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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109화 (1,097/1,404)

#1108화 신의 흔적 (1)

쭉 맥크라이의 설명을 듣다가 손을 들었다.

“그러니까 던전에 들어갔던 드워프들이 전멸했다는 거죠?”

내 말에 맥크라이가 침통한 표정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는 다들 좋아했지. 헤르마늄과 베르탈륨의 매장량이 엄청난 광산을 발견했으니까.”

그때 옆에서 듣고 있던 전사 형이 궁금했는지 맥크라이에게 물었다.

“드워프들이 죄다 전멸했는데 어떻게 그걸 알 수 있습니까? 광산 깊은 곳에는 들어가 보지도 못했을 것 같은데 말이죠.”

그런 전사 형의 궁금증은 맥크라이가 바로 풀어 주었다.

“드워프들 중에서는 각종 광석이나 특수 광물에 대한 탐지가 가능한 녀석들이 있다네. 일정 거리 이상 접근하면 광물에 대한 종류라든지 혹은 그 대략적인 매장량 같은 것들을 파악할 수 있지. 하지만 생각한 위치에 반드시 광물이 있다는 보장이 없지. 이럴 경우에는 경험이 많은 드워프들이 광산 안을 탐사해서 최대한 오차를 줄이는 편이다. 그러다 보면 가끔 특수 광물을 발견할 때도 있고 말이야.”

맥크라이의 꽤 자세한 설명에 우리 역시 궁금증이 바로 풀렸다.

그동안 드워프들이 어떻게 광물을 탐지하고 미공개된 광산들을 찾아냈는지 잘 알 것 같았다.

“그렇지만 헤르마늄이나 베르탈륨 같은 경우는 어지간한 드워프들은 탐지조차 할 수가 없어. 드워프 왕이나 대장로 정도 되지 않는다면 말이지.”

그러자 옆에 있던 재중이 형이 맥크라이에게 물었다.

“그게 드워프 왕과 대장로가 되기 위한 조건입니까?”

“흠. 자네 꽤 똑똑하군.”

“그만큼 귀하고 중요한 광물인데 감지할 수 있는 자들이 얼마 없다면 당연히 그들이 중요한 직책을 수행하겠죠.”

“맞네. 특수 광물에 대한 감지 능력은 곧 그 광물에 대한 이해도와 연관이 되니까. 애초에 감지조차 할 수 없는 녀석들은 그 광물을 다룰 수조차 없어.”

재중이 형의 말이 맞아서 그런지 맥크라이도 설명에 신나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이어지는 말을 하면서 다시 맥크라이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그런 재능 있는 드워프들이 그 광산들을 탐사하던 도중에 죽거나 실종되고 말았지.”

그 맥크라이의 말이 끝나자마자 바로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무려 두 개가 동시에.

《 메인 퀘스트 : 요하스 성국 헤르마늄 광산 탐사. 》

- 요하스 성국에 위치한 헤르마늄 광산을 조사.

- 헤르마늄 광산에서 실종된 드워프들의 흔적 탐색.

《 메인 퀘스트 : 베르마 제국 베르탈륨 광산 탐사. 》

- 베르마 제국에 위치한 베르탈륨 광산을 조사.

- 베르탈륨 광산에서 실종된 드워프들의 흔적 탐색.

여기서 메인 퀘스트라고?

다들 갑자기 메인 퀘스트가 뜨니까 의아한 눈빛을 보냈다.

아무리 봐도 지금 상황은 메인과 관련된 그 어떤 연관성이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뜬금없이 튀어나온 메인 퀘스트에 황당해하는 것도 잠시.

재중이 형이 뭔가 눈치챈 듯 맥크라이에게 물어보았다.

“혹시 두 헤르마늄과 베르탈륨 광산에서 실종된 드워프 중에…… 드워프 왕이 있는 겁니까?”

그 순간 맥크라이의 두 눈이 지진이라도 난 듯 크게 흔들렸다.

이건 뭐 빼박이네.

저 반응만 봐도 재중이 형의 질문이 정곡을 찔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바로 재중이 형이 날 보면서 웃으며 말했다.

“이거 참…… 어쩌다 보니 꽤 대어를 건드려 버렸는데?”

“그러게요.”

생각지도 못한 드워프 왕이라…….

솔직히 당장 이곳 에센시아 제국에 대한 일만 처리해도 빡빡한데 갑자기 드워프 왕이라는 존재가 튀어나오자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곧 맥크라이에게 의심스럽다는 듯 쳐다보며 물었다.

