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9화 증발하는 네임드들 (2)
“웃기네요.”
“재밌지?”
이미 사라지고 없는 팬텀 나이트를 찾는다고 저 고생을 하는 녀석들을 보니 더 웃음이 나올 수밖에.
300레벨 대 네임드에서 나오는 아이템들의 값어치는 과연 얼마나 할까.
예전과 다르게 지금은 로스트 스카이를 오래 접속하지 못 해서 그런지 정확히 값어치를 환산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게 결코 적은 가격은 아닐 거라는 것 하나는 확신할 수 있지.
무기나 방어구 같은 경우도 그렇겠지만.
스킬과 그 네임드에게서만 나오는 다른 특수한 아이템들도 하나 같이 고가를 형성할 테니까.
다만 걸리는 점은 이전의 네임드들은 그렇게 많은 숫자가 포진되어 있진 않았다.
한 구역에 하나? 혹은 둘?
그것도 꽤 먼 거리에 서로의 영역을 가지고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았고.
물론 서로 붙으면 치고받는 경우도 있긴 했지만.
그건 억지로 만들어 냈을 상황에서야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보통은 적은 숫자.
먼 거리.
이런 특성은 그대로 유지하는 듯 했다.
지금도 역시 그런 것 같았고.
하지만 재중이 형에게 듣기로 그런 네임드가 마계에 상당히 많이 발견된 것으로 보였다.
숫자가 많아지면 그만큼 값어치가 떨어질 수도 있으려나.
이것도 물론 드랍되는 아이템에 따라 많이 달라지겠지만.
그래도 혹시나 해서 재중이 형에게 물어보았다.
영상에 기름칠을 하니 어쩌니 하는 멘트가 신경 쓰였기에.
“형, 요즘 저 팬텀 나이트 한 마리에 어느 정도 값어치를 해요?”
“응? 흐음, 글쎄다. 일단 팬텀 나이트에게서 나오는 무기나 방어구가 좋긴 해. 스킬도 특수한 케이스가 들어간 녀석이기도 하고. 하지만 무엇보다 저 유령마. 저게 진짜거든.”
“유령마요?”
“어, 팬텀 나이트가 타고 있던 거 말이야.”
“아아, 그 이상한 브레스를 뿜어내던 소환수 말이죠.”
“그래. 그 브레스가 진짜 좋다니까. 순간적이긴 해도 상대방을 완전히 무력화시킬 수 있으니.”
“분명히 유령화되었죠.”
확실히 봤었다.
유저들이 유령마의 브레스에 맞아서 유령화가 되어 아군을 공격하는 모습을.
잠시 동안이지만 완전히 캐릭의 제어권을 놓친다고나 할까.
상위 유저들의 한타 싸움에서는 단 1초만 제어가 안 되어도 죽니 사니 하는데.
그런 상황에서 만약 유령화라도 되어 버리면.
바로 목을 내놓는 것과 다름없었다.
“걸리면 일단 죽는다고 봐야겠지.”
“그런데 상위 유저들이 잘 맞아 줄까요?”
“흠, 딱히 그런 용도로 쓰지만은 않아. 대신 상대가 밀집해 있을 경우는 이야기가 달라져.”
재중이 형의 그 말에 바로 눈빛이 달라졌다.
“전쟁요?”
“어, 길드보다는 연합 단위의 전쟁에서는 저 녀석이 압도적인 위력을 자랑하거든. 워낙 숫자가 많다보니까 서로 겹쳐서 움직이기 쉽지도 않고.”
“피하기 힘들다는 말이죠?”
“뭐 그럼 셈이지. 그렇게 브레스를 써놓고 제어가 안 되는 녀석들 머리 위로 광역기를 때려 버리면?”
“……그냥 몰살이겠네요.”
“맞아, 떼죽음이지.”
“흐음. 무섭네요. 저런 유령마가 여러 마리 있다고 생각해 보면…….”
그러데 그 말에 재중이 형이 고개를 저어보였다.
“큭, 아냐. 유령마는 현재 단 한 마리뿐이다.”
“네?”
“그만큼 안 나온다고. 내가 팬텀 나이트만 계속 지켜본 건 아니지만 현재 알려진 유령마는 딱 하나뿐이야.”
“이 네임드 나온 지 꽤 되지 않았어요?”
“어, 그런데도 안 나오지. 최초로 잡았을 때 한 번 빼고는.”
“흐음, 그렇단 말이죠.”
네임드의 최초 레이드에는 그만큼 손해가 뒤따른다.
공략이 없으니까.
거의 몸으로 때워야 하거든.
그래서 금전적인 피해도 많을뿐더러 몰살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아니.
십중팔구는 몰살이지.
