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598화 (588/1,404)

#598화 반쪽짜리 봉인 (7)

결계가 사라졌기에 이전과 달리 귓속말이 바로 되었다.

유저의 귓속말을 강제할 수 있는 능력이라.

특히 전투 상황에서 다른 쪽으로 귓속말을 보내지 못한다면…….

이건 쓰기에 따라서 꽤 재밌을 수도 있겠는데?

내 귓속말을 들은 재중이 형이 의아한 듯 바로 답변을 보내왔다.

<불멸> 응? 갑자기 무슨 딜러?

<주호> 으음, 그러니까 말 그대로 딜러요.

<불멸> 어디서 하나 건졌어?

재중이 형 말은 인재를 건졌냐는 뜻이었다.

그것도 소속이 없는 유저를.

그리고 아스티아는 당연히 소속이 없었다.

애초에 유저가 아니니까.

<주호> 아, 맞다. 하나 확인 좀 하고 다시 연락드릴게요.

귓속말을 끈 뒤.

용마족 아스티아를 바라봤다.

미리 확인을 했어야 했는데.

이게 안 된다면 크게 의미가 없어.

“혹시 이게 가능한가요?”

그리고 유저에게 하듯이 아스티아에게 파티 신청을 걸어보았다.

그러자 잠시 눈썹을 꿈틀거린 아스티아가 뭔가를 확인하고는 한 번 손을 휙 내저었다.

“묘한 실이네?”

“실요?”

“붉은 실.”

난 전혀 안 보이는데?

아마도 NPC와 파티를 하게 될 경우에 보이는 거려나?

유저들에게는 확인이 안 되는 NPC에게만 확인이 되는 그런 종류의 시스템 같았다.

“신기한데? 재밌겠네.”

그리고는 아스티아가 자신에게 그다지 해가 없다는 것을 아는 듯 내 파티 신청을 받아들였다.

《 파티장 주호이 새 파티원 아스티아를 받아들입니다. 》

좋아!

평소 하던 대로 파티가 만들어지자 주먹을 꾹 쥐었다.

이건 언제라도 NPC를 파티로 집어넣을 수가 있다는 말인데…….

곧장 내 시선이 바로 왼쪽 상단에 보이는 파티원들의 상태로 향했다.

전부터 궁금했던 것 중 하나.

과연 레벨이…….

그렇게 아이디 옆에 보이는 레벨을 보자마자 바로 입이 벌어졌다.

미친.

310이라고?

전에 아스티아가 내 인벤을 확인할 때 나와 레벨 차이가 심하다고 해서 어느 정도 차이가 난다고는 생각했는데 이건 정도가 심해도 너무 심했다.

하, 이러니 공격력이 그렇게 강했지.

그냥 비교해 봐도 지금 내 레벨의 두 배였다.

레벨이 오를수록 격차가 난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 이상이라고 봐야 했고.

특히 아스티아는 네임드급.

대전사 칼룬만 봐도 알 수 있듯 레벨에 따른 스탯이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아스티아가 내 놀란 표정을 보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뭐 잘못됐어?”

“아, 아닙니다.”

잘못되기는 많이 잘못됐다.

규격 외.

지금 딱 아스티아를 표현할 수 있는 단 한 마디.

정말 마음만 먹었다면 레릭 왕국 정도는 혼자 뒤엎을 수 있었다.

장난 아닌데?

그리고 아스티아의 말은 결코 틀리지 않았다.

고대 드워프 왕은 자신을 봉인하지 못한다는 말.

이렇게 차이가 나서야.

절대 불가능하지.

“헤에, 그럼 좀 더 확인해 볼까나?”

아스티아가 그 말을 하자마자 바로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 상대방이 주호 님을 스캔합니다. 》

《 스캔에 저항합니다. 》

《 레벨 차이가 심해 저항에 실패했습니다. 》

《 상대방이 주호 님의 상태창을 간파합니다. 》

그리고 이번엔 인벤토리가 아닌 상태창을 파악했다.

* * *

이름 : 주호

레벨 : 150 ▲1

【근력 11+60】 【민첩 81+60 ▲1】 【체력 11+40】

【지력 0+20】 【마력 1+40】

잔여 스탯 : 0

+15 르아 카르테

+10 발루딘 (유일-이벤트)

+10 드래곤 플레이트 상의 / 근력+20

+5 드래곤 플레이트 하의 / 체력+20

+4 드래곤 헬름 / 마력+20

+4 드래곤 건틀렛 / 근력+20

+5 드래곤 부츠 / 민첩+20

+10 라이덴 하트 / 민첩+20

황금의 아물렛 / 올 스탯+4

고급 듀얼 링 / 올 스탯+4

고급 듀얼 링 / 올 스탯+4

고대 파편의 이어링 / 올 스탯+2

가르시아 제국 공작 브리슬렛 / 올 스탯+6

* * *

100레벨을 넘으면서 스탯 초기화를 써 근력에 10, 체력에 10을 준 뒤 그 이후로는 쭉 민첩에만 찍어왔다.