“혹시 두 광산을 알려준 게 드워프 왕 때문이었습니까?”

“흠흠…….”

그러자 바로 맥크라이가 먼 산을 바라보면서 모르는 척해 버렸다.

휴.

이건 뭐 확실하네.

아마도 유저 중 누군가 요하스 성국이나 베르마 제국 근처의 두 광산에 대한 정보를 얻어 드워프들에게 접근하면 나오는 퀘스트일 듯했다.

그것도 무려 메인.

이 시점에서의 메인 퀘스트는 당연하겠지만 곧 성마대전의 핵심에 근접해있다는 뜻이 된다.

듣고 있던 나르샤 누나도 이 상황이 어이가 없는지 미묘한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뭔가를 굉장히 많이 건너뛴 모양이야. 중간이 없잖아. 분명히 퀘스트들 사이에 베르탈륨이나 헤르마늄 광산에 대한 퀘스트들이 존재하고 있었을 텐데.”

“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요.”

나르샤 누나 말대로 지금 우린 그 중간 과정을 그대로 건너 뛰어버리고 바로 메인으로 직행한 셈이었다.

누군가는 개고생을 해서 얻고 난 뒤 힘겹게 처리해야 하는 퀘스트들을 모두 생략하고.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렇게 되면 이 메인 퀘스트의 난이도는 대충 짐작해 봐도 우리 상상을 초월하는 난이도가 나오게 될 것이다.

말 그대로 중간을 훅 건너뛴 거니까.

그때 챠밍이 내게 와서 물었다.

“혹시 화련도 이런 식으로 건너뛴 걸까요?”

“확실히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겠네.”

“으음. 그럼 화련 역시 우리와 같은 메인 퀘스트를 습득했을 수도 있겠어요.”

챠밍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히 화련은 타란 제국의 숨겨진 베르탈륨 광산에 대해 접근을 했다.

역시 우리처럼 중간 과정을 모두 건너뛴 채로.

하지만 화련은 우리에게 메인 퀘스트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았고.

재중이 형이 곧장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거 화련한테 한 방 먹을 뻔했는데? 꽤 발칙한 짓을 했잖아?”

“정말요.”

듣고 있던 챠밍이 바로 상황을 정리했다.

“화련이 우릴 이용해서 이 메인 퀘스트를 깨려고 했나 봐요.”

차밍 말대로 우리가 이 메인 퀘스트의 존재를 모르고 그저 타란 제국의 베르탈륨 광산 탈환만 도와주었다면.

화련이 메인 퀘스트를 깨는 것조차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어쩐지 조건이 너무 후하다 했어요.”

베르탈륨의 정산 비율에 대해서도 화련은 상당히 양보를 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거기다 고대 마룡에 대한 소유권 역시도 그렇고.

당시에는 애초에 공략이 불가능한 네임드 때문에 양보한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화련은 광산보다는 이 메인 퀘스트를 완료하는 데 더 집중한 듯했다.

물론 화련 역시도 베르탈륨 광산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니 완전히 손해 보는 게임도 아니었다.

이건 어떻게 하든.

화련이 이득을 보는 게임이라는 거지.

재중이 형도 고개를 끄덕였다.

“노리는 게 있으니까 상당 부분을 양보한 거야. 그것도 베르탈륨 광산과는 비교할 수 없는 뭔가가 있겠지.”

“이 퀘스트에 그 정도의 보상이 있을까요?”

“그건 나도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화련이 아무 이유 없이 이 정도까지 양보하진 않았을 거야. 최소한 마왕과 대천사의 무구에 들어가는 저 광물들을 포기하고서라도 얻어야 하는…….”

그렇게 말하다가 순간 재중이 형의 말이 멈추었다.

그리곤 곧장 재중이 형의 눈빛이 반짝였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

재중이 형과 허공에서 눈빛을 마주치고는 둘 다 고개를 끄덕였다.

이 상황에 대한 이해의 일치랄까.

<불멸> 이 메인 퀘스트…… 최소한 마신의 파편급이겠는데?

<주호> 네, 그 정도 아이템을 얻거나 혹은 접근할 수 있는 퀘스트요.

마신의 파편이라는 말은 레오나 에센시아나 맥크라이 앞에서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라 바로 숨겼다.

이건 아직 둘에게 오픈하기에는 파장이 컸다.

마왕까지는 어떻게 설명하더라도.

