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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950화 (940/1,404)

#950화 마왕성 구축 (5)

리퍼?

검은 망토를 전신에 칭칭 감아 거대한 낫을 들고 있는 사신의 형태를 한 몬스터들.

공중에 몸이 붕 떠 있는 형태라…….

아마도 저건 유령 계열이려나?

얼핏 보면 암흑 상인의 외형과도 꽤 유사한 면이 보였다.

“암흑 상인과 꽤 닮았네요?”

그러자 옆에 같이 걷던 암흑 상인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족보를 타고 올라가면 먼 친척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대신 우리 종족이 상행에 특화되었다면, 이쪽 종족은 전투에 특화되어 있죠. 지옥의 사신, 그러니까 데스사이드를 주로 쓰는 종족입니다.”

예전에 듣기로 암흑 상인 역시도 고스트 계열의 종족으로 알고 있었다.

솔직히 뭐가 다른지는 잘 모르겠네.

비전투와 전투의 차이이려나.

그러다가 뭔가가 생각나서 암흑 상인에게 물어보았다.

“아, 혹시 유사한 종족이라……?”

“그렇습니다. 종족 친화. 덕분에 이곳에 정착하기 꽤 쉬웠습니다.”

마왕 벨라 때는 워낙 그쪽의 마왕성이 상태가 안 좋아서 접근하기 좋았다고 보면.

이 마왕성에는 같은 계열 종족이라 어느 정도 이득을 보고 들어간 모양이었다.

“덕분에 일이 편하게 됐네요.”

그렇게 쭉 따라 리퍼들의 뒤를 쭉 따라 들어가자 어느새 마왕성 중앙에 도달할 수 있었다.

거친 전투를 치렀는지 지금은 상태가 썩 좋아 보이지 않는 본성의 모습.

그리고 곳곳이 터지고 갈라진 본성의 외형을 보니 확실히 여유가 없는 것 같이 느껴졌다.

가장 선행되어야 할 본성이 이렇다니.

“따라와라.”

계속 리퍼들을 따라 들어가는데 우리를 흘깃 쳐다보는 시선들이 어둠 속에서 느껴졌다.

아마도 어두운 곳에 몸을 숨기는 데 특화되어 있으려나?

유령 계열이 보통은 그러니까.

그들에게서 위협적인 시선들이 느껴짐에도 일단은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기에 딱히 관심을 두지는 않았다.

“인간?”

“아니, 인간이 어떻게 여기에…….”

“죽여야 하나?”

“으음, 리버 돌격 대장이 그냥 데리고 가는데?”

“뭐가 어떻게 된 거지?”

그들은 인간이 본성에 들어온 게 의아한지 여전히 웅성거렸지만.

계속 들어보니 이 리버 돌격 대장이라는 놈이 있어서인지 딱히 그 이상의 행동을 해 오진 않았다.

남의 본진에서 한바탕 하면 귀찮을 뻔 했는데.

암흑 상인도 우리를 보면서 귀뜸했다.

“상하 관계가 철저해서 괜찮습니다.”

“그런가요.”

의외로 관리는 잘 되나 본데.

그렇게 쭉 따라가다 보니 본성의 중앙에 있는 대전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대전의 가운데 마치 모든 빛이 빨려 들어 갈 것 같은 불길한 어둠이 넘실넘실 흘러나왔다.

“형, 이건…….”

“어, 생각보다 꽤…….”

이전에 봤던 마왕들과 비교해도 그렇게 밀리지 않는 기세랄까.

대전 전체를 꽉 누르고 있는 어둠의 기운은 그 자체로 다른 존재들을 위협하기에 충분했다.

옆에서 우리를 안내했던 리버 돌격 대장도 그 기세에 바로 무릎을 꿇어버렸다.

“마왕님. 그들을 데리고 왔습니다.”

그러자 어둠 속에서 하나의 장막이 걷히더니 그 사이로 아주 잠시 안광이 스쳐지나갔다.

이건…….

순간 온몸의 감각이 곤두서면서 자동으로 르아 카르테와 테르타로스를 꺼내들어 좌측으로 빠르게 휘둘렀다.

재중이 형도 바로 프로미넌스를 꺼내 똑같은 방향으로 크게 내질렀고.

카아앙!!

키이잉!!

끼기긱!!

내 두 개의 검과 재중이 형의 창.

그리고 어둠 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어둠으로 물든 거대한 창이 동시에 허공에서 맞부딪히면서 잠시나마 녀석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충격 여파를 감당하지 못 해 나와 재중이 형의 몸이 동시에 뒤로 튕겨나가 버렸다.

