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6화 새로운 용사 후보 (15)
원 역사에서 알아본 바에 의하면 에센시아 제국에서 배정되어 있는 용사 후보의 숫자는 대략 300 정도.
그중 여덟 자리를 내어주는 것은 에센시아 제국 황제에게는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추가로 배팅을 했던 것도 이런 계산이 있었기에 했었고.
뭐 그렇다고 이 숫자가 적은 것은 절대 아니었다.
타 왕국에 배정된 용사 후보의 숫자는 많아봐야 오십을 채 넘지 못하니까.
개중에서도 국력이 약한 작은 왕국이나 공국들 같은 경우에는 그보다 훨씬 미치지 못하는 한 자리 수인 곳도 허다했다.
<불멸> 겨우 왕국의 구색은 맞췄네. 어디 가서 무시받지는 않겠어.
<주호> 네, 이 정도면 나쁘진 않아요.
겨우 중소 왕국의 턱걸이를 한 셈이지만.
일단 『 용사 후보 특전 』가 있다는 게 중요했다.
아마 에센시아 제국 황제도 그런 점을 고려해서 이 보상을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금 받은 『 용사 후보 특전 』은 로가슈 왕국이 망하지 않는 이상은 그대로 유지된다.
그건 곧 내가 죽지 않는 이상은 이 특전이 유지된다는 소리였다.
뭐 죽는다고 딱히 없어질 것 같진 않지만.
굳이 알아본다고 실험해볼 필요는 없었다.
<불멸> 우리 애들 한 자리씩 나눠주면 되겠는데?
<주호> 그래서 좀 크게 불렀어요.
『 용사 후보 특전 』을 보자마자 생각한 건.
앞으로 과거 크루아 대륙에서 활동할 때 없으면 절대 안 되는 특전이라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특전 중에 하나.
【 경험치 추가 상승 버프 】
- 용사 후보에 주어지는 경험치 추가 습득 버프입니다.
- 용사 후보 특전 등급에 따라 경험치 추가량이 증가합니다.
이건 그동안 유저들에게 한 번도 주어지지 않았던 특전이었다.
재중이 형도 이걸 보자마자 놀라서 눈을 반짝였을 정도였으니.
<불멸> 오, 대박인데?
<주호> 역시 그렇죠?
<불멸> 그래. 비록 제한이 있는 한정판이긴 해도. 이게 있고 없고는 앞으로 차이가 많이 날 거다.
제한이 존재하는 한정판.
용사 후보 특전은 그 한계가 명확히 존재하는 특전이었다.
무턱대고 이런 특전을 뿌릴 리는 없으니까.
기본적인 특전 수치만 보면.
있으면 좋고.
없어도 딱히 나쁠 건 없겠다 정도랄까?
그건 『 용사 후보 특전 』에 붙은 레벨.
아쉽지만 우리가 에센시아 제국 황제에게 받은 『 용사 후보 특전 』은 전부 레벨이 1이었다.
『 용사 후보 특전 Lv.1 』
황제가 이걸 그냥 막 퍼준 건 또 아니라는 거지.
주기는 주되.
적당한 선에서 생색을 낸 수준이라고 해야 하나?
일단 도움은 주는데.
나머지는 알아서 하라는 의도가 느껴졌다.
하긴 제 자식들도 시험을 하는 황제가 대놓고 이런 특전을 최상으로 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아쉽지만 이 특전을 성장시키는 건.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하는 일들 중에 하나였다.
<주호> 하지만 사실은 이게 더 대박이죠.
솔직히 이런 버프가 있을 거라는 건 예상조차 하지 못했었다.
원 역사에서는 애초에 이런 특전이 언급되어 있지도 않았고.
『 용사 후보 특전 』도 지금 처음 접해 보니까.
【 경험치 제한 돌파 버프 】
- 경험치 최대 습득 수치를 상승시킵니다.
- 레벨 습득 제한 5레벨을 6레벨로 변경합니다.
- 용사 후보 특전 등급에 따라 경험치 제한이 추가로 풀립니다.
그동안 각종 네임드를 잡을 때 가장 답답했던 건.
어떤 네임드를 잡더라도 한 번에 올릴 수 있는 레벨 제한선에 걸려서 그 많은 경험치를 모두 공중으로 날려버렸다.
가령 예를 들면 이번에 잡은 아크 드래곤 같은 경우.
