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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951화 (941/1,404)

#951화 마왕성 구축 (6)

현재 마계 곳곳에는 하나같이 강력한 마왕들이 포진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 몇몇은 이전에 마계 경매장에 갔을 때 모습을 확인하기도 했었다.

그때 당시 마계 마왕 서열 1위가…….

바이카르라고 했었던가?

존재하는지 확인도 안 된 마신들을 제외하면 아마 이 녀석이 현시점에서는 가장 강력할 터.

거기다 그보다는 못하겠지만 서열이 높은 마왕들도 마계 경매장에서 같이 봤었다.

현실적으로 당장 마계에 이 녀석보다 강한 녀석들은 일일이 힘들게 떠올리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많겠지.

그들 중 하나가 마음먹고 누르려고 하면 지금 눈앞에 있는 마왕 스티어는 언제 찍혀 나갈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물론 당장 그렇게 되지 않겠지만.

전에도 그랬듯 마왕 벨라의 경우처럼 다른 상위 랭크 마왕과 영역이 겹쳐서 서로 붙게 된다면 지금의 전력으로는 아마 필패일 것이다.

마왕 벨라야 언데드 드래곤을 소유해 워낙 기동력이 좋다 보니 장기전으로 끌고 가기도 했지만, 역시 전체 전력상 꽤 버거운 상태였었다.

마왕성이 피폐할 만큼 돈이 없기도 했었고.

당장 무너져도 이상할 게 없는 마왕성을 가지고 그렇게 버텨낸 게 신기할 정도였지.

그리고 지금.

여기까지 오는 동안 살펴본 이 마왕 스티어의 마왕성 역시도 꽤 간당간당한 상황으로 보였다.

뭐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 녀석에게는 다수의 부하 몬스터들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항상 솔로로 뛰던 마왕 벨라에 비하면 제반 사항은 이쪽이 월등히 좋은 셈이었다.

마왕 벨라처럼 기동력이 부족하더라도 여차하면 마왕성을 비우고 싸우러 다녀도 될 테고.

사실 다른 마왕들이 건드리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어느 정도 시간만 흐르면.

이 마왕 스티어의 마왕성도 자금적으로 안정이 될 테고 다른 마왕들이 함부로 건들지 못하는 상태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냥 여기서 더 욕심 부리지 않고 현 상태를 유지할 수만 있으면 일단 평균은 간다는 소리지.

그런데 마왕 스티어는 우리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것도 단순히 자금 정도를 지원받는 투자자가 아닌.

동맹 수준으로.

처음에는 당연히 잠시 스쳐갈 마왕성이 필요해 투자 목적으로 접근했는데 이 정도의 반응이라…….

<주호> 이 녀석 노리는 게 있는 것 같죠?

<불멸> 어, 항상 그런 녀석들이 있지. 현 상황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재중이 형도 같은 생각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불멸> 아마도 지금 녀석에게는 돈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해. 그게 아이템이 되었든. 세력이 되었든. 강력한 조력자가 되었든지 간에.

돈만 있으면 아이템이나 세력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느 정도는 커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조력자는 또 다른 문제다.

당장 돈이 있어도 구하지 못하는 녀석들도 분명 존재했다.

예를 들자면 마왕 수준의 힘을 가진 존재들.

애초에 마왕급의 실력자를 돈으로 구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지.

물론 돈으로 움직일 수도 있긴 하겠지만.

그게 온전히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긴 힘들었다.

거기다 언제든 사이가 벌어질 수도 있는 관계라고 생각해 보면 안정적이지도 않고.

무엇보다 마왕 스티어에게 그 정도의 돈을 지불할 능력이 없는 것도 문제였다.

만약 그렇게 하다가는 당장 앉아 있는 이 마왕성도 뿌리까지 팔아야 할 테니.

그렇다고 다른 마왕과 동맹을 맺는 게 쉽냐고 하면…….

<불멸> 마왕 스티어가 당장 다른 마왕과 동맹을 맺는 건 쉽지 않겠지. 혹시나 동맹이 가능하긴 하겠지만. 그건 누군가의 밑으로 들어가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이야기고. 지금 녀석이 그걸 원한다고 생각해?

<주호> 흐음, 아뇨. 잠시 봤는데도 누구 밑에 있는 걸 좋아할 스타일은 아닌 것 같아요.

