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7화 마왕성 구축 (12)
화련을 포함한 다수 유저들을 태운 비공정은 곧 마왕성 시아트에 도착했다.
처음 수송 때보다 지금이 더 많은 유저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단순히 소문만 듣고 온 유저들이 아닌 정말 투자할 목적으로 온 유저들이 많았다.
이들을 마왕성 시아트에 돌아다니게 할 수는 없어 중앙성의 큰 공터로 모이게 했다.
웅성웅성.
서로를 알아보고 눈을 부라리는 유저들이 있는 반면.
그럭저럭 괜찮은 관계를 유지하는 유저들은 같은 그룹으로 묶여 한 자리를 만들었다.
전신과 패황, 혼령은 서로 멀찍하게 떨어져 자리를 잡았다.
현재 전쟁 중인 전신과 패황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패황과 혼령은 서로 사이가 회복이 되지 않은 듯한데?
이미 상당히 골이 깊어져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화련은 또 이들과 꽤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이곳에 모인 유저들 그 누구와도 자리를 함께하지 않았다.
고고한 여왕님이랄까.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최강 길드의 길드장 카이저입니다. 어렵게 자리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시간이 없으실 테니 간단한 설명과 함께 바로 경매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장님이 마왕성 시아트의 대한 표면적인 정보를 읊어주고 난 뒤 바로 지분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어차피 유저들의 관심은 이것뿐이니 다른 것들로 시간을 끌며 길게 말할 필요도 없었다.
“다들 알고 있다시피 비공정을 제조할 수 있는 도크가 이 마왕성 시아트에 있습니다. 우린 이 도크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인 마왕성 지분을 경매로 팔 것입니다. 참고로 지분 1%당 비공정은 한 대씩 건조가 가능합니다.”
원한다면 지분을 늘려 여러 대의 비공정을 동시에 건조할 수도 있을 것이다.
비공정을 건조할 재력까지 있다는 가정하에.
지긋해 보이는 한 남성 유저가 손을 들어 물었다.
“지분이라 함은 하나가 아닌데 어떻게 경매를 합니까?”
“지금 설명드리죠. 간단합니다. 우리가 팔 지분은 총 24%. 원하는 만큼의 지분을 말씀하시고 돈을 거시면 됩니다.”
사장님의 말에 좌중이 혼란에 빠졌다.
모두의 예상과는 다르게 경매가 이루어졌다.
다른 곳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방식.
“단 한 번의 경매로 끝이 날 수도 있겠군요.”
한 여성 유저의 질문에 사장님이 빙그레 웃으며 답해주었다.
“맞습니다. 큰돈을 거시면 한 방에 끝이 날 수도 있겠군요.”
아니다.
이 경우에는 유저들의 생각과는 좀 다르게 흘러갈 수도 있었다.
이를테면.
나머지를 포기하고 단 1%의 지분만을 원한다면 그 가격을 얼마든지 높게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괜히 참가 조건으로 최소 10억을 잡은 것이 아니다.
이 1%를 원하는 사람들이 지분을 갈기갈기 찢어서 가져간다.
자금이 허락하는 선에서.
급하게 계산에 들어가는 유저들의 모습.
<불멸> 어차피 1%만 원하고 들어온 유저들도 있어. 비공정도 비공정이지만 이곳 마왕성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충분할 테니.
당장 전쟁을 할 게 아니라면 비공정의 숫자는 적어도 된다.
이들이 원할 만한 것은 또 다른 이득이다.
마왕성을 기준으로 잡아 주변의 사냥터를 개척할 수 있다면?
상위의 물약이나 아이템을 마왕성을 통해 공급받을 수도 있다.
하기에 따라 1%는 충분히 이득을 볼만한 수치.
이 1%가 있고 없고가 문제지.
한마디로 자신이 가져온 10억의 최소값이 이 1%에 전부 쓰이면?
“자, 그럼 경매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자유 경매.
거래 방식과 형식이 없다.
마음대로 지분을 부르고.
값을 매기면 된다.
따라갈 사람은 따라가고.
안 되면 죽으면 된다.
간단하지만.
굉장히 어려울 수도 있는 게임.
먼저 아까의 질문을 했던 남성 유저가 손을 들어 가격을 개시했다.
“5% 지분을 10억에 구매하고 싶습니다.”
<주호> 전사 형. 저 사람이 상인 연합이라고 했죠?
전사 형이 고개를 끄덕였고.
유저들은 계산에 들어갔다.
1%당 2억이라는 거금.
작다면 작지만.
전체 지분을 생각해보면.
굉장히 큰 액수가 된다.
