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3화 마왕성 구축 (8)
마왕성 시아트.
유저들이 이곳에 투자를 하려고 한다면 과연 뭘 바라보고 투자를 할까?
그건 바로 수익성.
최소한 이곳에 발을 담금으로 자신들에게 이익이 나야지 유저들은 움직인다는 거다.
그런데 문제는 이곳 시아트는 유저들을 유혹할 만한 괜찮은 특산품이 전무하다시피 했다.
기껏 찾으려고 한다면 리퍼들이 들고 있는 무기 정도랄까.
거대한 낫의 형태를 한 기형 무기.
아이템이 유저 평균보다 레벨 대가 높으니 당연히 팔리기는 할 테지만…….
재중이 형은 리퍼들의 무기인 데스사이드를 잠시 도크 장에게 빌려 이리저리 휘둘러보았다.
처음 쓰는데도 꽤나 안정적인 궤적에 박수를 보냈고.
하지만 재중이 형은 조금은 불편한 것 같은 팔의 움직임과 스탭을 그만두면서 말했다.
“이 데스사이드라는 게 다루기 쉬운 물건은 아니지. 생각보다 훨씬 컨트롤이 어려운 편이야. 일반적인 아이템들과는 타격 범위라던가 날의 타격 위치, 전체 무게 밸런스, 그립의 위치 등 모든 점에서 기존의 무기와는 차이가 있어. 아마 어지간한 중급자 수준에서도 이건 제대로 활용하기가 힘들거다.”
“그 정도예요?”
“어, 팔에서 일직선으로 뻗어 나가는 검 계열 무기들하고는 천지 차이지. 그렇다고 직선적인 창의 궤적과도 다르고. 모든 공격이 회전을 이용한 거대한 반경을 그려야 할 텐데…….”
“좁은 곳에서는 사용하지 못하겠네요.”
“일단 회전 반경이 크니까. 반달에 가까운 낫을 적중시키려면 무조건 일정 거리를 유지해야 해. 낫의 대를 이루는 부분에서는 그렇게 유효할 타격은 나오지 않을 테니. 거기다 낫이 휘어져 있으니 휘두르는 사람의 거리감에 꽤 많은 부분을 의지해야 하거든.”
낫이라는 게 중간과 바깥쪽은 리치가 긴 반면에 창대에 가까워질수록 거리가 짧아지는 구조였다.
거리감이 어지간히 좋지 않은 이상 그냥 휘둘러서 가만히 서 있는 물체에 타격을 먹이는 것 자체가 힘들지도.
“그리고 창이야 짧게 잡아 회수하면 그만이라지만. 이건 또 그렇지 않거든. 중간에 뭔가의 물체에 낫의 안쪽이 걸리기라도 하면 꽤 난감할 수도 있어.”
재중이 형의 평가는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쪽에 가까웠다.
“단점만 있어요?”
“으음, 꼭 그렇지만은 않지. 잘만 쓰면 굉장히 유용할 수도 있어. 특히 변화무쌍한 타격 범위랄까. 조금만 비틀어도 낫의 공격 범위가 확연하게 바뀌거든. 방어하는 적 입장에서는 예측하지 못하는 궤적으로 낫이 들어오게 돼. 거기다 낫의 기형적인 구조 덕분에 닿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공격도 거리감이 달라 유효타가 될 수도 있을 테지.”
“꽤 까다롭네요.”
“어, 일단 다루기는 힘든데 다룰 줄만 알면 이거보다 무서운 무기도 없을 거다. 컨트롤 빨을 아주 많이 타는 무기야. 누가 잡느냐에 따라 대미지 평균이 확연히 달라질 거다.”
“잘 쓰면 좋은데 못 쓰면 깡통?”
“뭐 그런 셈이지. 유저들이 몇 번 쓰다 보면 아마 소문나서 잘 안 팔릴 거야.”
좋은 무기인데 쓰기는 난해한.
그래서 수익성을 크게 기대하기는 어려운 딱 그런 무기라는 거다.
문제는 이 마왕성 시아트의 특산물이라 할 만한 게 이 데스사이드밖에는 없다는 것이다.
원래 있던 건 마왕 스티어가 이곳을 차지하는 와중에 박살을 내놓은 듯 했고.
그나마 리퍼들이 쓰는 아이템들 중 몇 개 정도가 쓸만하긴 했지만.
이것만 바라보고 유저들이 이곳을 찾을 거라는 생각은 너무 안이한 상상이었다.
“역시 이것뿐이죠.”
현재 유저들이 세우는 거점에서는 절대 구할 수 없는.
