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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720화 (710/1,404)

#720화 적과 적 사이에서 (10)

“잘했어.”

우리 둘의 내기가 날아간 것을 전혀 모르는 이쁜소녀에게 엄지를 치켜들며 칭찬을 하자 이쁜소녀가 헤실헤실 웃음을 지었다.

이건 모르는 게 약이지.

그리고 곧장 가르가가 죽어서 사라진 자리로 달려가 드랍 아이템부터 수거했다.

일단 제작 재료템 다수.

『 가르가의 뿔 / 제작 재료. 』 (x8)

『 가르가의 발톱 / 제작 재료. 』 (x40)

『 가르가의 뼈 / 제작 재료. 』 (x100)

『 가르가의 이빨 / 제작 재료. 』 (x30)

『 가르가의 가죽 / 제작 재료. 』 (x400)

『 가르가의 혈액 / 제작 재료. 』 (x500)

이건 예상을 어느 정도 하고 있었다.

전에 잡은 베히모스와 히드라의 드랍템도 거의 비슷한 구성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옆에서 드랍템을 살펴보던 재중이 형도 같은 말을 했다.

“역시 이번에도 구성은 똑같네.”

“네, 이 세 가지 네임드들은 모두 같은 기획으로 만들어졌나 봐요.”

신성 제국을 둘러싼 세 개의 봉인.

그 세 봉인에서 나온 네임드들의 드랍템은 대동소이했다.

그러다 보니 가장 관심을 끄는 아이템이 하나 있었다.

『 고대 마수의 심장. 』

“이건 당연하게도 가르가의 특성이겠죠?”

“특별히 문제가 없다면 말이지.”

그 순간.

바로 한 가지가 떠올랐다.

가르가의 특성을 쓸 수 있다는 건……!

그리고 재중이 형과 내 눈이 허공에서 바로 마주쳤다.

아무래도 형 역시 같은 생각을 했나 보네.

“이거! 형이 쓰면……!”

“아아, 이번엔 좀 욕심이 나는데?”

재중이 형은 그냥 아무 아이템이나 가져다 줘도 그 아이템의 최상의 효율을 뽑아내는 능력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아이템의 성질을 가리지도 않았고.

그 덕분에 내 쪽에서 아이템의 선택권을 많이 가진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달랐다.

반드시 이걸 재중이 형이 가져야 하는 이유가 분명하게 존재했으니까.

일단 베사노스는 아군이나 적들의 화염을 흡수해서 그대로 대미지에 반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르가가 아무 힘을 쓰지 못한 것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다.

애초에 가르가의 속성 중에 하나가 전부 막힌 상황에선 제대로 된 위력을 낼 수가 없으니까.

반대로 그 화염이 가르가의 턱밑을 겨누는 날이 되어서 돌아가니 더 미치는 일이었고.

이렇게 화염 속에서라면.

베사노스가 다른 어떤 무기보다도 큰 위력을 낼 수 있었다.

다만.

여기서 발생하는 딱 하나의 문제.

항상 이런 식으로 화염이 잔뜩 깔린 상황에서 싸울 수 있냐면…….

그건 또 아니지.

가르가라는 특수한 상황이 있었기에 베사노스가 저 정도로 활약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흥분한 마음을 애써 가라앉히며 재중이 형을 바라봤다.

“가르가의 심장을 쓰고…….”

“그래, 베사노스를 들면 최고겠지.”

가르가의 심장으로 가르가와 같은 능력을 낼 수 있다면.

화염을 뿜어내는 것도 가능할 터.

그러면 당연히 그 화염을 베사노스로 흡수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베사노스의 부족한 딱 2%를 채워 주는 마지막 퍼즐.

그게 지금 우리들의 손에 들어왔다.

그렇다면 망설일 필요도 없지.

“이건 형이 해요.”

어차피 가르가는 재중이 형과 둘이 잡은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에 드랍템은 둘이서 알아서 하면 된다.

“오케이.”

바로 고대 마수의 심장은 재중이 형이 가져갔다.

“흐음, 그럼 이건 어쩐다?”

재중이 형이 원래 가지고 있던 히드라의 고대 마수의 심장.

두 개의 심장을 스위칭 해서 써도 되지만 이건 효율의 문제라서.

심장이 마구잡이로 넘치는 게 아니라면 굳이 한 사람이 두 개나 가지고 있을 이유는 없었다.

하나를 쓰는 동안 하나는 그냥 놀려야 하니.

그런 재중이 형의 고민을 바로 끝내주었다.

“전사 형에게 주는 건 어때요?”

“나쁘지 않네.”

히드라의 특성은 석화와 부식.

그중 특히 석화의 특성은 상대방을 느리게 만들거나 굳게 만들 수 있었다.

거기다 히드라의 스킬 중 일부를 쓰는 장점도 존재했다.

마력의 문제는 둘째 치더라도.

이 히드라의 심장이라면 항상 직접 네임드와 붙어야 하는 전사 형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도움이 될 터.

<주호> 형, 잠시 나올 수 있어요?

아마 베히모스를 상대하고 있는지 조금 대답이 늦어지긴 했는데 곧 연락이 돌아왔다.

