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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747화 (737/1,404)

#747화 알 모으기 (6)

“젠장, 지금 왜 나타나서는……!”

“리젠은 언제 된 거야?”

“저 녀석 원래 다른 데 나오는 거 아니었어?”

“잡담하지 말고 일단 공격해!”

베히모스야 이미 몇 번 날뛰면서 유저들이 베히모스의 패턴을 연구했을 것이다.

누군가 영상만 찍어 남겨도 그걸 짜깁기해 보면 어느 정도는 공략할 근거가 되니까.

그런 정보가 있기에 베히모스를 잡으려고 이렇게 나섰겠지.

하지만 가르가는 상황이 완전히 달랐다.

여기 모인 사람들 중에 가르가를 직접 상대해 본 유저들은 우리 쪽 연합을 빼면 연 쪽의 소수 길드원들뿐이었다.

다른 말로 대다수의 유저들에게는 가르가의 정보 자체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고.

공격 패턴?

아예 처음 보는 유저들만 있는데?

과연 저들이 반응은 할 수 있을까?

지금 모인 유저들은 가르가가 얼마나 강한지조차도 모른다.

특히 저 냉기 오러.

가르가가 날개를 흔들자 날개에서 흘러나오던 냉기 오러가 곧 거센 바람을 동반한 냉기 폭풍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사방으로 냉기 폭풍을 날리자 주변에 있던 유저들은 하나둘 몸이 얼어가자 비명을 질러 댔다.

쐐애애액!

콰지직!

콰드득!

“으아아! 이게 뭐야!”

“미친! 몸이 얼어붙는다!!”

“살려 줘!”

“젠장, 이것도 스킬이야?!”

“도망가!”

가르가를 상대하려면 최소한 그에 맞는 저항 속성의 아이템이 있거나 혹은 얼음 속성을 누를만한 반대 속성이라도 갖추고 있어야 했다.

이게 전제가 되어도 그나마 상대해 볼까 말까인데…….

과연 지금의 유저들 중에 이 정도의 스펙을 가진 유저가 얼마나 있을까?

굳이 찾자면 연 정도?

혹은 마누스 스태프를 들고 있는 니아 정도겠지.

하지만 연이나 니아는 가르가를 지켜보기만 할뿐.

아직 행동에 나서지는 않았다.

좀 더 사태를 관망하겠다는 건가?

<주호> 연은 안 움직이네요.

<불멸> 보고 있냐?

<주호> 네, 멀리서 내려서 뛰어가는 중이에요.

혹시라도 내가 아퀼라스 주니어를 타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면 안 되기에 멀리서부터 착륙했다.

아무래도 녹화가 워낙 잘 되니까.

괜히 구설수를 만들 필요는 없지.

그렇게 미리 대기하고 있는 장소로 도착하자 재중이 형을 비롯한 우리 팀이 모두 기다리고 있었다.

거기다 우리 쪽 연합 사람들 역시도.

각 길드 길드장 역시 모두 모여 있는 걸 보면 사장님이 전달은 확실하게 하셨네.

팔짱을 끼고 못 마땅한 표정으로 우릴 보던 화련이 툴툴거렸다.

“이래서 무작정 기다리고 한 거야?”

“음, 글쎄요?”

아무 말도 안 해 줬다가 화련이 저 난장판 안에 들어갔다면 나중에 무슨 욕을 들어먹을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라.

동맹에 대한 예의는 둘째 치고.

이게 더 무섭지.

“흐음, 그래서 저 난리를 네가 만든 거고?”

“노 코멘트 해도 되겠죠?”

“됐어. 대답 듣고 싶어서 물어본 건 아니니까.”

그럼 대체 왜 물어본 거야?

잠시 그런 생각을 했다가 고개를 돌리니 엔느가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시선이 마주치자 엔느가 바로 물었다.

“가르가도 오버시킬 생각인 건가요?”

“으음, 아마도 그렇게 되겠죠?”

원래는 오버된 베히모스를 잡지 못하게 만들려고 벌인 일이었다.

유저들이 방해가 되니까.

그런데 여기서 부수적인 효과가 하나 더 생기게 됐다.

가르가의 레벨업.

저 많은 유저들을 다 잡아먹을 수만 있다면.

아마 충분히 가능하겠지.

솔직히 가르가의 오버는 거의 포기하고 있었는데.

챠밍의 수 덕분에 가르가까지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대체 두 마리를 동시에 오버시켜서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래요? 히드라 하나만 해도 그 고생을 했는데. 거점이 거의 날아갈 뻔했잖아요.”

“그렇죠. 그래도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 거예요.”

예전의 리틀 오우거와 소녀 라미아, 미치광이 리치 같은 경우도 그렇고.

펫이 있고 없고는 확실히 차이가 난다.

하지만 이전의 펫들은 대부분 능력을 보조해 주는 정도의 역할에 그쳤다.