24%를 저 가격대에 팔게 되면.
최소 48억이라는 돈이 나오니까.
지켜보던 아까의 여성 유저가 손을 들었다.
“10% 지분을 25억에 가져가고 싶어요.”
<주호> 누구죠?
<방패전사> 중립 연합 중에 꽤 큰 연합이 있어. 전신이나 패황의 세력보다는 크지 않지만.
양측의 전쟁에 끼어들지 않은 중립 연합.
그들도 이번에 기회를 잡고 싶어 했다.
그 시작은 비공정.
<주호> 자금이 꽤 있겠네요.
<방패전사> 사실 전체 자금만 따지면 밀리지 않을걸?
<주호> 그 정도인가요?
<방패전사> 연합을 한두 사람의 자금력으로 끌고 가는 게 아니라 소속 유저 전체로 봐야 하니까. 그걸 다 걸 수 있느냐의 문제는 둘째 치더라도.
나쁘지 않은데?
전신, 패황, 혼령.
거기에 화련의 사파전이 될 거라 생각했던 경매가 뜻밖의 유저들이 끼어들면서 후끈하게 달아올랐다.
“5% 지분을 15억에 가져갈게요.”
“10% 지분. 31억.”
.
.
1억이 마치 도박장 칩이라도 되는 듯 계속 끌어올리는 두 사람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가격은 고점을 찍었다.
잠시 뒤.
가만히 지켜보던 패황이 손을 들어올렸다.
이제 끼어드는 건가?
유저들의 시선이 모이자 패황이 짧게 말을 꺼냈다.
“24% 전체 지분. 80억에.”
앞선 두 사람처럼 지분을 나눠서 사가는 게 아니라.
아예 시작부터 전체 지분을 원하며 한 번에 불렀다.
1%당 3.3억 정도.
지금 패황이 부른 가격에만 팔아도.
이미 우리가 마왕 스티어에게 지분을 구매한 돈을 회수하고도 한참 남는다.
그때 전신도 손을 들면서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24% 전체 지분. 100억.”
100억이라는 말에 유저들의 웅성거림이 완전히 멎었다.
두 자리대와 세 자리는 아예 느낌부터가 다르지.
방금 전신의 베팅으로.
1%당 4억이 넘었다.
이젠 쉽사리 넘볼 수 없는 지분이 되어간다.
그게 1%라 하더라도.
전신이 올려놓은 가격에 앞선 상인 연합과 중립 연합의 대표가 표정을 구겼다.
앞으로 1%의 지분을 가져가더라도.
최소 4억은 불러야 한다.
상인 연합의 대표가 다시 가격을 개시했다.
“5%. 22억.”
결국 가격을 더 올리는 건가.
5%라는 지분을 고수하는 상인 연합.
이유가 뭐지?
<주호> 상인 연합은 5%만 부르네요?
<방패전사> 아마 상인들이 쓸 비공정 생산분의 최소 숫자겠지.
“10%, 45억.”
반대쪽 중립 연합에서는 10%를 계속 불렀다.
<주호> 저쪽은?
<방패전사> 저긴 딸린 식구들이 꽤 많으니까. 연합에 비공정을 각각 나눠주려면 꽤 많은 지분을 사야 할 걸?
전사 형의 설명을 듣고 나니 원하는 지분이 이해가 되었다.
곧 가격이 다시 올라갔다.
“24%, 110억.”
패황은 그들에게 단 1%라도 내어주기 싫다는 듯 또다시 가격을 올렸다.
<주호> 패황도 엄청 달리네요.
지켜보던 재중이 형이 대답했다.
<불멸> 전신에게 지분을 내어주기 싫은 거야. 전신이 지분을 다 가져가게 되면 비공정을 만들어서 바로 전쟁을 뒤엎어버릴 테니까.
<주호> 방어 용도네요.
지금의 지분 경쟁은.
어떻게 보면 거점 방어전의 장외전이나 다름없었다.
이 경매에서 지면.
그동안 힘겹게 유지하던 거점도 동시에 털린다.
비공정은 그런 물건이다.
한 번에 공성전의 승패를 뒤집을 수 있는.
전신 역시 베팅을 더 했다.
“24%, 120억.”
마치 따라올 테면 따라와 보라는 듯.
10억씩 끌어올리는 전신.
이젠 1%당 5억이다.
누가 봐도 부담스러운 금액.
<주호> 전신도 지지 않네요.
<불멸> 그쪽은 뒤가 빵빵하니까.
<주호> 화련의 언니 말이죠.
어느 수준까지 허락을 받아왔는지 모르겠지만.
