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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597화 (587/1,404)

#597화 반쪽짜리 봉인 (6)

용마족?

무슨 말이지?

용마족이라는 것은 지금까지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대전사 칼룬에게도.

아니, 이쪽은 오히려 알려 주지 않은 건가?

생각해 보니 고대 드워프 왕이나 대전사 칼룬은 우리가 상대해야 할 상대에 대한 정보를 전혀 넘겨주지 않았었다.

대전사 칼룬이 봉인 안에 이 녀석이 없다는 사실을 바로 알았을 때 눈치챘어야 하는 건데…….

뭔지 모르지만 정보를 하나둘 숨기고 있어.

무턱대고 봉인 안으로 들어가라고 한 것도 그렇고.

만약 이 녀석이 봉인 안에 진짜 기다리고 있었다면.

그 자리에서 전멸했을지도 모른다.

고대 드워프 왕이나 대전사 칼룬은 절대 믿을 만한 놈들이 아니야.

“용마족이 뭡니까?”

내 물음에 아스티아의 눈썹이 바로 꿈틀거렸다.

저건 기분이 나쁘다는 표시인가?

“너, 정말 용마족을 몰라?”

“……모르니까 물어보죠.”

“하, 세상에. 정말?”

네가 놀란 만큼 나도 놀랍다.

갑자기 튀어나온 용마족도 그렇고.

그 무식한 파워도 그렇고.

명칭만으로 유추해 보면 대충 용족과 마족의 중간쯤 되어 보이는 것 같기는 한데…….

문제는 내가 아는 드래곤과 이 녀석은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었다.

무엇보다 현재 인간과 완전히 똑같아 보인다는 점.

거기다 유저처럼 아이디가 뜬다는 점이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이런 녀석이 둘만 되어도.

유적지나 거점 한두 개 날아가는 것은 일도 아니겠어.

겉으로 봐서는 유저인지 NPC인지 전혀 분간할 수가 없으니까.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한가운데서 난동을 피워 버리면 대처하기도 힘들지.

거기다 지능 역시 가짜 황제만큼이나 높아 보였고.

“지금 몇 년?”

몇 년?

로스트 스카이 역사로 물어보는 것 맞지?

으음.

잘 생각이 안 나네.

아니, 쳐다보지도 않았던가.

몇 년인가가 내게 그리 중요한 일도 아니었으니.

찾아볼 일도 없었다.

눈을 부라리며 내게 묻는 아스티아를 두고 얼른 시스템을 검색해봤다.

누구에게 물어볼 수 없기에 직접 찾아봤는데 바로 답이 나왔다.

가르시아 제국력 273년.

천년의 나라 같은 것은 아니지만 273년이면 꽤 오래되기는 했네.

“제국력 273년이라네요.”

“제국력?”

“네, 가르시아 제국요.”

“거기 망한 나라 아냐?”

망했다고?

이거 참 대화가 안 되는데.

버젓이 버티고 있는 제국을 망했다고 하다니.

아스티아가 잠시 눈을 찡그리더니 다시 물었다.

“그거 말고 크루아 대륙력. 망한 나라 연도를 알게 머람.”

완전히 망한 나라 취급이군.

다시 시스템으로 들어가서 연력을 검색해 보니 크루아 대륙력이 나왔다.

“대륙력 1325년이네요.”

내 대답에 아스티아의 표정이 잠시 굳어 버렸다.

그리고 어이없다는 듯 말을 꺼냈다.

“봉인 당한지 200년이나 지났나?”

200년?

여기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지만 거의 가르시아 제국과 맞먹을 정도의 봉인 시간이었다.

아마도 200년 전쯤에는 가르시아 제국이 망해 가던 중이었던 모양이고.

200년이나 살아남은 게 대단하다고 해야 하는 건가?

“아, 그리고 아직 가르시아 제국 안 망했습니다만.”

“끈질기네. 그 왕국도.”

왕국?

“제국 아니고요?”

“왕국이야, 나 때는. 변방에 찌그러져 있던 소국이 지금은 제국 행세를 하나 보네.”

본의 아니게 로스트 스카이의 역사 공부를 하게 되는데?

이건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는 것을 봐서는 가르시아 제국에서 없애 버렸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리아 가르시아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을지도.

그때 아스티아가 의외의 말을 했다.

“세상을 뒤집어 놓고 다 망하진 않았다 이거지?”

?

무슨 말이지?

이해할 수가 없는데.

“설명이 필요합니다만.”

《 용마족 아스티아와의 호감도가 부족합니다. 》

《 일부 정보가 제한됩니다. 》

“굳이 내가 말해 줄 필요가 있어?”

흠.

시스템상 여기까지라는 거군.

세상을 다 뒤집어 놨다라…….

아스티아의 말만 들어 보면 대륙이 망한 데는 지금 제국도 한 손을 거들었다는 것처럼 들려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일단 나머지는 직접 알아내는 수밖에 없나?

마리아 가르시아를 한 번 찾아가야겠어.

제국의 황제라면 남들이 접근하지 못하는 정보를 어느 정도는 가지고 있을 터.