직접적인 전투 능력은 거의 없다시피 했으니까.

소녀 라미아가 가끔 랜덤으로 공격 스킬을 써주긴 했지만 그것도 지금은 챠밍의 마법이 너무 강해져 의미가 희석되었다.

그래서 다 전투 보조 펫 정도로 인식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아퀼라스 주니어부터는 이야기가 달랐다.

그야말로 전투 펫.

실질적인 전투에 나서서 강력한 공격을 해주는 펫들이었다.

히드라 주니어 같은 경우는 아예 홀딩까지 가능한 능력을 갖추고 있으니 더 말해 뭐할까.

아퀼라스 주니어 역시 이동속도가 넘사벽이고.

물론 그렇다고 이전의 펫들이 안 좋다는 건 아니었다.

역할이 조금씩 다른 형태일 뿐.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이런 펫들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그래서 이렇게까지 몰래 작업을 하는 것이다.

베히모스의 펫을 얻기 위해.

거기다 가능하다면 가르가의 펫도.

둘 다 오버를 시키면 위험하기야 하겠지만.

이런 기회가 언제 또 오겠는가.

유저들이 우르르 몰려 있는 지금이 아니면.

기회를 살리기 힘들 것이다.

“정말 못 말리겠네요.”

엔느가 두 손 들었다는 듯이 웃음을 지었다.

그런 엔느에게 곧장 물었다.

“욕심 안 나세요?”

“안 난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그렇지만 가지지 못할 물건에 애써 힘들이고 싶진 않아요. 돈이 엄청 있다고 해도 못 구할 텐데. 그리고 전 돈도 별로 없다고요?”

농담으로 한 말 같지는 않네.

엔느의 말은 어차피 저 오버된 베히모스나 가르가는 지금의 자신들로는 못 잡는다는 말을 한 것이었다.

그리고는 슬쩍 고개를 돌리는 엔느.

뭔가 더 할 말이 있는 것 같았는데……?

착각인가?

다시 고개를 돌려 전장을 바라보니 가르가가 유저들을 학살하면서 전장을 완전히 지배하는 중이었다.

그렇다고 유저들이 가만히 앉아서 구경만 하진 않았다.

“냉기 피해서 최대한 떨어져!”

“녀석에게 죽지 마라!”

“원거리들 거리 벌려 가면서 일제히 공격!”

“근접들은 빠져서 원거리 보호해!”

“포위 라인 잡아!”

“얼지만 않으면 어떻게든 잡을 수 있어!”

가르가 주변은 모조리 얼어붙어서 도저히 유저들이 접근할 수가 없어 보였다.

그래서 아예 원거리 위주로 작전을 바꾼 것 같았다.

그에 따라 각 연합들이 일사천리로 가르가를 완전 포위하는 형식으로 진을 바꾸었다.

재중이 형이 그 모습을 보고는 웃음을 지었다.

“누군지 몰라도 제법 통제를 잘하는데? 저 많은 연합들을 휘어잡다니.”

“다들 급해서 그런 건 아니고요?”

“그런 것도 있겠지만. 좀 더 지켜보자.”

좀 전까지만 해도 으르릉거렸던 연합들이 저렇게 붙어서 레이드를 하다니.

신기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가르가에 각종 마법과 화살을 쏟아붓는 와중에도 가르가가 옆으로 움직일 때마다 딱 그만큼의 간격을 벌리면서 유저들이 포위망을 형성하자 가르가가 열받은 듯 강력한 피어를 뿜어냈다.

캬아아악!

멀리 떨어져 있는 여기까지 분노가 느껴지는 피어에 순간 소름이 돋았다.

“꽤 화났나 봐요.”

“뭐 유저들은 똑똑하니까. 다른 몬스터들처럼 대책 없이 맞아주진 않잖아.”

계속되는 마법과 화살 세례에 가르가의 단단한 깃털들에도 슬슬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아무리 가르가가 월드 네임드고 방어가 좋다고는 하지만.

거기다 일정 이하 공격을 방어로 씹어먹는다고 해도.

공격 숫자가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면.

결국 어떻게든 피해를 보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중.

가장 강력한 공격이 다른 유저들의 공격 사이에 섞여서 들어가 가르가의 방어를 한 번에 뚫어냈다.

쐐애애액!

파지지직!

화르르륵!

콰아아앙!

키에에엑!!

세 가지의 브레스가 동시에 뿜어지는.

그 공격을 맞은 가르가의 머리가 확 뒤로 젖혀지더니 피해가 큰 듯 머리를 크게 흔들어댔다.

챠밍이 그걸 바로 알아보고는 외쳤다.

“엘레멘탈 브레스에요!”

“봤어!”

“아무래도 니아가 나섰나 봐요.”

그리고 연이어서 또 다른 엘레멘탈 브레스가 가르가의 머리를 타격했다.

콰아아앙!

키에에엑!

또 한 번 더.

콰아앙!

케에엑!!