그 어마어마한 경험치 덩어리를 잡았는데도 정작 난 5레벨이 상승하는데 그치고 말았다.
물론 내가 더 이상 올라가기 않을 정도로 레벨이 굉장히 높았다면 이런 레벨 상승은 두 손을 들고 반겼겠지만.
고작 200대 수준의 레벨에서 고작 5레벨 더 올랐다고 기뻐할 수나 있겠는가.
그건 그냥 길가다 아무 잡 몬스터들을 학살해도 충분히 올릴 수 있는 레벨을 가지고 웃을 순 없었다.
네임드를 잡을 때마다 그 엄청난 경험치를 그냥 허공에 다 날리고 있으니…….
그런데 그런 단점을 조금이나마 보완해줄 수 있는 버프가 생겼다.
<주호> 확실히 용사 후보 특전이 좋긴 하네요.
<불멸> 그래. 괜히 특전이 아니겠지. 용사 후보들을 빨리 성장시키기 위한 장치일 테니.
재중이 형의 말이 맞다.
용사 후보는 다른 일반 NPC들보다 압도적으로 강한 경우가 많았다.
그건 다 이런 버프를 적용받음으로써 더 앞서나가기 때문일 것이고.
당장 가장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는.
비에른 자작.
아직까지는 용사 후보에 들어가는 비에른 자작 역시도 이런 버프를 항시 적용받고 있을 터.
당연히 같은 환경에서 타 NPC들보다 보다 성장이 빠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용사 후보들의 빠른 성장.
그걸 설명해줄 수 있는 게 바로 이 『 용사 후보 특전 』이었다.
내게는.
다른 그 어떤 아이템들보다.
이 『 용사 후보 특전 』가 훨씬 더 필요했다.
어쩌면 이번에 제국을 구해내고 얻어낸 보상 중에.
지금 이 녀석이 가장 효율이 좋을 지도 모른다.
현재 난 레벨이 미친 듯이 낮으니까.
그밖에도 몇 가지 특전이 있지만.
이게 제일 마음에 들었다.
“용사 후보 특전을 성장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딱히 설명이 없어서 이건 에센시아 제국 황제에게 굳이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그 대답은 내가 아닌 옆에 있던 카샤스 대공에게서 나왔다.
“공로를 세우면 돼.”
“공로?”
“음. 설명하자면 용사가 할 법한 행동을 하면 돼.”
“그 설명이 너무 부실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내 어이없다는 말에 카샤스 대공이 그냥 웃음을 보일 뿐이었다.
“흐음. 너무 추상적이었나? 굳이 예를 들자면…… 그래. 나라를 구하는 것 정도면 되겠군. 혹은 사람들을 살린다던가. 아니면 전쟁에 참여해 외적을 토벌해도 될 테고. 전쟁을 이기게 하는 공로를 세우는 것도 포함해서 말이지.”
카샤스 대공의 설명은 생각보다 꽤 구체적이었다.
그러더니 카샤스 대공이 다시 말을 이었다.
“엄청난 유적을 발굴해도 되겠군. 그것도 용사의 능력 중에 하나일 테니.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마 신성이 있는 아이템 같은 경우는 추가적인 보너스를 더 받을 거다. 누구나 바라마지 않는 아이템을 얻는 것도 괜찮고. 한 마디로 용사하면 떠오르는 일을 하면 되겠군.”
그 뒤로는 카샤스 대공도 용사 후보 특전을 성장시키는 방법을 추가로 설명하지는 않았다.
이 정도만 알려줘도 충분하다는 듯.
유적?
신성?
아이템?
그 말들을 들으니 용사 후보 특전이 어떻게 돌아가는 시스템인지는 대략 알 것 같기도 한데?
혹시나 해서 카샤스 대공에게 물어보았다.
“나라를 살리는 것도 포함이야?”
내 말에 카샤스 대공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지 않은 방법이지. 가장 정석적인 방법이기도 하고.”
“그렇단 말이지…….”
그 말을 듣자마자 바로 에센시아 제국 황제를 바라보았다.
“제가 에센시아 제국을 구한 것도 적용됩니까?”
그러자 에센시아 제국 황제의 입가에 미묘한 미소가 지어졌다.
“답은 그대가 이미 알고 있겠군.”
맞다는 거네.
그런데 그걸 내가 확실하게 적용하는 방법은 황제가 알려주진 않았다.
뭐 알려주지 않는다고 해도 상관없다.
