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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902화 (892/1,404)

#901화 폭주하는 네임드들 (3)

녀석들의 뿌리를 친다.

정확하게는 더 이상 네임드 사냥이 불가능한 환경을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흐.

아주 극악의 상황을 만들어 주지.

“너, 표정이 너무 신나 보인다?”

“아, 그랬어요?”

“어, 나쁜 일 작당하는 악당처럼.”

“형은 안 하려고요?”

“아니, 내가 이 재밌는 일을 왜 안 할까.”

역시 안 한다는 말은 절대 안 하는군.

애초에 재중이 형이 제안을 하기도 했고.

그럼 문제는 이걸 어떻게 실현하느냐가 문제인데.

“방법은요?”

“그건 이제부터 생각해 봐야지.”

우리의 목표는 일단 녀석들이 네임드를 더 이상 잡지 못하게 만드는데 있었다.

지금처럼 계속 잡아 대면 결국은 더욱 세력을 불려서 패황 연합을 밀어낼 테니까.

그때 고개를 돌리던 내 눈에 한 녀석이 들어왔다.

“아, 방법이 있을 것 같기도 하네요.”

그러자 재중이 형이 내 시선을 따로 고개를 돌리고는 납득했는지 미소를 지었다.

“이거 참. 여러 가지로 신세를 지겠는데?”

* * * * *

대천사의 무덤은 그대로 봉인된 채로 마무리되었으나 유저들은 이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사실 중심지 근처까지 들어가 본 유저도 없으니까.

거기다 다들 거점을 두고 신경전을 벌인다고 이미 정신을 다 팔아 버린 상태였다.

초월 연합이나 패황 연합 할 것 없이.

이 서버의 패권을 두고 싸우는 두 거대 연합군의 싸움을 코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 대천사의 무덤 같은 공략되지 않은 장소가 눈에 들어오기나 할까.

채팅창을 보니 신경전을 넘어서 서로를 비방하는 날선 목소리들이 가득했다.

- 야이, 새끼들아. 니들이 우릴 배신하고 살아남을 것 같아?

- 까고 있네. 얼마나 다 해쳐 먹었으면 우리가 이러겠냐? 해먹어도 정도껏 해먹었어야지.

- 맞아. 좋은 사냥터 지들이 다 통제하고. 네임드도 전부 독식했잖아.

- 근처만 가도 학살하는 건 다반사지.

- 전엔 통행료까지 바가지 씌우고 말이야. 사냥터를 전부 니들이 전세 냈냐.

- 아주 이 서버가 전부 자기들 거라고 생각한단 말이야.

- 옳소. 통제 연합은 물러나라!!

- 통제하는 놈들은 다 죽어야 해!

- 하, 말은 바로 하자. 우리가 너희들 속셈 모를 것 같아? 우릴 치고 난 뒤에 그걸 다 뺏어서 너네들이 나눠먹을 생각이잖아?

- 어차피 니들도 똑같은 놈들이야. 너네라고 통제 안 할 것 같아?

- 두고 보면 알지. 그러니까 일단 다 죽어 봐. 우리가 어떻게 하나.

- 이 서버는 우리가 살린다. 너네는 이제 퇴장하라고.

- 그래, 그만큼 해먹었으면 됐다. 좀 꺼져.

채팅창엔 온통 서로를 까는 말들밖엔 없었다.

“꽤 닳아 올랐네요.”

“어, 기세 싸움에서 지면 안 되니까. 그리고 명분도 있고.”

확실히 패황 쪽 연합들은 그동안의 통제에서 벗어나 서버를 원래대로 살리겠다는 명분이 있었다.

반 통제 연합.

그 명분 하나 덕분에 지금의 규모로 커질 수 있었던 거고.

만약 이런 명분을 걸지 않았다면 이렇게나 많은 호응과 도움을 받진 못 했을 것이다.

“패황이 운이 좋아요.”

“그 운은 네가 만들었지.”

어떻게 보면 저 말이 맞긴 했다.

패황 연합에 반 통제 연합이라는 감투를 씌워 준 게 나니까.

“달리는 말이 중간에 힘 없이 쓰러지면 곤란하니까요.”

적어도 완주를 할 때까지는 꾸역꾸역 달려 줘야 한다.

그게 피를 토하는 길이 될지언정.

이야기를 하면서 산맥을 거슬러 내오는 길은 예상보다는 쉽게 내려올 수 있었다.

이미 산맥의 몬스터 대부분이 이동을 한 상태라.

마치 산책이라도 나온 듯 편안하게 내려오다보니 어느 새 거점 근처의 지형까지 나왔다.

그리고 잠시 멈춰서 기다리니 전사 형이 멀리서부터 빠르게 달려오는 게 보였다.