“그래, 이것뿐이지.”
마계 전용 비공정 도크.
딱히 이게 마왕성 시아트의 특산물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솔직히 다른 마왕성에도 이런 도크는 존재하니까.
하지만 마왕성에 들어갔다가 허가는커녕 목이 날아가지 않으면 다행이다.
애초에 마왕성이라는 것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던전이나 마찬가지였다.
그것도 레벨 높은 몬스터들이 득실득실한.
마왕 벨라 때야 몬스터 자체가 없었고 본인이 용인해줬으니 들어갔지, 다른 마왕성은 입장 자체가 불가능한 장소였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하나의 마왕성을 또 뚫어두었다.
이런 이점을 살리지 못하면 우리가 바보겠지.
잠시 마왕성 시스템과 비공정 도크를 바라본 재중이 형이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거 스티어하고 다시 말해 봐야겠는데?”
“흥정인가요?”
“어, 우리가 가진 지분이라고 해봐야 1%밖에 안 되니까.”
“더 사들여야겠군요.”
“그렇지. 지금이라면 적은 돈으로도 지분을 상당히 올릴 수 있어. 시아트는 가난한 마왕성이니까.”
“이래서 선점이 중요한 거군요.”
“뭐 이 마왕성을 우리가 무력으로 차지할 게 아니라면야. 선점이 최선이지.”
재중이 형 말대로 나중에 마왕성 시아트의 규모가 커지고 난 뒤에 지분을 사려고 하면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갈 지도 모른다.
반대로 지금은 돈이 적게 든다.
그것도 아주.
한껏 미소 지으면서 재중이 형이 마왕이 있는 본성을 가리켰다.
“어디, 우리 마왕님이 얼마나 지분을 내어놓으실까 한번 볼까나?”
* * * * *
결국 마왕성의 본성에 돌아가 마왕 스티어와 다시금 흥정을 벌였다.
“그러니까 이 돈을 투자할 테니 지분을 더 달라는 건가?”
마왕 스티어의 물음에 잠시 뜸을 들였다가 대답을 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
대놓고 좋다는 표시를 하면 마왕이 눈치 챌 수도 있으니.
하지만 현금으로 대략 30억에 가까운 규모로 투자를 한다고 하자 마왕도 급해지는 듯 살벌하게 눈빛이 번쩍였다.
이건 이번 거점 판매로 얻은 돈을 여기다 다 들이붓겠다는 말이었다.
“그래. 알다시피 이 마왕성을 복구하려면 상당히 많은 돈이 들어. 그리고 우린 그 돈을 투자할 의향이 있다.”
“아까와 달리 적극적이군.”
“회의를 해보니까 이곳에 꽤 미래가 있겠더라고.”
미래가 있는 건 확실하다.
여기엔 비공정 도크가 있으니까.
당장 다른 마왕성을 누군가 구하지 못하는 이상.
한동안은 우리의 완전한 독점이나 마찬가지다.
마왕은 꽤나 솔깃한 표정으로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툭툭 쳤다.
<주호> 저건 고려하고 있다고 봐야겠죠?
<불멸> 어, 투자 단위가 워낙 크니까. 저 돈이면 마왕성을 다시 복구시키는 건 금방이야. 거기다 병력도 추가할 수 있을 테지. 언제 다른 마왕이 전쟁을 걸어올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결코 무시할 수 없을 거다.
마왕 스티어가 고민하는 듯 한참을 생각하다가 이내 말을 꺼냈다.
“흐음, 나쁘지 않은 제안이긴 한데…… 그래서 어느 정도의 지분을 원하는 거냐?”
<주호> 됐네요.
<불멸> 어, 이제부터가 중요해.
지분을 얼마나 줄 건지를 물어오자 내가 곧장 손날로 손바닥을 반으로 가르는 표시를 했다.
“딱 절반이면 돼. 아, 물론 네가 51%고 우리는 49%다.”
시스템을 좀 알아본 결과.
최대의 지분을 가진 녀석이 마왕성의 주도권을 가져가도록 되어 있었다.
한마디로 우리가 50%를 가지게 되면 녀석과 완전히 동등한 입장에서 마왕성을 휘두를 수도 있다는 거지.
하지만 그건 녀석이 원하는 건 절대 아닐 터.
50% 이상의 지분을 괜히 건드려봐야 좋은 게 하나도 없었다.
“흠, 곤란한데. 마왕성의 지분을 그렇게 가지는 건…….”
“뭐 어차피 우리가 아무리 가져봐야 50%는 못 넘잖아. 네가 더 팔지 않는 이상은.”
