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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994화 (982/1,404)

#994화 마왕성 전용 사냥터 (2)

확실하지는 않지만.

마왕 바이카르가 테르타로스에 대해 알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아니면 정말 순수하게 내가 강해지길 바라며 마왕성 전용 사냥터를 내어주었거나.

과연 이 녀석의 의도는 뭘까.

잠시 고민을 하다가 점점 생각이 꼬이는 것 같아 이내 그쪽으로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판은 벌어졌고.

지금의 마왕 바이카르의 제안은 내게 분명히 나쁘지 않았다.

녀석의 의도가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일단 난 이 패를 잡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마왕 바이카르가 날 스윽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이제 할 마음이 생겼나?”

“뭐, 떠먹여 주는데 안 하면 그것도 바보겠지.”

녀석이 만약 테르타로스를 알고 있다고 해도 상관없다.

당장 내게 뭔가 위해를 줄 생각도 없어 보이니까.

그렇다면 최대한 이용해줄 수밖에.

아직은 마왕 바이카르와 격차가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벌어져 있지만.

저 고대 마수의 탑을 견뎌낼 수만 있다면.

나중에도 그렇다는 말은 절대로 할 수 없을 것이다.

“좋아.”

그때 화련이 뭔가 생각이 있는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마왕 바이카르를 보면서 물었다.

“이곳 시아트 마왕성은 어떻게 할 건데?”

그 말에 잠시 멈칫했다.

확실히 이곳 시아트 마왕성의 주인인 마왕 스티어는 지금 도망자 상태다.

아직 주인이 바뀌지는 않았지만.

어떻게 보면 마왕성이 함략된 것과 다름 없는 상태.

누구라도 원하면 당장 이곳 시아트 마왕성을 차지할 수도 있겠지.

화련은 그걸 알고 싶은 것이다.

마왕 바이카르가 질문을 한 화련을 한 번 내려다보더니 조금은 재밌다는 얼굴로 말했다.

“마계 경매장의 큰손인가.”

“날 알아?”

마계 서열 1위가 자신을 알고 있다는데 의외로 화련은 크게 놀란 모습이 아니었다.

“경매장에서 제법 재밌는 짓을 하더군.”

확실히 화련이 마계 경매장에서 돈을 많이 쓰긴 쓴 모양이다.

저 마왕 바이카르가 알 정도로.

어쩌면 녀석이 원하는 물건을 화련이 중간에서 사버렸을 수도 있고.

그런데 마계 경매장에서 개인 신상은 비밀이 아니었던가?

이거 언제 한 번 가서 따져야겠는데.

이런 식으로 정보가 샐 것 같으면 아이템 구입 목록도 세어나간 소리였다.

혹시나 마왕 바이카르가 마계 경매장에서 내가 뭘 구매했는지 알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내가 뭘 샀더라.

대천사의 검의 봉인을 풀기 위한 물건을 사려고 했었는데.

그 대신 금속의 정령을 성장시키기 위한 물건을 샀었지.

결과적으로 같은 효과를 냈으니.

거기다 마왕들의 정보를 사기도 했다.

흐음.

금속의 정령이야 내 고유 정령이니 녀석이 알아봐야 별 의미도 없을 테고.

마왕들의 정보는 돈 좀 있는 녀석들은 다 사서 볼 테니 역시 마찬가지다.

대천사의 검과 연결할만한 어떤 고리도 없어.

이쪽은 일단 안심해도 될 것 같았다.

테르타로스는 그렇다 치더라도.

대천사의 검은 정말 위험하다.

여러 가지로.

“그래서 마왕성은 어떻게 하는 건데?”

이어지는 화련의 질문에 마왕 바이카르가 그다지 관심 없다는 듯 대답했다.

“알아서 해라.”

그 말에 화련의 표정에 화색이 돌았다.

“혹시 우리가 가져도 돼?”

“좋을 대로.”

솔직히 지금 이곳 마왕성의 주인은 마왕 바이카르나 다름없었다.

본인의 마왕성이 있긴 하겠지만.

한 마왕이 마왕성을 두 개 가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

하지만 분명히 소유했을 때의 이점이 있을 텐데도 불구하고.

녀석은 전혀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았다.

알아서 하라는 말만 남긴 채.

“통 크네. 마음에 들었어.”