그 상위에 해당하는 마신의 파편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

그리고 만약 마신의 파편인 테르타로스를 여기서 꺼냈다가는 맥크라이가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질지도 모르겠다.

신나서 이야기하던 나와 재중이 형이 갑자기 입을 다물고 서로 쳐다보고만 있으니 레오나 에센시아가 의아하다는 듯 내게 물었다.

“혹시 문제가 있나요?”

“아뇨. 전혀 문제없죠.”

방금 그 문제에 대한 해답을 처리했을 뿐이다.

다시 재중이 형을 보면서 물었다.

“화련 쪽은 어떻게 하죠?”

그러자 재중이 형이 생각해 볼 시간도 없이 바로 결론을 내렸다.

“음. 일단 보류. 굳이 남 좋은 일을 해줄 순 없지.”

“혹시 화련에게 메인 퀘스트에 대해 따진다면요?”

“그건 꽤 혹한데? 하지만 그러면 화련이 우리도 이 메인 퀘스트를 얻었다는 걸 알게 될 거야.”

화련이 분명 우리와 손을 잡은 것은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경쟁하는 이들 중에 한 명이라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이런 마신의 파편급의 퀘스트를 다루는 데는 더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뭐 물건이 여러 개면 또 모르겠지만.

둘 중 하나만 얻을 수 있는 상황이 온다면.

과연 화련이 양보를 할지 그것도 알 수 없는 상황이고.

모든 이가 만족하는 보상이란.

존재하기 힘들다.

무엇보다.

딱 하나의 문제가 우리가 화련과 손을 잡는 걸 주저하게 만들었다.

살짝 한숨을 쉬면서 재중이 형에게 말했다.

“드워프 왕은 딱 한 명뿐이죠.”

그리고 재중이 형 역시 잔인한 미소를 지으면서 맞장구쳤다.

“그렇지. 드워프 왕은 딱 하나뿐이니까.”

“당연히 세 광산 중에 한 곳에만 있겠죠.”

메인 퀘스트의 성격만 보면.

정확히 언제 이 성마대전 시대의 드워프의 왕이 광산에 들어갔는지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다만 누군가 해당 메인 퀘스트에 접근하면 그때부터가 메인 퀘스트가 시작될 터.

그렇다는 말은 아직 이 드워프의 왕은 어딘가에 살아 있다는 뜻일 터다.

만약 이미 죽어 버렸다면 이런 식으로 조사를 하라는 식으로 퀘스트가 나오진 않을 테니까.

“어차피 셋 중 하나밖에 얻지 못 해.”

요하스 성국.

베르마 제국.

타란 제국.

이 제국들과 성국 중 한 곳에.

드워프 왕이 실종된 광산이 있을 것이다.

그게 어떤 곳인지는 직접 찍어봐야 알겠지만.

옆에서 뭔가 생각났는지 챠밍이 손을 들었다.

“정확하게는 네 곳이죠.”

“응?”

“이곳. 에센시아 제국.”

“음……?”

그 순간 머릿속을 확 스쳐가는 생각들이 있었다.

이거 설마 아니겠지?

그리고는 바로 고개를 돌려 맥크라이에게 물었다.

“아까 분명 에센시아 제국 황제가 헤르마늄 광산을 소유하고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분명히 들었다.

에센시아 제국에는 다른 제국과 성국처럼 이런 헤르마늄 광산이 존재하고.

그 광산을 에센시아 제국 황제가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그런 내 질문에 레오나 에센시아가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다른 곳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확실히 에센시아 제국 역시 헤르마늄 광산을 보유하고 있어요.”

레오나 에센시아와 맥크라이의 말들이 머릴 스쳐 지나가고.

이어 다른 몇 가지 상황들이 다시 흘러 지나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던전을 지키고 있는 파수꾼…….

이니.

왜 진작 이 생각을 못 했었지?

분명히 타란 제국의 베르탈륨을 지키는 파수꾼에 고대 마룡이 있다는 걸 들었는데 말이야.

그렇다는 건.

에센시아 제국의 헤르마늄 광산도 그에 상응하는 파수꾼이 지키고 있었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그런 최상위급의 네임드는.

지금껏 우리가 보기에는 단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바로 레오나 에센시아를 쳐다보면서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거 우리 황제님과 다시 이야기를 나눠봐야 할 것 같네요.”

“네? 무슨 말이죠?”

“제 몫을 다시 받아야 할 것 같아서 말이죠.”

황제 이놈 봐라?

어디 우리 광산을 날로 먹으려 했다 이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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