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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954화 (944/1,404)

#954화 마왕성 구축 (9)

우리가 쏘아 올린 불은 지금은 아주 활활 타올라 더없이 화려한 불길을 뿜어내고 있었다.

두 거대 연합 사이에서.

중요 거점들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매일 치고받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상황이랄까.

누군가 하나가 그만두려고 하면 어떻게 그만둘 수야 있겠지만.

이젠 이득뿐만 아니라 서로의 자존심 때문에라도 여기서 물러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적들의 심장부를 박살낼 한 방이 양쪽 다 부족했다.

초월 연합 쪽은 실력은 있으나 전체적인 물량이 다소 적은 감이 있었고.

패황 연합은 넘치는 병력으로 거점 방어만 하면서 간간이 반격에 나서는 정도였다.

“한자리에 다 불러놓고 보면 꽤 재밌겠어요.”

만나는 순간 바로 칼질을 하지 않으면 다행이랄까.

일단 다들 마왕성을 둘러보는 사이 나와 재중이 형, 전사 형, 사장님은 앉아서 손님 맞을 준비를 했다.

먼저 전사 형이 아는 정보망을 통해 우리가 원하는 대로 작업을 해놓았다.

《 최남단에 있는 마왕성 시아트에서 경매 진행할 예정입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직접 회신 바랍니다. 참고로 자본금 10억 이하로는 경매에 참가 불가능하니 유의해 주십시오. 》

그것도 한 곳이 아니라 각종 포털 사이트에 일제히 올려놓자 반응은 유저들에게 폭발적으로 돌아왔다.

- 마왕성 시아트? 거기 유저가 들어갈 수 있는 데가 맞아?

- 안 될걸? 전에 랭커들이 사냥터 알아본다고 접근했다가 다 죽었음.

- 그쪽이 리퍼들 영역일 건데. 어지간해서는 절대 사냥 못 함.

- 거기 잡몹들도 레벨 500 아님?

- 근처에 가면 네임이 시뻘겋게 보이든데……

- 말도 마라. 한 마리만 건드려도 수십 마리가 따라붙는데 미치는 줄.

- 큭, 니들이 데스사이드에 맞아 봐야 안다. 낫 그거 사거리 측정 어려워서 첨 가면 무조건 맞아 뒤짐.

- 심지어 그 사냥터 애들 기본 옵션이 은신임. 하나도 안 보이는데 우르르 몰려다닌다고 생각해 봐. 사냥이 되겠냐.

- 애초에 자리 유지도 안 됨. 좀만 가만히 대기하고 있으면 데스사이드 수십이 날아와서 어느새 목이 날아가고 없다.

- 제일 위험한 게 거기 있는 마왕이잖아. 뭐라더라? 마왕 스티어던가?

- 아, 맞다. 그 새끼는 은신 감지 스킬 써도 감지 자체가 안 됨. 사냥터에 한 번 뜨면 거기 있는 놈들 그냥 다 죽는다고 보면 됨.

- 근데 어떤 미친놈이 이런 장난 치냐? 마왕성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성문 넘어가기도 전에 니 목 날아간다.

- 거기다 마왕성 안에서 경매를 해? 지가 마왕 스티어 친구라도 되냐? 목이 막 백 개씩 있는 거야?

- 누가 헛소리했는지 모르겠지만. 무시해도 될 듯.

- 음, 하지만 이거 올린 놈이 장난 아닌데?

- 어? 방패전사잖아?

- 방패전사가 올린 글은 공신력 꽤 높지 않나?

- 그러게. 출처 보고 나니 완전 느낌이 다르네.

- 진짠가? 마왕성 들어갈 수 있는 게?

- 아니, 생각해 봐. 전에도 마왕성 베르테니아 뚫었는데 여기는 안 된다는 보장 있나.

- 에이, 그때는 주호가 있을 때고. 그때 완전 전성기였잖아.

- 설마 주호 돌아온 거 아냐?

- 모르지. 아무튼 난 일단 돈 없어서 못 할 듯. 최소가 10억이라는데.

- 하, 스케일 봐라. 어지간한 놈들은 끼지도 말라는 거지.

- 대체 뭘 팔길래 저래 불러?

- 아, 궁금해서라도 가 봐야겠음.

유저들의 시선을 확 사로잡은 게시글은 순식간에 곳곳에 도배가 되어 다른 사이트들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이게 공신력인가.

전사 형이 글을 올렸다는 것 하나만으로 이미 글에 힘이 생겨 버렸다.

하긴 그동안 뭐 하나 올렸다 하면 전부 파장이 큰 글만 올렸으니.

정말 말이 안 되는데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유저들이 그렇게 믿는 모양이었다.

거기다 사장님도 아는 인맥들을 통해 여기저기 연락을 돌렸는데 이게 또 어디선가 퍼져나가 하나의 사실로 인정받는 분위기였다.

