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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746화 (736/1,404)

#746화 알 모으기 (5)

방법?

모두의 시선이 모이자 챠밍이 검지를 들어 보이면서 말을 꺼냈다.

“적의 적은 아군이죠.”

“맞긴 한데…… 지금은 죄다 적이라서.”

베히모스를 잡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연의 연합이나 다른 유저들까지 치면.

눈에 보이는 거의 대부분의 유저들이 우리의 적이라고 보면 된다.

재중이 형이 챠밍에 물었다.

“걔들끼리 싸움을 붙이자는 건 아닐 거고.”

유저들끼리 싸우게 만드는 것도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했다.

혹은 서로 좀 원한 관계가 얽혀 있거나.

그냥 아무 것도 없는 상황에서 싸움 붙이는 일은 결코 쉬운 게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 이 시점에서 서로 싸움을 붙인다고 대놓고 싸울 정도로 멍청하진 않을 테니.

눈앞에 있는 먹이는 그런 원한들을 상쇄할 만큼 크다.

물론 누군가가 베히모스를 독차지하는 상황이 온다면.

그때는 이야기가 좀 달라지긴 할 것이다.

비슷비슷한 세력들 사이에서는 언제든지 뒤를 칠 수 있을 테니까.

그런 내 생각과는 다르게 챠밍은 전혀 다른 말을 했다.

“유저 말고. 가르가요.”

“응?”

가르가?

그 말을 듣자마자 머리에 여러 그림들이 스쳐갔다.

그리고 곧장 전사 형에게 물었다.

“전사 형, 가르가 지금 나와 있어요?”

“응? 흐음. 아직 확인은 안 해 봤는데.”

잠시 시계를 본 전사 형이 다시 우리에게 말했다.

“시간상 지금쯤이면 리젠은 되긴 했을 거야. 아닐 수도 있지만.”

“높은 확률로 있다는 거죠?”

“다른 월드 네임드의 리젠 시간과 비교해 보면 거의 확실하지.”

이미 가르가는 우리 손으로 한 번 잡았었다.

그렇다는 말은 이제부터는 가르가가 레벨업을 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곧장 챠밍을 보면서 물었다.

“가르가를 유저들에게 던지자는 말이지?”

“네, 안 될까요?”

“안 되긴.”

오히려 너무 잘 먹힐 것 같아서 문제다.

베히모스의 경우만 봐도 유저들을 잡는 데 정성을 아끼지 않았다.

뭐, 더 큰 먹이가 있을 땐 외면하긴 했어도.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눈을 돌릴 만한 큰 먹이는 없었다.

재중이 형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었고.

“그 녀석, 오버된 베히모스에게 덤벼들진 않을걸? 자기보다 세서는 답이 없지.”

“네, 그럼 차선책을 찾겠죠.”

“그래, 유저들.”

가르가는 이제 다시 리젠된 상태.

반대로 베히모스는 오버된 상태다.

둘이 싸우게 되면 답은 뻔했다.

그걸 누구보다 잘 아는 가르가는 베히모스에게 절대 덤비진 않을 것이다.

그럼 당연히 유저들에게 눈을 돌리게 될 것이고.

자신이 베히모스만큼 크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먹이들일 테니.

재중이 형이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가르가에게 청소를 한번 부탁해 볼까?”

* * * * *

“야! 밀지 마!”

“순서 좀 지키지?!”

“어차피 못 잡을 거 좀 나와라.”

“너희 어디 라인이야? 안 되면 그냥 꺼져.”

“웃기고 있네. 너네가 찜해 놨냐?”

북적북적.

이미 구 신성 제국 제넨샤는 유저들로 득실득실거렸다.

지금의 이 상황은 평소에 자주 보던 그런 레이드 풍경이었다.

인기가 있는 네임드를 서로 잡겠다고 난리 치는 모습은 너무 흔한 모습이지.

그 중앙에 오버된 베히모스가 자리를 잡고 나른하게 엎어져 있는 것만 빼면.

말로는 서로가 자신이 잡겠다고 난리였지만 누구 하나 선뜻 먼저 나서서 오버된 베히모스를 잡겠다고 나서지는 않고 있는 기묘한 그림.

유저들보다 더 외곽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전사 형이 어이가 없는 듯 말했다.

“흐음, 누가 먼저 몸빵을 하려나?”

“몸빵인가요?”

“그렇지. 아무래도 처음에 달려드는 쪽이 더 피해가 클 거 아냐. 여긴 거점의 부활 지점에서 멀기도 하고. 한 번 싸우다 전멸이라도 하면 그땐 바로 레이스에서 아웃이란 말이야.”

“그래서 저렇게 서로 욕만 하면서 지켜보는 거군요.”

예상과는 달리 선뜻 나서서 레이드를 진행하는 팀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팀이 나서 주길 바라는 모습 같기도 하고.

