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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840화 (830/1,404)

#840화 증발하는 네임드들 (3)

갉아먹겠다는 내 말에 재중이 형이 피식 웃으면서 물었다.

“호오, 자신은 있고?”

그런 재중이 형에게 나 역시 마주 웃으면서 들고 있던 테르타로스를 들어 보였다.

“뭐 이 녀석을 보면 자신이 생기겠죠.”

솔직히 말해 지금의 내 레벨로는 적 하나를 상대하는 것도 벅찼다.

무려 5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으니.

레벨도 레벨인데.

착용한 장비마저 상대가 좋으니까.

5개월 전의 내 장비가 아무리 좋았다고 한들.

이 정도의 시간이라면 로스트 스카이 내에서는 산이 몇 번은 뒤엎어지는 기간이었다.

그런 페널티를 모두 감수하려면 결국 레벨을 따라잡아야 하고 장비 역시 최소한 비슷한 수준까지는 끌어올려야 하는데…….

레벨을 올리기에는 당장 사냥터가 문제였다.

재중이 형의 말을 들어 보면, 내가 나서는 순간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녀석들이 한둘이 아니라서.

거기다 아이템은 더했다.

저들끼리 네임드 템을 독식하다시피 하면서 물량을 풀지 않는다니까.

물론 그중에는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들도 분명히 있긴 하겠지만.

특히 핵심이 되는 네임드 아이템은 밖으로 팔지도 않을 터.

판다고 해도 소량만 나올 텐데 그걸 기존의 유저들과 경쟁해서 가져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결국엔 가지고 있는 물건들에서 해결법을 찾아야 하는데.

지금.

내 손에는 테르타로스라는 마신의 파편이 남아 있었다.

일단은 다른 몬스터들을 상대로 옵션 추출을 해보긴 했는데 과연 네임드는 어떨까.

만족할 만한 옵션이 안 나오면 그것도 낭패인데…….

“흐음, 나도 궁금하네. 네임드를 흡수하면 어떤 옵션들이 나올지.”

팬텀 나이트를 흡수만 하고 아직 확인은 못 했기에 나 역시도 궁금했다.

솔직히.

일반 몬스터들에게서 뽑아내는 옵션만으로는 답이 없어.

250레벨 대에 가까운 옵션을 뽑아냈음에도.

녀석들의 스탯 수치가 좀 올라가고 가지고 있던 스킬들이 좀 더 마스터에 가까워지는 것뿐.

딱 거기서 끝이었다.

물론.

더 많은 팬텀 솔저들을 잡았다면 보다 나은 결과를 얻긴 했을 테지만.

그래봐야 일반 몬스터는 일반 몬스터겠지.

그보다는 더욱 강한.

다른 무언가가 내게는 필요했다.

“그럼, 한 번 상자를 열어 보죠.”

《 테르타로스가 팬텀 나이트의 잔영에서 능력을 추출합니다. 》

《 팬텀 나이트 LV.1의 특성 중 일부 획득 가능. 》

“역시, 네임드라고 해도 레벨 1인가 봐요.”

“그건 아쉽네.”

재중이 형이 아쉬워하듯 아무리 네임드라고 해도 레벨 1짜리가 그렇게 강하다고 할 수 있으려나?

이건 나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잘못하면 그냥 높은 레벨 대의 일반 몬스터를 흡수한 것보다 못할 수도 있겠는데…….

그런데 뒤에 뜬 추출 목록을 보고는 순간 할 말을 잃어버렸다.

《 추출 목록 》

- 근력 +51

- 민첩 +92

- 체력 +44

- 지력 +35

- 마력 +47

- 암흑력 +71

- 치명타 확률 31%

- 치명타 대미지 250%

- 치명타 방어 60%

- 마법 방어 70%

- 마법 치명타 방어 35%

- 주문 저항 85%

- 관통 확률 43%

- 관통 방어 58%

- 스킬 : 허공 질주 LV.1

- 스킬 : 유령보 MASTER

- 스킬 : 팬텀 오라 MASTER

- 스킬 : 팬텀 하울링 LV.1

- 스킬 : 팬텀 익스플로전 LV.1

- 스킬 : 팬텀 레인 LV.1

- 스킬 : 비상 참격 LV.7

- 스킬 : 초강격 MASTER

- 스킬 : 회전 치기 MASTER

- 스킬 : 나선 베기 MASTER

- 스킬 : 삼중 연격 MASTER

- 스킬 : 칠성격 LV.3

.

.

“어?”

“응? 왜 그래?”

잔뜩 궁금해하는 재중이 형을 보면서 물어보았다.

“형, 팬텀 나이트 레벨 1짜리랑 패텀 솔저 레벨 250짜리가 싸우면 어떻게 될 것 같아요?”

“흐음? 어려운 질문인데? 아무리 네임드라고 해도 레벨 1은 너무 약하지 않나?”

“그럼 이건 어때요?”