“형, 여기예요!”

“오……! 성공했구나?”

전사 형에게는 이미 연락을 해서 대천사의 무덤에서 있던 일을 간략하게 전달해 주었다.

상황을 지켜보던 전사 형도 이제 할 일이 없어지자 바로 합류를 했고.

“흐, 나도 한 번 보자.”

“여기요.”

전사 형에게 대천사의 검을 보여 주자 눈빛이 확 달라졌다.

마치 새로운 문물을 영접한다는 듯한 경건한 눈빛이랄까.

“오. 좋은데?”

“뭐, 아직은 반쪽짜리에요. 봉인되어 있거든요.”

“흐음, 어째 좀 좋은 무기는 하나같이 이러냐.”

“그러니까 말이죠.”

지금껏 얻은 무기들 중 등급이 높은 무기 중에 바로 쓸 수 있는 무기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네임드에게서 얻은 무기 정도가 그렇고 나머지는 다 봉인 상태였지.

“일단은 방법은 알았으니까 실천만 하면 돼요.”

“그게 뭔데?”

“음, 간단하게 말하자면요. 이걸로 네임드 목을 좀 따면 된데요.”

“응? 그래? 의외로 쉬운데? 네임드야 많잖아.”

“아. 하나를 덜 말했네요. 오. 버. 된. 네임드요.”

“뭐? 미친 거 아냐?”

“항상 그렇죠.”

“그냥 그거 내다 버려라.”

“하하…… 안타깝게도 우리 목숨 줄이라서요.”

이게 없으면 마왕 처리하기가 곤란하단 말이지.

“상황은 어때요?”

그러면서 이제는 가시권에 들어오는 거점의 윤곽을 바라보았다.

“음, 팽팽해. 아직 전력으로 붙고 있지는 않고 간만 보고 있어. 폭풍전야랄까. 속속들이 유저들이 몰려들고 있는 걸 보면 조만간 한판 제대로 붙을 건가 봐.”

“으음, 예상했던 것보다는 조심스럽네요.”

“초월 쪽이 좀 더 조심하고 있다고 봐야겠지. 이번에 밀리면 거점을 다시 찾기는 꽤 힘들 테니까.”

“역시 거점을 치는 건 어렵네요.”

“그래서 있는 대로 연합들을 다 끌어 모으고 있나 봐. 지금은 거점에서 나가는 모든 방향을 포위 중이다.”

“산맥 쪽 길은요? 그쪽도 포위되었어요?”

“어, 아무래도 대천사의 무덤을 공략하다가 살아남은 유저들이 다 그쪽으로 내려왔으니까. 지금은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됐지만 말이야. 산맥을 빠져나가려면 결국 거점을 통과해야 하는데 거긴 이미 막혔고.”

“뭐 나가려면 방법이 없는 건 아니죠. 죽어서 나가면…….”

“그놈들이 경험치 아쉬워서 죽겠냐.”

“그건 그렇죠.”

내가 시간을 끌려고 보내 둔 몬스터들은 얼추 정리가 되어가는 모양새였다.

더 이상 사망자가 나오지 않는 걸 보면.

“이번에 꽤 많이 죽었더라고. 네가 몰고 내려간 몬스터들 덕분에 말이야.”

“쉬운 몬스터들도 아니었죠.”

대천사의 무덤을 지키라고 놔둔 몬스터들인데 쉽게 죽을 리가 있나.

초월 녀석들도 이번에는 진땀을 뺐을 것이다.

만약 안쪽 결계를 지키고 있던 천사 녀석들을 몰아갔으면 어땠을까?

확실히는 모르긴 해도…….

거의 다 전멸하지 싶은데.

발록쯤 되니까 녀석들을 붙잡아 뒀지.

유저들에게는 아직은 벅찬 녀석들이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거냐?”

전사 형이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잠시 생각을 하다 이야기를 해 주었다.

“정보가 필요해요.”

“어떤?”

“지금 어떤 네임드에 얼마나 많은 초월 쪽 연합 유저들이 분산되어 있는지.”

“그건 어렵진 않아. 그런데 이런 시기에 네임드 사냥을 지속할까? 당장 에이스급 유저들은 거점 탈환에 붙어야 할 텐데.”

“네, 그러니까 더욱 기회가 있는 거죠.”

초월 연합 쪽에서는 두 마리 토끼 다 놓쳐서는 안 되는 상황이었다.

한 타임, 두 타임.

네임드 타임을 놓치다 보면 결국 다른 유저들이 붙을 테니.

아직은 독점 구조가 남아 있으니 당장 네임드 사냥을 방해하진 않겠지만.