특히 룸 같은 한정적인 공간에 갇힌 경우는 백프로 다 죽는다고 봐야했다.
그럼 착용한 고가의 아이템을 드랍하는 건 예사였다.
그렇게 매번 레이드를 진행하는 건 길드의 존망을 거는 일과 마찬가지고.
어지간히 자금이 풍부한 길드나 연합이 아니면 갇힌 공간의 네임드는 진짜 피해야 했다.
뭐 상대적으로 오픈 필드형 네임드는 그에 비해선 자유롭긴 한데.
그것도 목숨을 내놓고 싸우는 건 마찬가지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초로 잡으려고 그 노력을 하는 건.
처음에 잡았을 때는 그 네임드가 내어줄 수 있는 아이템들의 거의 대부분이 떨어진다.
딱 한 번에 한해서.
여기에 예외는 완전 오버를 시켰을 경우의 특수한 아이템만은 떨어지지 않지만.
이건 정말 특수한 경우니까.
네임드를 오버까지 고려하고 잡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지.
최초 공략보다 오버된 네임드를 잡는 게 아마 몇 배는 더 힘들지도 모른다.
알아도 너무 세서 못 잡는 게 오버된 네임드니.
이런 이유로 최초 공략을 노리는 유저들이 많았고.
내가 없는 그 사이 꽤 많은 네임드들의 공략을 해온 듯 했다.
유령마 역시 그때 나온 모양이었다.
“그건 누가 가지고 있어요?”
“지금은 전신이 갖디고 있지.”
“하아, 또 전신인가요.”
“현재 로스트 스카이에서 나오는 좋은 아이템은 그 녀석이 꽤 다수를 가지고 있다고 보면 돼. 그렇다고 아예 다 가진 건 아니지만.”
“그래요?”
“어, 사실 그쪽 연합 사이에서도 크게 갈라진 파벌이 있어서. 이를 테면…… 영혼, 초월, 페가수스, 유니콘, 천사 길드나 다른 대형 길드들이 큰 틀에서는 연합은 하고 있긴 해도. 서로 견제는 하고 있달까.”
“흐음. 같은 편이 아니었어요?”
“어, 겉으로 보기에는 같은 편이지. 1서버 전체를 먹는 데는 동참했으니까. 압도적인 전력을 가진 길드들이 손을 잡았으니 애들이 죽어나지. 하지만 말이야. 같은 개울에 머리가 될려는 녀석들이 몇 마리나 있는데 그 개울이 과연 평온하기만 할까?”
“내부적으로는 시끄럽다?”
“그건 꽤 복잡하니까 천천히 알아가고. 아무튼 지금 상황이 우리에게는 그렇게까지 나쁘진 않다는 뜻이지.”
그 말에 바로 물어보았다.
“혹시 저들끼리 싸우기라도 해요?”
“아니, 그건 아냐. 그런데 그동안은 우리가 공공의 적이었거든.”
“음, 확실히 그건 그랬죠.”
우리가 주도하고 저들이 따라오는 추세였달까.
내가 나가기 전까지만 해도 그런 기조는 계속 보였었다.
실제로도 그랬고.
나오고 나서는 모르겠지만.
아마 한순간에 판도가 확 뒤집히고 그러진 않았겠지.
“크큭, 진짜 다들 우리를 어떻게든 잡아보겠다고 난리였어. 저 거대 연합이 그냥 생긴 게 아니라니까.”
“설마…… 진짜 우리 하나만을 상대하기 위해서 저렇게까지 만든 거예요?”
아무리 그래도 우리를 상대하기 위해 모든 길드가 연합하다니.
“시작이 그랬다는 거지. 쟤들 연합 슬로건이 뭐였는지 아냐? 들어보면 기도 안 찰걸?”
“뭔데요?”
“큭, 1서버의 모든 네임드를 독식하는 신화 연합을 서버에서 몰아내자였나? 뭐 대충 비슷한 뜻이였어.”
“……음.”
그건 솔직히 할 말이 없긴 한데.
한참 잘 나갈 때 1서버에서 존재하는 네임드란 네임드는 다 두들겨 패고 다녔으니.
독식이라 해도 맞는 말이라.
“하지만 그건 우리가 능력이 되어서 잡은 거잖아요. 다른 유저들은 안 되었고.”
“어, 맞아. 그런데 능력 안 되는 것들이 항상 하는 게 있지. 지들은 못 잡는데 우리만 잡으니 배 아파하는 것들이 말이야. 시기와 질투. 그리고 그게 모이다 보니 언플로 여론을 만들어 냈고.”
“어떤 상황인지 안 봐도 눈에 확 들어오네요. 어떻게든 우리를 물어뜯기 위해서 난리를 쳤겠네요.”
