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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735화 (725/1,404)

#735화 성장형 네임드 (7)

“히드라를 오버시키자고?”

“네, 히드라를요.”

챠밍의 미소 속에서 나온 제안은 쉽게 생각할 만한 말은 아니었다.

재중이 형도 그 말에는 다소 난감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얘, 큰일 날 애네.”

“그래도 할 만하지 않아요?”

“흠,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못 할 것도 없다만…….”

오버를 하는 것 자체는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히드라가 오버되는 데 필요한 자양분은 주변에 널려 있었으니까.

지금은 우리가 억지로 억눌러서 오버가 되지 못하게 만드는 중이지만.

아마 그냥 이대로 가만히 놔두기만 해도 알아서 오버가 될 것이다.

특별한 변수가 없는 이상은.

잠시 고민에 빠진 내게 챠밍이 말을 이었다.

“어차피 이대로 히드라를 잡아 봐야 똑같잖아요.”

“확실히…… 그렇긴 해.”

챠밍의 제안은 완전히 허무맹랑한 말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네임드를 잡았을 때의 이득이 깔려 있었다.

재중이 형 역시도 같은 생각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흠, 지금 히드라를 잡으면 그냥 예전에 알던 네임드 템이 떨어지겠지. 그것도 몇 개 안 될 테고.”

이건 듀라한이나 고르곤도 마찬가지.

물론 밑에 깔린 숫자가 많으니까 개수야 많이 떨어지겠지만.

그렇다고 엄청나게 매혹적이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다.

돈으로만 따지면 당연히 많이 잡는 게 좋다.

다만.

반대로 새로운 아이템을 원한다면.

“오버된 히드라가 더 괜찮죠.”

“잡을 수만 있다면 말이지.”

“네, 그게 제일 문제네요.”

“할 거네?”

“해야죠.”

감당이 되느냐 안 되느냐의 문제인가.

나나 재중이 형이나 안 된다는 생각은 머릿속에서 완전히 날려버린 상태였다.

그리고 이젠 어떻게 하면 잡을 수 있을까로 문제가 변해 버렸다.

그런 우리를 둘을 보고는 챠밍도 미소 지었고.

역시라고 생각하는 딱 그런 표정이려나.

재중이 형이 챠밍에게 농담 삼아 말했다.

“얘도 완전 우리 과라니까. 대책 없이 무모한 건 저놈 하나면 충분한데 말이야.”

“칭찬 감사해요.”

“그게 그렇게 되냐?”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도 여전히 히드라와 네임드들은 뒤엉켜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사장님께는 잠시 멈추라고 해야겠어요.”

“아아, 그렇지. 이러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그런 우리 둘의 대화에 챠밍이 의문의 눈빛을 보내자 설명해주었다.

“원래는 사방에서 폭격하려고 했거든. 피신해 있던 유저들로 전부 둘러싸고.”

“아, 그래서 일부러 유저들을 후퇴시켰어요?”

“응, 여기서 쓰기 위해.”

챠밍이 먼저 양념을 쳐 놓으면 유저들과 NPC들로 포위망을 형성해 한 번에 쓸어버릴 예정이었다.

외곽에서부터 네임드들을 하나씩 녹인 뒤.

마지막엔 히드라까지 잡는 식으로.

서로 싸운다고 약해져 있는 네임드들을 잡기에는 부족하진 않았을 테지만.

지금은 다 소용없는 일이었다.

<주호> 사장님, 계획이 바뀌었어요.

<카이저> 무슨 일이라도 생겼냐?

당연히 포위망을 형성하라고 할 줄 알았던 사장님도 의아한 듯 물어왔다.

<주호> 오버시킬 생각이에요.

<카이저> 으음, 히드라를 말이냐? 너무 리스크가 크지 않나? 잘못하면 거점도 싹 날아간다.

<주호> 몇 없을 기회인데 한번 해보려고요.

<카이저> 흐음, 알았다. 그럼 유저들은?

<주호> 만약 잘못되면 다 대피시켜 주세요.

솔직히 우리가 오버된 히드라를 잡지 못하면.

뒤가 없다고 봐야 했다.

<카이저> 안정이냐, 모험이냐구나.

<주호> 그냥 해보는 거죠.

사장님과 연락을 끊고 난 뒤 전사 형에게 연락을 넣었다.

<주호> 형, 히드라 오버시켜서 잡을 생각이에요. 준비해 주세요.

<방패전사> 히드라를? 어우, 오늘 개고생하겠는데?

전사 형은 놀라면서도 안 된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주호> 패턴이 많이 나와서 좀 고생하실 거예요.

<방패전사> 흐,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그건 걱정하지 마라. 재밌겠네.

<주호> 조만간 봐요.

준비가 끝나자 챠밍에게 신호를 주었다.

“이대로. 히드라가 네임드들을 잡을 수 있게 조절해.”