대충 답을 알 것 같았으니까.
에센시아 제국을 구한 가장 확실한 증거는.
이미 내가 가지고 있잖아?
바로 시스템을 열어서 확인하면서 동시에 『 용사 후보 특전 』 시스템 역시 열었다.
《 유저 주호 님이 얻은 에센시아 제국성 방어전 퀘스트 기여도 습득 포인트는 458,943,753 P입니다. 》
《 50,000,000 p가 차감됩니다. 》
《 현재 남은 포인트는 408,943,753 P입니다. 》
눈에 보이는 수치로 환산할 수 있는 보상.
그러자 『 용사 후보 특전 』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 기여도 포인트를 통해 『 용사 후보 특전 』을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
《 『 용사 후보 특전 Lv.1 』을 『 용사 후보 특전 Lv.2 』로 성장시키겠습니까? 》
좋아.
예상했던 대로 이 퀘스트 기여도 포인트가 해답이었다.
<불멸> 되냐?
<주호> 네, 포인트가 답이었네요.
그러자 재중이 형이 부럽다는 듯 말했다.
<불멸> 아놔. 난 포인트가 얼마 없는데 말이야.
<주호> 2등이 그런 소릴 하면 다 울어요.
내가 압도적으로 높긴 해도 재중이 형도 적진 않았다.
<불멸> 이거 참. 앞으로 성의껏 열심히 나라를 구해야겠는데?
<주호> 네, 포인트를 얻으려면요.
이젠 누가 떠밀지 않아도 알아서 나서서 나라를 구해야 할 판이었다.
그러니까 이 용사 후보 특전은.
강제는 아니지만.
결국은 하게끔 되어 있는 시스템이나 마찬가지였다.
더 나은 특전을 얻기 위해서.
그리고 아마…….
그 특전의 끝에는.
슬쩍 고개를 돌려 카샤스 대공을 바라보았다.
“카샤스 대공은 용사 특전을 받고 있어?”
내 물음에 카샤스 대공이 당연하다는 듯 미소 지으며 대답해주었다.
“내가 아니면 누가 받겠나.”
역시.
카샤스 대공은 아예 용사 후보가 아니라.
그냥 용사다.
용사 후보의 특전 등급이 차이 나는 것이 아닌.
한 체급 위의 특전을 받고 있는 거지.
혹시나 싶어 에센시아 제국 황제에게 시선을 주자 카샤스 대공이 말해주었다.
“제국 황제 역시 마찬가지다. 그것도 용사 특전 중에 최상위급이지.”
그런 카샤스 대공의 대답에 나와 재중이 형 모두 침을 삼켰다.
<불멸> 확실히 에센시아 제국을 통치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최고의 무기겠지.
<주호> 그럼 황제는 얼마나 강하다는 거죠?
당장 용사 후보 특전만 봐도 성장을 엄청나게 도와준다.
그런데 그런 용사 후보 특전보다 한 단계 위인 용사 특전을 가진데다가 그 등급 역시 최상급이라니.
가진 특전의 성능이 자세히 모르긴 해도 꽤 차이 날 거다.
<불멸> 어쩌면 우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최소 상위 수준의 마왕급은 될지도 몰라.
<주호> 설마 마왕 바이카르만큼 강할까요?
우리가 온 시대에서는 마왕 바이카르가 일단은 제일 강하다.
지금 이 시점에서의 능력은 확실히 모르겠지만.
결코 약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거든.
그렇다는 건.
마왕 쪽에 있는 괴물만큼이나.
인간 진영 역시도 그 수준으로 강한 녀석이 있어야 게임이 된다.
그 녀석들의 후보 중에 하나가 바로 지금 눈앞에 앉아 있는 저 에센시아 제국의 황제일 거라는 거고.
<불멸> 분명히 약하진 않겠지. 정작 붙어봐야 알겠지만 말이야.
<주호> 역시 그렇겠죠.
그런 제국의 황제를 보면서 생각했다.
만약 후에라도 마왕 바이카르를 이기려면…….
저 황제도 이길 수 있어야 한다는 거다.
후.
용사 후보 특전 정도로는 부족해.
눈빛을 빛내면서 용사 후보 특전의 레벨업에 손을 가져다 댔다.
지금은 작은 한 발자국이지만.
오르고 오르다 보면…….
분명히 가질 수 있다.
<주호> 형, 아무래도 전 용사 특전까지 가져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