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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736화 (726/1,404)

#736화 성장형 네임드 (8)

오버된 히드라에 밀리기는커녕 오히려 압도하는 것 같은 전사 형의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

이건 나뿐만 아니라 우리 팀 모두 마찬가지였다.

놀란 토끼 눈으로 지켜보고 있던 이쁜소녀가 넋을 놓은 듯 말했다.

“와, 전사 오빠가 다시 보여요.”

반대로 나르샤 누나는 그다지 놀란 모습은 아니었다.

“원래 모습이야, 저게.”

“에? 그래요?”

“응, 다른 게임에서는.”

그동안은 전사 형이 거의 탱킹 위주로만 해서 저렇게까지 공격 성향이 있는지 몰랐는데 실상 뚜껑을 열어 놓고 보니 생각 이상으로 공격적이었다.

무심결에 손에 들린 원본 르아 카르테를 바라보았다.

이게 그 정도로 성향을 바꿔줄 수 있는 거였나?

나르샤 누나 역시 내 르아 카르테를 바라보고는 웃음 지었다.

“높은 마력 흡수로 마력이 부족하지 않으니까 방어 스킬을 전부 다 둘렀잖아. 평소처럼 몸을 사릴 필요도 없지. 거기에 체력 흡수도 수준급이니 한두 대 맞더라도 언제든 복구할 수 있고.”

“그래서 저렇게…….”

“응, 그리고 여차하면 오러 블레이드가 있는 검날로 막아도 돼. 운신의 폭이 이전보다 훨씬 좋아진 거야.”

확실히 전사 형을 보면 예전에는 무조건 쉴드에만 의지한 탱킹이었다면 지금은 검과 방패 모두 사용해서 탱킹을 하고 있었다.

복사본 르아 카르테로 마력 소모가 50%로 감소해 오러 블레이드가 항상 삼중첩이 되어 있는 장점을 십분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오러 블레이드에 치명타랑 관통 확률도 높잖아. 억지로 틈을 만들어 어글을 끌지 않아도 되니까 무리할 이유도 없고. 결국 머릿속에 그리던 원래의 탱킹이 나오는 거지.”

“음, 전사 형 무기가 방어구에 비해 좀 안 좋긴 했죠.”

좋은 방어구는 항상 전사 형 위주로 맞췄으니까 안 좋을 수가 없었다.

반면에 무기는 그렇지 못했다.

이게 상당한 불균형을 가져온 모양이었고.

“전사가 너랑 불멸 오빠 사이에서 얼마나 고생했겠니.”

“흠, 좀 그렇긴 했죠?”

“응, 둘이서 딜이 폭발하는데 그걸 붙들고 있어야 하니까.”

나르샤 누나의 그 말에는 그저 머쓱한 웃음만을 지어보였다.

현재 내 딜량은 일반 유저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높은 수준이었다.

그것보다 더 문제는 한 방에 터트리는 딜이 너무 높다는 것.

거기다 재중이 형은 더 했다.

베사노스와 가르가의 심장을 가진 이후에는 거의 모든 평타가 폭딜 수준이니.

마법사들이 풀로 차징을 해서 딜하는 양을 그냥 평타로 터트리는 중이라.

나나 재중이 형이나 일반 상식적인 딜을 넘어선 지가 꽤 오래 되었다.

그리고 나르샤 누나가 이쁜소녀에게 시선을 돌리며 웃어보였다.

“게다가 얘도 있잖아.”

나르샤 누나의 시선에 이쁜소녀의 어깨가 잠시 움찔했다가 놀란 듯 말했다.

“저도요?”

“응, 사실 네가 더 무서울 걸? 전사 입장에선? 어글 무조건 털리잖아.”

“우웅.”

이쁜소녀가 광화를 쓰고 헤븐즈 스트라이크로 연타를 날리면 솔직히 순간 딜량은 우리 중에는 최강일 것이다.

필살기급 스킬에 해당하는 헤븐즈 스트라이크를 연달아 쏘는 거니까.

“그리고 얘만 있니. 쟤도 있어.”

그러면서 나르샤 누나가 챠밍을 가리키자 챠밍 역시 머쓱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 챠밍은 광역기…….”

“소녀의 헤븐즈 스트라이크는 범위라도 좁지. 쟤는 그냥 핵폭탄이잖아.”

“……아니라고 할 수가 없겠네요.”

각종 네임드의 최종 스킬을 시간의 서와 트리플 캐스팅으로 무자비하게 날려 대니까.

아마 지금은 그보다 더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딜이 좋은 건 나쁜 게 아니지. 그런데 그걸 전사가 못 버티니까 문제였고. 지금은 겨우 제자리를 찾아간 거야.”