“네!”

어차피 히드라가 레벨이 오르면 체력이 복구되기에 히드라의 체력을 깎는 일은 의미가 없었다.

반대로 네임드들의 체력을 깎으면 깎을수록 히드라가 오버가 되는데 가속이 붙을 것이다.

그 역할을 챠밍이 해 줄 수 있었고.

이후 챠밍이 감염 구역을 조절하기 시작하자 눈에 띄게 전투가 반전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볼 수 있었다. 히드라가 네임드들을 잡아먹으면서 레벨업을 해 몸이 번쩍번쩍 빛나는 모습을.

“이렇게 대놓고 구경해 보긴 처음이네.”

유저들이 죽는 건 자주 봤지만 네임드가 학살당하는 모습이라…….

어디 가서 쉽게 볼 만한 장면은 아니었다.

“숫자가 부족하진 않겠죠?”

“으음, 그건 또 그것대로 문제네.”

만약 오버가 안 되면?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다 삽질이 되어 버린다.

얼마 뒤.

그런 걱정은 멀리 사라졌다.

레벨이 잔뜩 오르다가 어느 순간부터 히드라에게서 레벨업의 빛이 하나도 올라오지 않았다.

“다 된 건가?”

“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 오버가 됐는지, 안 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장면이 눈앞에 보였다.

“다른 네임드의 스킬을 쓰네요.”

히드라 역시도 은신을 사용한 듯 희미하게 사라지더니 절대 쓸 리가 없는 스킬들을 써대기 시작했다.

고르곤의 기가 라이트닝이라던지.

듀라한의 데스 버스트 같은.

이미 베히모스 때 본 모습이기는 한데 신기함은 감출 수 없었다.

그때 챠밍이 뭔가를 발견하고는 외쳤다.

“오빠, 네임드들 도망가요.”

챠밍 말대로 히드라가 네임드들을 압도적으로 누르기 시작하자 네임드들이 히드라에게서 도망가기 시작했다.

정확하게는 오버된 히드라를 피한다고 보는 게 맞으려나.

<주호> 사장님, 네임드들 사방으로 빠집니다. 유저들에게 잡으라고 하세요.

<카이저> 흠, 저들이 잡을 수 있을진 모르겠다만. 한 마리씩 떨어져 있다면 어떻게든 할 수 있겠지.

어차피 네임드는 관심 밖.

유저들에게 맡긴 또 다른 이유는 혹시라도 방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포함되어 있었다.

네임드가 빠져나간 뒤 전사 형에게 연락을 넣자 바로 네임드 사이를 피해 우리 팀을 데리고 중앙으로 들어왔다.

우리 역시 지상으로 내려왔고.

이쁜소녀가 오버된 히드라를 보더니 깜짝 놀라 외쳤다.

“우와, 커요!”

기존의 히드라보다 덩치도 꽤 커진 상태.

원래도 큰데 지금은 올려다봐야 할 정도로 더 커졌다.

나르샤 누나, 막내별 역시도 고개를 올려 바라봤고.

다 모이자 재중이 형이 오더를 내렸다.

“나르샤는 주변을 돌면서 최대한 시선을 분산시켜. 전사 혼자서는 여섯 개의 머리를 감당 못 할 거다.”

“응, 알았어. 동선 안 겹치게 해볼게.”

“막내별은 이번에 전사에게만 집중하도록. 그리고 소녀는 기회 날 때마다 들어가서 머리의 행동을 억눌러줘야 해. 챠밍은 감염 걸리면 바로 풀어주고, 막내별은 석화 담당해 주면 돼. 패턴이 많으니까 서로 엇갈리지 않게 잘 보고.”

챠밍과 이쁜소녀, 막내별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았어요.”

“잘해 볼게요!”

“맡겨 주세요.”

이어서 전사 형에게 말했다.

“네임드 여러 마리를 동시에 상대한다고 생각해야 해. 네가 무너지면 레이드 자체가 안 돼. 잘 할 수 있지?”

“무슨 섭한 말씀을. 충분합니다.”

“오케이 좋아. 그럼 가자.”

전사 형이 바로 심장부터 시전했다.

【 고대 마수의 심장! (히드라) 】

히드라의 주력인 석화를 최대한 막기 위해서는 히드라의 심장이 필수였다.

특히 석화 필드 위에서 계속 있어야 하는 전사 형은 더 그렇고.

그리고 전사 형도 히드라 플레이트를 입고 있어서 석화에 어느 정도 저항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제발 좀 잘 막아 줘라.”

물론 이렇게까지 세팅을 하더라도 오버된 히드라에게 석화가 안 걸린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히드라 플레이트를 주먹을 탕탕 치면서 전사 형이 앞으로 뛰어나가는 순간.

“형, 잠시만.”

“어?”

“이거!”