“빙고.”
만약 저렇게 했어도 이쪽에서 충분한 무력이 있었다면 괜찮았겠지만.
당시 얻은 모든 스펙을 내게 몰아주고 있었는데.
그런 내가 중간에서 증발해 버렸다.
내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긴 해도 아마 전력의 몇 할이 떨어져 나간 셈이랄까.
“처음에는 나름 괜찮았어. 이쪽에는 마왕성이라는 튼실한 방어벽도 있고. 특히 마왕.”
“벨라 말이죠.”
“어, 아무리 쟤들이 날고 기어도 당시엔 마왕 손가락 하나만 휘둘러도 찍어 누를 수 있으니까. 버틸 수 있는 무력은 충분했어.”
재중이 형 말대로 집사인 내가 없었다 한들 재중이 형도 군단장에 들어가 있었다.
하기에 따라서 마왕 벨라에게 입김을 넣을 수 있는 위치였지.
“그리고 마왕성에서 내쫓아 버리면 저들도 마계에서는 당장 버틸 여력이 없었거든. 그걸 잘 아니까 당분간 숨죽이고 있었고. 연합이 연합이 아니었달까.”
그러자 그때 생각나는 게 있었다.
“마왕성이 무너지면서부터 문제가 생겼겠네요.”
“어, 내가 전에 말했지?”
“네, 그때 힘들었다고.”
“어, 그 때문에 우리도 손해를 너무 많이 봤어. 사방에서 쳐들어오는 연합들 상대하랴. 새로 거점을 새워야 하는데 마왕이 와서 깽판 치랴. 하루가 편히 지낸 날이 없다니까? 애들이 쪽수로 밀어붙이더니 아예 차륜전으로 매번 사냥터에 와서 전투를 걸고 하니까 우리 쪽 연합 애들이 못 버티더라고.”
“……괜히 미안하네요.”
우리 쪽 연합의 힘이 약해진 기점이 그때부터였다.
만약 내가 자리만 지키고 있었다면 그런 일은 없었을 텐데.
저런 상황이라면 재중이 형이 아무리 날고뛰어도 힘들었을 것이다.
특히 마왕이 공격해오는 일은.
당시의 나도 막는 건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뭐 덕분에 꽤 재미는 있었지. 하루 종일 유저들 죽이고 다녔으니까.”
아, 이 형.
싸우는 거 좋아했지.
물론 원하는 판에서 싸우는 건 아니었겠지만.
재중이 형의 장비는 나 다음으로 좋았으니.
실력도 최강이고.
걸리는 족족 죽여 버리지 않았을까.
“문제는 나만 뜨면 다 피해 버린단 말이야.”
“아…… 그런 문제가.”
“좀 죽이려고 하면 다른 곳에서 가서 깽판 치고.”
“형이 너무 강하니까.”
“어, 내 입장에선 좀 허탈하긴 했다. 함정을 파서 녀석들을 끌어 들여도 그것도 한두 번이지.”
“고생하셧네요.”
상황이 어땠을지 눈에 훤하네.
재중이 형은 아예 못 잡으니까.
주변만 갉아먹은 셈이다.
외부에서부터 무너지도록.
“아무튼, 지금은 꽤 많은 네임드들을 녀석들에게 넘겨준 상태야. 아닌가. 대부분? 전부?”
재중이 형이 겉으로는 웃으면서 말했지만 속에는 불길이 솟는 기분이 들었다.
보고도 놔둘 수밖에 없는 상황일 테니.
그리고 방금 재중이 형의 말에서 힌트를 얻었다.
“그게 아까 말한 것과 연관이 있는 거죠?”
“어, 네임드를 저들이 전부 독식하면서 문제가 다시 생기더라니까? 아니지. 우리가 완전히 자취를 감춘 순간부터 문제가 생겼다고 봐야겠지.”
분명히.
저들 연합의 최초의 목표는 우리의 존재였다.
네임드를 독식하는 우리를 어떻게든 끌어내리자고.
하지만 지금은 그런 존재가 없었다.
반대로 이번엔.
저들이 그런 존재가 되어 있었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이 잡혀?”
“네, 확실히 눈에 보이네요. 녀석들이 했던 그대로 돌려주자는 거죠?”
“어, 거기다 녀석들은 아까 말했듯. 애초에 한 편이 아니거든. 그리고 저 연합은 생각 이상으로 막 지은 집이라서.”
머리가 여럿인 괴물에.
급조한 집이라.
꽤 재밌는 그림이 나오겠네.
“그럼, 한 번 갉아먹어 보죠?”
당한 만큼.
딱 그대로 돌려주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