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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108화 (1,096/1,404)

#1107화 성마대전의 시작 (15)

우리가 알기로 비밀 연구소는 일반적인 방법으로 접근이 불가능했다.

특히 우리 같은 외부인은 더할 테고.

황녀인 레오나 에센시아가 있긴 한데.

그렇다고 대놓고 날 들여 보내주는 건 그녀에게도 문제가 될 것이다.

“비밀 연구소 말인가?”

“네, 비밀 연구소. 가능합니까?”

의외라는 듯 맥크라이가 나를 빤히 바라봤지만.

이 드워프 장로가 내 의도를 알아챌 수 있을 리는 만무하다.

이건 아직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내용이니까.

솔직히 가능할지는 둘째 치더라도.

일단 시도해볼 만한 가치 정도는 있었다.

그러니까 아주 나중에.

쓰기 위한 보험이랄까.

어쩌면 상황에 따라서 그게 좀 빨라질 수도 있을 테고.

“흠. 그 정도는 내 선에서 어떻게든 해줄 수 있겠지.”

의외로 비밀 연구소에 대한 일이 빨리 해결되자 바로 미소를 지었다.

생각보다 까다롭지 않아서 다행이네.

언젠가 이 결정을 후회할지도 모르겠지만.

어차피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그리고 다음 문제.

원 역사의 성마대전에서는 베르탈륨과 헤르마늄 광산의 정확한 위치가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만약 장소에 대한 확실한 언급이 있었다면 우리가 상당 부분 정보를 얻었을 텐데 아쉽게도 그렇게 쉽게 얻을 수 있는 자료는 아니었다.

혹은 접근권한이 더 있어야 정보를 접할 수 있다던가.

화련 같은 경우에는 좀 더 다른 방식으로 정보를 얻은 모양인데 우리로선 같은 방식을 쓸 순 없었다.

분명히 뭔가 상당히 자금이 들어가는 방법을 취했을 확률이 높으니까.

그렇다면 결국 지금의 성마대전 시대에서 베르탈륨과 헤르마늄 광산에 대한 정보를 캘 수밖에.

그리고 현재.

베르탈륨과 헤르마늄이라는 물질을 가장 잘 알고 있을 만한 녀석이 눈앞에 있었다.

드워프 장로 맥크라이.

두 물질을 이용해 아이템을 제작하는 드워프들이 그 광산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을 리가 없지.

거기다 우리가 아는 이들 중에서는 맥크라이만큼 인맥이 닿아 있는 이들이 없기도 하고.

정보에 접근하고자 한다면.

지금은 맥크라이에게 선을 대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러려면 이 드워프 장로가 혹할 만한 물건이 있어야 거래가 될 텐데.

운이 좋게도 지금 내겐 녀석이 목을 맬 만한 물건을 가지고 있는 중이었다.

대천사의 무기 라페르나.

그리고 아마 이 라페르나 역시도 헤르마늄으로 만들어져 있을 확률이 아주 높았다.

그것도 아주 순도가 높은.

대략 예상하기로 저 진(眞) 토르만큼이나 헤르마늄을 갈아 넣었을지도 모르고.

라페르나가 진(眞) 토르보다 더 높은 등급이라고 생각해 본다면 이건 당연할지도.

어쩌면 두 무기가 동급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동급이거나 더 좋다는 말이 되니까.

이 대천사의 무기 역시 통짜 헤르마늄일 거라는 예상은 틀리지 않을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연히 저 맥크라이가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지금은 처지가 완전히 역전되어 맥크라이에게 많은 것을 요구할 수 있었다.

그중 하나가 헤르마늄과 베르탈륨의 광산 위치.

평범한 방법으로 우리가 얻지 못하는 정보라면.

이렇게 꼼수로라도 접근할 수밖에.

드워프 장로라면 당연히 몇 곳이라도 공개되지 않은 위치를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예상이 맞아떨어졌는지 맥크라이의 표정이 바로 당황으로 구겨졌다.

“그건…….”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 물어보는 거니까 너무 빼진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만.”

잠시 맥크라이가 주저하자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이 대천사의 무기는 필요 없나 보네요.”

그러면서 앞으로 내밀었던 레플리카 라페르나를 뒤로 슬쩍 뺐다.

그 순간 맥크라이가 화들짝 놀라면서 한 손을 잽싸게 뻗어 라페르나의 검신 끝을 잡았다.

“어허…… 이러기 있나.”

그런 맥크라이에게 느긋한 미소로 답했다.

