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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616화 (606/1,404)

#616화 악당 용사? (3)

대놓고 말하는 마리아 가르시아의 돌발적인 발언에 모두가 굳어버렸다.

심지어 배신을 할 거라고 장담하고 있던 아스티아까지.

이건 너무 뜻밖의 일이라.

설마 이렇게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말을 하다니.

이전에 내게 혼인에 대해서 이야기했을 때와는 상황 자체가 달랐다.

그때는 아무 힘이 없던 황실의 힘을 강하게 만들려던 의도가 있었기에 혼인을 제안했다고 생각했었으니까.

물론 나를 무리해서 공작에 올렸던 때라 위험한 시기였기도 해서 거절을 했었다.

정략적인 의미가 강했기 때문에 우리 팀에게도 아무 거리낌 없이 말해 줄 수 있었고.

그런데 지금은 순수하게 마리아 가르시아로서 말을 한 것이었다.

이건 이야기 자체가 달라져.

그렇게 모두가 멍하게 마리아 가르시아를 바라보자 마리아 가르시아의 얼굴이 더욱 빨갛게 변했다.

『 아……! 』

그리고 바로 내 팔을 놓더니 고개를 푹 숙인 채 그대로 알현실을 박차고 나가 빛의 속도로 사라져 버렸다.

말해 놓고 보니 부끄러웠던 건가.

아스티아에게 호기 있기 말하기에 괜찮은 줄 알았는데.

알현실 문밖으로 마리아 가르시아가 사라지는 모습을 본 재중이 형이 옆으로 다가와 내 어깨를 툭 치더니 음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흐, 얌전한 고양이가 먼저 올라간다더만. 언제 황제까지 꼬신 거냐?”

“아, 진짜 그런 거 아니에요.”

순간 섬뜩한 기분이 들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똑같이 마리아 가르시아가 나간 방향을 보다가 내게 시선을 돌린 챠밍을 볼 수 있었다.

입은 미소 짓고 있는데…….

눈빛은 전혀 아닌 것 같아.

설마 화난 건 아니겠지?

“아, 이건 말이지…….”

내가 뭔가 말하려고 하자 챠밍이 다시 마리아 가르시아가 나간 방향을 바라보고는 곧 한숨을 푹 쉬었다.

“저 그렇게 속 좁은 여자 아니에요.”

이건 참 할 말이 없네.

그리고 이어서 한마디를 차갑고 짧게 읊조렸다.

“그리고 N.P.C.잖아요.”

NPC라는 단어를 굉장히 강조해서 강하게 딱딱 끊어서 말하는 것을 듣는 순간 등에 식은땀이 났다.

만약 NPC가 아니고 다른 유저라도 됐다면…….

저 입에서 절대 고운 소리가 나오지는 않았을 것 같아.

우리 둘의 모습을 본 재중이 형이 바로 혀를 찼다.

“쯧쯧, 벌써 잡혀 사는구만.”

그 재중이 형의 말이 챠밍을 크게 당황하게 만들었다.

“아, 아니에요!”

“하아, 좋을 때다. 누군 어디 서러워서 게임 하겠나. 라떼는 말이야…….”

재중이 형이 계속 놀리려고 하자 갑자기 챠밍의 두 손에서 뇌전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파직거리면서 사방으로 스파크가 튀자 재중이 형도 식은땀을 흘리면서 곧 입을 다물어버렸다.

“혹시 더 하실 건가요?”

“아, 나도 목숨이 아까운 건 알아서 말이지.”

곧바로 항복한다는 표시로 손을 들자 챠밍도 곧 마법을 걷어 들였다.

자칫하다 재중이 형이 통구이가 될 뻔했어.

“뭐 아무튼 마리아 가르시아가 네 녀석을 배신할 일은 없다는 거군.”

사실 마리아 가르시아가 날 배신할 확률은 거의 제로에 수렴한다고 생각했었다.

애초에 아무것도 없던 마리아 가르시아를, 다른 황제 후보를 전부 꺾어내 황제로 만들어 주었다.

