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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1077화 (1,065/1,404)

#1077화 5황녀 (1)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서도 마왕들에게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이곳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최대한 활용해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 용사 특전은 내게 큰 힘이 되어 줄 터.

아직은 용사 후보 특전이지만 꾸준히 기여도를 쌓다 보면 후에 용사 특전까지 오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답은 기여도이려나.

기여도의 정확한 평가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확인할 순 없지만.

카샤스 대공의 말로 유추해 볼 때.

몇 가지 갈 수 있는 길이 정해져 있기는 했다.

정석적인 용사가 되기 위한 과정들.

이를테면.

이번처럼 나라를 구하고 사람들을 구하는 일이라던가 하는.

하지만 이번 경우는 여러 가지 운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최선의 결과를 얻어낸 셈이었다.

다시 이런 식으로 활약할 수 있을 거라는 예상은 너무 장밋빛이지.

아마 이와 비슷한 규모의 방어전이 다시 일어나지 않는 이상에야 비슷한 공로를 받진 못할 터.

흐음.

일단 방어전 쪽은 여기서 접어야 하려나.

거기다 카샤스 대공이 좀 일찍 왔을 뿐.

곧 각국이 자랑하는 영웅과 영웅 후보들이 성마대전에서 돌아올 때가 되었다.

적어도 그들이 오기 전에 이곳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보상은 정리해놔야 한다.

귀찮은 파리들이 꼬이는 건 사양이라.

곧 황제를 보면서 남은 보상을 요구했다.

사실 이미 받은 보상만으로도 충분하긴 했지만.

아크 드래곤 같은 경우 우리가 얻었어야 하는 당연한 보상이고.

타이탄은 아무래도 황제가 좀 배려를 해준 듯하지만.

어쨌든 얻어내야 하는 보상임에는 틀림없었다.

그리고 용사 후보 특전은 황제가 개인적인 딜을 위해 내게 넘겨준 셈이라.

기여도 포인트는 내가 얻어낸 보상이니 따로 말한 필요도 없을 테지.

면책 특권은 내 포인트로 얻어낸 보상이니 이것도 패스.

그렇다는 건 정상적인 돌발 퀘스트 보상은 아직 남아 있다는 뜻이었다.

과연 황제가 여기서 얼마나 더 퍼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얻어낼 수 있다면 최대한 받아내는 게 좋았다.

조금 걸리는 건 비공정과 성유, 정령석을 대차게 말아먹었다는 점 정도인데.

이건 황제가 애초에 묵인했으니 무시해도 좋겠지.

저 황제의 성격에 한 번 말했던 걸 두 번 언급하진 않을 테니까.

일단 그간 생각하고 있던 것 중에 하나를 말했다.

“비에른 자작의 처우가 궁금합니다.”

그러자 황제가 고개를 돌려 그림자를 바라보자 바로 대답이 나왔다.

“외성 방어 대장입니다. 이번에 주호 왕자를 도와 마지막까지 활약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부족한 화력을 메우기 위해 외성 방어포를 모두 떼어 한곳에 모아 아크 드래곤을 폭격하는데 공을 세웠습니다.”

“호오? 외성 방어포를 그런 식으로 활용했다는 건가? 기발하군.”

황제가 관심을 가질 정도로 비에른 자작의 활약은 남달랐다.

하지만 그다음에 나온 그림자의 말에는 황제가 웃지는 못했다.

“황실 창고에서 비공정과 성유, 정령석을 쓸어다 보급한 것도 비에른 자작입니다만…….”

“흠. 그런가.”

저쯤 되면 아픈 손가락쯤 되려나.

자기네 식구가 퍼주기를 해서 날아간 셈이라.

“고작 외성 방어대장 혼자 그만한 일을 실행했을 리는 없겠지.”

“5황녀의 승인이 있었다고 합니다. 황제 대리의 권한을 써서 황실 창고들을 비에른 자작에게 전부 개방했습니다.”

그러자 이번엔 황제가 묘한 미소와 함께 한 마디를 남겼다.

“좋군.”

응?

웃어?

저건 질책하기는커녕 오히려 만족스러워하는 눈빛이었다.

그러더니 황제가 곧 대답을 내어놓았다.

“외성 방어대장 비에른 자작을 백작위로 승작한다. 직책은 제국성 총 방어대장으로 승급시킨다.”

파격적인 인사.

여러 외성 방어대장 중 하나에 불과했던 비에른 자작을 바로 제국성 총 방어대장으로 끌어올렸다.

직책으로만 치면 몇 단계를 한꺼번에 뛰어넘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단순 비교를 하자면 황실 근위대 대장인 네이든 후작과 거의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직책쯤 될 것이다.

물론 조금 밀리긴 해도.

엄청난 수직이동이었다.

아.

그리고 이젠 비에른 백작인가.

