같은 양의 헤르마늄이 들어가려면 이쪽이 더 순도가 높아야 정상일 것이다.

“그리고 저 석상들은 순도가 낮겠네요.”

내 물음에 맥크라이가 잠시 생각하더니 이번에도 역시 긍정의 표시를 했다.

“흠. 아무래도 그렇지 않겠나. 저 크기의 석상을 전부 헤르마늄으로 만드는 건 말도 안 되겠지.”

확신은 못 하지만 정황상 저 석상들은 헤르마늄 순도가 꽤 낮은 모양이었다.

“만약 이 대천사의 무기와 저 석상이 부딪히면 어떻게 될까요?”

“흠.”

“아니, 꼭 그게 아니더라도 여기 토르는 또 어때요?”

잠시 생각하던 맥크라이가 다시 대답을 내놓았다.

“적어도. 이쪽의 무기가 먼저 부서지진 않을 거다. 아니. 오히려 저 석상들이 문제겠지.”

“그럼 됐어요.”

원하는 답을 듣고 난 뒤에 바로 마왕 올펠의 플레이트로 장비를 변경했다.

“여기서는 제가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진(眞) 토르는 아쉽게도 아직 봉인이 제대로 풀리지 않아 그냥 예전의 대미지를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통짜로 되어있든 아니든.

그리고 다른 재중이 형이나 우리 팀의 무기들로는 저 석상들에 제대로 피해를 주지 못할 확률이 높았고.

전에 맥크라이의 말에 따르면 이쪽의 무기가 아예 안 먹힌다고 했었으니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음, 그럼 방어는 내가 한다. 공격은 안 먹히더라도 방어는 될 것 아냐.”

전사 형이 타이탄 풀 플레이트를 꺼내서 변경하고는 앞에 섰다.

그리고 마왕의 비밀 창고에서 얻어온 무기를 꺼내 들었다.

“이 발뭉도 있고. 할 만할걸?”

“여기서 그걸 쓰게요?”

“적어도 설명대로라면 절대 부서지진 않을 테니까. 헤르마늄에도 버틸걸?”

발뭉.

짙은 묵색으로 만들어진 둔탁해 보이는 대검인데.

이 무기의 설명이 꽤 특이했다.

절대 부러지지 않는 검.

한마디로 내구도가 없는 무기였다.

파괴불가 속성은 아니니 아예 박살이 나 버린다면 또 모를까.

그리고 또 다른 특징은.

무기인데도 불구하고.

무려 방어력이 달려 있었다.

그것도 꽤 높은 수준으로.

특이하다면 지금까지 본 무기 중에 가장 특이한 무기지.

전사 형이 나오기 전에 다른 아이템을 다 제쳐두고 이걸 고른 것도.

다 이유가 있었다.

그런데 이걸 본 맥크라이의 반응이 이상했다.

갑자기 몸을 튕기듯 다가가 전사 형의 손을 꽉 잡았다.

동시에 다른 한 손으론 부들부들 떨면서 발뭉의 검날에 가져다 댔다.

“자네, 대체 이걸 어디서 구한 건가……!”

“음…… 일단은 주웠는데요?”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다.

진짜 주워 왔으니까.

전사 형의 주웠다는 말에 맥크라이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그것도 마치 미친놈을 보듯 전사 형을 바라보면서.

“이건…… 마왕의 무기인데.”

그 순간 우리 모두 깜짝 놀라서 맥크라이와 전사 형을 번갈아 바라봤다.

확실히 비밀 공간에 숨겨져 있어서 좀 좋을 거라고 생각하긴 했는데.

워낙 정보가 없어서 이게 무슨 아이템인지 그때는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긴 했었다.

아마 중간에 유실된 어떤 아이템 정도라고 예상한 물건이.

지금은 순식간에 마왕의 무기로 변해 있었다.

“에…… 그러니까?”

“하위 마왕이었긴 해도. 분명히 마왕의 무구야.”

상황이 얼떨떨한지 전사 형이 맥크라이에게 물어보았다.

“그러면 혹시 이것도 좋은 광석으로 만들어져 있습니까?”

“말이라고. 이건 무려 베르탈륨으로 만들어진 무기야! 그 귀한 베르탈륨!”

베르탈륨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머리가 복잡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주워온 게 마왕의 무기라는 거냐…….

대체 이놈의 마왕 놈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무기들을 창고에 죄다 박아놓은 건지 모르겠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맥크라이에게 물었다.

“베르탈륨으로 된 무기로 헤르마늄을 치면 어떻게 되나요?”

내 말에 당연하다는 듯 맥크라이가 답했다.

“아주 박살이 나지! 역상성인데.”

으음.

이건 좀 해볼 만하겠는데?

곧장 고개를 돌려 전사 형을 바라보며 웃어 보였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려 저 멀리 보이는 석상들을 쳐다봤고.

“전사 형. 그렇다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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