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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118화 (1,106/1,404)

#1117화 신의 흔적 (10)

헤르마늄 광산 지하 안에 이런 구조물이 있다고?

광활하게 뻥 뚫린 지하 공간 안에 양옆으로 처음 보는 구조의 석상들이 잔뜩 서 있었다.

세월에 의해 부서졌을지 혹은 뭔가에 의해 부서졌을지도 모르는 다양한 모양을 가졌을 석상들이.

부서져 바닥에 흩어진 잔해들의 흔적들만 봐서는 원래라면 굉장히 우아한 형태의 구조물이었을 것 같은데…….

저 잔해들의 흔적에서는 곡선의 형태를 가진 면들이 많이 보였으니까 아마도 그럴 것이라 추측이 되었다.

고개를 올려 바라보니 지금 우리의 능력으로는 닿을 정도로 뛰는 건 도저히 무리로 보일 정도로 높은 천장이 형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천장에서는 곳곳에 반짝이는 뭔가가 눈에 들어왔고, 이 반짝이는 물건들이 은은한 빛을 내며 조명처럼 지하 공간의 부분을 비추고 있었다.

온전히 환한 빛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사물을 구분할 정도로 옅은 빛 정도는 퍼트려 줘서 그나마 사원 전체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우리가 고개를 올려 높은 천정을 보고 있자 맥크라이가 우리에게 설명해 주었다.

“전부 헤르마늄이다.”

그 말에 전사 형이 깜짝 놀라서 다시 천장을 올려다보며 감탄한 듯 물었다.

“저렇게 많은 게 전부요?”

헤르마늄이 뭔가.

이 광산을 주야장천 캐야 겨우 작은 부스러기 하나 나올까 말까 한다는 걸 이미 오기 전부터 들어서 잘 알고 있었다.

비밀 통로 전에 떼어놓고 온 드워프들에게서도 비슷한 말을 듣기도 했고.

맥크라이 역시도 같은 설명을 해주었으니까.

전에 헤르마늄을 얻기가 그렇게 쉬웠으면 이 고생을 안 한다고 했던가.

만약 매장량이 작은 경우, 광산 전체를 뒤집어야 겨우 무기 하나 만들 정도의 헤르마늄이 나온다고 했다.

그래서 그때 맥크라이가 통짜 헤르마늄으로 된 이쁜소녀의 토르를 보고 환장했던 거고.

작은 광산 하나를 통째로 구겨넣은 거나 마찬가지라나.

이 정도로 순도 높은 물건도 못 봤다고 했으니 아마 그 말이 틀리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 귀한 헤르마늄이 저 천장 곳곳에 올올이 박혀서 은은하고도 따스한 빛을 내려주고 있었다.

한 줌 빛도 없을 이 지하 사원에 말이지.

마정석의 그런 빛과 달리 이 빛은 정말 특유의 부드럽고도 눈이 아프지 않는 그런 광량을 냈다.

실제 헤르마늄과 마정석의 가격은 하늘과 땅 차이이기도 하고.

당장 가능하다면 어떻게든 저 천장에 올라가 저 헤르마늄을 전부 캐고 싶은 마음이었다.

전사 형도 딱히 다른 마음이 아닌지 침을 흘리면서 공중을 올려다봤다.

“흐흐, 저거 다 캐면 대체 얼마냐. 팔자 고치겠는데?”

그때 막내별이 옆에서 물었다.

“탈것 타고 올라가서 하면 안 되나요?”

“아, 그렇지.”

그리고 전사 형이 날 바라보자 나 역시 궁금했던 터라 바로 아퀼라스 주니어를 불러내보았다.

그런데 그 시도는 바로 실패로 돌아갔다.

《 헤르마늄 지하 사원에서는 아퀼라스 주니어를 소환할 수 없습니다. 》

아주 딱 짤라서 시스템 메시지가 울려주었고.

그렇다는 건 이 공간이 탈것을 제한하는 장소라는 말이었다.

당연히 따라오는 의문.

나와 같은 걸 생각했는지 챠밍이 물었다.

“설마 여기 던전은 아니겠죠?”

“아마. 맞는 듯한데?”

탈것을 소환할 수 없는 몇몇 장소들 중.

가장 유력한 공간인 곳은 바로.

던전 환경이었다.

전투 지역에다가 지하.

그리고 폐쇄된 공간에서는 탈것의 소환이 거부되는 일이 빈번했으니까.

나르샤 누나가 고개를 돌려 멀리 보이는 수많은 구조물들을 바라보며 소름끼치는 말을 했다.

“저 석상들. 왠지 원래 형태가…… 전투용인 것 같아 보이지 않아?”

“아니길 바라야죠.”

지금 눈에 스치듯 보이는 석상들 숫자만 이미 백여 기가 넘어갔다.