원 역사에서 공작까지 된다는 것을 알아서 그런지 백작 직위는 놀랍진 않았지만.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파격이라는 건 부인할 수 없다.

아마 귀족들 사이에서 말이 꽤 많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황제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했다.

거기다 포상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비에른 백작에게 남은 영웅 후보 특전 자리 중 하나를 지급하도록.”

“알겠습니다.”

어쩌면 이건 당연한 거려나.

직책이 직책인 만큼.

무엇보다 고무적인 건 원 역사보다 몇 년은 빠르게 용사 후보 특권을 얻었다.

가만히 뒀어도 공작에 용사 자리까지 올라갈 녀석인데.

지금은 그 성장에 날개를 달아줬다고 봐야 했다.

아마 기존 역사보다 몇 배는 빨리 공작에 오를지도 모른다.

물론 그사이 셀 수도 없을 만큼 에센시아 제국성이 전쟁터가 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겠지만.

저 위치 자체가 결국 방어를 잘 해야지 기여도가 올라가는 자리니까.

<주호> 황제가 작심하고 밀어주네요.

<불멸> 어, 거기다 우리 쪽 라인이라는 것도 알고 있을 테고.

<주호> 그런가요?

<불멸> 황제의 정확한 의도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5황녀에게 좀 더 힘을 실어줄 생각인 거다. 저 파격적인 인사는.

확실히 비에른 백작이 힘을 얻으면 얻을수록 5황녀에게 좀 더 권력이 붙게 된다.

운신할 수 있는 폭도 넓어질 테고.

우리도 굳이 비에른 자작의 보상을 언급한 건.

그런 의도가 없잖아 있었으니까.

지금 황제의 포상은 그보다 훨씬 더 많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이려나?

퍼주기만 하는 게 황제의 성향은 아닐 테니.

이 파격은 분명 바라는 게 따라온다.

세상엔 공짜는 없으니까.

그게 우리 발목을 잡을 지는 앞으로 두고 봐야 알 테고.

“그래. 주호 왕자는 더 바라는 게 있나?”

비에른 백작은 결국 자신의 신하의 직책을 더 올려준 셈이라.

굳이 분류를 하자면 내게 주는 보상은 아닐 수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황제는 다시 한 번 내게 물었다.

직접적인 보상을.

그런 황제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어차피 한 번은 언급했어야 하니까.

“일단 카샤스 대공을 물려주시기 바랍니다.”

“흐음.”

잠시 나를 내려다보던 황제가 손가락으로 책상을 툭툭 건드렸다.

그리고는 황제가 카샤스 대공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대공은 잠시 자리를 비워주는 게 좋겠군.”

그러자 카샤스 대공이 아무 미련 없다는 듯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밖에서 기다리지.”

카샤스 대공은 아무래도 타란 제국 사람이니까.

지금부터 하는 말들은 타국의 대공이 들으면 안 되는 이야기다.

“에센시아 황실에 고대 비밀 던전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흠?”

마치 어디서 들었냐는 듯 나를 빤히 내려다보는 황제의 표정에서 궁금함과 함께 흥미로운 표정이 섞여 있었다.

아마 이번 방어전의 보상 책정 기준을 넘어설 수도 있기에.

나도 여기서는 조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괜히 심기를 거슬려 황제와 척을 지는 건.

아직은 이르다.

이 비밀 던전은.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요구할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이전에 아크 드래곤을 잡기 위해 재중이 형과 이야기를 나눌 때 조금 의아했던 게 있었다.

바로 정령석.

어떻게 에센시아 제국에는 이렇게나 정령석이 많은 걸까.

타란 제국이나 다른 왕국에 비하면 그 숫자가 압도적이라고 할만큼.

이 에센시아 제국에 정령석이 많이 보관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당연히 제국이라 보다 자원이 넘쳐서 그렇다고 생각했었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도 과도할 정도로 정령석을 보유했다.

거기다 정령석을 바닥이 보일만큼 많이 퍼다 썼는데도 불구하고.

황제의 저 태도가 문제였다.

마치 이 정도는 써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딱 그런 늬앙스나 표정.

만약 정령석이 제국에서 지금껏 모아둔 자원이었다면.

이런 식으로 무난하게 상황을 넘길 순 없었을 것이다.

그런 점을 파고들자 하나의 가능성이 나왔다.

<주호> 전에 전사 형이 비밀 던전에 대해서 말해줬었죠?

<불멸> 용케 자료를 찾아냈지. 전사가 그런 걸 찾는 데는 도사라니까?

<주호> 그리고 정령석을 그만큼 썼는데도 황제에게 여유가 있다는 건…….

<불멸> 그래. 어디선가 더 나올 구석이 있다는 거지. 높은 확률로 그 비밀 던전일 테고.

정령석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비밀 던전.

그것도 에센시아 제국 황실에서 독점하고 있는 던전이다.

비에른 자작이 전혀 모르는 걸 봐서는.