누가 봐도 기괴할 정도의 스탯 밸런스였지만 모자란 스탯은 아이템들로 채워 넣어 원하는 스탯 비율을 만들어 내었다.

올 민첩이지만 그걸 충분히 받쳐줄 수 있는 근력과 체력.

딱 필요한 스킬 숫자를 배치할 수 있는 지력 수치.

마력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고.

경계 수호자 이벤트로 받은 10강 방어구 강화석은 드래곤 플레이트 상의에 사용했다.

그리고 가르시아 제국 공작 브리슬렛은 공작이 되고 난 뒤에 날아온 황금색 날개가 8장 달린 인장 표시였다.

올스탯 악세들은 효율이 좋기도 했고 딱히 대체할 만한 악세가 없어 지금도 계속 쓰고 있었고.

이 정도만 해도 통상적인 레벨을 뛰어넘은 괴랄할 정도의 스탯이었는데, 아스티아가 보기에는 그게 전혀 아니었는 모양이었다.

“헤에, 너, 엄청 약하네? 용사의 씨앗이 왜 이렇게 빈약하지?”

아스티아가 정말 엄청나게 한숨 쉬는 표정으로 말해서 딱히 할 말을 찾질 못했다.

아이템으로 이렇게 뻥튀기를 시켜 놓은 스탯인데도 약해 보인다는 건가?

“……나름 이 바닥에서 강한 편인데요?”

“네가? 너 대격전 때 있었으면 반나절 만에 죽었을 거야.”

“그런…… 가요?”

“응.”

아스티아가 너무 당당하게 말해서 그런지 유저들 사이에서 랭킹 1위라는 말이 입 밖에도 나오지 않았다.

끙.

저렇게 약하다고 쳐다보는데 내가 1등이라고 말을 하기에는 너무 우스워지지.

“너 대체 내 공격은 어떻게 막은 거야? 이런 능력으로는 절대 못 막을 텐데…….”

아스티아의 말처럼 그때 높은 RTP로 반응하지 못해 조금만 늦게 움직였어도 한 방에 뚫려 버렸을지 몰랐다.

거의 무의식적으로 행한 방어라.

그 한 방을 막았기에 지금 아스티아가 호의를 가지고 내게 붙어 있는 것이었다.

생각해 보면 내가 막지 못했을 경우.

아스티아가 레릭 왕국을 날려 버리면서 새로운 시나리오가 되었겠는데?

시나리오 내용은 ‘용마족을 막아라?’쯤 되지 않았으려나.

일종의 분기점.

그 분기점에서 내게는 꽤 좋은 방향으로 틀어진 셈이었다.

틀어진 시나리오 때문에 누군가는 밤을 새워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내 스탯과 착용 아이템을 두루 살피던 아스티아가 눈에 이채를 띄었다.

“헤, 너 공작이었어?”

가르시아 공작 브리슬렛을 보고 물어보는 건가.

“망할 뻔했던 그 왕국의 공작이긴 하죠.”

“그럼 이따가 한 번 같이 가. 마침 찾아야 할 물건도 있고. 아직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데 가르시아 제국으로 이 녀석을 데리고 가도 괜찮은 건가?

보아하니 별로 좋은 감정으로 가는 것 같진 않은데.

자칫 잘못하다가 내 기반 자체가 무너질 위험도 충분히 존재했다.

아무래도 이쪽은 확인을 해야겠지.

“혹시 가르시아 제국을 없애러 가는 건가요?”

지금의 아스티아의 레벨이라면 가르시아 제국 정도는 물 한 잔 마시고 오는 동안에 사라질지도 모른다.

테인 공작도 어디까지나 상대가 어느 레벨 수준에서 머물러야 싸움이 되지.

둘 다 붙어 본 경험으로는, 테인 공작도 그렇게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이다.

숨겨 놓은 뭔가가 더 있다면 또 모를까.

“그건 그때 봐서?”

없앨 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인가?

이건 뭐 완전 마음 내키는 대로군.

퀘스트가 뜨지 않는 것을 봐서는 그냥 아스티아가 하는 행동들이 퀘스트에 들어가 있지 않다는 말이었다.

아니, 분명 찾을 물건이 있다고 했으니까 언제가 되었든 가르시아 제국에 가는 행동이 맞는 것 같긴 한데…….

아마 내가 아니었더라도 단독으로 가는 루트가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아까 생각했던 레릭 왕국을 박살 낸 다음에 가르시아 제국으로 간다든가 하는.

그때는 유저들 전체에 비상이 걸리겠지.

오히려 이렇게 얌전하게 가 주는 것을 고맙다고 해야 하려나.

“그렇게 하죠.”

하아.

정말 이상한 녀석을 주워 버렸다.

감당이 전혀 안 되는.

얼마 뒤 아스티아를 데리고 레릭 왕국에 임시로 빌려놓은 길드 건물로 모두 모였다.

그리고 가장 먼저 전사 형이 내 옆에 자리 잡고 있는 아스티아를 보고는 물었다.