“관심 없어 보여서요. 팔도 아픈데 무겁게 들고 있을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

“헤르마늄은 솜털만큼 가볍다네.”

아, 그래서 라페르나가 들기 편했던 거였나?

좋은 물건에는 다 이유가 있던 건가 싶다.

“그런데 제 손은 무겁네요.”

얼른 답을 달라는 듯 미소를 짓자 옆에서 재중이 형이 키득거리면서 웃었다.

<불멸> 아주 제대로 빼먹을 생각이네.

<주호> 좋은 기회잖아요.

<불멸> 그렇긴 하지. 헤르마늄과 베르탈륨 광산의 위치는 우리도 잘 모르니까. 아마 이 시대에서도 찾으려고 해도 잘 나오지도 않을 테고.

재중이 형도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맥크라이를 바라봤다.

운이 좋다면.

성마대전에서 다른 유저들보다 훨씬 앞서나가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잠시의 침묵이 나와 맥크라이 사이에 흘렀다.

마치 줄다리기라도 하는 듯.

맥크라이가 라페르나를 잡은 손을 놓지 않고 버티는 건 심각한 내적 고민을 하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결국 맥크라이가 항복을 선언했다.

“좋네. 하지만 광산에 대한 정보는 드워프들에게도 극비이기 때문에 많은 곳을 알려줄 순 없어.”

주긴 주되 많이 주진 않겠다는 건가.

“흐음. 일단 성의를 한 번 보죠?”

얼마나 내어줄지는 전적으로 맥크라이의 마음이긴 했다.

그걸 퇴짜 놓는 건 내 마음이고.

그때 재중이 형이 앞으로 나서서 미리 선을 그었다.

“혹시나 해서 미리 말해 두는 건데. 이미 알려져서 다른 천사나 마왕군이 점령하고 있는 광산은 안 됩니다.”

그 순간 맥크라이의 몸이 움찔했다.

이것 봐라?

분명히 재중이 형이 말하지 않았으면 그런 곳을 말했을지도 모르겠는데.

“이건 정말 필요 없나 보네요.”

그러면서 라페르나를 잡아당기자 맥크라이의 표정이 바로 썩어들어 갔다.

“흠흠. 내 잠시 착각을 한 모양이야. 어디 보자…… 좋은 곳이…….”

품에서 뭔가를 뒤지던 맥크라이가 한 장의 지도를 꺼내더니 두 개의 점을 찍고는 내게 건네주었다.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정말 주기 싫다는 듯.

잽싸게 받아든 그 지도에는 정확하게 두 개의 좌표가 찍혀 있었다.

우리가 한 번도 가 보지 못했던.

무엇보다 성마대전이 일어나고 있는 라인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위치의 광산이었다.

그렇다는 건 천사나 마왕군 쪽에서 아직 손을 대지 않았다는 말이기도 할 테고.

하나는 좀 가깝기는 한데.

그렇다고 아주 근접한 건 아니니까.

<불멸> 어디쯤이야?

<주호> 음. 하나는 베르마 제국 근처고. 다른 하나는 요하스 성국 부근이에요.

<불멸> 요하스 성국은 그렇다 치고. 베르마 제국? 이 녀석 일부러 제국 근처에 있는 광산을 알려준 것 아냐?

생각해 보니 그럴 확률이 아주 높았다.

의심스럽다는 눈빛으로 맥크라이를 바라보자 맥크라이가 얼굴을 잔뜩 구기고는 말했다.

“내가 알려줄 수 있는 건 그 정도가 한계다.”

그 순간 맥크라이에게 한마디를 더 붙였다.

“타란 제국은요?”

설마 내가 그 질문을 할 줄은 몰랐는지 맥크라이의 어깨가 움찔했다.

뭔가 나쁜 짓 하다 들킨 것처럼.

“흐음. 이상하다. 내가 알기로 타란 제국에도 베르탈륨 광산이 있는 걸로 아는데 말이죠.”

“그걸 대체 어떻게……?”

“대충 귀동냥으로 들었다고 해두죠.”

화련이 직접 알아낸 거니까.

우리에게 베르탈륨 광산을 지분을 주기로 했고.

물론 이쪽은 파수꾼을 잡아야 가능하겠지만.

“그리고 이곳 에센시아 제국에도 있지 않나요?”

이건 순전히 내 감이었다.

맥크라이가 말한 걸 들어보면 아마 모르긴 해도 제국쯤 되면 이런 광산 한두 개 정도는 반드시 가지고 있을 것 같으니까.