어지간한 직책으로는 알 수 없다는 걸 뜻한다.

황제와 최측근 정도만 알고 있다는 말이고.

그런 비밀 던전을 언급하는 것은.

우리로서도 반쯤은 도박이었다.

제국 내 비밀 던전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아는 것도 문젠데 말이지.

무엇보다.

고대 정령 병기, 타이탄.

그게 왜 굳이 에센시아 제국 근처에서 발견되는지…….

솔직히 역사 속의 성마대전 때는 타이탄이 마왕군의 몬스터로 언급이 되어서 따로 언급된 자료 같은 것도 없었고 관심도 없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몬스터가 아니라 만들어진 고대 정령 병기라는 걸 알기에.

<주호> 분명히 타이탄을 황제가 알고 있었죠.

<불멸> 어, 황제는 확실히 뭔가 숨기고 있어.

<주호> 타이탄의 핵이 특수 정령석이라는 것도 말이죠.

그리고 그 특수 정령석은.

감이지만 에센시아 제국의 비밀 던전에 있을 확률이 아주 높았다.

정령석이 많이 나온다는 뜻은.

그런 특수 정령석이 있을 확률을 비약적으로 높여 준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정령석이 나는 확률만큼이나 말이지.

원 역사에서는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었던.

특수 정령석을 구할 방법은.

아마 이곳 비밀 던전뿐일 거다.

그리고.

또 하나 더.

키메라 아크 드래곤의 심장.

이건 왜 정령의 기운이 흐르는 물질로 되어 있는지도.

『 불완전한 키메라 아크 드래곤 하트 』

- 정체를 알 수 없는 정령의 기운들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에센시아 제국은.

파고들면 들수록.

이상한 점 투성이었다.

빨리 먹는 밥이 체한다고.

시간이 허락한다면 좀 더 여유롭게 진행하고 싶었으나.

조만간 다른 상위의 황자와 황녀들이 돌아온다.

그렇게 되면 지금처럼 여유 있게 조사를 하긴 힘들 터.

방해가 없고 황제가 그나마 우호적인 지금.

비밀 던전 건은 처리하고 넘어가야 한다.

“그건 어디서 들은 거지?”

의심이 섞인 말투로 에센시아 제국 황제가 물어보자 미리 준비해 두었던 대답을 했다.

“로가슈 왕국에서도 비슷한 장소를 보유하고 있습니다만.”

사실 황제가 진의를 확인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이유야 너무 머니까.

바다 너머 다른 대륙에서 일어나는 일들까지 속속들이 알 수가 있나.

만약 확인을 하려고 사람을 보낸다 한들.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거기다 로가슈 왕국에 그런 장소는 없으니까.

솔직히 지금 이 시대에 제대로 로가슈 왕국이 존재하는지조차 의문이다.

“그렇다고 한들. 믿기는 어렵군.”

황제가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덥섣 믿어 줄 리가.

그래서 여기서는 하나는 풀어야 한다.

“정령탄이라고 혹시 아십니까?”

“정령탄?”

“정령석을 폭파시키는 방법 말입니다. 이번에 아크 드래곤을 잡으면서 썼죠.”

황제가 고개를 돌려서 그림자를 보자, 그림자가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정령석을 원형 그대로만 쓰는 에센시아 제국에서는 생각도 못할 일이지 않습니까.”

“부정하진 않지.”

어지간히 정령석이 많지 않고서는 일부러 터트려보고 하진 않는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원하는 게 비밀 던전에 들어갈 수 있게 해달라는 건가?”

“가능하다면 말이죠.”

“이유는?”

“정령석에 관심이 많다고 하면 어떻습니까?”

남은 보상 포기하고.

일단 넣어만 달라는 뜻을 돌려서 말하자 잠시 생각을 하던 황제가 내게 말했다.

“허락하지. 다만 조건이 있다.”

“조건이라면……?”

이거 괜히 불안한데?

“5황녀를 데리고 들어가도록.”

“네?”

“5황녀와 함께 가면 허락하도록 하지.”

<불멸> 나쁠 건 없는데? 어차피 5황녀도 봐야 하고.

<주호> 네, 하죠.

그렇게 한다고 대답하고 얼마 뒤.

집무실의 문이 열리면서 열린 문틈 사이로 누군가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정확하게는 모습을 가린 한 여성과.

큰 덩치를 가진 사내가.

<주호> 형, 저 녀석. 감옥의 그 녀석 맞죠?

<불멸> 그러게. 저놈이 여기 왜 있어?

레온 브라이더의 최측근인 덩치가 왜 여기 있는 건지.

곧 덩치를 밖에 두고 황녀만 안으로 들어와 로브를 벗자 은실의 머리카락이 반짝이며 폭포수처럼 아래로 흘러내렸다.

“제국의 태양을 뵙습니다.”

흠.

이거 설마…….

처음부터 잘못 생각했던 거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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