만약 정말 저 석상들이 던전의 무언가고.

유저들이나 NPC들이 더 이상 들어가지 못하고 막는 용도로 쓰인다면.

백이면 백.

우리가 여길 통과하는 순간 움직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맥크라이가 확실히 못을 박아 주었다.

“맞아. 저 석상들은 전부 움직인다.”

“어째 나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네요.”

나르샤 누나의 추측이 맞아 떨어지자 다들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거기다 한술 더 떠서 맥크라이의 말이 이어졌다.

“저 녀석들이 뭘로 만들어져 있는지 아나?”

그런 맥크라이의 운에 바로 한숨을 쉬면서 되물었다.

“그 말을 한다는 건. 우리가 생각하기 어려운 걸로 만들어져 있다는 말이 되겠죠?”

“흠흠. 눈치가 빠르구나.”

그때 이쁜소녀가 잘 알겠다는 듯 옆에서 끼어들었다.

“혹시 헤르마늄이에요?”

이쁜소녀의 돌발 질문에 우리 모두 몸을 움찔했다.

“똑똑한 친구가 또 있구나.”

맥크라이는 대놓고 다시 못을 박아주었고.

왜 이 드워프 장로는 여기서는 계속 못을 박기만 하는 건지 모르겠네.

그것도 우리가 꽤나 곤란해할 부분만 골라서 박는 중이다.

“그냥 석상이고…… 광석으로 만들어져 있을 것 같은데. 뜸을 들이는 걸 봐서는 꽤 귀한 광석일 테고. 여기에 그런 광석은 헤르마늄 밖에 없잖아요.”

그러면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천장에 박힌 헤르마늄 파편들을 가리켰다.

“정답이다. 저 석상들은 죄다 헤르마늄이 섞여 있지.”

맥크라이의 말은 우리를 놀라기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쁜소녀가 천진난만하게 이어서 질문했다.

“그럼 저 석상들을 해치우면 헤르마늄이 떨어지나요?”

“흠. 물론이지. 해치울 수 있다면 말이지만.”

그 말에 우리 모두의 눈빛이 반짝였다.

전사 형 역시도 마찬가지.

“흐흐. 잡기만 하면 헤르마늄이 나온다 이거지?”

이미 눈이 돌아가 버린 것 같은 느낌이랄까.

“아마 부위파괴나 드랍템 형식 같은데…… 쉽진 않아 보이네요.”

내 말에 맥크라이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사실 제국 기사단보다 먼저 드워프 전사들이 여길 찾아 냈었다네.”

“헤르마늄 광산을 조사하면서요?”

“그렇지.”

그런데 저 말에 이상함을 느꼈다.

어째서 이 드워프 장로는 그 사실을 에센시아 제국 황제에게 말하지 않은 걸까.

지금 보면 제국 기사단은 이 지하 사원의 존재 자체를 아예 모르는 듯했다.

입장할 수 있는 비밀 통로도 그렇고.

거기다 다른 통로 쪽으로 가 몬스터들을 잡는다고 생고생하고 있는 것도 말이지.

이건 처음부터 맥크라이가 알려주지 않았다고 보는 게 맞는 거다.

“혹시 제국 황제도 여길 아나요?”

확인사살을 위해 물어보자 맥크라이가 바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 제국 황제는 모르지.”

“어째서? 분명히 제국 황제에게서 지원을 받고 있던 것 아니었나요?”

혹시 맥크라이가 중간에서 뭔가를 가로챈다던가 하는 그런 이야기가 되려나?

지하 사원을 발견은 했는데 그 성과를 차지하려는 속셈일 수도 있고.

제국 황제가 원하는 건.

신이 되는 거라고 했었지 아마.

그럼 맥크라이도……?

“여기서부터는 이야기가 좀 복잡해지겠군.”

그렇게 운을 띄운 뒤 잠시 기다렸다가 맥크라이가 한숨을 쉬면서 설명을 시작했다.

“사실 전후가 바뀐 거라네.”

“그게 무슨?”

“우리가 이 지하 사원을 발견한 게 먼저고. 제국 황제가 우릴 지원한 게 후라는 거지.”

“그럼 제국 황제가 지원해서 이곳을 발견한 게 아니라는 거네요.”

“그렇지. 애초에 우린 처음부터 이 사원들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순간 맥크라이 말에서 이상한 점을 찾아냈다.

재중이 형도 같은 곳을 찾았는지 내게 귓속말을 보냈다.

<불멸> 방금 사원들이라고 했지?

<주호> 네. 정확히 그렇게 말했어요.

<불멸> 그럼 이런 장소가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거겠군.

<주호> 높은 확률로요.