“여기 이 아리따운 미인분은 누구시……? 크악!”

나르샤 누나에게 당해서 전사 형은 아웃.

챠밍과 이쁜소녀, 막내별은 궁금증 가득한 눈빛으로 아스티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재중이 형도 궁금한 듯 물어보았다.

“오래 걸린다 했더니…… 헌팅?”

헌팅이라는 말에 챠밍의 시선이 매섭게 내게로 향하자마자 바로 손사래 쳤다.

“아, 진짜. 그런 거 아니야.”

그리고 재중이 형을 보면서 말했다.

“형, 우리 같이 한번 죽어 볼까요?”

“크큭, 미안. 미안.”

표정은 전혀 미안해하는 것 같진 않은데?

나와 챠밍을 보면서 씨익 웃던 재중이 형이 곧 아스티아에게 인사를 건넸다.

“아, 반갑습니다. 불멸이라고 합니다.”

그때 아스티아가 재중이 형을 봤다가 나를 돌아보면서 물었다.

“얘 너보다 세?”

끙.

초면에 이런 질문을 할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하긴, 예의 같은 것을 기대할 녀석도 아니지.

그리고 저 질문에는 이미 답이 나와 있었다.

“네, 저보다 세죠.”

“그래? 영웅의 씨앗보다 세다고?”

내 대답을 들은 아스티아가 손을 들어 올리려고 하자 급하게  말렸다.

저거 분명히 전에 그거다.

건물 몇 개를 통째로 날려 버린.

“아, 스톱! 그거 안 해도 돼요!”

“왜?!”

아니, 왜 하면 안 되는지 딱 보면 몰라?

속으로 한숨을 쉬고는 아스티아에게 말했다.

“건물 날아가니까 조금만 참아 주시죠. 여기 건물 값 비싸다고요.”

그 말에 아스티아가 주변을 둘러보고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당대 용사는 돈이 없나 봐?”

그러고는 아스티아가 올렸던 손을 아쉽다는 듯 내렸다.

하아, 정체를 숨겨 달라고 하더니 본인이 더 나서서 깽판을 치려고 하네.

그리고 재중이 형도 이상한 것을 느꼈는지 내게 물었다.

“뭔가 이상한데? 당대 용사?”

재중이 형의 물음에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갑자기 머리가 아프려고 하네.

“쟤 유저 아니지?”

와, 이 형.

머리 깨어 있는 것 보소.

난 한참 동안 궁리를 해서 생각한 건데 딱 한 마디를 듣자마자 바로 정답을 맞춰 버렸다.

물론 그게 네임드급이라는 건 아직 모르겠지만.

“방금 제가 형 목숨을 살렸어요.”

내 말에 재중이 형의 표정이 확 굳어졌다.

그리고 이 한마디 말만으로도 지금 상황이 어떤지 대충 눈치챈 것 같았다.

역시 눈치 하나는 최고네.

<불멸> 저거 혹시 대전사급 NPC냐?

그때 아스티아의 눈이 가늘게 떠지더니 바로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 특수 결계로 인한 시스템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습니다. 》

곧장 아스티아가 내게 말했다.

“몰래 말하는 건 싫은데?”

아스티아가 친 결계에 메시지가 막히자 재중이 형이 놀란 눈으로 나와 아스티아를 바라봤다.

어떻게 된 건지 설명해 달라는 눈빛인가.

그 시선을 보고는 바로 한숨을 쉬었다.

“아스티아, 정체를 숨겨 달라면서요.”

“응, 그랬지. 그래서 뭐?”

“이미 다 들킨 것 같네요.”

“그래? 그럼 됐어.”

그리고 고개를 돌려 우리 팀을 쭉 바라보고는 아예 정체를 밝혀 버렸다.

“난 용마족 아스티아다.”

저럴 거면 왜 숨겨 달라고 한 거야.

아니, 그보다 대체 대격전이라는 전쟁터에서 어떻게 살아남은 거지?

지금 하는 걸 봐서는 오래 못 살았을 것 같은데.

용마족이라는 말에 재중이 형이 나를 바라봤다.

“너 대체 누굴 데리고 온 거냐?”

“설명하자면 길어요.”

“그럼 짧게.”

짧게라…….

“마족이라는데요? 그리고 레벨이 300 좀 넘어가요.”

레벨 300이라는 말에 모두의 눈이 크게 떠졌다.

어이가 없겠지.

나도 처음에 그랬으니까.

그때 아스티아의 시선이 한쪽으로 옮겨갔다.

응?

이쁜소녀?

왜 이쁜소녀를 계속 쳐다보는 거지?

정확하게는 이쁜소녀가 아니라 이쁜소녀가 등에 메고 있는 커다란 해머를 보고 있는 중이었다.

“헤에, 영웅의 무기를 여기서 또 보게 되네?”

그리고 전혀 의외의 말을 했다.

“너, 그거 저주 걸린 건 알고 쓰는 거야?”

저주?

무슨 말이지?

토르에 저주가 걸려 있다고?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