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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993화 (981/1,404)

#993화 마왕성 전용 사냥터 (1)

자기 멋대로 판을 깔아놓고 즐거워하는 꼴이라니.

마왕이라는 것들은 하나같이 정상적인 놈들이 없어 보였다.

그나마 그동안 본 마왕 중에서는 마왕 벨라가 정상 범주에 들어가는 마왕이려나.

그나저나 마왕 서열 1위라는 놈이 왜 이렇게 나에게 집착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쉽게 잡을 수 없는 기회라는 건 확실해.

녀석의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마왕이라는 타이틀은 꽤 괜찮은 먹잇감이었다.

알면서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마왕 바이카르도 이걸 잘 알고 있겠지.

내가 자신의 제안을 거부할 수 없을 거라는 걸.

일단 판을 깔아준 건 나쁘지 않은데.

앞으로 이걸 수습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문제다.

마왕 바이카르를 빤히 바라보면서 물었다.

“하아, 마왕 선발전에 나가지 않겠다고 하면 네가 가만히 있지 않겠지?”

“잘 아는군.”

솔직히 마왕 바이카르가 그럴 마음만 먹었으면 이미 나와 재중이 형, 화련은 죽어 나갔을지도 모른다.

굳이 마왕 바이카르가 아니더라도 마왕 데미안도 왔었고.

어떻게 보면 그 녀석이 우리를 죽이려고 한 걸 오히려 마왕 바이카르가 막아준 셈도 된다.

우호적이라고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그에 준하는 행동들은 녀석이 이미 보여주었다.

“뭐 그래. 다 좋아. 일단 내가 나간다 치자. 그런데 내가 이길 확률이 얼마나 있어 보여?”

이건 상식적으로 봐서 하는 말이다.

당장에 마왕이라는 것들과 내 쪽의 전력 차가 확연히 차이가 난다.

유저에게 있어 마왕은 거의 레이드를 해야 하는 존재나 마찬가지인데.

유저가 아무리 스펙을 높인다고 해봐야 엄청난 스펙을 가진 마왕을 수치로 따라잡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일단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체력.

얼마나 두들겨 패야 죽을지도 모르는 마왕의 무시무시한 체력에 반해 유저의 체력은 빈약하기 그지없었다.

애초에 레이드를 위해 준비된 녀석들의 체력은 몇 십만 단위는 우습게 넘어간다.

백만 단위도 있을 테고.

어쩌면 천만 단위로 있으려나?

반면에 유저들의 체력은 그것보다 십분의 일?

아니.

백분의 일도 안 될 건데.

일대일로 붙는다는 것 자체가 유저에게는 너무 큰 페널티가 된다.

마왕이 맞아 죽기 전에 유저가 먼저 지쳐 쓰러지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었다.

내 물음에 마왕 바이카르가 날 위아래로 내려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지금 상태면 무조건 지겠군.”

잘 아네.

당장 레벨 500대가 된다고 해도 될까 말까인데.

마왕 올펠을 잡을 수 있던 것도.

순전히 녀석이 방심했기 때문이었다.

내 체력을 갉아먹을 작정으로 계속 경계하면서 싸웠으면 절대 그랜드 크로스를 맞추지 못 했을 것이다.

이미 다른 녀석들과 싸워서 체력이 다 빠진 이유도 있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당장은 죽었다 깨어나도 마왕을 상대하긴 힘들다.

그때 옆에서 재중이 형이 나섰다.

“마계의 최고 마왕이라는 존재가 아무런 생각 없이 마왕 선발전을 제안한 건 아니겠지?”

그리고 재중이 형의 말에는 어떤 기대 같은 것도 실려 있어 보였다.

확실히.

이 녀석이 아무 방법도 없는데 제안했을 리는 없을 거다.

가령 예를 들면 아이템을 보조해 준다던가.

베르테니아 마왕성 창고가 텅텅 비어 있던 마왕 벨라와 달리.

이 녀석의 창고는 아이템들이 빵빵할 테니까.

이거 조금 기대되는데?

그런 생각을 하자 아주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는 몰라도.

어쨌든 이 녀석은 내가 마왕이 되기를 바란다.

적어도 아주 지원을 안 해주지는 않을 터.

아니나 다를까.

마왕 바이카르가 입을 열었다.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부족하진 않을 테니.”

응?

지원을 해준다는 거야?

아니라는 거야?

녀석의 애매모호한 태도에 내가 물어보려는 찰나.