“큭.”

“쳇, 이 녀석이.”

그렇게 단 한 번의 충돌로 이 녀석이 어느 정도 수준의 마왕인지는 단숨에 알게 되었다.

비록 내 레벨이 낮다고는 해도 두 검의 스탯을 합치면 그럭저럭 300대는 넘어가지만.

역시 아직까지는 마왕이 부담스러워.

반면 재중이 형은 여유가 있는지 약간 표정을 굳히는 정도였다.

우리가 합심해서 녀석의 공격을 막아내자 마왕 스티어가 대전을 울리는 목소리로 우리에게 말했다.

어딘지 모르는 어둠 속에서 울리는 소리라…….

꽤 곤란한 타입이네.

바로 나와 재중이 형이 뒤를 돌면서 무기를 들었는데 이번에는 딱히 다른 공격은 해오지 않았다.

“누가 너희를 보냈지?”

“뭐?”

“어떤 마왕이 보냈는지 묻는 거다.”

으음.

뭔가 좀 착각을 하고 있는 모양인데?

재중이 형도 같은 생각인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저 녀석, 우리를 다른 마왕의 하수인 정도로 생각하는 거려나?”

“아마도요?”

대체 이 동네는 어떤 식으로 되어 있는 거지?

다짜고짜 다른 마왕이 보냈다고 하는 걸 보면.

잠시 생각을 하다가 이내 말을 꺼냈다.

그것도 꽤 실망하는 듯 하는 표정으로.

“여긴 투자자를 이따위로 대접하는 모양이군. 암흑 상인, 여긴 됐다. 돌아가자.”

기분 나쁜 투를 가득 담아 한 마디 하자 그때서야 마왕 스티어의 신형이 중앙 대전에 온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다른 마왕 밑에서 일하는 게 아니었나? 아님, 인간이 어떻게 그렇게까지 강해질 수 있지? 마왕에게서 힘을 받은 것 아닌가?”

아직도 의심이 남았는지 마왕 스티어가 물었지만 이미 배는 떠난 후였다.

“됐고. 어차피 앞으로 볼 일 없는 사람들끼리 궁금해하지 맙시다.”

“아니, 이야기가…….”

녀석이 얼마나 강한지는 알겠는데, 방금의 내 튕김에 다소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는 걸 보면…….

그때 갑자기 대전의 문이 쾅 하고 닫혀 버렸다.

쿠웅!!

“이건 무슨 뜻이지?”

“흠, 아무래도 내가 실례한 듯 하군. 잠시 기다려라.”

마왕 체면에 실례라는 말을 한 걸 보면 생각보다 더 당황한 건가?

<주호> 형, 어떤 것 같아요?

<불멸> 흐음, 빠져나가는 건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닌데 말이야. 어차피 텔레포트 타버리면 그만이니. 한 번 어울려줘 볼까?

그러면서 재중이 형이 반지를 가리키자 알았다는 표시를 했다.

저 마왕은 우리가 바로 나갈 수 있다는 걸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 이야기 정도는 들어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다.

<불멸> 어차피 차선책을 찾으려면 또 뱅뱅 돌아야 하잖아. 중간에 멈춘 걸 보면 저 녀석도 아주 말이 안 통하는 녀석도 아닌 듯하고.

<주호> 네, 그럼. 한 번 이야기해 보죠.

“다시 공격하는 일은 없겠지?”

그러자 마왕 스티어가 내 쪽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대답했다.

“흠, 네 녀석에게서 워낙 마기가 많이 나와서 내가 오해했군.”

그 순간 녀석의 시선이 내가 들고 있는 테르타로스로 향했다.

“아, 이거?”

“혹시 그건 마신의 파편인가?”

이거 너무 잘 아는데?

보자마자 바로 알아챌 줄은.

그때 재중이 형에게 귓속말이 왔다.

<불멸> 여차하면 빠져나간다.

<주호> 네, 알았어요.

마왕 하나 구슬리는 문제를 떠나서 저 녀석이 이 테르타로스를 보고 뭔가 수작을 하려고 하는 게 더 문제다.

그런데 마왕 스티어는 전혀 이외의 말을 했다.

“어떻게 알고 있는지 물어 보려는 건가?”

“……그래.”

“간단하군. 그 마신의 파편은 이곳 마왕성 아래에도 있으니까.”

“뭐?”

그 대답에 나와 재중이 형이 동시에 놀란 눈빛을 보였다.