<방패전사> 아이템 때문에?

역시 척하면 척.

하지만 상황이 그렇게 녹록하진 않아 보였다.

<방패전사> 근데 내가 빠지면 안 될 것 같다. 이놈 너무 강한데?

레벨이 잔뜩 올라간 베히모스라 그런지 전사 형도 벅차하는 느낌이 들었다.

<주호> 어차피 우리도 도와야 하니까요.

고개를 돌려 이쁜소녀를 찾았는데 아이템 챙기는 걸 보기보다는 이미 베히모스를 상대하는 쪽에 붙어서 열심히 토르를 휘두르는 중이었다.

【 헤븐즈 스트라이크! 】

【 헤븐즈 스트라이크! 】

광화를 해서 헤븐즈 스트라이크를 연타할 수 있는 상황이라 그런지 잠시라도 시간을 날리는 걸 아까워한 모양.

그 덕분에 베히모스 주변으로 강렬한 뇌전의 다발이 떨어지면서 베히모스의 거대한 몸체를 통째로 구워 버렸다.

베히모스 또한 뇌전의 속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마 한쪽은 신성이고 베히모스는 암흑 계열이라 그런 건가?

그런 이쁜소녀의 미친 활약에 힘입어 베히모스가 잠시 다운이 되었다.

베사노스만큼이나 토르도 사기지.

아니 토르가 더 사기인가.

토르는 무기 단독으로 저런 위력을 내니까.

그 틈에 바로 전사 형이 내게 달려와 물었다.

눈빛을 반짝반짝 빛내면서.

“뭐 좋은 거 나왔어?!”

그 눈빛을 보고 재중이 형이 웃더니 바로 고대 마수의 심장을 던져 주었다.

당연하게도 전사 형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형님, 이건?!”

“히드라 심장. 이제 네가 써.”

그 한마디에 전사 형이 가르가가 죽은 현장을 확인하더니 곧장 심장을 장착했다.

“안 그래도 버거웠는데 잘 쓰겠습니다.”

저 상태로 로케까지 들어주면 최상이겠지만.

아쉽게도 복사용 로케는 일회용이라서.

진짜 로케는 연이 들고 있는데, 연이 그나마 베히모스를 부분 석화시켜서 느리게 만들어 주는 덕분에 계속 버틸 수 있었다.

거기에 전사 형까지 가담하면 충분할 터.

잠시 고민을 하다가 전사 형에게 가지고 있던 내구도가 가득 차 있는 15강 르아 카르테 복사본을 던져 주었다.

“응?!”

“전사 형, 심장하고 오러 블레이드 같이 돌리려면 마력 엄청나게 부족할 거예요. 그거 쓰세요.”

『 +15 르아 카르테 / 출혈 60(40+20) 타격 50(30+20)

- 마력 흡수 15%

- 체력 흡수 15%

- 치명타 확률 35%

- 치명타 대미지 750%

- 관통 확률 60%

- 신성력+60

- 암흑력+60

- 오러 블레이드 사용 시 마력 소모 50% 감소. 』

마력 흡수에 이어 체력 흡수도 되는 데다가.

전사 형에게 부족할 치명타 확률, 대미지.

관통까지도 붙어 있고.

오러를 쓸 때 마력 소모도 줄어드니까.

특히 개인 힐도 쓰는 전사 형에게 신성력이 붙어 있는 건 최상이었다.

어느 누가 쓰더라도 평타 이상 하는 구성으로 만들어 놨으니 당연한 건가?

“흠, 알았다. 너는?”

“저야 뭐, 원본이 있잖아요. 발루딘도 있고. 복사본 로케도 많으니까.”

“흐흐, 좋았으.”

“아! 그거 공짜 아니에요!”

“큭, 역시 그런 거지?”

“빌려주는 거니까 부숴 먹지 말아요.”

아쉬움 가득한 전사 형의 표정.

사실 부서질 일이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복사본이라 죽는다고 하더라도 사라질 일도 없고.

딱 하나.

복사본은 원본처럼 다른 아이템을 흡수하지를 못한다.

베사노스가 사람 말을 알아듣는 데 반해 복사본은 아무 반응이 없는 것과 같이.

고유 특성 중 한두 가지는 빠졌지만.

그냥 쓰기에는 똑같으니까.

전사 형이 다시 돌아간 뒤, 드랍템을 모두 회수하면서 베히모스를 바라봤다.

이쁜소녀 덕분에 다운이 되어 있기는 한데 수많은 유저들의 집중포화를 받으면서도 여전히 버티고 있는 중이라…….

“형, 베히모스가 완전히 오버된 걸까요?”

“으음, 모르지. 어느 정도까지 레벨업이 되는지는.”

“예상을 해보면요?”

그런 내 진지한 표정에 재중이 형이 뭔가가 떠올랐는지 피식 웃으면서 귓속말로 물어보았다.

<불멸> 너 지금 저걸 오버시킬 생각이냐?

그런 재중이 형의 말에 나 역시 마주 보며 진하게 미소 지었다.

<주호> 역시, 형은 길게 말 안 해도 되니 좋네요.

