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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721화 (711/1,404)

#721화 새로운 준비 (1)

레벨이 오른 베히모스가 할퀴고 간 피해는 결코 적지 않았다.

우리 쪽 원정대 쪽 사람들이나 연의 연합 쪽이나 할 것 없이 꽤 다수의 유저들이 죽어서 피해를 본 상황.

그렇기에 이번에 어떻게든 베히모스를 찍어 누르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실패해 버렸다.

나 역시 꽤 아쉬워하는 연기를 해야 했고.

화련은 이미 정비를 위해 길드원들에게 돌아간 상황에서 연과 자리를 만들었다.

“저렇게 도망갈 줄은 몰랐군요.”

정말 아쉬움 가득 담아서 나를 마주보고 있는 연에게 말했더니 연도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저런 속도라면 누구라도 힘들 겁니다. 이미 도망가 버린 것 어쩔 수 없군요.”

연도 잘 안다.

이미 베히모스를 여기서 놓친 이상.

다음에 베히모스가 어떻게 변해서 돌아올지.

그리고 녀석을 놓쳤다는 건.

우리의 계약에 약간의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뜻했다.

바로 나머지 영웅의 무기들의 위치.

베히모스를 잡아 주는 대가로 받기로 했는데 베히모스가 도망가는 바람에 계약이 엉망이 되었다.

<주호> 위치 먼저 주진 않겠죠?

<불멸> 연, 저 녀석이 바보가 아닌 이상은.

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베히모스를 놓아준 것은 아니었다.

연에게서 여러 장소의 위치를 얻더라도 어차피 우리가 갈 수 있는 위치는 한 번에 한 곳뿐.

몸이 두세 개가 아닌 경우에야.

동시에 여러 장소를 공략하는 것은 애초에 무리였다.

그리고 그중 하나의 위치는 정확하게 알고 있으니까.

광풍의 바르칼.

여기서 서쪽으로 쭉 가면 나오는.

당연히 그곳에서는 명궁의 연합과 부딪히겠지.

분명히 광풍의 바르칼이 있는 곳을 공략하는 중이라 했으니까.

갚아 줘야 할 것도 있고.

“일단 받을 것부터 좀 받죠.”

내 말에 연의 한쪽 눈썹이 올라갔지만 이미 이건 약속이 되어 있는 부분이었다.

가르가의 봉인에 있는 마족의 무기를 넘겨주는 대가로 우리가 얻어야 하는 물건들.

잠시 연이 재중이 형을 바라보자 재중이 형이 어깨를 으쓱했다.

여기에 대해서는 더 할 말이 없다는 듯.

연도 잠시 한숨을 쉬고는 옆에 대기하던 니아라는 여인에게 말했다.

“넘겨줘.”

그러자 니아가 어쩔 줄 몰라서 잠시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무려 마족의 무기를 그냥 넘겨주라는데 안 머뭇거릴 사람이 있을까.

값어치로 치면 거의 현금이 억 단위는 가볍게 넘어갈 테니까.

“약속은 약속이다. 어차피 한 번만 만져 보고 돌려줄 거야.”

“하지만, 그럼 옵션을 다 알게 될 텐데…….”

니아가 우려하는 점은 바로 이것이었다.

마누스의 옵션이 노출되는.

영웅의 무기나 마족의 무기나 둘 다 10강 이상 강화를 한다고 해도 시스템으로 보호되어 유저들에게 옵션이 보이지 않는데, 지금 그 옵션을 그냥 보여 주라고 하니까 니아가 꺼려 할 수밖에 없었다.

“니아. 내가 두 말하게 만들 거야?”

순간 연의 표정이 확 굳어지자 니아의 어깨가 움찔했다.

목소리에서 울려오는 사람을 압도하는 말 한마디.

그리고 이런 분위기를 아는 것은 니아뿐만이 아닌지 주변에 대기하던 다른 길드원들의 표정이 같이 내려앉았다.

흐음.

연 저 사람 보기와 완전 다르네.

그저 분석을 좋아하는 사람 정도로만 봤는데.

길드 전체를 말 한마디로 휘어잡는 저 상황만 봐도 내가 이전에 봤던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니아가 마누스를 품에 안고는 놓지 않았다.

대체 저 마누스에 뭐가 있기에 저렇게까지.

니아가 완전히 거부를 하자 연도 난감한 듯 고개를 저었다.

“니아.”

다시 한 번 부르자 니아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마누스를 연에게 넘겼다.

“받으시죠.”

연이 겨우 니아에게서 뺏은(?) 마누스를 내게 넘겨주는 순간.