“그렇긴 하다만.”
49%로는 무슨 짓을 해도 마왕성의 주도권을 가져올 순 없었다.
이건 마왕 스티어가 제일 잘 알고 있을 테고.
그래서 녀석이 고민을 하는 것이다.
줄 수는 있는데.
조금은 찜찜하달까?
그런데 생각해봐도 문제 될 건 없었다.
결국 본인이 지분을 더 팔지 않으면 그만이니.
“결정은 네가 해. 우리도 이만한 자금을 들이부으려면 그만큼 보증이 있어야 하잖아. 네가 자금을 홀라당 먹고 배 째면 곤란하다고.”
막말로 이 지분이면 마왕성 절반은 마비시켜버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녀석이나 우리나 원하는 게 아니니.
그러니까 쓰지도 않을 지분.
내놓으라고.
우리가 좀 쓰게.
결국 마왕 스티어가 졌다는 듯 손을 저었다.
“좋아. 지분을 내어주지. 하지만 이걸로 다른 생각한다면 가만두지 않겠다.”
<주호> 됐어요.
<불멸> 빙고.
곧바로 마왕 스티어가 내게 지분을 추가로 넘겨주었다.
《 마왕 스티어가 유저 주호에게 마왕성 시아트의 지분을 48% 양도합니다. 》
이전에 가지고 있던 1%의 지분.
그리고 이번에 받은 48%를 합쳐서.
《 마왕성 시아트 지분 영역 》
- 마왕 스티어 51%
- 유저 주호 49%
“그럼 우리도 약속을 이행하지.”
동시에 가지고 있던 현금을 모두 게임 머니로 바꿔서 마왕 시아트에게 넘겨주었다.
완전히 거래가 끝나자 마왕 시아트도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마른 논바닥에 물을 뿌리는 심정이 저럴까.
“좋은 거래였어.”
“그렇군.”
이 돈을 기반으로 마왕성은 빠르게 복구하면서 성장할 터.
그러면 자연스럽게 지분의 가치도 올라가게 되어있었다.
하지만 단지 그것만 하고 끝낼 거라면.
이만한 돈을 들이지도 않았지.
곧장 사장님과 전사 형에게 연락을 넣었다.
<주호> 모두 마왕성 시아트로 모여주세요.
* * * * *
우리가 마왕 스티어에게 돈을 넘긴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이미 마왕성 곳곳에 건물이 올라가고 성벽이 복구되면서 원래의 형태를 갖춰가기 시작했다.
“큭, 돈이 좋긴 좋아.”
“하하…….”
재중이 형과 웃으면서 본성의 한 커다란 방에서 기다리고 있자 곧 우리 팀과 사장님이 방문했다.
사장님은 감탄한 눈치로 이곳저곳을 둘러보았고 전사 형은 놀란 눈빛을 감추지 못해 내게 물었다.
“마왕성에 볼일이 있다더니…… 아예 자리 잡았잖아?”
“하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흐흐, 진짜 넌 난 놈이야.”
챠밍도 놀라움을 표시했다.
“이제 여기서는 안전해요?”
“응, 마왕성이니까. 최소한 다른 마왕과 전쟁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은 괜찮겠지.”
이쁜소녀도 거들었고.
“와, 그럼 마왕하고 친구 먹은 거예요?”
“아, 친구까지는 아니고. 엄연히 이거 돈 주고 차지한 거야.”
“에, 마왕이 돈을 밝히다니.”
이쁜소녀의 말에 재중이 형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전쟁도 돈이 있어야 한다니까?”
“으음, 그건 그래요.”
나르샤 누나, 막내별은 이미 생각을 포기한 듯 그냥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더 놀랄 것도 없네. 마왕을 구워삶다니.”
“정말 대단하네요. 지금 방송 내보내면 난리 날 듯한데.”
그런 그들을 보고 웃음 짓다가 전사 형을 바라보았다.
“전사 형, 서버에 돈 좀 있다 싶은 유저는 전부 불러모아 주세요.”
“음? 뭐 좋은 물건이라도 있어?”
그러자 모두가 내 대답을 기대하는지 내게 시선을 집중했다.
“네, 이곳 마왕성요.”
정확하게는 이곳 마왕성의 지분만을.
마왕성이라는 말에 다들 깜짝 놀란 듯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보고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아, 특히 초월 연합의 전신하고…… 패황, 혼령은 꼭 불러주세요. 전쟁 중인 두 연합을 경쟁 붙이면. 얼마나 돈을 뽑아낼지 꽤 궁금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