복사본 르아 카르테를 전사 형에게 쥐어 준 것이 신의 한수였나.

물 만난 고기처럼 신나게 히드라를 쥐어 패는 전사 형을 보고는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그런 전사 형이 우리에게 외쳤다.

“자! 들어와!!”

자신감 충만한 모습.

재중이 형도 피식 웃더니 베사노스를 꺼내들었다.

“어디 얼마나 안 털리는지 한번 보자고.”

“전사 형이 울 거예요.”

“크큭, 알아. 적당히 들어가자.”

정말 마음먹고 패 버리면 답도 없지.

“히드라는 후방이 없으니까 나와 너, 소녀가 삼각형으로 거리를 유지하고.”

“네.”

“네!”

히드라의 머리가 여섯이다 보니 사각 자체가 없었다.

한쪽으로 공격이 쏠린다면 또 모를까.

전사 형의 신호에 히드라에게 다가서자 곧장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 히드라 플레이트 상의의 석화 방어가 석화 상태 이상에 저항합니다. 》

《 히드라 플레이트 하의의 석화 방어가 석화 상태 이상에 저항합니다. 》

.

.

《 석화로 인한 경직이 소폭 적용됩니다. 》

《 이동속도가 석화 상태 이상으로 인해 서서히 저하됩니다. 》

《 고대 마수의 심장이 완전 석화에 저항합니다. 》

역시 이전과 마찬가지로 저항이 뜨면서 다소 몸이 느려지긴 했지만 불편할 정도의 저하는 아니었다.

일단 한쪽은 르아 카르테.

그리고 다른 한쪽에는 가낙스를.

【 고대 마수의 심장 (베히모스)! 】

【 트리플 캐스팅! 】

【 오러 블레이드 - 암속성! 】

【 오러 블레이드 - 광속성! 】

【 오러 블레이드 - 뇌속성! 】

여기에 가낙스를 들고 있기 때문에 추가로 오러를 더 쓸 수 있었다.

무기 자체의 스킬이라 중복되지도 않았고.

【 오러 블레이드 - 화속성! 】

【 오러 블레이드 - 수속성! 】

반대편에서는 재중이 형이 베사노스와 가르가의 심장을 써 어마어마한 불꽃을 피워 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쁜소녀 역시도 토르를 들고 언제라도 찍을 수 있게 주변을 도는 중이었고.

“들어가죠!”

신호와 함께 먼저 재중이 형이 베사노스로 히드라의 옆구리를 찍었다. 그런데 히드라가 재중이 형을 돌아보지도 않았다.

“호오…….”

이쁜소녀 역시 몸을 날려 토르의 뇌전으로 히드라의 등 부분을 후려쳤는데도 마찬가지.

내 쪽에서도 르아 카르테와 가낙스로 녀석의 뒷다리를 베고 지나갔는데 움찔거리기만 할 뿐 시선을 내게 주진 않았다.

나나 재중이 형이나 모두 딜을 조절하는 상황이라고는 해도…… 이건 꽤 좋은데?

전사 형이 신나서 자신에게 오는 모든 공격을 듀라한 쉴드로 흘려내고 의기양양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흐흐, 어떻습니까?”

“오, 이제 좀 탱커 같다!”

재중이 형도 한껏 만족한 듯한 모습.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줄 걸 그랬나.

나 역시도 방어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니까 상당히 편해진 것도 사실이었다.

이쁜소녀도 신나서 외쳤다.

“와! 전사 오빠 완전 좋아요!”

“흐흐흐흐.”

전사 형 입꼬리가 완전 올라갔어.

그리고 이러면 좀 더 올려도 되려나?

르아 카르테와 가낙스로 좀 더 빠르게 휘두르면서 급소가 될 만한 관절 부위를 모두 베고 지나갔다.

물론 중간에 가낙스가 깨지면.

【 웨폰 카피! 】

바로 카피를 해 새로운 가낙스를 꺼내들었다.

전사 형이 어글을 잡아 주니까 할 수 있는 여유이기도 했고.

그렇게 가낙스의 냉기에 의해 한쪽 다리가 점점 얼어 가기 시작했다.

끼기긱!

히드라의 움직임도 당연히 느려질 수밖에 없었고.

그쯤 되자 히드라의 머리 중 하나가 내게로 따로 고개를 돌렸다.

이 정도에서는 돌아보는 건가.

자신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줬다고 생각하는지 히드라의 머리가 돌아서는데 그때 전사 형이 외쳤다.

【 데스나이트 피어! 】

한 번에 강렬한 피어가 뻗어 나가더니 나를 바라봤던 히드라의 머리가 곧장 다시 전사 형에게 돌아갔다.

“어딜 보려고?”