<불멸> 그게 다른 제국에 존재하는 헤르마늄 광산이나 베르탈륨 광산일 테고.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주호> 어쩌면 더 많을 수도 있겠죠. 이 대륙에 헤르마늄과 베르탈륨 광산이 한둘이 아닐 테니까요.

서로 규모는 다르긴 해도.

분명히 수많은 광산들이 존재한다고 들었다.

그리고 그 광산들 중 꽤 다수를 천사군과 마왕군들이 차지하고 있는 중이었다.

재중이 형이 고개를 돌려 하나의 도시와 같은 구조로 깊숙이 존재하는 지하 사원의 모습을 쳐다보았다.

<불멸> 이젠 저 사원에 뭐가 있는지가 중요해지겠네. 천사들과 마왕들조차 목을 맬 정도라면 말이지.

곧장 맥크라이에게 물었다.

이건 반드시 물어봐야 한다.

어쩌면 지금껏 생각했던 게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으니까.

“혹시 이 사원. 드워프들이 지은 건가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군.”

“네?”

“사실 우리도 잘 몰라. 그저 드워프들에게 전해져 내려오는 고대 기록에 존재할 뿐이니까.”

《 드워프 종족의 비밀 고대 기록에 접근하셨습니다. 》

《 관련 정보를 열람할 수 있게 됩니다. 》

《 고대 헤르마늄 샤이닝 템플에 대한 정보를 입수합니다. 》

샤이닝 템플?

따로 존재하는 지명이 있는 걸 봐서는 확실히 드워프들과 관련이 있어 보였다.

“그럼 저 석상은…….”

“처음에는 우리도 이 고대 문물의 발견에 기뻐서 석상들에게 다가갔지만. 안타깝게도 모두가 죽고 말았어.”

“그 정도로 강한 겁니까?”

“강하지. 거기다 저 녀석들에게 일반적인 무구들은 아예 통하지도 않아. 처음에는 전혀 몰라서 속수무책으로 당했지.”

“헤르마늄…….”

그러자 모두의 시선이 자동으로 이쁜소녀에게로 돌아갔다.

“에……?”

다들 시선이 몰리자 이쁜소녀가 부끄러운지 바로 챠밍의 뒤로 숨어 버렸고.

<불멸> 그때 맥크라이가 이쁜소녀의 토르에 그렇게까지 관심을 가진 건. 어쩌면 뭔가의 가능성을 봤을 수도 있겠는데?

가능성이라…….

확실히 헤르마늄과 관련 있는 무구는 현재 이쁜소녀가 가진 저 토르밖에는 없었다.

뭐 이쪽은 그렇다 치고.

결국 제국 황제를 제치고 먼저 뭔가를 얻겠다는 걸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궁금해서 맥크라이에게 물어보았다.

“이미 드워프들이 알고 있다고 하면…… 제국 황제에게는 왜 비밀로 한 거죠?”

내 물음에 맥크라이가 작게 한숨을 쉬면서 말을 꺼냈다.

“에센시아 제국 황제는 욕심이 많은 녀석이지.”

“그 말은…….”

순간 아까 재중이 형과 우리를 공격했던 2기사단이 떠올라버렸다.

같은 기사단인데도 불구하고 바로 칼을 들이댈 정도의 공격성.

딱히 제국 황제와 연관이 되는 건 아니었지만…….

그냥 막연하게 떠오른다고 해야 하려나?

“제국 황제는 드워프들의 생존에는 관심이 없어.”

맥크라이의 저 한마디에 뒤에 붙을 말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아까의 2기사단의 모습이 겹치면서.

“설마 얻을 걸 다 얻고 나면 드워프들을 죽일 거라는 말인가요?”

“자네가 보기에 제국 황제는 어땠나?”

오히려 물음을 물음으로 받아치는 맥크라이였지만.

저 물음만으로도 대답은 충분했다.

아까 그 2기사단은.

맥크라이가 헤르마늄 던전을 다 뚫었으면 높은 확률로 맥크라이를 죽였을 지도 모르겠다.

녀석들에게 우리가 기사단이든 아니든 어차피 의미가 없었다는 뜻일 테고.

그리고 미공략 황실 비밀 던전.

분명히 공략이 끝나고 쓸모가 없어지면 제국 황제가 우릴 죽일 수도 있다고 레오나 에센시아가 언급했었지.

이건 같은 맥락이라고 봐야 했다.

맥크라이 역시 제국 황제에게 휘둘리는 중이라고.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협조하고 있는 건.

그런 황제에 대한 반항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거부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지 않나요? 다른 제국이나 성국으로 간다던가.”

“아니. 할 수 없어. 드워프 왕의 자손이 에센시아 제국 황제에게 붙잡혀 있거든.”

그때 갑자기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 서브 퀘스트 : 드워프 왕의 후손 구출. 》

하. 이거 참.

제국 황제 이놈.

진짜 골고루 하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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