“네가 생각할 법한 거니까.”

재중이 형도 딱히 반대는 하지 않는 것을 보면 내가 무리한 이야기를 한 건 아닌 모양이었다.

<주호> 어차피 지금의 베히모스를 잡아 봐야 이미 얻은 아이템 중 일부를 얻을 수 있을 뿐이잖아요.”

<불멸> 하지만 조금 더 먹이면 달라진다 이거지?

<주호> 네, 안 그래도 세 개의 봉인이 완전히 풀렸으니 이제 주변에 먹이도 많아질 테니까요.

<불멸> 먹이라…….

누군가 들으면 화들짝 놀랄만한 일을 둘이서 벌이는 중이었다.

재중이 형도 사안을 잘 알기에 귓속말로 바로 바꾼 거고.

<불멸> 오버가 되면 잡을 자신은 있고?

<주호> 네, 연에게서 나머지 두 개의 마족의 무기를 복사할 수 있을 테니까요.

<불멸> 저 녀석을 잡을 새로운 르아 카르테를 만들겠다?

재중이 형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마족의 무기가 하나도 아니고 무려 세 개다.

그동안 만든 것과는 또 다른 조합을 만들어 낼 수 있을 터.

그럼 베히모스가 오버가 되었다고 해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의견에 재중이 형이 잠시 고민을 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불멸> 확실히. 오버가 되면 색다른 아이템이 나오긴 하겠지. 이를테면 베히모스 펫이라던가?

내가 노리고 있는 것을 재중이 형도 역시 파악하고 있었다.

이전에도 오버된 네임드에게서 그런 형식의 아이템이 나온 적이 있었다.

이번도 마찬가지.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만약 저 월드 네임드급의 펫이라면.

이런 모험도 충분히 해볼 만했다.

굳이 그게 아니더라도 또 다른 아이템이 나올 수도 있고.

<불멸> 자연스럽게 놓치는 그림이 좋을까나.

<주호> 음, 딱히 그렇게 할 필요도 없을 것 같아요.

곧 베히모스가 일어나 다시 전투가 벌어졌다.

그리고 새로 마수의 심장을 장착한 전사 형이 주도하에 베히모스의 움직임이 점점 느려지는 모습이 보였다.

확실히.

이전과 달라.

히드라의 스킬을 사용하게 된 전사 형이 중간에서 확실하게 움직임을 잡아 주니까 베히모스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점점 상황이 불리해지자 갑자기 모든 공격을 무시하더니 강렬한 피어를 터트렸다.

크어어어엉!!

주변이 울리는 엄청난 위력의 피어.

그리고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움직임이 느려진 순간.

베히모스가 놀라운 점프력으로 포위망을 뛰어넘어서 저 멀리 뛰쳐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저 새끼 도망간다!”

“아씨! 붙잡아!”

“젠장! 좀만 더 패면 죽을 것 같은데!”

하지만 워낙 베히모스의 이동속도가 빠르다 보니 도망가기로 작정한 녀석을 붙들 방법이 없어 보였다.

이미 저 멀리 점처럼 사라져 버렸으니.

“휘유, 빠르기도 해라.”

그 모습을 본 재중이 형은 오히려 웃기만 했다.

“정말 도망가 버리네요.”

“뭐, 원하는 가르가가 죽어 버린 이상. 여기에 더 이상 미련 없다는 거지.”

베히모스의 목적이 가르가였는데 그걸 우리가 잡아 버렸다.

당연히 베히모스도 김이 샌 상황이고.

굳이 유저를 상대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니까 그냥 달아나 버린 모습이었다.

“생각보다 영리해요.”

“우리한테는 좋은 거 아냐?”

“하긴 그렇네요.”

도망가지 않았다면 뭔가 다른 수를 냈어야 하는데.

그러면 분명히 표가 났을 거다.

일부러 녀석을 풀어 주려다가.

사람들은 한동안 베히모스를 쫓다가 대부분 포기를 하고 돌아왔다.

기동력에서 베히모스를 뒤쫓으려면…….

음.

생각해 보니까 방법이 하나도 없네?

페가수스를 타도 베히모스는 못 따라간다.

굳이 비교를 할 만한 녀석이라고 해 봐야…….

내게 아퀼라스 주니어가 있긴 한데.

베히모스보다는 확실히 느릴 것이다.

이건 워프가 되는 페가수스 쪽이 오히려 더 낫겠지.

그런 생각을 하던 중 화련이 볼멘 상태로 내게 걸어왔다.

“아, 진짜! 다 잡았는데 놓쳐 버렸잖아.”

“음, 아쉽게 됐네요.”

“표정은 전혀 아닌데?”

“그런가요? 저 지금 되게 아쉬워하는 중인데.”

“됐고.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야?”

“흐음, 글쎄요.”

베히모스를 잡긴 해야겠지.

조금 더.

많은 유저들을 잡아먹은 뒤에.

그러기 위해서는 그냥 가만히 놔둘 필요가 있었다.

당분간.

그리고 지금 우린 다른 준비를 해야 한다.

“아마…… 앞으로 좀 바빠질 겁니다.”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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