그러면서 테르타로스의 추출 목록을 재중이 형에게 보여주었다.

그러자 재중이 형도 어이가 없는지 추출 목록에 눈이 떨어지지 않았다.

“와, 이건…… 대박인데?”

“그렇죠?”

“대체 뽑혀 나온 수치가 왜 이렇게 높아? 레벨 1의 네임드가 이렇게나 강하다는 건가? 거기다 옵션이 몇 개야? 스킬도 주렁주렁 달려 나오고.”

솔직히 이 정도까지 생각하진 않았는데.

그저 잘 나오는 몇 개의 옵션 정도만 잘 챙기면 된다고 생각했다.

혹은 스킬이나.

그런데 이건 그런 내 생각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양과 질.

모든 면에서.

“후, 아쉬운 건요. 이 중에 8개밖에 못 써요.”

내 한숨 섞인 말에 재중이 형이 뭔가를 떠올렸는지 역시 한숨을 쉬었다.

“아아, 그 테르타로스. 옵션 슬롯이 8개 밖에 안 되지. 추출 목록이 아무리 많아 봐야 당장 쓸 수 있는 옵션이 8개라…….”

추출된 옵션들이 거의 20개가 넘어가다 보니 테르타로스의 슬롯 수가 너무 아쉬웠다.

다시 살펴보던 재중이 형도 못 마땅한지 혀를 찼다.

“쯧, 옵션 중에 반에 반도 못 살리겠는데…….”

확실히 몬스터의 능력을 뽑아내는 능력테르타로스는 사기였다.

거기에 옵션 수만 조금만 더 많았다면…… 더할 나위 없었겠지만.

“어떻게든 이걸로 써봐야죠.”

그때 품속에서 뭔가가 불쑥 튀어나왔다.

그걸 본 재중이 형이 놀란 듯 내게 물었다.

“응? 금속의 정령? 얘 아직도 살아 있었냐?”

그런 재중이 형에게 금속의 정령이 혀를 내밀면서 응수했다.

“흥! 나 안 죽었거든!”

“아아, 오랜만이네. 반갑다.”

“헹!”

농담 삼아 말했지만 역시 재중이 형도 안심하는 눈치였다.

그러면서 내게 귓속말로 말했다.

<불멸> 몇 백 억짜리가 잘 살아 있잖아?

<주호> 하하…… 그런가요.

<불멸> 쟤한테 들어간 돈이 얼만데 없어지면 곤란하지.

<주호> 뭐 그렇죠.

이런 우리 둘의 대화를 모르는 금속의 정령이 볼을 빵빵하게 불리면서 내게 물었다.

“왜 날 안 부르는 거야?”

“응?”

“이렇게 먹음직스러운 게 있는데!!”

“아아. 그렇지.”

금속의 정려은 지금 테르타로스의 상태를 잘 아는 모양이었다.

무려 패텀 나이트라는 네임드의 옵션을 꿀꺽해 버린.

맛있게 익어 있는 상태라는 걸.

“하나 줘?”

“응, 응!!”

이젠 토라지지도 않네.

눈빛을 반짝이면서 내 주변을 횡횡 날아다니는 걸 보면 내게 삐진 건 이미 안드로메다로 사라진 것 같았다.

【 웨폰 카피! 】

텅그렁!

그렇게 테르타로스를 하나 복사해서 금속의 정령에게 주자 성큼 다가가 게 눈 감추듯 낼름 먹어치워 버렸다.

《 금속의 정령 ??과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 금속의 정령 ??과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 금속의 정령 ??과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

.

“이야, 순삭인데?”

“얘가 먹성이 좀 좋아요.”

“아니야!!”

주는 사람이나 먹는 사람이나 만족스러운 그런 식사가 끝나자 금속의 정령이 내게 다시 날아왔다.

“으음, 혹시 얘도 가호가 필요해?”

“응?”

“가호! 필요하냐고!”

그런 금속의 정령의 말에 나와 재중이 형의 눈이 크게 떠졌다.

혹시나 싶어 다시 물어봤다.

“정말 가능해?”

“안 될 건 뭐야? 내가 금속의 정령이라고.”

<불멸> 호오, 이것 봐라? 돈 값 좀 하려고 하는데?

<주호> 네, 확실히 그렇네요.

분명히 르아 카르테에 금속의 정령의 가호가 내려져 있어서 옵션이 3개나 늘어나 있는 상태였다.

원래의 8개 옵션에 3개가 더 해진 11개의 옵션 슬롯.

그렇다는 건…….

곧장 테르타로스를 들어 올려서 보여주었다.

“얘도 옵션을 더 쓸 수 있는 거야?”

“응응, 해 줄까?”

“물론이지.”

그 순간.

금속의 정령에게서 다시 환한 빛이 퍼져 나오며 테르타로스의 검신 전체를 감싸 안았다.

《 마신의 파편 테르타로스에 금속의 정령의 가호가 적용됩니다. 》

그리고 나오는 시스템 메시지.

