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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116화 (1,104/1,404)

#1115화 신의 흔적 (8)

퀘스트 목록을 올려 메인 퀘스트를 확인해 보니 몇 가지 사항들이 변경되어 있었다.

우선 고대 신들의 흔적을 찾는 부분에서 헤르마늄 광산에 대한 언급이 추가되어 있었고.

연이어 헤르마늄 광산에서 나오는 미세한 정체 모를 기운에 대한 정보도 새로 갱신되어 있었다.

관련 NPC나 아이템 습득에 대한 부분은 그대로였지만.

어쨌든 메인 퀘스트의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는 건 확실해 보였다.

“확실히 헤르마늄 광산이 관련되어 있는 게 맞네.”

“그런 것 같아요.”

그때 챠밍의 대답과 함께 광산 카트가 크게 흔들렸다.

몸이 들썩거릴 정도로.

쿠웅!

“꺄악!”

“크윽!”

순간 우리 머리 바로 위에 잔뜩 쌓여 있는 폭탄들이 생각났다.

젠장.

카트 밖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지?

곧장 챠밍을 아래로 밀면서 등으로 최대한 위를 커버했다.

그리고 동시에 마왕 올펠의 플레이트를 소환해냈다.

마왕군을 속이기 위한 테르타로스가 통하지 않을 때 마왕 올펠의 플레이트를 입어서 속이려고 받아두었는데 혹시나 헤르마늄 광산에서 문제가 있을까 싶어서 봉인해 두었지만.

지금은 이것저것 따질 겨를이 없었다.

내가 가진 아이템 중에 가장 방어력이 높았으니까.

마왕 올펠 플레이트를 소환하자마자 온몸이 흑색의 갑주로 감싸여지면서 곧 터질 폭발에 대비했다.

맥크라이가 폭탄을 잔뜩 올려놨다고 했으니 이 거리에서 폭탄들이 터지면 최소한 중상 혹은 사망이다.

챠밍 역시 빠른 대처로 혹시나 모를 폭발에 대비했다.

내 몸에 환한 기운이 퍼지면서 나와 챠밍을 동시에 빛나게 만들었다.

“방어 마법 걸어놨어요!”

챠밍도 우리 위에 폭탄이 터지면 어떻게 될지 빤히 아는 듯 했다.

다른 한 손으로는 회복 마법을 거는 걸 보면.

이거 챠밍이 버틸 수 있으려나?

그렇게 둘 다 눈을 크게 뜨고 기다렸는데 시간이 좀 흘러도 폭탄이 터지는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등에도 어떤 충격조차 없었고.

“휴. 안 터졌나 보다.”

“다행이에요.”

“시작도 하기 전에 죽을 뻔했네.”

바로 재중이 형에게 귓속말을 걸었다.

<주호> 무슨 일이에요?

<불멸> 몰라. 갑자기 우리도 흔들렸다.

누군가 밖에서 머리 위의 폭탄을 치워 주지 못하면 광산 카트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건 우리나 재중이 형 쪽의 광산 카트나 매한가지였다.

그렇다고 상황 파악도 되지 않는데 카트를 박살 내고 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라.

잠시 쥐죽은 듯 소리를 죽이고 기다리고 있자 곧 바깥에서 광산 카트의 옆면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콩콩.

<챠밍> 맥크라이일까요?

<주호> 아마도? 이렇게 조심스럽게 옆면을 두들기는 것을 봐서는 맥크라이는 확실해 보이는데.

이건 광산 카트 안에 뭐가 있는지 확실히 아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이라.

그렇게 다시 기다리니 곧 맥크라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쫄았냐?”

아니.

그걸 말이라고…….

“광산으로 들어가는 레일이 워낙 험악해서 말이지.”

다행히도 바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바로 말해 줬으면 좋잖아요.”

“안 돼. 곳곳에 기사들이 있어서.”

“아직도요?”

“그래. 중간 지점까지 들어가기 전에는 계속 마주칠 거다.”

대체 황제가 얼마나 기사들을 파견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렇게까지 하는 걸 보면 확실히 안에 뭔가가 있긴 있는 모양이었다.

“들키지 않고 갈 수 있을까요?”

“아무렴. 어차피 기사들이야 광산 카트 따위에는 관심도 없으니까. 필요하지 않으면 굳이 접근도 안 한다고.”

“그건 듣던 중 다행이네요.”

만약 레일이 지나가는 도중 곳곳에서 기사들이 검문이라도 하면.

결국은 걸리게 될 지도 몰랐는데 맥크라이의 말은 우리를 안심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기사들을 띄엄띄엄 배치해 놓은 거지?

전력이 흩어질 뿐인데.

그걸 맥크라이에게 물어보니 바로 대답이 이어졌다.

“헤르마늄 광산 안에 몬스터들이 나와서 말이야.”

“그런가요.”

“광산 작업하는 드워프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기사들이 대기할 수밖에 없어. 아무래도 병사들로는 무리니까.”

역시 몬스터들이 있었나…….

하긴 아크 드래곤이라는 파수꾼이 있었기는 해도.