“아, 그러고 보니 사장님하고 전사 형이 서로 싸운 걸로 되어 있지 않았어요? 싸워서 길드 탈퇴하고 나왔다고.”

그러자 전사 형과 사장님이 잠시 서로를 바라보다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곤 전사 형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화해했다고 하면 되지 뭐.”

전사 형의 너무 간단한 한 마디에 나도 할 말을 잃어버렸다.

하긴.

다크 애로우는 유저들의 눈을 잠시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임시로 만든 길드니까.

본인들이 화해했다는데 다른 곳에서 뭐라고 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젠 별로 의미가 없는 일이기도 했다.

두 연합을 전쟁에 휘말리게 한 싸움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아는 유저들이 얼마나 있을까.

패황도 지금쯤이면 다크 애로우를 신경 쓸 겨를도 없을 것이다.

매일 전쟁한다고 바쁜데.

“쓸 만큼 썼으니 이젠 고이 보내줘야겠지.”

“아쉽네요. 나름 정이 들었는데.”

“필요하면 나중에 위장 길드로 다시 쓰면 돼.”

이윽고 전사 형이 다크 애로우 길드를 완전히 정리해 버렸다.

《 길드 마스터 권한으로 다크 애로우 길드가 해체됩니다. 》

그리고는 다들 원래의 신화 길드로 다시 복귀했다.

“오랜만에 돌아오니 감회가 새롭네요.”

이제야 제 옷을 입는 기분이랄까.

“그럼 슬슬 손님들을 맞이해 보죠.”

* * * * *

소문은 돌고 돌아 어느덧 마왕성 시아트의 외곽으로부터 유저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긴가민가하면서 눈치만 보던 유저들이 몰려들자 그것도 화제가 되어 다시 몇몇 방송하는 유저들을 통해 다시 퍼져 나갔다.

막상 오기는 왔는데 죽을까 봐 더 못 들어오는 건가.

“아무래도 마중 나가야겠네요.”

그리고 곧장 가지고 있던 무역선 중에 하나를 불러내었다.

이건 유저들을 기다리는 사이 완전히 수리를 마친 녀석이라 마계의 환경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이 하늘을 날아오를 수 있었다.

전사 형도 흡족한 듯 웃었다.

“보여주기로는 딱 좋은데?”

그렇게 거대한 무역선이 떡 하나 나타나 하늘을 뒤덮자 유저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하늘로 올라갔다.

“어?”

“비공정?”

“마계에서 쓸 수 있는 비공정이 남아 있었어?”

“선체가 멀쩡하잖아?”

“어디서 수리한 거야?”

이전에야 마왕성 베르테니아가 있었으니 수리와 관리가 가능했지.

지금은 그게 안 되니 마계에서 비공정의 맥이 끊긴 지 꽤 되었다.

특히 타르 엔진.

마계의 비공정은 전부 타르를 돌려서 나니까.

“어쩌면 전신이 그렇게 마왕과 한판 붙으려던 게 마왕성의 도크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재중이 형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이유도 있겠지. 비공정은 돈이 되니까.”

마왕을 잡을 수 있는 무기에 그렇게 목을 매달았던 이유도 아마 그런데 기인했던 거려나.

뭐 주된 목적은 그 지역의 패자가 되는 데 있겠지만.

겸사겸사 옵션이랄까.

“아마도 전신이 꽤 배가 아프겠어요.”

“큭, 비공정 시장을 먼저 선점해서?”

“네, 꿈에서도 바라 마지않던 사업일 텐데.”

사냥터의 네임드 독점만큼이나.

이 비공정 사업은 돈이 된다.

오히려 지금 같은 경우는 그보다 훨씬 큰돈이 될지도 모르고.

“마왕성 지분이 비공정 생산대수에 연관이 있다고 했죠?”

그러자 전사 형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도크 장과 이야기해 알아보니 그렇더라고. 지분에 따라서 살 수 있는 비공정 숫자가 달라진다더라.”

“그동안 마왕이 지분 100%였으니…….”

“혼자서 다 사고파는 거지.”

반대로 지금은 우리 지분이 절반이나 된다.

이건 마왕 시아트에서 생산되는 비공정의 절반은 우리 거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물론 그걸 우리가 생산할 수 있는 자금이 있어야겠지만.

마왕도 그동안 비공정을 생산 안 하고 싶어서 안 한 게 아니었다.

일단 자금이 없으니까.

거기다 도크 자체가 개발이 덜 되어 생산에 한계가 있었다.

“어차피 우리가 전부 생산할 수는 없어요.”

마왕성 시아트가 커지고 점점 도크가 커지면 분명 생산 가능한 숫자가 늘어난다.