이건 확실하네.

그렇게 빛이 사라진 뒤 확인한 테르타로스의 빈 슬롯은 무려 11개로 변경이 되어 있었다.

“형, 됐어요.”

“호오, 대박인데.”

작은 것 같지만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8개와 11개는 정말 큰 차이였다.

이러면 슬롯 수 때문에 아쉽게 넣지 못하는 옵션까지도 넣을 수 있으니까.

그럼에도 여전히 추출 목록에 있는 옵션이 많기는 하지만.

이게 어딘가.

“고마워. 금속의 정령.”

“흥, 나도 일할 때는 한다고.”

“하하. 그래, 그래. 인정.”

역시 비싼 돈을 들여서 금속의 정령을 손에 넣은 게 신의 한수였나.

그렇게 옵션 11개를 가리기 위해 재중이 형과 논의에 들어갔다.

“이건…… 넣고. 저건 빼고.”

“이 옵션은 좋겠죠.”

“아냐, 어차피 타격 기술은 의미가…….”

“치고 빠지려면 이건 꼭 집어넣어야…….”

“부족한 스탯에 조금 더 해봐?”

“그것도 괜찮죠.”

“방어는 일단 생각하지 말고. 어차피 한 타 싸움일 테니.”

“스킬 위주로 해 보는 건 어때요?”

“원하는 스킬 있어?”

“허공 질주. 이건 쓸모 있지 않아요?”

허공 질주.

이건 팬텀 나이트가 가장 자주 쓰던 스킬이었다.

그만큼 레이드 하던 유저들을 애먹이기도 했고.

당하는 입장에서는 이만큼 괴로울 수 있는 스킬이 또 있을까.

일단 사라지면 어디서 나타나는지 알 수가 없으니.

내 의견에 재중이 형도 긍정적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음, 확실히. 허공 질주가 있으면 네가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확연하게 넓어질 테니까. 아, 그리고 앞으로 네임드들을 노려야 하니 이건 무조건 필요할 거야.”

“그냥 지금처럼은 안 된다는 거죠?”

재중이 형이 괜히 이야기를 꺼낸 건 아닐 터.

“그래, 이번이야 저 녀석들이 마지막에 폭격을 해서 시야가 엉망진창인 상태에서 네가 들어가서 막타를 쳤지만.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상황이 많이 어려워져.”

“그냥 은신한 채로 빠르게 접근만 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내 물음에 재중이 형이 바로 고개를 저었다.

“은신은 안 돼.”

“왜죠?”

“요즘에는 디텍팅 스킬이 있거든.”

“아…….”

“처음이라 쟤들이 설마 싶어 디텍팅 스킬을 쓰지도 않았을 거다. 설마 누가 간 크게 뛰어들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을 테니까. 하지만 반대로 디텍팅 스킬을 걸어놓고 기다리면 낭패다.”

“아마도 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겠네요.”

“어, 그럼 팬텀 나이트 때처럼 접근하기가 쉽지 않을 거야. 혹은 접근하려다 죽을 수도 있어. 하지만 이 허공 질주가 있으면 완전히 이야기가 달라지지.”

“허공 질주로 한 번에 파고들어라?”

“빙고.”

일단 한 자리는 확실히 예약인가.

그다음에 궁금한 스킬이 하나 더 있었다.

“이 유령보는 뭐죠?”

계속 나와서 한 번은 물어보려고 했었다.

“그것도 좋아. 기척을 지워 주는 스킬인데. 이 지역에서만 구할 수 있는 꽤 좋은 스킬이지.”

솔직히 사방을 감지하는 능력은 내 쪽에서 발군이었다.

아마 이쪽 방면으로는 나보다 앞서는 녀석은 없다고 자부하기도 하고.

반대로 움직이는 기척을 확실히 죽일 수 있냐고 한다면…….

그건 또 이야기가 달랐다.

어떻게 움직이든 기척은 생기니까.

아주 작은 한 흐름.

그것만 있더라도 날 포착해 내는 녀석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걸 최소한 해줄 수 있다면.

“정말 좋은 스킬이네요.”

그렇게 의논하다 보니 스킬 중에 좋은 녀석들이 너무 많아서 뭘 빼야 할지 머리가 아파올 정도였다.

네임드 하나만 해도 이 정도라…….

그래도 이건 행복한 고민이려나?

한참 동안 재중이 형과 의논을 한 다음 몇 가지 옵션을 골라놓고는 테르타로스를 들어올렸다.

“한 번 정하면 땡인 거 알지?”

“네, 다시 구하려면. 네임드를 다시 잡아야 한다는 것도요.”

네임드를 쉽게 잡을 수 있냐고 물어본다면.

그건 절대 아니니까.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했다.

그때 뭔가가 생각난 듯 재중이 형이 내게 물었다.

“야, 근데 이거. 르아 카르테로 옵션 복사되지 않아?”

어어……?

분명 그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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