매번 지키고 있다가 확실히 잡는 것과.

잡지도 못하고 계속 서성이는 건 차이가 크다.

패황 연합의 싸움에 전력을 다 하지 못하는 것도 이런 이유고.

반대로 패황 연합은 지킬 게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

“지킬 게 많은 녀석들이 불리하다는 건가.”

“그리고 전 그 지킬 것조차 없게 만들 생각이죠.”

그럼 초월 연합에서 네임드에 손을 떼서 병력이 남긴 하겠지만…….

어차피 그건 시간이 좀 지난 뒤니까.

지금 바로 문제가 되진 않을 터.

“좋아. 다들 슬슬 복귀시켜야겠네.”

“아, 길드 사람들요?”

“어, 사장님하고 다들 구경만 하고 있긴 힘이 넘치시는 분들이라서 말이야.”

“아직 마왕이 걸리는데…….”

“사냥터만 계속 있지 않으면 크게 문제없어. 그리고 어차피 이걸 혼자서 다 해결하긴 힘들거든. 네임드 뜨는 시간마다 다 붙어서 지켜봐야 하는데 나 혼자서는 사실 무리다.”

“아, 그렇다면야. 그리고 저는 아직 접속 안 할 걸로 해 주세요.”

“그래?”

“알려지면 여러 가지로 복잡해져서요. 일단은 이대로가 좋을 것 같아요.”

“오케이. 어렵진 않지. 음, 보자.”

전사 형이 잠시 시간을 보더니 뭔가의 표를 꺼내서 한참을 비교해 보았다.

“일단 여기로 가시죠.”

그리고 그걸 본 재중이 형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뱀파이어 로드의 영역인가.”

“네, 이쪽의 리젠 시간이 거의 다 됐어요. 지금 가면 아슬아슬하게 맞출 수 있을 겁니다.”

“까다로운 놈을 골랐네.”

“아님, 기다렸다가 다른 놈을?”

“아니야. 딱 적당하겠네. 첫 번째 놀이 상대로는.”

“그럼 전 가 보겠습니다. 바쁘게 움직여야겠네요. 양쪽의 움직임을 다 알아보려면요.”

“그래, 고생하고.”

그렇게 전사 형이 다시 사라지자 재중이 형에게 물어보았다.

“뱀파이어 로드요?”

“어, 흐음. 보자…….”

그러면서 재중이 형이 고개를 돌려 발록을 눈길로 가리켰다.

“쟤랑 동급.”

“네?”

“순정 상태에서 레벨이 거의 동급일 거야. 난 아직 잡아 보지 못해서 확실히 말해 주진 못하지만.”

“설마 그걸 초월 애들이 잡았어요?”

발록만 해도 엄청나게 투자를 하고도 못 잡아서 후퇴했지 않았나?

같은 급이라면 잡지 못 했어야 정상인데.

그런데 지금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미 잡았다고 했다.

“전신이 꽤 변칙적인 방법을 썼더라고.”

“어떤?”

“뱀파이어 로드가 힘을 못 쓰는 환경을 만들어 놓고 싸웠어. 덕분에 정말 아슬아슬하게 잡았다고 하더라고.”

“직접 본 건 아니네요.”

“봤으면 방해했겠지.”

“하긴.”

이 형 성격에 그냥 잡도록 놔둘 위인도 아니고.

“그럼, 첫 번째는 뱀파이어 로드부터 가자.”

* * * * *

얼마 뒤 전사 형이 알려 준 지도를 따라 이동한 장소는 새빨간 거대한 까마귀들이 날아다니며 불길한 울음을 내는 을씨년한 무덤가였다.

“어째 하나같이 기분이 어두워지는 장소네요.”

“들어가면 더 할걸? 아주 피를 쪽쪽 빨어먹는 녀석들만 즐비해.”

“으…….”

사실상 피를 구현하는 시스템은 일정 연령가 이상이니.

불행하게도 그 연령대를 넘어선다.

한 마디로 피 터지는 장면을 계속 봐야 할 것 같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재중이 형이 허리를 숙이더니 땅을 흘깃 바라보고는 말했다.

“호오…… 이거 아무래도 먼저 온 손님들이 꽤 많은 모양인데?”

“네?”

“아무래도 우리 같은 생각을 하는 녀석들이 더 있는 것 같아.”

재중이 형의 시선을 따라 바닥을 보니 어지럽게 밟혀있는 수많은 발자국들이 보였다.

이건…….

대충 봐도 격한 전투 흔적인데.

그것도 한두 사람이 만든 흔적이 아니었다.

대규모로 붙었어.

누군지 모르지만 벌써 선수를 쳤다 이거지?

“하, 이거 참. 재밌어지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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