『 +10 마누스 / 마법 증폭 45(35+10)

- 암흑력+30

- 지력+25, 마력+25 마력 회복+20

- 엘레멘탈 브레스 (마력 소모 없이 사용 가능)

- 앱솔루트 토네이도 (마력 소모 없이 사용 가능)

- 화염 대미지 300% 상승.

- 뇌전 대미지 300% 상승.

- 바람 대미지 300% 상승.

- 화염, 뇌전, 바람 마법 치명타 확률 50%

- 마법 치명타 대미지 400%

- 리셋 스킬 - 체력, 마력 1/10로 감소.

- 마족화 』

마누스의 옵션이 바로 내게 떠올랐다.

대체 왜 이걸 그렇게 안 보여 주려고……?

그리고 옵션들을 쭉 내려다봤는데 하나의 옵션을 확인하자마자 왜 니아가 그렇게 했는지 알 수 있었다.

흐음.

역시 예상했던 대로인가?

생각해보면 베히모스가 미친 듯이 마법을 갈겨 대는 것도 아마 이것에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물론 유저와 달리 네임드다 보니 이 정도로 괴랄할 페널티가 붙진 않았을 것이다.

고작 리셋 스킬 한 번 쓰려고 체력이 1/10으로 깎인다면 배보다 배꼽이 클 테니까.

거의 혼자 알아서 죽어 주는 정도이려나.

일단 니아가 어떻게 엘레멘탈 브레스를 세 번씩이나 연달아 썼는지 이해가 되었다.

스킬을 리셋하는 옵션.

그리고 시간의 서.

엘레멘탈 브레스의 마력을 안 쓰는 옵션까지.

이렇게 조합을 하면 혼자서 세 번씩 쓰는 것도 절대 무리가 아니었다.

다만.

이 조합을 쓰는 순간.

체력과 마력이 한 번에 급격하게 떨어져서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었다.

마력은 그렇다 치더라도 체력이 1/10이면 마법사들에게는 치명적일 테니까.

안 그래도 체력이 적은 마법사들에게 이 정도 감소 폭이면 남은 체력이 아예 없다고 생각해도 무방했다.

잘못하다가는 스쳐도 사망.

이건 거의 목숨을 내놓고 쓰는 거려나.

상대방에게 약점을 그대로 노출한 상황과 마찬가지라 니아가 그렇게 옵션을 보여 주기를 꺼려 했던 것 같았다.

만약 니아를 죽이고 싶다면.

저렇게 엘레멘탈 브레스를 연달아 세 번 썼을 때를 노리면 될 테니.

마누스까지 보고 나자 영웅의 무기보다는 마족의 무기가 상대적으로 뭔가를 희생하거나 조건이 달린 상태에서 위력이 확 올라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베사노스 같은 경우는 화염이 있어야 제 위력이 나오고.

로케는 연속 공격과 계속 크리티컬을 넣어야 하는 단점 아닌 단점이.

그리고 마누스는 스킬을 리셋시키는 데 꽤 많은 위협이 존재했다.

하지만 시간의 서가 쿨타임이 몇 시간이나 존재한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쪽은 체력과 마력만 있다면 언제든 쓸 수 있으니.

위협도를 생각해보면 마누스 쪽이 압도적으로 위였다.

거기다 시간의 서와 리셋 스킬을 동시에 썼을 때는 조합에 따라 정말 폭발적인 위력을 낼 수도 있을 테고.

물론 시간의 서 정도로만 만족한다면야 크게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사람의 마음이 그렇진 않으니까.

한 번에 더한 위력을 낼 수 있는데 그걸 참고 넘길 수 있을까?

하지만 이 리셋 스킬을 못 쓴다 하더라도.

마누스 자체로도 충분히 강하긴 했다.

세 가지 속성에 한해서는 치명타 확률이 무려 50%니까.

만약 저 속성 마법들을 잔뜩 들고 있는 유저가 이 스태프를 드는 것만으로 이미 재앙과 같은 위력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잠시 마누스를 들고 가만히 있자 연이 슬쩍 눈치를 주었다.

“바로 돌려드리죠.”

어차피 다 들킨 마당이라 그냥 대놓고 마누스를 복사했다.

【 웨폰 카피! 】

그러자 환한 빛이 퍼지고 사라지면서 완전히 똑같은 마누스 복사본이 내 반대 손에 생성되어 있었다.

연은 이미 봐서 별다른 감흥이 없는지 그대로였고, 의외로 니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미 연에게서 설명을 다 들은 건가.

다시 마누스를 니아에게 돌려주자 그때서야 니아가 나를 째려봤다.

“마누스의 옵션은 비밀로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흠, 그건 어렵진 않죠. 사실 우리도 이 옵션들이 새어 나가면 곤란한 처지라서요.”