데스나이트 피어 스킬의 등급이 낮아서 그런지 경직이 되진 않았지만 확실히 시선을 돌아가게 만들었다.

그런 전사 형에게 엄지를 척 올렸다.

그렇게 히드라의 다리를 전부 얼리자 곧 히드라의 거대한 몸이 자리에 풀썩 내려앉았다.

지탱할 다리가 힘을 못 쓰니까.

그 순간 모든 히드라의 머리가 내게로 시선을 돌렸다.

잔뜩 골이 난 표정으로.

거기다 동시에 입을 벌리면서 스킬을 시전했다.

저건……!

데스 버스트?!

내가 쓰기 때문에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스킬이었다.

콰아아아!!

시전 시간도 없이 즉발로 터진 데다가 워낙 거리가 가까워서 그런지 피하기에는 너무 늦어 버렸다.

칫.

설마 데스 버스트를 동시에 여섯 발이나 날릴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곧장 뒤로 몸을 빼면서 스킬을 썼다.

【 백스탭! 】

하지만 히드라가 고개를 들면서 내게 조준을 맞추자 데스 버스트도 일자로 쭉 뻗어지며 나를 따라왔다.

역시 이런 식으로는 피할 수 없나.

제일 처음 날아오는 데스 버스트는 오러가 씌어 있는 가낙스를 휘둘러서 옆으로 쳐냈다.

째앵!

당연히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가낙스가 박살 나서 사라졌고.

곧장 르아 카르테를 연속으로 휘둘러 뒤이은 두 개의 데스 버스트 역시 위로 쳐냈는데, 쳐낼 때마다 체력이 뭉텅뭉텅 떨어져 나갔다.

오러가 있어서 그나마 이런 정도지.

아니었다면 이미 데스 버스트에 휩쓸려서 죽어버렸을 지도 모른다.

한 발, 한 발이 필살기 급이니.

남은 건 세 발.

어쩔 수 없이 이쪽에서도 스킬을 시전했다.

베히모스의 방어 스킬이 얼마나 버텨줄지 모르겠다만.

【 앱솔루트 토네이도! 】

순간 내 몸을 감싸는 강렬한 바람의 보호막이 형성되면서 데스 버스트와 부딪혀갔다.

쿠웅!

콰앙!

콰아아앙!!

그리고 데스 버스트와 앱솔루트 토네이도가 터져나가며 연속되는 충격파에 몸이 미친 듯이 뒤로 튕겨 나갔다.

큭.

체력이……!

앱솔루트 토네이도로 막았음에도 불구하고 체력이 쭉 떨어져 내려 아찔하게 만들었지만.

다행히 완전히 바닥을 찍지는 않았다.

그리고 겨우 몸을 착지한 다음 오버 된 히드라를 노려보았다.

“머리가 여섯 개인 게 폼은 아니라는 거지?”

그리고 방금 한 방은 나를 빡치게 만들기에도 충분했다.

이건 좀 아껴 두려고 했는데.

“전사 형! 조금만 녀석을 붙들어 줘요.”

“어?! 알았다!”

그리고 그 순간.

하나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복사판 베사노스.

【 웨폰 카피! 】

【 웨폰 카피! 】

【 웨폰 카피! 】

.

.

그리고 베사노스를 잔뜩 복사한 다음.

전부 주변의 땅에 박아 놓았다.

【 블레이즈 필드! 】

베히모스의 스킬 중 하나를 내게 두르면서 화염이 계속 올라오자 그 화염을 베사노스들이 전부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재중이 형도 이 모습을 보더니 어이가 없는 듯 웃어 버렸고.

“아, 저 미친놈.”

“한 방 먹었으니까 돌려줘야죠. 챠밍! 여기 불 좀 더 놓아봐!”

그러자 챠밍 역시도 스킬을 써 주었다.

【 블레이즈 필드! 】

내가 쓸 때보다 월등히 강한 화염을.

그렇게 한참 동안 베사노스들에 화염을 꽉꽉 눌러 채운 뒤.

땅에 찍어 둔 베사노스들을 하나씩 뽑아 들고는 외쳤다.

“전부 나와요!”

바로 우리 팀이 자리를 비우는 순간.

오버된 히드라에 향해 모든 베사노스를 연속으로 휘둘러 스킬을 계속 쏘아 보냈다.

【 블레이즈 슬래셔! 】

【 블레이즈 슬래셔! 】

【 블레이즈 슬래셔! 】

【 블레이즈 슬래셔! 】

.

.

.

콰앙!!

콰아아앙!!

콰아아앙!!

콰아아아앙!!

키에에에에엑!!

압도적인 폭발력으로 오버된 히드라를 계속 터트렸다.

놈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니 이제 좀 속이 내려갔다.

“그냥 죽어!”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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