“말 그대로다. 애초에 마왕성은 마신의 파편이 떨어진 곳에서만 존재할 수 있으니까.”

흐음.

이건 또 모르는 이야기인데.

그럼 마왕 벨라가 마신의 파편을 제조한 게 아니라 원래 마신의 파편이 있는 곳에 마왕성을 세웠다는 말이 되는 건가?

“이곳 아래에도 있다면…….”

“맞다. 나 역시 마신의 파편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지.”

“그렇다면 너도 이…….”

이걸 노린다고 물어보려는데 오히려 마왕 스티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어차피 마신의 파편은 주인이 아니면 가질 수도 없다. 내게 네 마신의 파편이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으음.

이건 그동안 가지고 있던 생각들을 전부 뒤집어야 하는 건가.

“그럼 대체 이 마신의 파편이라는 게 얼마나 있는 거지?”

“너도 잘 알지 않나?”

그 말에 재중이 형이 대신 말을 받았다.

“……적어도 마왕성의 수만큼은 존재하겠군.”

“그렇다.”

혹시나 해서 마왕 스티어에게 물어보았다.

이건 꽤 곤란할 수도 있는 질문이기도 하고.

“설마 마신이라는 게 하나가 아니라는 거냐?”

“태고의 마신을 뜻하는 거라면…… 하나뿐이겠지만. 실제 그보다는 훨씬 많지.”

“흐음.”

그때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 태고의 마신에 대한 정보를 얻었습니다. 》

《 마신의 파편에 대한 기록이 추가됩니다. 》

《 마왕성의 위치가 추가 등록됩니다. 》

《 신들의 전쟁에 대한 정보가 열람됩니다. 》

신들의 전쟁……?

당장 마왕만 해도 벅찬데.

갑자기 신들이 나오니 조금은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이건 내가 테르타로스를 너무 빨리 얻어서 생기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럼 이건 어떤 마신의 파편이지?”

“혹시 그 마신의 파편의 이름이?”

순간 이걸 말해도 되나 싶어서 재중이 형을 바라보자 재중이 형이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주호> 이거 말해도 될까요?

<불멸> 괜찮을 듯 한데. 어차피 녀석은 가질 수 없다니까. 정보를 얻기에 나쁘진 않다.

<주호> 네, 그렇다면야.

“테르타로스다.”

“흐음, 테르타로스인가. 어둠의 존재들을 먹어 치우던 마신. 전 마계를 공포로 물들였던, 마계 역사 전체를 통틀어서도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강한 마신이다.”

《 마신 테르타로스에 대한 정보를 습득했습니다. 》

그리고 결정적인 말까지도 해주었다.

“거기다 테르타로스는…… 같은 마신도 잡아먹는 괴물이기도 하지. 마신들도 꺼려 하는 진짜 괴물이지.”

《 테르타로스의 숨겨둔 본질이 추가됩니다. 》

《 테르타로스의 기능이 추가됩니다. 》

이거 참.

뜻하지 않게 계속 정보가 흘러나오네.

의외로 이 스티어라는 마왕.

꽤 좋은 녀석이 아닐까?

그때 재중이 형이 마왕 스티어에게 말을 걸었다.

“흐음, 공짜로 주는 정보는 아닐 듯한데?”

“맞다. 세상에 공짜는 없지.”

“그럼?”

“그대들이 투자자라고 했던가? 그렇다면 이 마왕성에 투자를 해주었으면 한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동맹을 맺고 싶군.”

“투자는 가능하겠지만 동맹은 동등한 위치에 있어야 가능할 듯 한데.”

한 마디로 아직은 우리 세력이 마왕 스티어에게는 못 미친다는 말이었다.

사실 틀린 말이 아니기도 했고.

그러자 마왕 스티어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말했다.

“마신의 파편을 깨울 정도의 실력자라면, 자격은 충분하다고 본다.”

<주호> 형, 이거 너무 나간 것 같지 않아요?

<불멸> 흐음, 그렇지.

우리는 원래 이 마왕성에 어느 정도 투자를 하고 원하는 것만 얻어서 나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마왕 스티어는 그 이상을 보고 있는 듯했다.

이게 딱히 나쁘다고 할 순 없지만.

문제는 녀석이 뭘 노리는지 전혀 알 수가 없어.

“받아들이기 전에 하나 물어봐도 되나?”

“좋다. 뭐가 알고 싶지?”

흔쾌히 허락을 하는 녀석을 향해 물었다.

내 생각에 녀석이 원할 만한 것.

예측 가능한 하나.

“너, 혹시 마계를 전부 가지고 싶은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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