마왕 바이카르가 먼저 말을 꺼냈다.

“마왕성의 전용 사냥터를 이용할 수 있게 해주지.”

응?

사냥터?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데?

물론 사냥터를 지원해 주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마왕성 전용 사냥터라고 하는 걸 봐서는.

녀석이 소유한 마왕성에 있는 사냥터라고 보면 될 것 같았다.

무엇보다 다른 유저들의 간섭 없이 쓸 수 있는 사냥터라는 건 꽤 매력적인 일이다.

더구나 무려 마왕 서열 1위가 보장하는 사냥터.

안 그래도 급성장이 필요한 내게 있어서 이런 사냥터는 너무 필요했다.

문제는.

그 사냥터의 레벨대가 문제라는 건데.

“지원해 줘도 난이도 때문에 사냥을 못 한다면?”

“그런 것까지 내가 신경 써야 하나?”

큭.

틀린 말은 아니긴 한데.

그래도 어느 정도 사냥 가능한 사냥터를 추천해 줘야 하는 거 아냐?

막말로 시작부터 레벨 500대가 넘는 사냥터에 가서 사냥을 하라고 하면 한 마리를 잡다가 시간을 다 보낼 수도 있었다.

어쩌면 그보다 더 높은 사냥터라면 그것도 문제고.

물론 마계의 어지간한 몬스터들을 쓸어버릴 수 있는 그랜드 크로스가 있긴 한데…….

이걸 쓰면 쓰는 대로 또 문제였다.

이번 같은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으니까.

마계에 있는 마왕들이 다시 우르르 몰려와서 농성이라도 벌이면 곤란하지.

더구나 지금 대천사의 검을 가진 것은 마왕 스티어야 하는데.

내가 그랜드 크로스를 써버리면 바로 들통나버리게 된다.

이거 손발 다 묶어놓고 싸우라고 하니…….

그때 마왕 바이카르에게서 검은 기운이 뭉쳐졌다가 내게 날아왔다.

그 기운이 내 앞에 날아와서 맴돌자 순간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 마왕 바이카르가 마왕성 전용 사냥터의 입장 권한을 허락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 》

이건 나뿐만 아니라 재중이 형에게도 같이 뜨는지 마왕 바이카르를 바라보며 말했다.

“호오, 마왕 바이카르. 생각보다 통이 큰데?”

화련은 얼떨결에 받아버리곤 조금 의아한 눈치였지만.

“뭐야? 설마 나도 마왕 선발전에 참가하라는 건 아니겠지?”

내 생각에도 마왕 바이카르가 화련의 참가를 고려해두고 한 건 아닌 것 같았다.

재중이 형이야 뭐.

어떻게든 가능하겠지만.

화련이 단독으로 마왕을 상대하기에는 역시 좀 버거운 느낌이 있다.

그런 우리에게 마왕 바이카르가 말했다.

“알아서 판단해 원하는 녀석들과 같이 마왕성 전용 사냥터로 데리고 들어가도 좋다.”

《 마왕성 전용 사냥터의 입장 권한은 같은 파티에 속한 인원에게 동등하게 부여됩니다. 》

《 단, 최초 입장권을 받은 유저가 파티에 속해 있어야 파티원들이 입장할 수 있습니다. 》

《 입장 권한을 가진 유저와 적대적인 세력의 유저들은 파티를 해도 입장할 수 없습니다. 》

《 최초 입장권을 가진 유저들끼리 파티를 해도 동시에 입장할 수 있습니다. 》

《 전용 사냥터 입장 권한은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습니다. 》

그와 함께 뜨는 시스템 메시지들.

흐음.

이건 나쁘지 않다.

아니 오히려 좋은 편에 속한다.

혼자라면 버거운 사냥터라도 파티를 하면.

충분히 자리를 잡고 사냥할 수도 있을 테니까.

거기다 탱딜힐의 구조를 갖추면 전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게 된다.

바로 생각나는 건 역시 전사 형과 챠밍, 이쁜소녀, 나르샤 누나, 막내별이겠지.

이렇게 파티를 구성할 수 있으면.

나뿐만 아니라 그들 모두 급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도 다른 유저들의 방해 없이.

물론 사냥터에서 버텨낼 수 있느냐의 문제가 있긴 해도.

이들과 함께라면 충분히 가능하리라고 본다.

함께 싸우면 공방을 다 해야 하는 상황과 달리 온전히 딜에 집중할 수 있기도 하고.

폭발적으로 딜을 끌어올릴 수도 있겠지.

