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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722화 (712/1,404)

#722화 새로운 준비 (2)

나와 재중이 형은 그 말을 듣고는 그냥 아무 표정 변화도 없었다.

올 것이 왔다는, 딱 그 정도의 납득.

연 역시 그다지 표정 변화가 없었다.

전부터 이야기가 끝났던 부분이라서.

그런데 연에게서 좀 다른 이야기가 나왔다.

“동시에 가르시아 쪽 분위기가 변했습니다.”

“역시 암흑 지대 때문인가요?”

“그런 셈이죠. 저들도 암흑 지대를 넘어오려고 꽤 준비를 많이 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베히모스라는 존재는 두 손 들고 환영할 만한 일이겠죠. 수십 마리의 강한 놈보다는 한 마리의 정말 강한 놈이 피해 가기엔 더 쉬울 테니까요.”

암흑 지대를 넘어오려면 중간에 널려 있는 고르곤이나 듀라한을 피해야 한다.

혹은 다 잡고 오는 방법도 있겠지만.

이것도 잡을 능력이 되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꽤 시간이 걸리는 일이기도 하고.

거기다 중간에 다른 네임드가 달라붙으면 난이도가 대폭 올라가게 된다.

그 말을 듣고 연에게 이전부터 궁금하게 생각했던 것을 물어보았다.

기회가 있다면 한 번은 물어보고 싶었던.

“대체 어떻게 암흑 지대를 넘어온 거죠? 고르곤과 듀라한을 피해서 넘어온다고 해도 지하에서 돌아다니는 몬스터 때문에 엄청난 피해를 봤을 텐데 상당히 많이 넘어왔더군요.”

나야 감각을 이용해서 최소한의 네임드들을 뒤에 달고 달리면서 최대한 빠른 루트를 만들어 통과했지만 이들이 그게 가능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재중이 형이 비슷하게는 할 수 있겠지만 생각보다 피해를 봤을 거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그렇다면 다른 유저들은 그것도 힘들다는 말이 되는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실제로 암흑 지대를 넘어온 유저들이 이미 내가 본 것만 해도 천 단위가 넘어갔다.

연의 영혼 길드와 그 휘하의 길드들.

명궁의 페가수스 길드와 연합.

거기다 연과 명궁의 대화를 떠올려 보면 다른 프로 팀들의 길드들 역시도 이미 암흑 지대를 넘어온 상황이었다.

최소 이천은 넘는 유저들이 한참 전에 넘어왔다는 말인데.

대체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건지…….

“흐음, 꽤 민감한 문제를 물어 오시는군요.”

연이 곤란하다는 듯 말하자 조금은 돌아가기로 했다.

“알려 주실 수 없는 방법인가요?”

“음, 사실 알려드릴 수는 있는데 이용하기는 힘들 겁니다.”

“그게 무슨 말이죠?”

“말 그대로입니다만. 다시 쓰기 힘들다는 거죠. 아니군요. 아예 못 쓴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옆에서 그 말을 들은 재중이 형이 뭔가를 알아냈는지 바로 혀를 찼다.

난 모르겠는데 그것만 듣고 알 수 있다는 건가?

재중이 형이 한 방 먹었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큭, 안내자가 있었군.”

안내자라니?

그 말에 나 역시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혹시 우리가 용의 지대에 넘어갈 때 썼던 그런 종류인가요?”

산 아래로 토굴을 통해서 지나다니던 NPC들.

그들 덕분에 훨씬 손쉽게 용의 대지로 넘어 다닐 수 있었다.

“아아, 아마 맞을 거다. 이쪽은 좀 다른 경우이긴 하겠다만.”

그러면서 재중이 형이 연을 보고는 다시 물었다.

“드워프지?”

“하, 그것만 듣고 거기까지 알아낸 겁니까?”

드워프?

그런데 드워프라면 오히려 우리 쪽에서 더 잘 알고 있을 텐데…….

카르바할도 거기에 대해서는 전혀 말이 없었다.

아니, 이 경우는 몰랐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려나.

만약 알았다면 그렇게 우리와 같이 암흑 지대를 따라 달리는 삽질을 하진 않았을 테니까.

편하게 지나갈 수 있는 길이 있는데 굳이 일부러 네임드들이 넘치는 컴컴한 지대를 죽을 각오로 달린다?

애초에 말이 안 되는 일이지.

그럼 정말 모른다는 쪽이 확실했다.

“우리 쪽 드워프말고. 고대 드워프 왕 쪽 라인이라도 탔겠지. 뇌물을 먹여서든 뭘 해서든.”

“꽤 비슷합니다. 덕분에 암흑 지대는 꽤 편하게 넘어왔죠.”