마왕성을 통째로 넘긴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마왕 바이카르와 그걸 낼름 받아먹겠다는 화련은 어떻게 보면 비슷한 성향을 가졌을 지도.

덕분에 우리도 물어보고 싶었던 말을 화련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마왕성은 마왕만 소유할 수 있던 게 아니었던가?

지금 마왕 바이카르의 대답을 들어보면 딱히 문제가 될 건 없다는 식으로 대답했다.

이건 꽤 문제가 될 수도 있겠는데.

반드시 마왕만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 지금까지 잘못된 정보였다는 거다.

그리고 만약 다른 유저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꽤 골치 아픈 일들이 생길 것이다.

마왕 바이카르가 그런 것들을 고려하고 말한 것은 아니겠지만.

이어지는 말은 비슷한 의미를 담고 있었다.

“지켜낼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겠군.”

그 말에 화련이 뭔가를 생각했다가 바로 표정을 구겼다.

“마왕 스티어 말하는 거야?”

그 질문에 마왕 바이카르는 굳이 대답을 해주지 않았지만.

오히려 저 침묵은 대답해준 것과 똑같았다.

굳이 유저가 아니더라도.

당장의 문제가 있다.

마왕 스티어의 존재.

녀석이 과연 누군가 이 마왕성을 차지했을 때 가만히 있을 것인가.

옆에 재중이 형을 보면서 말했다.

“아마 가만히 있진 않겠죠?”

“어, 당장 마왕성을 가진다고 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서 분명히 녀석이 쳐들어올 거다.”

나와 재중이 형의 대화를 들은 화련도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마왕성을 먹어봐야 좋을 거 하나도 없다는 거잖아.”

“네, 그런 셈이죠. 잠시 동안은 지킬 수 있다고 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서 녀석에게 탈환될 거예요.”

무려 마왕 올펠의 힘을 흡수한 녀석이다.

따지고 보면 녀석과 정상적으로 붙어서 이길 수 있는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그게 그나마 수비가 유리한 수성이라고 할지라도.

아니.

마왕에게 과연 수성이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높게 형성된 마왕성의 벽 같은 건 그냥 뛰어넘어버릴 테니까.

아니면 그냥 힘으로 박살내고 들어올 수도 있는 노릇이고.

애초에 마왕과의 싸움에서 마왕성의 방어는 그다지 기대할 순 없겠지.

거기다 마왕 스티어에게는 고레벨의 휘하 부대들이 있었다.

데스 사이드를 들고 있는 사신 부대들.

몬스터다 보니 지금은 죽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전부 어딘가에서 리젠 될 터.

그 녀석들은 일단 마왕 스티어의 명령을 따른다.

마계 서열 3위의 힘을 먹은 마왕 스티어와 휘하의 몬스터 부대라면…….

유저들이 이 마왕성을 지켜낼 확률은 거의 바닥이지.

마왕 바이카르가 여기서 계속 주둔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지금까지의 저 녀석의 태도를 보면 이곳 마왕성을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지도 않았다.

하긴.

마왕 스티어도 이곳 마왕성에서 특별히 수익을 내거나 하진 못 했었다.

확실한 특산물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주변에 좋은 사냥터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특히 내가 받은 마왕성 전용 사냥터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

한마디로 이 마왕성은 돈이 나올 구석이 없다는 거다.

마왕성에 유저들이 와서 북적여 주니까 그나마 돈이 돌았던 거지.

그러고 보면 녀석은 정말 마왕의 힘 하나만을 믿고 우리를 통수 쳤던 건가?

만약 나라면 절대로 우리 손을 놓지 않았을 텐데 말이야.

유저들이 지속적으로 뿌려대는 돈을 생각하면.

뭐 본인이 강하니까.

돈이 잘 도는 다른 마왕성을 차지해버리면 되는 문제라.

딱히 할 말이 없긴 하네.

반대로 우리가 이 마왕성을 가지게 되면.

이야기는 달라지게 된다.

유저라면 얼마든지 이 마왕성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지니까.

물론 그것도 지켜낼 수 있을 때의 이야기이긴 했다.

휴.

마왕 벨라라도 데리고 와서 여길 지켜준다면 또 모르겠는데.

그녀를 찾으러 가려면 또 삼만리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

“마왕성을 그냥 버리긴 너무 아깝긴 해요.”

변수가 있다면.