“자신들만 나서서 잡을 자신이 있었으면 이미 나서도 한참 전에 나섰을 거야.”

“역시 쉽진 않죠.”

오버된 히드라를 잡을 때도 그 고생을 했는데.

또 다른 오버된 네임드인 베히모스가 그보다 못하다는 생각은 절대 하지 않았다.

저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을 터.

우리가 레이드 하는 영상을 봤을 테니.

전사 형이 유저들 진영 여기저기를 둘러보더니 다시 말했다.

“저기 봐봐. 완전 앙숙인 연합들도 서로 손을 잡잖아.”

“그렇게 말해 줘도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다른 연합들의 세력 관계는 거의 아는 게 없었다.

우리와 직접 마주치는 쪽이 아니라면.

그리고 굳이 찾아가면서 알아보지 않아도.

전사 형이 잘 아니까.

“얼마 전에 대판 싸운 연합들끼리 저렇게 사이좋게 모여 있을 순 없지.”

“일시적인 동맹인가요?”

“흠, 아마도. 그래도 저 규모로는 잡을 수 없을 텐데.”

그런데 그런 연합들의 길드장들이 모인 장소에 잘 알고 있는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 저건 연이네요.”

“호오, 아예 다른 연합까지도 끌어들이겠다는 건가?”

이미 베히모스에게 한 번 크게 당한 적이 있던 연이라 그런지 이번에는 확실히 준비를 하고 들어가려는 것 같았다.

다른 유저들의 손까지 빌려 가면서.

전사 형이 다시 한 번 세력들을 쭉 들러보고는 표정을 굳혔다.

“대충 연합 일곱 개 분량인가…….”

“생각보다 많네요.”

“그리고 저 옆에도 꽤 많아. 유저들 숫자만 해도 거의 오백은 넘을 거다. 저기도 그렇고. 저 멀리 있는 녀석들도.”

저 모습은 이도 저도 아니게 모여서 레이드를 하다가 남 좋은 일만 하느니 아예 작정을 하고 세력을 불리는 모양새였다.

“만약 저들이 다 합치면 어떻게 되죠?”

여기서는 드는 걱정 하나.

저렇게 몇몇 연합 수준이 아니라 아예 다 합치는 경우.

그때는 솔직히 어떻게 결론이 날지 아무도 모른다.

“그렇게까지는 못할걸? 어차피 파이의 크기는 정해져 있으니까.”

“아, 저 인원을 넘어가면 나눠 먹을 게 없다는 거죠?”

“있기는 할 테지만…… 메리트가 떨어지지.”

그렇게 모인 유저들의 덩치가 점점 커지더니 어느 순간부터 서로 간격을 벌리고 멀어지기 시작했다.

“흐음, 피아 구분인가?”

“시작하려는 건가요?”

“아마도?”

협의가 어느 정도 된 건지 모르겠지만.

서로 원하는 답을 맞췄기에 레이드를 진행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물론 그 모습을 그냥 두고 보고 있진 않았다.

“연락 왔네요.”

<나르샤> 찾았어.

<주호> 네, 바로 갈게요.

우리가 동향을 살피는 동안 나르샤 누나가 넓은 시야를 이용해 가르가를 찾아다녔다.

그리고 우리가 찾아간 가르가가 리젠된 곳은 의외의 장소였다.

“공중에서 나타날 줄은 정말 몰랐네요.”

“응, 찾는다고 고생 좀 했어.”

원래 봉인지 근처를 뒤지다가 지상에 없어서 안 나온 건가 싶었는데.

나르샤 누나 덕분에 녀석을 찾아낼 수 있었다.

혼자 찾아다닌 이유는 딱 하나.

녀석보다 멀리서 확인할 수 있으니까.

만약 우리 중 다른 누군가가 찾았다면 녀석이 먼저 발견하고 덤벼들었을 것이다.

“그럼, 뒤는 제가 알아서 할게요.”

“고생해.”

곧장 아퀼라스 주니어를 불러내 위에 올라탄 뒤 가르가 근처로 날아갔다.

키에엑!

날 발견한 가르가는 부리를 크게 벌렸다.

시작부터 브레스야?

날아오는 냉기 브레스를 피해 옆으로 빠져나왔다.

확실히.

아퀼라스 주니어가 빨라졌어.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속도 페널티도 없어지고 거기다 성장한 만큼 빨라졌으니.

느끼는 체감은 확연하게 달랐다.

심지어.

가르가가 아퀼라스 주니어를 쫓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가르가와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다.

다른 말로 가르가가 아퀼라스 주니어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중이었다.

<주호> 더 빠른데요?

<불멸> 뭐가?

<주호> 아퀼라스 주니어가요. 가르가가 못 따라와요.

<불멸> 하…… 그렇게까지 빨라졌다고?