그렇게 마리아 가르시아와는 긴밀한 관계라고 볼 수 있었고.

사모한다는 말까지 들은 것은 좀 의외긴 해도.

그런 우리 모습을 지켜본 아스티아가 곧 말을 꺼냈다.

“저 황제는 널 좋아하는 건가?”

아주 단도직입적인 물음에 다들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에 더 할 말을 찾을 수가 없었다.

“흐음, 황제의 마음을 뺐었다라……. 당대의 용사는 꽤 하는군.”

나를 신기한 듯 바라보는 아스티아를 보고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뭘 꽤 한다는 건지.

아스티아는 그러더니 곧장 고개를 끄덕거렸다.

뭔가를 결정했다는 듯.

“그래, 적어도 배신하지는 않겠어. 죽일 필요도 없겠고.”

“설마, 죽이려고 했습니까?”

“응, 좀 전의 대답 여하에 따라서.”

하아, 방금 마리아 가르시아의 그 대답이 본인을 살렸다는 것을 알면 무슨 표정을 지을까.

아스티아의 능력이면 가르시아 제국을 다 뒤집어놓고도 남는다.

잘못했으면 정말 제국이 망했을지도.

그럼 또 시나리오가 엉망이…….

아니, 생각해 보면 이미 평범과는 완전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중이었다.

그때 생각나는 일이 있었다.

“아스티아, 전에 가르시아 제국에 볼일이 있다는 것이 이거였습니까?”

설마 전대 용사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기 위해 찾아왔다고 하기에는 목적성이 너무 떨어졌다.

물론 정말 궁금해서 마리아 가르시아를 찾아왔을 수도 있겠지만…….

“아니, 내 볼일은 따로 있어.”

역시.

단순히 전대 용사의 흔적을 찾기 위해 여기 온 것이 아니었다.

“혹시 어떤 일인지 물어봐도 될까요?”

내 말에 아스티아가 잠시 알현실의 나가는 문을 바라봤다.

정확히 마리아 가르시아가 뛰어 나갔던 그 문을.

“황제가 내 물건을 가지고 있는데 그걸 찾으러 왔어.”

물건?

아스티아가 물건이라고 말하자 우리 팀 모두 시선이 집중되었다.

“물건이라면?”

“내 전용 무기.”

전용 무기라고?

그러고 보니 그동안 아스티아가 무기를 쓰는 것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나와 싸울 때도 그렇고.

지금까지 전부 손이나 발, 혹은 마법으로만 상대했었지.

사실 아스티아의 신체만 해도 굉장히 단단했기에 따로 무기가 있을 거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게 왜 가르시아 제국에 있는 거죠?”

“음, 아마도 여기밖에는 없을 것 같아. 봉인 당하면서 떨어뜨렸거든.”

확신은 아니고 그냥 추측으로 찾아온 건가?

200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아스티아가 그렇다고 생각하면 아마도 맞겠지.

하지만 여기서는 이상한 점이 있었다.

그 정도의 무기라면 왜 이제껏 아무도 언급을 안 했지?

분명 2황자나 5황자 혹은 마리아 가르시아라도 이야기를 했을 텐데.

“아스티아의 전용 무기를 가르시아 제국에서 가지고 있다면 왜 이제껏 드러내지 않았죠?”

그런데 의외로 답은 간단하게 나왔다.

아스티아가 손가락을 좌우로 흔들면서 어림없다는 듯 말했다.

“아무나 쓰진 못해.”

“사용 제한이 있어요?”

“응, 어설픈 녀석들이 잡으면 그대로 죽어 버릴 거야.”

잡으면 죽어 버린다는 말에 우리 팀 모두 놀라는 눈치였다.

바로 재중이 형에게 물었다.

<주호> 일종의 저주 무기? 아니면 무기가 주인을 가리는 건가요?

<불멸> 흠, 잘 모르겠는데. 아직까지는 그런 무기가 나온 적이 없어서.