그러자 이어지는 재중이 형의 말.

“그리고 드워프들은 다 죽였겠지?”

그 순간 연이 두 손을 들어 보였다.

“다 맞추니 퀴즈 내는 재미도 없군요. 네, 지름길을 안내했던 드워프들은 싹 죽였습니다.”

저 말을 듣자 어떻게 그 많은 유저들이 아무런 표시도 없이 넘어올 수 있었는지 이해가 되는 동시에 어째서 다른 사람들은 그걸 찾아낼 수 없었는지까지 알게 되었다.

자신들은 쉽게 넘어오고.

그 뒤로 사다리를 걷어차 버렸다는 것이다.

누구도 넘어오지 못하게.

이건 예전에 전사 형이 내게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용의 지대의 안내꾼들을 죽여 버릴지 말지를.

안내꾼들만 죽여 버리면 그 통로가 온전히 우리만 아는 코스가 되니까.

물론 그 코스를 아는 안내꾼이 한둘이 아니다 보니 애초에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건 달랐다.

드워프들을 죽이자 정말 아무도 이용 못 하는 통로가 되어 버렸다.

거기에 의문이 생겨서 다시 물어보았다.

“아직 그 통로 이용 가능합니까? 안내꾼 드워프들을 죽였다고 해도 통로는 쓸 수 있을 텐데요?”

내 물음에 연이 바로 고개를 저었다.

“명궁이 마지막으로 오면서 통로를 무너뜨렸습니다. 처음에 드워프들을 죽이자는 말도 명궁이 꺼냈었고. 이런 쪽으로는 확실한 놈이라.”

“……끝까지 도움이 안 되네요. 그 사람은.”

통로가 얼마나 무너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연의 태도로 봐서는 이미 못 쓸 만큼 망가졌다고 보는 편이 좋았다.

가능했다면 지금이라도 써먹었을 테니.

“네, 그건 할 수 없죠. 그런데 대체 거점도 없이 어떻게 여기서 버티고 있는 겁니까?”

그 많은 인원들이 어떻게 거점도 만들지 않고 아직까지 버티고 있는 건지.

우리만 해도 거점이 없으면 여기서 오래 버티지를 못한다.

아마 신성 제국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중간에서 꽤 고생했을 것이다.

그런데 명궁을 비롯해 이 유저들은 거점을 만들지도 않았다.

만약 어디선가 거점을 만들었다면 시스템 메시지로 확인을 했을 텐데 전혀 그런 적이 없으니까.

그건 거점도 없이 저 밖 어딘가에서 네임드들을 피해서 돌아다니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 수많은 유저들이 동시에.

이게 말이 되나?

내겐 이 모든 것이 의문이었다.

“흐음, 그런데 왜 못 버틴다고 생각하는 거죠?”

“애초에 거점이 있어야 물약 수급이나 부활지…….”

그런 내 말에 연이 손가락을 흔들면서 말했다.

“좀 더 상상력을 발휘해 보세요. 혹시 이 넓은 대륙에 나라가 여기 신성 제국만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설마 다른 나라가 더 있다는 겁니까?”

“네, 더 있습니다.”

연의 그 대답에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재중이 형도 역시 실소했다.

“이거 참, 제대로 한 방 먹었군.”

연의 말은 나라가 몇 개가 더 있다는 말인데…….

“혹시 다른 나라도 여기처럼 봉인되어 있습니까?”

“아, 그건 아닙니다. 사실 신성 제국이 좀 유별난 케이스이긴 합니다. 봉인된 무기도 많고요.”

“그런데 왜 굳이 여기 정착을 안 하고 다른 곳을?”

여기 봉인된 마족의 무기만 해도 세 개나 된다.

올렌드 교황이 가진 방패까지 하면 무려 네 개지.

하지만 이곳에 자리 잡은 것은 연의 영혼 길드 쪽 유저밖에 없었다.

이 정도로 아이템이 많은데 굳이 멀리 있는 다른 곳에?

이건 좀 말이 안 되는데.

“아, 그때 당시는 문제가 많았죠. 한 번 신성 제국 내로 들어가면 못 나온다라는 페널티가 있었거든요. 아시다시피 여긴 제대로 사냥도 안 된다고요. 언제 나올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르는데. 여기 짱 박히고 싶은 녀석들이 있었겠습니까.”

연은 정보도 부족했던 시기에 나름대로 여기에 모험을 건 셈이었다.

“결국 나머지는 다른 나라로 향했다?”

“그런 셈이죠.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많이 차지하긴 했습니다만.”

모험을 한 대가는 이렇게 마족의 무기 세 개라는 보상으로 돌아왔고.