일일이 마왕 속을 다 들여다볼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말하는 태도나 행동을 봐서는 아마 이 느낌이 맞을 것 같았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것 하나.

만약 녀석이 다른 마왕과 동맹을 맺고 있었다고 가장한다면…….

<주호> 마왕 스티어가 동맹이 있었다면 굳이 우리에게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았을 거예요.

<불멸> 그렇지. 원래 아쉬운 놈들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는 거니까.

현재 마왕 스티어는 다른 동맹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

이건 확신할 수 있었다.

어쩌면 우리가 먼저 접근한 게 녀석에게는 신의 한 수가 되었을 수도 있겠는데?

적당한 실력.

넘치는 풍부한 자금.

거기다 우리가 마왕의 세력이 아니라는 점.

<불멸> 처음에 녀석이 우리에게 어느 마왕이 보냈다고 했었지?

<주호> 네, 분명히 그랬죠.

<불멸> 어쩌면 이 녀석, 벌써 다른 마왕과 트러블이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이곳 마왕성도 힘으로 누르고 차지한 거니까 중간에 뭔가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어.

재중이 형 말대로 이 마왕성의 돌아가는 상황이 그렇게 좋지 않다면.

지금의 저 녀석의 제안은 충분히 나올 법한 제안이었을 것이다.

녀석에게도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을 테니.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단순히 녀석이 마왕성만 지키려 했다면…….

다른 세력을 더 끌어들였어도 될 텐데.

예를 들자면 자신에게 적대적인 마왕과 척을 치고 있는 마왕이라던가.

하지만 녀석은 굳이 그러진 않은 모양이었다.

애초에 다른 마왕과 손을 잡는 건 고려도 하지 않는 거려나.

그럼 결론은 하나.

녀석은 자신이 우위에 있는 상태에서의 세력 확장을 원한다.

그것도 이 마왕성의 수준을 한참 넘어서는.

아마도 저기 위.

서열 한 자리 수의 마왕들을 보고 있을지도…….

그래서 물었다.

녀석이 혹할 만한 내용으로.

“너, 혹시 마계를 전부 가지고 싶은 거냐?”

그런 내 물음에 순간 어둠 속에서 마왕 스티어의 입가가 왠지 조금 올라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예전에 내가 다른 마왕을 좀 봐서 잘 아는데 말이야. 그들도 상당히 강하거든.”

“그렇다. 마왕들은 하나같이 강하지.”

“확실히 지금 보면 너도 꽤 강하긴 해. 근데 그들에 비하면 좀 부족한 느낌이랄까?”

내가 다른 마왕과 비교하는 말투에 순간 녀석이 울컥하는 듯 그림자가 일렁였다.

아마 화가 난 거려나.

아니, 그보다는 조금 더 차분한 것 같긴 한데.

여기서는 더 긁어 봐야 좋을 게 없겠고.

“뭐 단순히 마계 구석에 찌그러져 있을 거였으면 이 마왕성을 차지하지도 않았겠지?”

“……그렇다.”

“하지만 이 마왕성 하나 가지고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기다려봐야 녀석들을 추월하기는 쉽진 않아. 뭐 그건 네가 제일 잘 알겠지만.”

“흠. 틀린 말은 아니지.”

“그런데 말이야. 만약 네가 다른 마왕과 손을 잡고 세력을 키우고 싶었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상황이 나았을 거야. 하지만 넌 그렇게 하지 않았어.”

“그래서?”

“다른 마왕에게 손을 빌리지 않으면서 녀석들을 추월하고 싶다. 이건 곧 네 강함만으로 그들의 정점에 서고 싶다는 걸로 보여서 말이지.”

솔직히 이건 순전히 거의 불가능한 미션이다.

그런데도 이 녀석은 그게 가능하다고 믿는 모양이었다.

아니지.

오히려 이게 더 나을 수도 있어.

간절히 원하는 게 있는 녀석일수록.

움직이게 하기가 쉬워진다.

만약 녀석이 모든 점에서 만족스런 상태였다면.

우리가 무슨 말을 해도 움직이지 않을 테니까.

“그래. 난 오롯이 마계의 왕이 되기 위해 태어난 존재. 내가 그들에게 부족한 것은 오직 세력을 키울 돈과 시간뿐이다. 내 실력에서는 절대 밀리지 않지.”