재중이 형도 이건 모르는 것 같았다.

하긴 지금껏 없던 종류의 무기니까.

그리고 용마족 전용 무기라고 하면 평범한 무기는 아닐 터.

“그럼 어떻게 할 생각이죠?”

“아까 걔한테 물어봐야지.”

“그런가요…….”

솔직히 궁금하긴 하네.

어떤 무기인지.

얼마 뒤 마리아 가르시아가 돌아왔다.

머리를 다 식힌 건가?

시간이 좀 지나서 그런지 부끄러움은 많이 사라진 모습이었다.

그런 마리아 가르시아에게서 아스티아가 물었다.

“이 왕국에서는 네가 제일 높지?”

『 음, 일단 여긴 제국이랍니다? 』

“그래, 제국이라고 하고. 그럼 용마족의 무기에 대해 들은 것 없어?”

그 말에 아스티아가 뭔가를 떠올리려고 노력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답을 찾은 듯 대답을 해 주었다.

그런데 그 대답은 우리가 원하는 대답은 아니었고.

『 없어졌어요. 』

“뭐?”

『 아바마마가 살아 계실 때는 분명히 있었는데……. 』

없어졌다는 말은 분명히 이 제국에 있었다는 뜻이었다.

다만 지금은 없다는 게 문제지.

일단 마리아 가르시아가 말한 아바마마라면 전대의 황제를 말하는 것이다.

정확하게는 전전대.

전대는 마족인 가짜 황제였으니까.

그리고 그걸 떠올린 순간.

머릿속에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이건 나뿐만 아니라 우리 팀 모두가 동시에 외쳤다.

“가짜 황제!”

“가짜 황제!”

우리가 모두 한 사람을 지목하자 아스티아가 눈살을 찌푸렸다.

“너네, 뭔가 알고 있구나?”

“사실 전대 황제가 마족이었어요.”

“응? 마족이었다고?”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아스티아 역시 바로 이해를 한 듯했다.

“내 전용 무기를 그놈이 가져갔다는 말이야?”

아스티아의 말이 정답이었다.

분명히 아무나 손댈 수 없다고 했으니 그럼 범위가 확 줄어들게 된다.

그리고 전용 무기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 역시 마찬가지.

두 가지를 모두 만족할 만한 것은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가짜 황제.

딱 그놈뿐이었다.

“예전의 황제를 죽이고 가짜 행세를 하던 마족이 있었어요. 아마도 그놈일 겁니다.”

“하, 어이가 없네.”

아스티아가 정말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우리와 마리아 가르시아를 바라봤다.

생각해 보면…….

가짜 황제가 여기 있던 이유가 어쩌면 아스티아의 무구 때문인 건가?

우리와 접촉했을 때는 딱히 사용하지는 않았는데.

그 전에 빼돌렸을 수도 있고.

아무튼 지금은 그 가짜 황제가 유력한 용의자였다.

“그놈 지금 어디에 있어?”

“으음, 모르죠. 포탈을 타고 사라졌거든요.”

“하아, 여기 오면 있을 줄 알았더니.”

솔직히 가짜 황제가 어디에 있는지는 우리도 모른다.

앞으로 필드를 더 옮겨가면 나오기야 하겠다만…….

그때까지 과연 아스티아의 화를 누를 수 있을까?

당장 자기 무기를 찾으러 간다고 나서지 않으면 다행이다.

그런데 아스티아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을 했다.

“그럼 됐어.”

“네?”

“됐다고. 그걸 손댈 수 있을 정도의 마족이라면 당장은 상대 못 해.”

으음, 아스티아가 어렵다고 말한 것을 처음 봐서 그런지 생소하기까지 했다.

“혹시 상대가 너무 강한가요?”

“아니, 그놈이 센 게 아니라 내가 너무 약해졌어.”

약해진 게 레벨 310인가.

대체 예전에는 얼마나 강했다는 말인지…….