그게 아니라면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하면 되고.

다시 제일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갔다.

“용마족이라고 하던데 혹시 드래곤입니까?”

이건 민감한 문제다.

고대 드워프 왕이 의뢰한 드래곤을 제거해 달라는 퀘스트와 직결되니까.

이 경우에는 적용이 되는지는 확실하진 않지만.

그리고 고대 드워프 왕이 이야기한 어둠에 잠식당한 드래곤과도 연관이 있으려나?

“응, 맞아.”

역시.

드래곤이었나?

용이라는 단어가 들어갈 때부터 예상은 했지만.

그런데 왜 고대 드워프 왕은 고대 마물이라는 표현을 한 거지?

그냥 드래곤이라고 하면 되는 것이 아니었나?

아니, 그보다는 어떻게 지금 형상으로 있을 수 있는 걸까?

드래곤이라면 이전에 잡았던 화염 드래곤인 아퀼라스처럼 거대하고 날아다녀야 정상 아닌가?

용마족은 뭔가 다른가?

사람의 모습으로 변할 수 있는?

그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도는데 아스티아가 나를 물끄러미 보더니 말을 꺼냈다.

“드래곤 슬레이어를 가지고 있는 걸 보니까 드래곤을 한 번은 잡은 것 같은데 맞아?”

순간 속으로 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동족을 죽였다고 하면 보통은…….

반응이 좋지 않겠지.

거기다 고대 드워프 왕이 말했듯 드래곤 슬레이어는 드래곤들에게 천적과도 같은 무기였다.

드래곤 슬레이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아스티아가 적대적으로 나오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었다.

칫.

이러면 다시 싸워야 하려나.

드래곤이라는 말을 꺼내지 않는 편이 나을 뻔했을 지도.

내가 자세를 낮추면서 드래곤 슬레이어를 꺼내려고 하는데 아스티아가 뜻밖의 말을 했다.

“왜 그렇게 긴장을 해? 안 잡아먹어.”

“네?”

“나와 드래곤은 달라.”

뭔가 다른 건가?

그리고 아스티아가 한숨을 쉬면서 말을 했다.

“지능도 없고 덩치만 큰 그 바보들하고 같은 취급하지 말라고. 이쪽이 기분 나쁘니까.”

뭐지?

드래곤을 마치 동네 강아지처럼 말하는 아스티아에게 적응이 되지 않았다.

“고작 마법 몇 개를 본능적으로 쓰는 바보들하고 어떻게 용마족을 비교를 해? 옛날 같았으면 너 진짜…….”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지?

그럼 예전에 드워프 족을 도와줬다는 드래곤은 뭐고, 어둠에 물든 드래곤은 또 뭐야?

용마족이 중간에 끼어들면서 정보에 혼선이 왔다.

“혹시 인간을 학살한 드래곤이 당신인가요? 어둠에 물든 드래곤이 인간을 공격했다고 들었는데…….”

“드래곤하고 난 다르다니까?”

“그럼?”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 것 같던 아스티아가 생각나는 게 있는지 손뼉을 치면서 답변했다.

“아, 그 바보들 말하는 건가? 암흑혈을 흡수해 정신 나간 드래곤들?”

“아무래도 맞는 모양이네요.”

저건 고대 드워프 왕이 말한 것과 비슷하기는 하네.

그때 아스티아가 눈을 가늘게 뜨고는 물었다.

“그 이야기는 어디서 들었어?”

흐음.

이걸 말해야 하나?

어차피 정보를 얻으려면 여기서도 풀건 풀어 줘야겠어.

“고대 드워프 왕에게서 들었습니다만.”

“헤? 그놈이 아직도 살아 있어?”

“뭐 살아 있는 건 아닌 것 같더라고요.”

“흐음? 그래?”

생각 외로 아스티아는 고대 드워프 왕에게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보통 자신을 봉인한 쪽에게 관심이 없을 수 있나?

“고대 드워프 왕이 당신을 봉인한 것이 아닌가요?”

“풋. 그 멍청이가? 오늘 들은 이야기 중에 제일 재밌었어.”

《 용마족 아스티아와의 호감도가 아주 소폭 상승합니다. 》

얼마나 어이가 없었으면 호감도가 올라갈까.

내가 자기를 웃긴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끙.

고대 드워프 왕.

이놈은 대체 어디서 어디까지 거짓말을 한 거지?

맞는 게 하나도 없어.

일단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건데.

정보를 끌어모으는 쪽은 내 전문이 아니라 그런지 점점 피곤한 기분이 들었다.

전사 형이나 재중이 형이 있었으면 바로 정리를 해 주었을 텐데.

“대격전 때를 이야기하면 반은 맞고 반은 틀려. 그때는 적이 매번 바뀌었으니까.”

“인간이 적인 때도 있었고, 아닌 때도 있었다는 건가요?”

“응, 인간들도 서로 적이었는데 말해 뭐할까.”

“같이 어둠에 맞서 싸운 것이 아니었나요?”

“넌 인간이면서 인간을 너무 모르는구나. 그 치열한 전쟁 속에서도 자기들끼리 싸우던걸? 용사를 죽을 자리로 내몰지를 않나. 그땐 아주 볼만했었어.”