<주호> 음, 일단은 드래곤이잖아요?

그걸로 그치는 게 아니었다.

좌우 상하.

아퀼라스 주니어의 반응 속도가 이전과는 상상을 초월하게 변해 버렸다.

당연히 기동력이 빠르니까 회피도 이전보다 훨씬 수월했고.

가르가가 어지간히 브레스를 날려 대도.

만약 인지가 늦어 반응이 한 박자 밀려도 그걸 메울 만큼의 충분한 여유가 있었다.

이러면 보고 피해도 될 정돈데?

페가수스를 탈 때는 쏘기 전에 먼저 경로를 꺾어야 겨우 피하는 수준에서 지금은 컨트롤하기가 너무 편해졌다.

그럼 이것도 한 번.

【 이중 가속! 】

스킬을 쓰자마다 순간 드래곤의 날개가 몸에 가깝게 확 접히더니 순간 온몸에 극심한 압력이 걸리면서 몸이 짓눌릴 것 같은 기분이 느껴졌다.

그리고 눈이 따가울 정도의 가속으로 대기를 찢으면서 날아갔다.

가속이……!

미쳤어!

거기다 가르가를 보기 위해 억지로 고개를 돌려 뒤를 보다가 정말 목이 꺾일 뻔했다.

“큭, 아예 점이 되어 버리네.”

저 멀리 떨어진 가르가가 차마 따라오지 못하고 괴함만 지르는 모습을 보고는 바로 스킬을 해제했다.

하, 베히모스?

그 녀석은 절대로 아퀼라스 주니어를 떨쳐 낼 수 없어.

속도 면에서는 가히 으뜸이었다.

지금껏 본 어떤 네임드보다도.

히드라 주니어와는 다른 의미로 미친 녀석이야.

충분히 만족하면서 다시 속도를 낮춰 가르가를 끌고 옛 신성 제국 터의 상공까지 날아왔다.

<주호> 형, 상황은요?

<불멸> 좀 복잡하긴 해. 이젠 서로 들어가겠다고 난린데?

<주호> 지금 던져 줄까요?

<불멸> 흐음, 나쁘지 않겠지. 지금도.

원래는 오버된 베히모스와 싸우고 있는 와중에 집어넣을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크게 상관이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하나 걸리는 점.

가르가가 베히모스를 보고 다시 도망을 가 버리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아무래도 이건 조심해야겠지.

그렇다면 지금 풀어놓는 게 더 좋을 수도 있었다.

<주호> 그럼, 풀어놓을게요.

유저들이 보이지 않을 만큼의 거리를 두고 이젠 아퀼라스 주니어의 속도를 완전히 죽였다.

캬아악!

그렇게 뒤를 돌아보고는 겨우 뒤를 따라온다고 눈이 벌게진 가르가를 보면서 웃었다.

“따라온다고 욕 봤다. 이제 밥 먹을 시간이다.”

그리고는 곧장 스킬을 시전했다.

【 워프! 】

아퀼라스 주니어 역시 워프가 있으니.

순간 나와 아퀼라스 주니어의 모습이 사라졌고 다시 나타난 곳은 워프 하기 전과는 신성 제국에서 조금 더 먼 장소였다.

과연…….

녀석이 우리 뜻대로 움직여줄까?

어글 범위가 넓다면.

나를 따라오는 게 맞다.

하지만 이 월드 네임드들은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았다.

중간에 원하는 뭔가가 있으면.

지들 멋대로 어글을 엎어 버리니까.

그리고 그런 수는 제대로 통했다.

<불멸> 크, 녀석이 유저들을 발견하고 하강한다.

<주호> 휴, 통하네요.

안도의 숨을 내쉬는 우리와는 달리.

반대로 지상은 난리가 나 버렸다.

키에엑!!

가르가는 화염과 냉기 오러를 동시에 뿌리면서 유저들 사이로 내려선 뒤 곧장 브레스를 뿜어내 일자로 쭉 유저들을 그 자리에서 얼려 버렸다.

그 뒤에 곧장 화염이 쓸고 지나가자 얼어 있던 유저들이 그대로 증발하듯 죽음의 빛으로 변해 사라졌다.

한곳에 몰려 있던 만큼 당연히 한 번에 엄청난 숫자의 유저가 죽었고.

“뭐야?!”

“이거 어디서 나타난……!”

“가르가다!”

“미친, 여기에 나타나면 어떻게 해!”

그리고 가르가는 유저들을 발판 삼아 바로 레벨업의 빛을 퍼트려 나갔다.

반대로 유저들의 표정은 완전 시커먼 빛으로 변했다.

키에엑!!

저건 기쁨의 함성이려나?

그런 가르가를 보면서 한껏 미소 지었다.

“그래, 아주 싹 쓸어버려.”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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