전신의 느긋한 태도를 보면.
여유가 상당히 남은 것 같았다.
어차피 자기 돈은 아니니.
물 쓰듯이 펑펑 써대도 본인이 속 쓰릴 일은 없다.
반면 패황은 인상을 썼다.
이쪽은 자기 돈이지.
나가는 족족 손해다.
혼령은 의외로 관망하는 태도.
나설 줄 알았는데.
더 기다리겠다는 거려나.
5억 선에서 가격은 크게 뛰어오르지 않았다.
이 가격대는 확실히 부담이 있다.
그게 전신이 되었든.
패황이 되었든.
특히 전 지분을 사고 싶은 두 사람에게는 다른 이들보다 더 큰 부담일 것이다.
그때 조금은 의외의 상황이 생겼다.
구경만 하던 한 남성이 손을 들어 마의 5억대를 깨버렸다.
“1%. 6억에 가져가고 싶군요.”
단 1%.
지금껏 5, 10, 24%를 불러오던 유저들과 달리 이 사람은 오직 1%만을 원했다.
<불멸> 올 것이 왔네.
<주호> 네, 왔죠.
이 경매의 방식은 접근하기에 따라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적당한 지분을 원하는 그룹.
전체의 지분을 원하는 그룹.
마지막.
단 하나의 지분만 원하는 그룹.
지금 그 마지막 퍼즐이 나왔다.
<불멸> 저들은 굳이 높은 지분이 필요 없어. 딱 1%만 있으면 되거든.
0%와 1%는 확실히 다르다.
마왕성에 들어올 수 있고 없고를 결정하니까.
비공정 역시 한 대 정도는 건조할 수 있다.
자신들이 써도 되고.
팔아먹어도 된다.
비공정 한 대 값을 생각해보면.
1%만 해도 충분히 남는 장사.
전쟁에서 반드시 이겨야 하기 때문에 지분을 사려는 전신과 패황과는 접근 방식에서부터 차이가 났다.
이런 차이가 그들이 높은 가격을 낼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불멸> 괜히 10억을 최소 조건으로 건 게 아니거든.
단 1%라 하더라도.
10억의 총알이 있으면.
얼마든지 베팅에 참여할 수 있다.
전신이나 패황이 아무리 가격을 높게 불러도 절대 밀리지 않지.
<주호> 쪼개놓고 보면 이쪽이 더 높은 가격이죠.
그것도 한두 명이 아니다.
“1%. 6.3억.”
“1%. 6.5억.”
.
.
처음 참여한 유저를 계기로 각자 목적이 있는 유저들이 1%만을 구매하기 위해 손을 들었다.
전신이 바로 눈을 찡그렸고, 패황도 인상을 구겼다.
경쟁자가 오직 서로라 생각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대로 가면.
지분이 조각조각 쪼개져 저들 손에 전부 들어갈 판이었다.
만약 전신과 패황이 전체 지분을 사려고 하면.
이젠 최소 150억 이상의 자금이 필요해진다.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하나.
가만히 앉아 수십억을 손해 보는 건 배가 아프지.
1%당 7억이 넘어가자 조금 상승세가 꺾였다.
<주호> 이제 몸을 사리네요.
<불멸> 서로 눈치 볼 때가 됐지.
1%의 가격을 주도하는 것은 중소 연합의 대표들이나 개인 자본가였다.
이들이 무조건적으로 가격을 올리긴 힘들어.
상인 연합, 중립 연합 대표들도 눈치를 보기 시작했고.
전신과 패황은 더 이상은 가격을 올리기 싫은지 손을 들어 올리지 않았다.
결정적인 때를 기다리겠지.
그때 잔잔한 경매장에 누군가 돌을 던졌다.
“24% 전부. 200억.”
웅성.
화들짝 놀란 유저들의 시선이 일제히 돌아갔다.
200억을 부른 것은 바로 화련.
1%당 8억이 넘어가는 돈이다.
“왜? 내가 못 살 것 같아?”
아니다.
화련이라면 사고도 남는다.
그 사실을 여기 있는 모든 유저들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특히 전신은 더.
“지금 뭐하자는 거지?”
“쫄려? 그럼 죽던가.”
전신이 허락받고 온 돈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지만.
반응을 보아하니 이미 한계를 넘어갔을지도.
결국 전신이 한숨을 쉬면서 누군가와 귓속말하더니 외쳤다.
“할 수 없나. 절반만 가져가지. 12%. 120억.”
전신의 구겨진 표정을 보고는 한껏 웃었다.
좋아.
화련 파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