녀석이 말해 준 위치도 전부 제국과 성국이기도 하고.

그러자 맥크라이가 바로 한숨을 쉬면서 대답했다.

“에센시아 제국에도 있긴 하지. 하지만 그곳은 이미 에센시아 제국 황제가 소유하고 있다.”

“뭐 대충 그럴 것 같았어요.”

분명히 레오나 에센시아와의 대화에서 들었다.

타이탄을 움직이는데 헤르마늄이 필요하다고.

그렇다는 건 에센시아 제국에서 헤르마늄 광산을 소유하고 있을 확률이 꽤 높다는 걸 의미했다.

다른 제국이나 성국에서 수입해 오지 않는 이상에야.

에센시아 제국 자체적으로 헤르마늄을 캐고 있다고 보는 게 맞았다.

그게 아니라면 벌써 이리저리 소문이 났을 테니까.

왕국의 광산 정도이라면 바로 뺐었을 테고.

그러고 보니 왜 다른 왕국에 있는 광산에 대해서는 말해주지 않을까.

분명히 몇몇 왕국에는 이런 종류의 광산이 존재할 텐데.

“다른 왕국은요?”

내 물음에 맥크라이가 바로 기침을 터트렸다.

“드워프들의 협약이 있어서 안 되네.”

흐음.

이것 봐라?

계속 맥크라이를 쳐다보자 계속 내 눈을 피하기만 했다.

“납득이 가게끔 설명 부탁드리죠?”

그러자 맥크라이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내 마음대로 공개가 불가능한 구역들이야. 드워프 종족의 밥줄이나 마찬가지라서.”

“그건 드워프들이 이미 캐고 있다는 말로 들립니다만?”

내 추측에 맥크라이의 어깨가 다시 움찔했다.

맞네.

하긴 이미 잘 캐고 있는 헤르마늄과 베르탈륨 광산을 굳이 알려줄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때 머릿속에 스치는 생각들이 있었다.

그리고 생각이 정리되자 바로 맥크라이에게 물었다.

“그럼 베르마 제국과 요하스 성국의 광산들. 여긴 지금 어떤 이유로든 캐는 것이 불가능한 광산인가요?”

내 질문에 맥크라이의 표정이 다시 죽어 버렸다.

“이거 참…… 캐지도 못하는 광산을 생색내면서 줘 보시겠다?”

“아니! 그게 아니고…… 매장량은 정말 좋단 말이야.”

“그런데 지금은 못 캐잖아요.”

“흠. 그건…….”

“완전 날로 드시려고 했네요. 거기다 꽤 위험해 보이는데 우리가 가서 죽어주면 더 좋고?”

“무슨! 절대 아니다.”

맞는 것 같은데.

당장 화련이 발견한 베르탈륨 광산만 해도 파수꾼이 무려 용이다.

그것도 고대라는 이름이 앞에 붙은.

어쩌면 아크 드래곤과 동급일 지도 모르는 녀석이기도 하고.

곧장 고개를 돌려 레오나 에센시아를 바라보았다.

난색을 표하면서.

“정말 이 드워프 믿을 수 있는 겁니까? 죽을 곳에 막 밀어 넣으려고 하는데.”

그러자 레오나 에센시아도 난감한 듯 맥크라이를 나무라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보아하니 5황녀와는 이야기가 되지 않은 상황인 듯했다.

“왜 그러셨나요?”

“사실 그 광산들은 우리에게도 중요한 광산들이라서 말이지. 그리고 이들의 도움을 받으면 파수꾼들을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흐음.

화련의 광산처럼 파수꾼들이 있는 건 맞는 모양이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알려준 건 또 아닌 듯했고.

“그것 좀 자세히 말해 주시죠?”

파수꾼이 존재한다는 건.

그만한 값어치가 있는 광산이라는 뜻일 테니까.

절대 손해 보는 게임이 아니다.

물론 잡을 수 있다는 전제가 깔리긴 해도.

만약 그 파수꾼이 우리가 아는 어떤 종류거나 혹은 공략이 있는 녀석이라면.

생각보다 재미를 볼 수도 있을 지도 모른다.

“흐음. 그러니까 말이지. 두 광산은…….”

그리고 이어지는 맥크라이의 설명을 들은 우리의 표정이 바로 굳어지기 시작했다.

흐음. 이거 참.

이 제안을 받아야 하는 건지.

아닌 건지 꽤 애매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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