재중이 형은 크게 상관없다는 듯 웃음 지었고.

화련은 전용 사냥터에 같이 갈 사람들을 생각하는지 생각에 잠겨 있었다.

화련 입장에서는 더없이 좋은 기회나 마찬가지다.

우연찮게 날 따라와서 마왕성 전용 사냥터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잡았으니.

솔직히 이건 어디 가서 돈 주고도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니까.

“좋아.”

화련은 꽤 만족한 듯 손을 들어 시스템 메시지를 눌렀다.

나 역시 마찬가지.

허락을 누르자마자 바로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 마왕 바이카르의 전용 사냥터 입장 제안을 받아들이셨습니다. 》

《 전용 사냥터 입장 허가는 마왕 바이카르가 해제하기 전까지는 유효합니다. 》

그리고 마지막에 뜨는 시스템 메시지.

《 마왕성 전용 사냥터 『 고대 마수의 탑 』 의 입장권한을 획득했습니다. 》

고대 마수의 탑?

재중이 형이 시스템의 이어진 설명을 보더니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호오, 탑 형식이었어?”

확실히 괜찮다.

탑 형식이라고 하면 층수가 있다는 뜻이고.

그건 층수의 레벨별로 난이도 차이가 난다는 뜻이었다.

어쩌면 다른 방식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너무 높은 사냥터여서 아예 사냥을 못 하게 되는 일은 없을 거라는 거다.

마왕 바이카르가 자신이 그런 것까지 신경 써야 하냐고 말한 게 괜히 그런 게 아니었네.

화련 역시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말은 안 해도 화련도 은근히 난이도를 신경 썼나 보네.

“난 좋아.”

“뭐 저도 괜찮네요.”

마왕 바이카르가 아이템을 지원해주지 않는 것은 좀 그렇지만.

이 전용 사냥터를 받은 이상.

아이템에 대한 생각은 좀 많이 희석되어 사라진 상태다.

그런데 지금은 아이템에 대한 생각보다 이 사냥터의 이름이 문제였다.

재중이 형을 보면서 물었다.

“형, 예전에 네임드를 고대 마수라고 부르지 않았어요?”

내 말에 재중이 형도 눈치챘는지 다시 시스템의 설명을 보았다.

“이거 참. 곤란하네.”

그런 나와 재중이 형을 본 화련이 의아한 듯 물었다.

“왜 그래?”

“아, 고대 마수가요. 유저에게는 네임드라는 뜻이거든요.”

“응?”

그리곤 화련도 말뜻을 알았는지 조금은 심각한 표정으로 변했다.

“설마 네임드 밭이라던가 그런 거야? 네임드만 우르르 나오는?”

“음, 높은 확률로요. 이름부터가 벌써 네임드 탑이잖아요.”

“미친, 무슨 난이도가 이런 식이야.”

마왕 바이카르의 마왕성.

그것의 전용 사냥터라고 했을 때부터 알아봐야 했다.

절대 평범한 사냥터를 아닐 거라고.

저 녀석이 주는 사냥터가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그런 사냥터일 리가 없는데.

너무 지금 상황을 쉽게 봤다.

그런데 재중이 형은 오히려 조금 재밌어하는 듯한 표정이긴 했다.

“네임드면…… 아이템 잘 주겠는데?”

“아, 뭐 그렇긴 하겠죠.”

이미 재중이 형 머릿속에는 네임드가 많아서 못 잡는다라는 선택지는 없어진 모양이었다.

그리고 씨익 웃으면서 속으로 내게 말했다.

<불멸> 이번에 테르타로스. 거기서 잔뜩 키워오면 되잖아.

<주호> 아…… 그렇죠.

보통은 네임드는 굉장히 리젠이 느린 몬스터였다.

필드고 던전이고 할 것 없이.

경쟁이 심한 곳에서는 한 마리를 선점하기도 힘든데.

많이 잡을 수 있을 리가 있나.

때문에 테르타로스의 특성.

같은 몬스터를 많이 잡으면, 점점 스탯이 누적되어 능력치가 올라간다.

이걸 활용하는 데 있어 일반 몬스터라면 해볼 만했지만.

네임드는 애초에 불가능한 이야기였는데.

이 고대 마수의 탑은.

어쩌면 그게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그러자 문득 녀석에게 시선이 돌아갔다.

설마 마왕 바이카르 저 녀석.

내가 테르타로스를 가진 걸 알고 일부러 여길 빌려주는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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