용사를……?

사지로 내몰았다고?

“넌 정말 아무것도 모르네. 대체 어떻게 용사의 씨앗이 된 거야?”

의문 가득한 표정으로 아스티아가 나를 바라보았다.

퀘스트 관련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 보니까 놓치는 정보가 너무 많았다.

이거 완전히 다시 파야 하려나?

가르시아 제국, 드워프 족. 뭐 하나 깔끔한 구석이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확인해야 할 한 가지.

“혹시 그럼 마족…… 입니까?”

드래곤도 아닌데 드래곤 이상으로 강하다.

용족이 아니라면 남는 것은 하나.

예전에 악마형 케르베로스도 그렇고, 그 뒤에 등장한 가짜 황제 역시 마족이라고 생각이 되었다.

강함으로만 치면 오히려 그들을 한 수 아래로 볼 정도.

그러면 이 아스티아도 같은 부류이지 않을까.

내 물음에 아스티아가 환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응, 맞아. 마족.”

역시.

마족이었나?

너무 해맑게 웃어서 순간 아니라고 생각할 뻔했다.

“그럼…… 적인가요?”

그때 아스티아가 한숨을 쉬었다.

“실망이네? 이제껏 뭘 들은 거야?”

“그게 무슨?

마족이라는 말이 나올 때부터 싸우려는 의지를 보이는 나와는 다르게 아스티아는 전혀 싸울 생각도 하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완전히 생각 밖의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과연 인간들만 서로 싸웠을까?”

……?

방금 내가 들은 말들이 머릿속에서 마구 헝클어졌다.

그리고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설마 다른 마족이 당신의 적이라는 말인가요?”

“으음? 글쎄에~ 너희들 하는 것 봐서?”

뭐지.

이 종잡을 수 없는 존재는.

장난스럽게 이야기하지만 아스티아가 알려 준 이야기들은 지금껏 생각해 왔던 기존의 틀을 완전히 부수는 내용이었다.

몬스터이기 때문에 무조건 잡고.

마족이기 때문에 무조건 반목한다?

드워프들은 자기들끼리 뭔가를 숨기며.

제국 역시 뭔가를 숨기고 있는 중이었다.

거기다 인간들은 서로 싸웠고.

용사를 사지로 내몰았다.

이건 듣다 보니 딱 하나의 이야기로 끝나게 된다.

개판.

뭐 이런 개떡 같은 대륙이 다 있나.

무작정 마족을 이겨서 대륙을 되찾는다는 생각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 내 표정이 마음에 드는지 아스티아가 다시 환하게 웃어 보였다.

“아주 바보는 아니네. 난 또 후대 용사가 멍청이일까 걱정했는데.”

“하, 나름 똑똑한 편입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나?”

일단 하나는 확실히 알겠다.

저 아스티아라는 용마족이 나와 싸울 생각은 없다는 것을.

그리고 이런 많은 이야기를 해 주는 의도는…….

아마도 이 르아 카르테 때문일지도.

“혹시 이 탐식하고 관련이 있습니까?”

“응, 넌 모르겠지만.”

《 용마족 아스티아와의 호감도가 부족합니다. 》

《 일부 정보가 제한됩니다. 》

역시 이번에도 제한인가.

그때 시스템 메시지가 다시 울렸다.

《 용마족 아스티아가 결계를 해제합니다. 》

결계를 푸는 기세도 없었는데.

후, 앞으로 갈 길이 멀군.

적어도 아스티아를 혼자 이길 정도는 되어야 앞으로 있을 존재들을 상대할 수 있겠지.

아스티아 같은 존재가 하나만 있을 리는 없을 테고.

만약 적대 상태의 존재라면 무조건 싸워야 할 테니까.

“공짜로 놀아 달라고는 안 해.”

그러면서 품에서 뭔가를 꺼내 내게 던졌다.

이건?

『 봉인의 핵 / 용혈과 암흑혈이 섞여 있는 핵 』

“이걸 왜?”

“탐식. 제대로 고치라고.”

하, 진짜 모르는 게 없네.

당연히 싸워서 얻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덥석 주는 것을 보고는 마음에서 경계를 어느 정도 풀어 버렸다.

“정말 원하는 게 뭡니까?”

“이미 말했잖아.”

“하아, 그럼 이걸로 퉁치죠.”

“그리고 내 정체에 대해선 너 말고는 몰랐으면 하는데 괜찮겠지?”

이건 어렵지 않았다.

입을 다물면 거짓말은 아니니까.

그리고 누가 봐도 유저처럼 보이잖아.

“딜.”

“당대 용사는 쿨하네. 예전에 고지식한…….”

그러다가 아스티아가 바로 입을 다물었다.

응?

잘못 들은 건가?

뭐 어때.

크게 상관 있는 것도 아니고.

용마족 아스티아와의 딜을 마친 뒤.

곧장 재중이 형에게 연락을 넣었다.

<주호> 형, 혹시 딜러 한 명 안 필요하세요?

아, 이젠 나도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

하다 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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