단순히 그 하나만 존재한다면 공략이 아예 불가능한 것도 아닐 테니까.

또 다른 몬스터들의 존재가 있으니 그간 광산을 뚫는 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거기다 레벨대가 낮을 리도 없을 테고.

아크 드래곤을 생각해보면 거의 대부분이 고레벨 몬스터일 터.

일반 병사들로는 무리니 기사들을 배치했겠지.

“광산 중간까지는 괜찮지만 이후에는 알아서 해야 해.”

맥크라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구간은 딱 거기까지인 듯했다.

“그 정도만 해도 충분해요.”

중간 지점까지는 제국 기사들과 드워프들로 커버가 가능하지만 그 이상은 무리인 모양이었다.

그리고 다르게 생각해 보면 아직 제국 기사들은 헤르마늄 광산의 중요한 지점까지 도착하지 못 했다는 반증이기도 했고.

그나저나 우리도 전투를 하기 시작하면 어떻게든 들킬 텐데.

이건 어떻게 하려나…….

그런 생각을 하는 중 광산 카트가 레일을 따라 거듭 이동했고 중간에 기사들 중 몇몇이 스치듯 광산 카트 옆을 지나가면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곤 했다.

개중에는 정말 광산 카트를 발로 툭툭 차면서 깜짝 놀라게 한 녀석들도 있었다.

아니.

이놈들은 안에 폭탄이 들었다는데 발로 차?

제정신이 아닌 것들을 데리고 온 건지 모르겠지만.

우여곡절 끝에 결국 광산 카트가 드워프들의 인도로 중간 지점까지 무사히 도착하게 되었다.

“도착했다.”

“기사들은요?”

“이 근처는 없어. 주변 순찰 중이라. 우리가 신호하면 바로 달려오겠지.”

“빨리 내려야겠네요.”

그리고 맥크라이를 포함해 나머지 드워프 셋이 광산 카트의 폭탄들을 꺼내 옮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위를 덮고 있던 덮개가 열리며 맥크라의 투박한 얼굴이 보였다.

“오랜만이군.”

“네, 굉장히 반가운 얼굴이네요.”

그렇게 폭탄이 옮겨진 광산 카트에서 내리자 주변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벽에 붙은 특수한 빛이 아는 광석에 의해.

“별것 아니네. 그냥 마정석 조금 쓴 거지.”

“그런가요.”

우리 뒤를 이어 전사 형과 나르샤 누나, 재중이 형, 이쁜소녀, 막내별이 연달아 광산 카트에서 내렸다.

먼저 전사 형이 새까맣게 변한 내 외형을 보고는 말했다.

“어? 그거 여기서는 안 쓴다고 하지 않았어?”

“아, 갑자기 폭탄이 터지는 줄 알아서요.”

“그러게. 우리도 깜짝 놀랐다니까.”

전사 형은 이미 타이탄 풀 플레이트를 입고 있었고.

재중이 형 역시도 아크 드래곤을 잡고 나온 드랍템인 아크 드래곤 플레이트를 착용 중이었다.

영롱한 오색 빛들이 한데 어우러진 매끈하면서도 탄력 있어 보이는 유선형의 아크 드래곤의 플레이트는 하나의 작품을 보는 듯했다.

곳곳에 잔뜩 각이 져 있는 전사 형의 타이탄 플레이트와는 사뭇 대비되는 구도랄까.

아크 드래곤 플레이트는 그야말로 모든 속성에 대한 방어가 특화된 플레이트라고 보면 된다.

심지어 빛과 어둠에 대해서도 동시에 방어가 가능한.

아마 이런 플레이트는 그간 찾아보려고 해도 찾아볼 수 없는 물건일 터.

다른 속성들은 말한 것도 없었고.

보통은 이렇게 많은 속성 방어가 붙으면 수치들이 확 떨어지는 게 보통이지만.

그렇다고 그 수치들이 낮은 것도 아니었다.

전사 형이 타이탄 플레이트와 이걸 심각하게 고민했을 정도로.

마법적인 공격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최강의 방어구나 마찬가지였다.

거기다 물리 방어 역시 부족하지 않았고.

범용성으로 치면 우리가 가진 플레이트 중에서는 가장 좋지 않을까.

그것도 꽤 한계가 높은 범용성이다.

아마 셋 다 광산 카트가 흔들릴 때 바로 플레이트들을 꺼낸 듯 했다.

폭탄에 폭발해서 죽으면 개죽음이라.

나도 혹시나 해서 챠밍에게 바로 말했다.

“기사단 플레이트 가지고 왔지?”

“네. 안에 있어요.”

“응. 바로 갈아입어. 여기서부터는 로브로는 무리일 테니까.”

『 에센시아 제국 기사단 라이트 플레이트 』

로브를 입으면 당연히 마력이야 높겠지만.

그보다는 지금은 생존에 더 신경을 써야 할 때였다.

언제 어떻게 공격당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라.

챠밍이 바로 기사단 라이트 플레이트를 있자 보고 있던 이쁜소녀와 나르샤 누나, 막내별 역시도 각자 받아온 플레이트들을 꺼내서 변경했다.