그 말을 전부 들은 재중이 형이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불멸> 아놔, 저 머저리 같으니라고. 그게 전부 부족하다는 거야. 전쟁은 땅 파서 하는 줄 아나.

<주호> 우리가 뽑은 패가 영 썩은 패인 것 같긴 해요.

마왕 자체가 강하다면야 어떻게 하든 세력이 커지면서 위로 올라갈 순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녀석은 너무 독불장군 느낌이 강하네.

자신의 힘을 너무 믿는다고 해야 할까.

뭐 이게 마왕이라는 존재가 원초적으로 가지게 되는 생각들이라면 할 말이 없긴 하지.

덕분에 우리에게도 빈틈이 생긴 셈이라.

속으로 생각하던 걸 내색하지 않고 마왕 스티어에게 말했다.

“좋아, 넌 마계를 가져. 다른 마왕들을 누르고. 대신 우린 돈만 벌면 되니까.”

우리가 다른 생각이 있다는 걸 녀석이 알면 안 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당장 녀석에게 뭘 원하는지 확실하게 명시해 주는 편이 좋았다.

“흠, 역시 장사꾼이라 이건가.”

“장사꾼이라니. 틀린 말은 아니지만 네가 가는 길에 우리가 함께 올라탄다고 생각해 주면 좋겠는데? 그런 관계를 원한 것 아니었나?”

그러고는 한껏 미소를 지으며 녀석에게 말을 이었다.

“우린 네가 다른 마왕과 정면으로 붙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지. 그리고 넌 무조건 싸워 이기기만 하면 돼. 네 강력함으로.”

그 말이 끝나자마자 시스템 메시지가 울리기 시작했다.

《 리퍼들의 왕, 마왕 스티어와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 리퍼들의 왕, 마왕 스티어와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 리퍼들의 왕, 마왕 스티어와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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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 호오. 아주 녀석이 원하는 부분을 찔렀나 본데?

<주호> 네, 생각 이상으로 효과가 좋네요.

솔직히 마왕 스티어가 이 정도까지 좋아할 줄은 몰랐다.

그냥 적당히 연합하는 정도만 되어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그게 수직 관계가 되었든.

수평 관계가 되었든.

어차피 털고 나갈 우리에게는 큰 의미도 없는데.

그때 뭔가가 머리를 스쳐갔다.

이거…….

의외로 재밌는 그림이 나올지도 모르겠는데.

곧장 재중이 형을 보고 말했다.

<주호> 형, 우리 이렇게 된 거. 판을 좀 더 키워 볼까요?

그러자 재중이 형도 뭔가를 떠올린 듯 내게 물었다.

<불멸> 판을 키운다라……. 유저들을 끌어들이자는 거냐?

<주호> 역시 바로 아시네요.

<불멸> 마왕 스티어의 세력을 키울 자금을 더 모으자는 거군. 유저들이 당장 도움은 안 돼. 하지만 돈이라면 다르지.

<주호> 네, 우리가 투자하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그게 다른 마왕들 전체를 견제할 만큼 많진 않자나요.

아마 내가 가진 전 재산을 들이부으면 가능하기야 할 것이다.

하지만 어차피 쓰고 버릴 패에 그렇게 많은 투자를 하는 건 미련한 짓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자금을 투입했다가 마왕 스티어가 딴 생각이라도 하면 닭 쫒던 개가 될 확률도 존재했다.

이걸 피하려면 우리의 투자 리스크를 최대한으로 줄이면서 최대한의 이득을 볼 수 있는 그림을 만들어야 해.

우리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자금을 이용해서 말이야.

<불멸> 큭, 너, 아주 마계를 불구덩이로 끌어들인 생각이구나?

<주호> 겸사겸사 마왕들의 시선을 돌려놓기도 하고요.

<불멸> 하지만 모든 마왕들을 적으로 돌려서는 안 돼.

<주호> 네,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그쪽으로도 고민을 해봐야겠죠.

아무리 자금을 들이부어 마왕 스피어의 세력을 키워 준다 한들.

어차피 하나의 마왕에게서 나올 수 있는 최대치는 한계가 있었다.

마왕 스티어는 그다지 좋아하진 않겠지만.

최소한 두세 곳의 마왕성은 더 끌어들여야 해.

회유가 안 되면.

다른 방법을 써서라도.

<주호> 그럼, 쓰기 좋은 총알받이를 한번 만들어 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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