거기다 신성 제국까지 통째로 먹었으니 연 입장에서는 대박이 터진 것이다.

우리만 아니었다면.

아니, 결과적으로 보면 결국 원하는 바는 다 얻어냈으니 상관없는 일인가.

제국과 거점으로 나뉘는 이 상황이 마음에 안 들뿐.

그때 연이 나와 재중이 형을 번갈아 보더니 의외의 제안을 해왔다.

“혹시 거점을 철수하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거점을?

이건 생각지도 못했는데…….

연의 제안에 재중이 형이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아직 대문에 명패도 못 달 정도로 새집인데 철수해 달라? 제대로 들은 건가?”

“아주 잘 들으셨군요.”

잠시 말을 멈춘 재중이 형이 이내 대답을 해 주었다.

꽤 단호하게.

“싫은데? 굳이 우리가 왜?”

“하아, 역시. 쉽게는 안 되는군요.”

“막말로 지금 너네랑 붙으면 우리가 질 것 같아?”

재중이 형의 그 호기 넘치는 물음에 연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어보였다.

“힘들겠죠. 아마. 그렇다고 한들 피해가 작진 않을 겁니다.”

“아아, 그렇긴 한데. 그쯤 가면 너네 제국도 반 토막 나 있을 거다.”

양쪽 다 출혈을 감수하고 치고받아야 한다는 뜻.

현재 어느 한쪽도 승리를 장담 못 하는 꽤 애매한 전력을 가지고 있었다.

연이 표정을 굳히고 물었다.

“그렇게 된다면 이쪽은 다른 세력을 끌어들일 겁니다.”

“마음대로 해 봐. 그게 할 수 있는 일이었다면 이 말을 하기 전에 먼저 그렇게 했을 테니까.”

재중이 형의 대꾸에 연의 표정이 허탈한 쪽으로 변해 버렸다.

“뻥카도 안 통하는군요.”

“내가 애도 아니고, 그런 건 예전에 다 뗐다고. 그럼 우리 어설프게 놀지 말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고?”

“말이 잘 통해서 좋습니다.”

잠시 고민을 하던 재중이 형이 숫자를 불렀다.

“500.”

그 숫자에 연이 표정이 확 일그러졌다.

“거 장난이 너무 심한 거 아닙니까?”

“왜? 난 적당하다고 보는데. 그 정도 돈은 오갈 정도로 값어치가 있지 않나? 제국이라는 거 말이지.”

“하, 완성된 제국하고 이게 같습니까?”

“뭐, 앞으로 유저들이 개떼처럼 몰려올 장소잖아. 우리만 포기해 준다면 말이야.”

“그렇다고 그 돈을 주고 싶진 않습니다만. 이미 원하는 것도 다 얻었는데 말이죠.”

“그럼 됐어. 나중에 보자고.”

재중이 형이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연이 손을 들더니 재중이 형을 만류했다.

크.

저런 식으로 재중이 형을 이기려고 했다면 큰 오산이었다.

뻔뻔하기가 세상 제일이라.

“상식적인 선으로 해 주시죠.”

“음, 그래? 그럼 넌 어때?”

재중이 형이 다시 자리에 앉더니 나를 보고 물었다.

“네?”

“거점 네 거잖아. 주인공이 불러 봐. 얼마 받고 싶은데?”

“끙. 그게 갑자기 생각이 나나요.”

“봤지? 쟤가 저렇게 욕심이 없어. 그러니까 음. 한 300만 하자.”

“100 이상은 못 드립니다.”

“에이, 요즘 네임드 몇 개만 처발라도 그 돈은 나와. 길드 몇 개만 털어도 되고. 그리고 하루에 제국 내에 돈이 얼마나 돌 수 있는지 잘 알 텐데? 여긴 다른 곳을 거쳐 가는 유일한 나라다. 모든 돈이 다 모인다는 말이지.”

“그렇다고 해도. 수수료만 받는 수준 아닙니까. 그걸로는 그 돈 다 못 뽑습니다.”

“너, 우리가 거점을 몇 개나 해먹었는지 몰라? 대충 답 나오는데 말이야. 거기다 이제 봉인이 풀려서 주변에 네임드하고 사냥터들 잔뜩 보유하게 될 텐데? 거기다 광고는? 너네 이름값 올라가는 것도 생각해야지.”

“150…….”

“300.”

“200으로 하죠.”

“300이라니까?”

“……250. 더 이상은 그냥 한판 붙고 치우겠습니다. 어차피 이쪽 스폰서가 그 이상은 내어주지도 않습니다.”

“오케이, 좋아.”

대체 지금 눈앞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그런 내게 재중이 형이 어깨를 툭툭 치더니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방금 거점 팔렸다. 250에.”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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