현재 마왕 스티어가 다른 마왕들에게 쫒기고 있다는 거다.

하지만 얼마 전에 마왕 데미안이 휘하 마왕들을 데리고 돌아간 상태다.

녀석들도 주야장천 여기서 마왕 스티어만 따라다닐 수 없을 테니.

만약 녀석이 잡혔다면 아무 고민 없이 마왕성을 먹었을 텐데…….

“아깝죠.”

“어, 아깝지.”

“그래, 아까워.”

내 아깝다는 말에 재중이 형도 그렇고 화련까지 아깝다는 말을 따라했다.

다 같은 생각이지.

마왕성을 가짐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

놓기에는 너무 아깝다.

정말 하나 같이 쉽지 않네.

마왕 스티어만 어떻게 견제할 수 있으면…….

문제는 우리는 이제 마왕 바이카르의 마왕성으로 가야 하는데.

이곳을 수비할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그때 재중이 형이 뭔가 생각났는지 내게 물었다.

“걔들은 어때?”

“네?”

“발록하고 얼음 여왕. 뱀파이어 로드도 있고.”

“아!”

확실히.

오버된 네임드 셋이라면…….

지금의 마왕 스티어가 얼마나 강한지 모르겠지만.

단순히 수비를 하는 입장이라면.

이 셋으로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때 화련이 조금은 다른 의견을 내었다.

“그런데 걔들도 죽어서 녀석에게 흡수되면? 감당할 수 있어?”

“……음. 그건 또 문제네요.”

마왕 스티어의 능력이 만약 정말로 죽은 존재의 힘을 흡수하는 거라면.

오히려 어설프게 녀석들을 붙였다가 역효과가 날지도 모른다.

잘못하다가 정말 우리 손으로 괴물을 만들어낼 수도 있고.

이것도 쉽지 않네.

“일단 한번 불러나 보죠.”

이전이라면 몰라도.

이젠 다른 마왕 녀석들의 눈치 볼 것도 없고.

여차하면 걔들 중에 하나가 마왕 노릇을 해도…….

순간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다가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하. 그런 방법도 있긴 하네.”

화련이 내가 뜬금없는 말을 하자 의이한 듯 물었다.

“왜?”

“아,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조금 방법이 생긴 것 같기도 해서요.”

마왕이 없어서 문제라면.

잠시라도 마왕을 세워두면 된다.

그게 비록 가짜 마왕이라고 할 지라도.

혹시나 싶어서 마왕 바이카르에게 물었다.

“마왕 후보라는 거. 꼭 특별한 자격이 있어야 하는 거냐?”

내 물음에 마왕 바이카르가 고개를 저었다.

“마왕이 인정할 정도로 강하다면. 누구에게나 자격은 있지.”

“그렇다면. 그런 마왕 후보가 마왕성을 가지는 건?”

“상관없겠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를 더 물어보았다.

품에 있는 아이템을 꺼내면서.

“이게 있으면 임시적으로 마왕이 될 수도 있는 거겠지?”

지금 꺼낸 건 마왕 올펠을 잡고 나온 마왕의 핵이었다.

마신의 파편 때문에 쓰려고 화련에게서 가져왔지만 정작 쓸 일이 없어 고이 모셔둔 아이템이었다.

“마왕의 핵이군.”

“그래. 이게 있으면 가능하겠지?”

내 계획은 단순했다.

마왕성을 굴릴 마왕이 없으면.

그냥 만들어내면 되는 것 아닌가.

그게 비록 정상적인 마왕은 아닐 지라도.

거기다 가장 기대되는 건.

과연 마왕 후보를 임시로 세웠을 경우에.

이 마왕성에 그 마왕의 부하들이 생성될 것인가.

만약 발록이 마왕 후보가 되어 이곳에다가 자신의 마왕성을 구축하면?

발록이 머무르든 화염 지대의 몬스터들이 이곳이 생성될 확률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마왕 스티어와 그 부하들이 그랬듯이.

이건 추측이 아니라 확신에 가까운 믿음이었다.

마왕 바이카르가 잠시 생각하는 듯 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불가능하진 않겠군.”

그런 마왕 바이카르의 대답에 환하게 미소지었다.

“그래, 역시 마왕은 마왕하고 붙어야지.”

좋아.

이러면 이 마왕성은 공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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