그렇지만 그걸 우리가 다 생산하고 판매하기에는 꽤 큰 부담이 있었다.

거기다 언제 다른 마왕과 전쟁을 할지 모르는 상황이라.

“그래서 지분을 판다는 거지?”

“네, 위험 부담은 나눠 가져야죠.”

먹는 게 조금 줄어들 수는 있다.

하지만 이렇게 지분을 팔아치우게 되면 그 부담은 더 이상 우리만의 부담이 아니게 된다.

무엇보다.

우리는 급전을 땡길 수가 있으니까.

위험부담은 분산시키면서 당장 쓸 수 있는 돈은 더 늘어난다.

그리고 그 돈은…….

따로 쓸 곳이 있지.

그렇게 비공정이 유저들이 몰려 있던 경계에 내려앉자 웅성거리는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그중 누군가가 우리를 발견하고는 크게 외쳤다.

“주호?!”

“세상에, 주호 복귀했어?”

“미친, 빅 뉴스잖아.”

“와, 이러면 마왕성도 말이 되지. 누구보다 주호 아니냐.”

“불멸도 있고.”

“방패전사하고, 이쁜소녀. 챠밍. 막내별까지.”

“원년 멤버들 다 있잖아?”

“이제 신화 길드 다시 보게 되는 거야?”

“복귀 신고로 마왕성이라니. 역시 주호네.”

그런 반응을 보고는 나도 모르게 속으로 미소 지었다.

저 사람들.

내가 복귀식으로 그동안 무슨 일을 하고 다녔는지 알면 절대 저렇게는 말 못 할 텐데.

지금 두 거대 연합을 치고받게 만든 장본인이 나라는 걸.

그런 그들을 내려다보다 전사 형에게 신호를 하자, 전사 형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유저들에게 환하게 웃으면서 외쳤다.

“다들 마왕성 시아트로 모시도록 하죠. 탑승하시죠.”

* * * * *

탑승하는 과정에서 조금 실랑이가 있긴 했지만.

경매 참가비로 10억이라는 최소 자격 조건을 확인하자 그런 불만은 중간에 쏙 들어가 버렸다.

이 금액을 이체가 가능한지 확인만 해보면 바로 아는 거라.

그리고 첫 번째 승객으로 꽤 거물들이 올라탔다.

이걸 오랜만이라고 해야 하나.

내가 흘깃 보자 혼령이 잠시 눈을 마주쳤다가 인사를 해왔다.

“혹시 절 아십니까?”

“아아, 거대 연합의 기둥인 분인데요. 모를 리가 있나요.”

사실은 그보다는 좀 더 친숙하다.

그것도 꽤 많이.

“잘 아신다니. 앞으로가 기대되는군요. 좋은 자리에서 따로 가능하시다면…….”

일단은 줄을 대본다는 거려나?

혼령은 인재 욕심이 넘치니까.

“하하, 경매가 끝나면 가능할 겁니다.”

“흠, 아쉽지만 그렇게 하죠.”

혼령이 물러나자 얼마 뒤 패황 역시도 내게 인사를 해왔다.

이게 첫 대면이겠지.

“패황 연합의 장인 패황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혹 괜찮으시다면 따로 자리를 만들고 싶군요.”

패황 역시 혼령과 마찬가지.

비록 전대의 영광이기는 해도.

한때는 서버를 주름 잡았던 터라.

하지만 만약 내가 이렇게 비공정을 타고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네.

패황 역시 혼령과 같은 태도로 적당히 상대하는 동안 전신이 내게 다가왔다.

그러자 패황이 무서운 기세로 전신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시선만으로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게 아마 저런 거려나.

패황의 이가 갈리며 으득 하는 소리가 나는 걸 봐서는 꽤나 고생한 듯한데.

그 시선을 본 전신은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패황의 시선을 넘겨버렸다.

마치 넌 내 상대가 안 된다고 하는 딱 그런 표정.

곧 패황이 전신을 노려보며 경고했다.

“넌 오늘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할 거다.”

“어디 한 번 해보시던가.”

그렇게 서로 활활 불붙는 모습을 보고는 왠지 이 경매가 성공적으로 끝날 거라는 걸 예감할 수 있었다.

그 사이 혼령이 내게 다가와 물었다.

“그런데 대체 뭘 판다는 겁니까?”

혼령의 의문.

이건 여기 탑승한 유저들 대부분도 마찬가지였다.

제한이 10억이라 해서 다들 일단 타고 본 모양인데.

정작 물건이 뭔지는 모르는 상태.

그 질문에 한쪽 발을 들어 그대로 바닥에 굴렸다.

탁탁.

소리에 따라 곧 유저들의 시선이 내 발끝에 모이자 웃으면서 대답해주었다.

“이 비공정. 그리고 비공정을 생산 가능한 도크까지. 어떻게 다들, 마음에 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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