그리고 르아 카르테 복사본을 던져 주자 전사 형이 중간에 받아들고 웃어 보였다.

“땡큐, 잘 쓸게.”

【 포스 쉴드 / 암속성 】

【 다크 아머! 】

【 파이어 아머! 】

【 아쿠아 아머! 】

쓸 수 있는 모든 방어 스킬을 불러내서 몸에 두른 전사 형이 곧장 다른 스킬들도 동시에 불러내었다.

【 헤이스트! 】

【 트리플 캐스팅! 】

【 오러 블레이드 - 암속성! 】

【 오러 블레이드 - 광속성! 】

【 오러 블레이드 - 독속성! 】

전사 형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암속성과 광속성.

그리고 고대 마수의 심장으로 쓸 수 있는 독속성까지.

공격에 독속성이 묻어나는 히드라를 상대로 필수였다.

오러를 세 가지만 돌리는 건 하나의 르아 카르테로는 저 정도가 한계.

거기다 전사 형은 다른 방어 스킬까지 같이 돌려야 하니 마력이 빠듯할 것이다.

【 데스나이트 피어! 】

전사 형이 곧장 피어를 써 어그로를 자신에게 붙이자 히드라에게서 공격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처음에 날아오는 것은 역시나 스톤 브레스.

히드라의 머리 중 하나가 전사 형에게 스톤 브레스를 날리자 바로 전사 형이 듀라한 쉴드를 땅에 박으면서 그대로 몸을 낮췄다.

콰아아앙!

콰지직!

“어?”

설마 저걸 그대로 맞을 줄은 몰라서 다들 놀란 눈치였는데 스톤 브레스에 석화될 줄 알았던 전사 형이 멀쩡하게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보고는 안도의 숨을 쉬었다.

“일부러 맞은 거예요?”

“어, 전사도 한 번 맞아 봐야 했을 거야. 오버된 녀석에게 어느 정도 대미지가 들어오나. 석화가 되는지 안 되는지도 봐야 하고. 그리고 저걸 못 버텼으면 아예 레이드 자체가 안 될 테니.”

일단 전사 형의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고대 마수의 심장과 방어 스킬들을 동시에 돌리자 히드라의 공격에도 충분히 버틸 만했다.

“저러면 이제 전사가 마음 놓고 들이댈 수 있어.”

바로 전사 형의 눈빛이 달라지면서 완전히 히드라에게 밀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빨을 치켜세우고 아래로 떨어져 내리는 여섯 개의 머리를 동시에 커버하면서도 듀라한 쉴드를 적절히 기울이는 것만으로 공격들을 거의 다 상쇄해 내었다.

때로는 세 개의 오러 블레이드가 걸린 르아 카르테를 휘둘러서 공격을 쳐내기도 했고.

확실히 오러가 중첩되어 있어서 그런지 타격을 거의 입지 않는 것 같았다.

거기다 르아 카르테가 체력과 마력 흡수를 동시에 해줘서 그런지 오러 블레이드 역시 꺼지지 않고 계속 타오르고 있었다.

방어 스킬들 역시도.

콰가강!

콰앙!

키기긱!

사방에서 휘어져 들어오는 연속 공격에도 흔들림 없는 탱킹.

저렇게 고정식으로 버텨 주면 최고지.

그때 챠밍이 놀라서 외쳤다.

“전사 오빠! 아마겟돈이에요!”

흑장로의 근접 스킬.

전사 형이 계속 붙어서 떨어지지 않자 전사 형을 떨어뜨리기 위해서 썼는데 이미 전사 형은 챠밍이 신호를 주기 한참 전에 뒤로 빠져나와 있었다.

【 백스탭! 】

그냥 모션이 조금 바뀐 것만으로도 이미 무슨 스킬을 쓸지 몸이 먼저 반응하는 딱 그런 모습이랄까.

머릿속에서 수백 번 이미지를 떠올려놓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들은 전사 형은 너무 쉽게 해냈다.

그리고는 딱 아마겟돈이 터지는 반경의 끝에까지만 나와서 아슬아슬하게 아마겟돈을 피해 내더니 다시 히드라에게 달려 들어갔다.

“아마겟돈을 쓰고 나면 1초 경직!”

【 대쉬! 】

【 강격! 】

다른 공격이 전혀 들어오지 않을 것을 확신하면서 마치 하나의 쐐기가 되듯 온몸을 날려 점프하더니 히드라의 머리를 르아 카르테로 강하게 내려쳤다.

퍼억!

연이어 듀라한 라지 쉴드를 크게 휘둘러 히드라의 머리를 크게 후려치자 히드라에게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키에엑!

르아 카르테와 고대 마수의 심장을 장착한 걸로 저렇게까지 플레이가 바뀌는 건가?

전사 형이 즐기듯 히드라를 다시 한 번 후려치면서 우리에게 외쳤다.

“자! 들어와!!”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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