내 대답을 듣는 순간, 니아가 이해를 했는지 곧 눈에 힘을 풀었다.

무섭네.

연 앞에서는 순한 양 같더니.

난 아주 잡아먹을 듯 노려봐서 좀 놀라긴 했다.

솔직히 하나둘씩 옵션이 새어 나가면 우리가 어떤 옵션을 사용하고 있는지 상대방이 유추할 수도 있을 테니까.

그건 우리도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다음 가시죠.”

그리고 이번에는 아직 주인이 없는 가르가의 봉인에서 나온 마족의 무기.

“가낙스입니다.”

“이게 그거군요.”

베사노스와 비슷한 크기의 검인데 검신 자체에 냉기와 화염이 계속 흐르는 것처럼 빛이 반사되었다.

두 가지 속성을 동시에 쓰는 게 여기서도 이어지는 건가.

만약 생각한 것과 같다면…….

이쪽이 더 위협적일 수도.

그런데 궁금한 점이 하나 생겼다.

“아까는 왜 사용 안 하셨나요?”

내 말에 연이 의외의 말을 했다.

“이쪽도 주인을 택하는 경우라. 일단 인벤에 넣어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흐음, 그런가요?”

마족의 무기가 하나밖에 없어서 미쳐 생각을 못 했는데.

어떤 이유로 반발을 하는 모양이었다.

하긴 우리랑은 상관없나.

곧장 연에게서 가낙스를 받아들었다.

『 +10 가낙스 / 출혈 50(40+10) 타격 40(30+10)

- 암흑력+30

- 민첩-15

- 냉기, 화염 오러 동시 사용 가능

(오러 유지 시 체력, 마력 하락)

- 크리티컬 시 냉기, 화염 오러 위력, 범위 증폭

- 결빙 대상 대미지 500% 상승.

- 화염 대상 대미지 500% 상승

- 오러 블레이드(화속성) 사용 가능.

- 오러 블레이드(수속성) 사용 가능.

- 마족화 』

흠. 이건 꽤…….

재중이 형이 옆에 오더니 옵션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호오, 역시 생각했던 대로인가?”

“네, 그렇죠?”

다른 무기와 완전 다른 형태.

오러 블레이드가 아닌.

오러라는 방식으로 위력을 낼 수 있었다.

특히 크리티컬 시 냉기와 화염 오러의 범위가 넓어진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이 녀석은 꽤 손을 타겠는데요?”

“그래, 범위하고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 봐야겠어.”

지금껏 이런 비슷한 무기를 본 적이 없지만 하나는 확실했다.

크리티컬에 따라서 무기의 위력이 천차만별로 변한다는 걸.

보통 ‘크리티컬 시’라는 말이 붙은 무기들이 대부분 그랬으니까.

로케만 봐도 딱 그랬고.

아마 제대로 쓰지 못하면 위력이나 범위가 형편없을 수도 있었다.

거기다 오러를 쓰기 위해선 체력과 마력이 동시에 하락했다.

단순히 마력만 떨어지는 게 아니라.

이건 오러를 쓰면 쓸수록 주인과 함께 죽어간다는 뜻과 같았다.

가르가야 월드 네임드라 체력과 마력이 넘쳐나니까 대놓고 오러를 깔아댔겠지만…….

소모량에 따라서 이걸 쓰는 유저는 바로 골로 갈지도 모른다.

그리고 특이한 점은 하나 더 있었다.

마누스의 경우는 속성 대미지 증가가 자체적으로 붙었지만.

가낙스는 완전 달랐다.

일단 결빙이나 화염 상태에 들어가야 대미지가 상승했다.

모든 옵션들이 조건부가 달린.

어떻게 보면 셋 중에 가장 까다롭고 쓰기 어려운 무기가 될 수도 있었다.

더불어 체력과 마력까지 관리해야 한다.

거기다 오러 블레이드 또한 두 종류나 쓸 수 있어서 마력 소모는 더욱 극심할 터.

이걸 안 쓰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고 안 쓰는 사람이 과연 한 명이라도 있을까?

오러 블레이드고 오러고 다 한꺼번에 쓰다 보면 마력이 순식간에 동나 버릴 것이다.

그렇게 가낙스 역시 연에게 돌려주고 나서야 거래가 완전히 끝났다.

그런데 연의 표정이 갑자기 굳어지더니 내게 급히 말했다.

“아무래도 마지막으로 손을 더 잡아야 하겠군요.”

“무슨 일이죠?”

“방금 연락이 왔는데 베히모스가 암흑 지대에서 다른 네임드들을 학살 중이라고 합니다.”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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