이쁜소녀는 상대적으로 방어가 높은 『 에센시아 제국 기사단 풀 플레이트 』로.

나르샤 누나와 막내별은 챠밍과 같은 『 에센시아 제국 기사단 라이트 플레이트 』를 각자 입자 겉으로 보기에는 마치 기사단처럼 보이는 효과가 있었다.

비록 보급품이긴 해도.

기사들이 쓰는 제국의 플레이트의 성능이 그렇게 나쁜 것도 아니었고.

다른 아이템을 구하기 전에 쓰기에는 이만한 플레이트도 없다고 해야 하나?

그때 갑자기 내게 뭔가의 신호가 걸려왔다.

감각에 걸리는 발자국 소리들.

이건…….

“형, 제국 기사들이 접근 중이에요.”

그러자 곧장 재중이 형이 내게 말했다.

“우리도 갈아입자.”

곧장 나와 재중이형, 전사 형 역시도 기사단 플레이트를 한 벌씩 꺼내서 변경했다.

누가 보면 영락없는 제국 기사단의 모습이랄까.

그것도 일곱이 전부 입고 있으니.

그리고 얼마 지니자 않아 통로의 한쪽 모퉁이에서 다른 기사단으로 보이는 녀석들이 떼로 몰려나왔다.

“휴. 이번에도 너무 빡센데?”

“대체 얼마나 죽여야 뚫리는 거야?”

“늦으면 또 황제 폐하께서 노발대발하실 텐데 말이지.”

“그렇다고 인력이 부족한데 더 속도를 올릴 수도 없잖아.”

그들을 본 맥크라이가 내게 속삭였다.

“저들이 바로 헤르마늄 광산의 몬스터들을 처리하며 전진하는 기사단이다.”

“몇 기사단이에요?”

“2기사단.”

이거 생각보다 훨씬 높은 녀석들이 왔는데?

2기사단이라면 황제 직속이라고 알고 있었다.

아마 황제 직속인 기사단 녀석들을 여기에 죄다 집어넣은 모양.

그만큼 실력도 좋다는 뜻이기도 할 테고.

무엇보다 그들이 입고 있는 플레이트는 보급품인 우리 것과 달리 개인별로 따로 맞춤식으로 외형이 변경되어 있었다.

들고 있는 무기 같은 장비 역시 멀리서도 구분이 갈만큼 광택이 돌았다.

같이 서 있다면 바로 소속을 알아챌 정도다.

그런 2기사단 녀석들이 우리를 발견하고는 의아한 듯 외쳤다.

“어? 너흰 뭐야?”

녀석들에게서 하대가 나오는 건.

딱 봐도 우린 보급품이거든.

기사단 앞 자리부터가 다를테니.

어찌 보면 당연한 태도였다.

그리고 재중이 형이 앞서서 대답하려고 할 때.

중간에 맥크라이가 나서서 한 팔로 재중이 형을 만류했다.

“흠. 내가 준비할 것이 있어서 이들을 따로 요청했네.”

그러자 맥크라이를 알아본 2기사단의 몇몇이 잘 안다는 듯 인사했다.

“아. 대장로님이십니까? 그런데 예정에 없던 인력 보충인데.”

기사 중 하나가 맥크라이를 넘어 우리를 흘깃 바라보았다.

의심스럽다는 눈치로.

곧 맥크라이가 광산 카트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안쪽으로 더 들어가려면 이것들이 필요해서 말이지.”

“흐음. 폭탄이군요?”

“알다시피 이 안으로는 몬스터 때문에 더 접근할 수가 없으니까.”

“그런 거라면 우리 기사단에 맡겨주시지 그랬습니까.”

“안 그래도 힘들게 몬스터들을 토벌하는 그대들에게 더 짐을 씌울 순 없지 않은가.”

그 말에 2기사단 녀석 중에 하나가 너스레를 떨며 앞의 기사 녀석을 말렸다.

“그건 맞지. 안 그래도 힘든데 말이야. 괜히 귀찮은 일까지 떠맡진 말자고.”

그러더니 갑자기 사라지더니 우리 앞으로 순식간에 나타나 재중이 형의 목에 검을 들이댔다.

반응하기도 힘들 정도의 속도로.

동시에 재중이 형 역시도 보급품 무기를 들어 그런 기사의 공격을 막아냈고.

카앙!!

“호오…… 아랫 기사단 녀석들 꽤 하는데?”

그리고는 바로 돌아서면서 2기사단에게 전달했다.

“이 정도면 맡기고 가도 되겠어. 나중에 욕은 안 먹겠다.”

그러자 2기사단 녀석들이 하나 같이 반대편 통로로 사라져갔다.

시험이었던 걸까…….

그런데 재중이 형이 입가를 매섭게 올리며 내게 말했다.

“이 새끼들 봐라? 방금 진짜 죽이려고 했잖아?”

“네?”

그리고는 충격에 찢어진 손아귀와 목에 길게 그어진 혈흔을 내게 보여주었다.

“조금만 늦게 막았으면 목이 날아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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