우리 팀의 표정을 보니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시간이 필요하다는 소리죠?”

“응, 힘을 다시 끌어올릴 시간이 필요해.”

이러면 원안의 스토리가 대충 눈에 잡혔다.

힘을 회복 못 한 아스티아가 가르시아 제국에 도착해 가짜 황제와 붙고 아스티아가 일단 물러섰을 확률이 높았다.

적어도 제국이 날아가는 시나리오는 아니군.

하지만 지금은 스토리가 완전히 바뀌었다.

“그 가짜 놈 어딨는지 찾아봐 줘.”

《 서브 퀘스트 : 가짜 황제의 행방. 》

- 가짜 황제의 흔적을 찾아라.

- 마족의 대지로 접근하면 정보를 추가로 획득할 수 있습니다.

- 퀘스트 보상.

『 용마족 아스티아의 우호도 상승. 』

완료 시 용마족의 스킬 중 하나를 배울 수 있습니다.

이건.

서브 퀘스트인가?

그리고 보상이 생각보다 괜찮았다.

아스티아의 우호도도 그렇지만 아스티아가 쓰는 스킬 중에 하나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이득이니까.

용마족의 스킬이라면 기존의 스킬보다 아마 월등할 것이다.

재중이 형도 같은 생각인 듯했고.

“이런 식으로 스킬을 얻을 수 있을 줄은 몰랐는데?”

“좋은 기회죠.”

다만 저 마족의 대지라는 것이 어디쯤에 있는지는 아직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리고 퀘스트대로 아스티아에게 가짜 황제의 행방을 알려 주면.

분명히 아스티아와 가짜 황제가 충돌하게 될 것이다.

그 와중에 가짜 황제를 잡을 수 있다면 베스트.

혹시나 해서 마리아 가르시아에게 물어보았다.

“혹시 지도 같은 게 남아 있을까요? 이전에 작성되었던 것도 좋고.”

지금이야 장벽 밖으로 나가지 못해 지도가 없다고 해도 제국이라면 분명히 이전 시대의 지도가 남아 있을 터.

하지만 마리아 가르시아에게 들려온 대답은 우리를 좌절케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 전부 타 버렸어요. 』

“네?”

마리아 가르시아가 정말 아쉽다는 표정으로 타 버렸다고 하자 문득 뭔가가 생각나 버렸다.

그리고 이건 우리 팀도 마찬가지.

재중이 형이 곧장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하아, 설마 드래곤 때문에 다 타 버린 건가?”

“네, 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

이전에 드래곤으로 제국을 한번 날려 버린 적이 있었다.

아주 제국을 한 번 싹 뒤집어놓고 불태웠는데 그때 전부 타버린 모양.

“정말 쉽게는 안 되는군.”

“할 수 없죠. 플랜을 조금 바꿔야겠어요.”

내가 한마디를 하자마자 재중이 형은 바로 알아들은 듯 눈빛을 번뜩였다.

“살려 두자는 거지?”

“네.”

“아아, 녀석들 명이 좀 길어지겠네.”

우리가 장벽 너머를 다 돌아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라.

아마 지금 장벽 너머를 탐사하는 귀족들과 유저들에게서 부족한 지도를 채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려면 조금 더 길게 보고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녀석들도 살려 둬야 했고.

우리 대신 멀리까지 탐사대를 유지하려면.

그렇게 결정이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마리아 가르시아에게 보고가 들어왔다.

재상이라고 했던가?

이쪽은 일단은 우리 쪽 사람이라.

『 폐하, 귀족들이 출진한다고 하옵니다. 』

그리고 동시에 시스템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 가르시아 제국 귀족 탐사대들이 출발합니다. 》

《 유저들은 원하는 귀족 탐사대에 등록이 가능합니다. 》

《 어느 귀족 진영에 등록하시겠습니까? 》

시스템 메시지를 듣자마자 손을 뻗어 시스템을 조작했다.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 주호 공작의 『 신화 』 탐사대가 생성되었습니다! 》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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