세 번이나 연이은 엘레멘탈 브레스에 가르가 역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자리에 그대로 다운이 되었다.

재중이 형이 그걸 보고는 혀를 찼다.

“마족의 무기가 정말 거슬리네.”

“어쩔 수 없죠.”

우리만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니.

동시에 유저들의 함성이 퍼져 나갔다.

“우와와! 다운 됐다!”

“뭘 보고 있어?! 당장 달려들어!”

“지금이 기회다!”

“오오! 잡을 수 있나?!”

“가자!!”

거대한 날개가 축 쳐져 지상에 다운이 되어 있는 가르가를 향해 유저들이 일제히 달리기 시작했다.

특히 지금껏 방어만 하고 기다리고 있던 근접 유저들이 더 신나서 먼저 달려 나갔고.

가르가의 냉기 오러가 지금은 싹 걷혀져 있기에 저 유저들은 아무 거리낌 없이 가르가에게 접근할 수 있었다.

재중이 형 역시 혀를 찼다.

“쳇. 저건 별로 안 좋은데?”

여기서 가르가가 아무것도 못하고 죽어 버리는 건 정말 최악이었다.

그럼 처음부터 작전을 다시 다 짜야 하는데.

굳은 표정의 챠밍이 날 보고는 물었다.

“오빠, 어떻게 해요? 잠시라도 막아볼까요?”

그런 챠밍의 말에 바로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지금 나서면 모양새가 이상해져.”

“하아, 그럼 방법이 없네요.”

당장 챠밍만 나서도 저 유저들의 진격을 멈추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정말 전 유저들을 상대해야 할지도 모르니.

최악의 경우에라도 그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듣고 있던 전사 형이 곧장 의견을 말했다.

“흠, 정 안 되면 베히모스라도 끌고 와야 하나?”

전사 형 의견은 아주 지금 상황을 혼전으로 만들어서 누구도 승자가 없게 만들려는 것이다.

“적어도 최악은 면하겠네요.”

안 그래도 가르가 때문에 유저들이 상당히 죽은데다가 진형도 엉망인 이 상태에서 오버된 베히모스가 끼어들면?

거기다 두 마리의 월드 네임드를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유저들도 감당하기는 힘들다.

그사이 가르가에게 근접 유저들이 달려들어서 일제히 공격을 쏟아부었다.

수백은 가볍게 넘겠고…….

차마 수를 헤아리지 못할 만큼 많은 유저들이 달려들어서 마치 개미 떼를 보는 기분이 들었다.

각 연합마다 좀 친다 싶은 유저들은 죄다 달라붙은 상황.

네임드가 다운되어 있는 지금.

이 이상 딜을 하기 좋은 조건은 없으니까.

다운된 상태에는 방어막도 걷힌다.

굳이 암흑력이나 신성력이 없어도 공격이 온전하게 들어가겠지.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유저가 아껴둔 모든 공격 스킬을 지금 다 퍼부을 것이다.

저 유저들이 다 공격을 하면…….

챠밍도 안색이 확 굳어졌다.

“가르가가 못 버틸 거예요.”

전사 형 역시 마찬가지.

“저 숫자의 공격이면…… 잘못하다가 가르가가 그냥 죽어 버릴 수도 있어.”

니아 한 명이 가진 마족의 무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상황이 바뀌는 건가.

하아…….

미치겠네.

결국 할 수밖에 없나?

잠시 한숨을 쉬고는 모두에게 말했다.

“베히모스를 데리고 와야겠어요.”

재중이 형도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길마들 역시 마찬가지.

기다릴 시간도 부족하다고 생각되어 곧장 아퀼라스 주니어를 불러내려고 넓은 공간으로 이동하려는 순간.

갑자기 챠밍이 내 옷깃을 확 잡아끌었다.

“어?”

“오빠! 잠시만요!”

“같이 가려고?”

“아뇨! 다시 봐요!”

“다시 보라니?”

급하게 고개를 돌려서 유저들에게 포위되어 있는 가르가를 쳐다보았다.

뭘 보라는…….

어?!

순간 나 역시 뭔가를 발견하고는 몸이 멈칫했다.

“저거…… 내가 잘못 본 것 아니지?”

“네, 아니에요.”

“뭐야? 왜 다운된 가르가가 눈을 떴다가 감아?”

자세히 보고 있지 않으면 눈치채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떳다가 감았지만 분명히 봤다.

보통은 다운되면 힘을 잃고 잠시 기절 상태가 된다.

그런데 유저들의 공격을 받으면서 중간에 눈을 떴다고?

벌써 일어날 수가 없을 텐데?

그리고 그 순간.

머릿속에 빠르게 뭔가가 스치고 지나갔다.

“설마……!”

챠밍 역시 같은 생각을 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 설마가 맞는 것 같아요!”

“하! 저 새끼, 지금 연기하고 있는 거야?! 유저들을 상대로?”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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