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589화 (579/1,404)
  • #589화 왕의 시험 (4)

    『 +10 진(眞) 드래곤 슬레이어 (유일)

    / 출혈 45 (35+10) 타격 37 (27+10)

    - 드래곤형 피해 500% 추가

    - 악마형 피해 300% 추가

    - 크리티컬 시 확률로 드래곤형 체력 3/100 감소

    - 크리티컬 시 확률로 악마형 체력 2/100 감소

    - 드래곤형 대상 관통 확률 50%

    - 악마형 대상 관통 확률 30%

    - 진(眞) 용격 / 브레스 흡수 후 방출

    - 마력 봉인 』

    용의 대지에서는 드래곤 슬레이어가 최강이었다.

    이거 하나만 가지고 있으면 드래곤조차 무섭지 않았으니까.

    실제로 드래곤을 잡기도 했었고.

    다만 아쉬운 점이 딱 하나 있다면 그 용의 대지를 벗어나면 정말 쓸모없는 깡통 같은 무기가 된다는 점이었다.

    드래곤 슬레이어에 달려 있던 옵션들.

    그건 전부 용족에 대한 옵션들로 한정되어 있었기에 용의 대지에서 한 발자국만 벗어나도 깡뎀으로 대미지를 주는 것밖에는 효과가 없었다.

    아무리 유일 아이템이 좋다고는 하나 깡뎀만으로는 후에 나오는 무기 효율을 따라잡긴 무리였다.

    그러다 보니 한 번씩 용격이라는 필살기를 쓰는 무기로만 전략했고.

    그나마 용격의 위력은 쓸 만했으니까.

    아마 이대로 조금만 시간이 더 지났으면 용격조차 쓸모가 없어져 인벤토리에 고이 처박힌 무기가 되었을 것이다.

    기껏 힘들게 구해 놓은 무기가 사장되는 것은 내게도 슬픈 일이었고.

    그런데 지금 그런 드래곤 슬레이어가 지역의 완전히 제약을 벗어나 버렸다.

    드래곤 슬레이어를 바라보니 기존의 용을 뼈를 갈아 만든 것 같은 검신과 손잡이 전체에 검은 나선무늬가 쭉 새겨져 있었다.

    이건...

    묘하게 인상적이네.

    그런 내 시선을 본 고대 드워프 왕이 말했다.

    『 그게 암흑혈이라네. 』

    “굉장하네요.”

    무기 속성을 이 정도까지 바꿔 버릴 수가 있다니.

    일단 타격치나 기본 위력은 그대로였는데 속성 자체가 변하다 보니 무기가 완전 다른 무기로 변해 버렸다.

    - 악마형 피해 300% 추가

    - 크리티컬 시 확률로 악마형 체력 2/100 감소

    - 악마형 대상 관통 확률 30%

    특히 악마형에 대한 피해 옵션이 대거 추가되었다.

    비록 기존 드래곤형에 대한 옵션에 비해 수치는 낮은 편이었지만 전부 알짜 옵션만이 붙어 있었다.

    거기다 두 번째 옵션이 달려 나왔다는 것은 의미 자체가 달랐다.

    악마형에 대해 확률적으로 체력 감소.

    아마 이건 앞으로도 절대 구할 수 없는 옵션이 될지도 모른다.

    옆에서 무기의 옵션을 본 재중이 형이 놀라움에 입을 벌릴 정도로.

    “이건 좀 미쳤네.”

    “확실히 그렇죠?”

    “아아, 진짜 미쳤다. 난 발루딘보다 이게 더 좋아 보이기 시작했는데?”

    고대 드워프 장로가 말한 어둠에 먹힌 드래곤을 잡아 달라는 말이 절대 허언이 아니었다.

    드래곤형에 대한 대미지에 추가로 악마형에 대한 대미지가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

    물론 악마형에 대한 옵션만 따로 쓰더라도 충분하다.

    이젠 더 이상 사냥터에 구애받는 무기가 아니야.

    전사 형과 나르샤 누나도 옵션을 보고는 입이 쩍 벌어졌고.

    “옵션이…… 완전 돌았네.”

    “진짜 이 녀석보다 더 좋은 무기는 찾기가 힘들겠어.”

    두 사람도 그렇게 말할 정도면 정말 좋은 거였다.

    그리고 엔느가 궁금함을 잔뜩 가진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대체 뭐가 나왔기에 그래요?!”

    아무래도 궁금하겠지.

    보는 사람마다 감탄을 하니까.

    하지만 엔느에게는 옵션을 보여 주진 않았다.

    그러자 엔느가 바로 토라진 표정을 지었다.

    “칫, 치사해. 저만 안 보여 줘요?”

    반응이 재밌네.

    살짝 뜸을 들여 볼까?

    “이쪽으로 넘어오신다면 보여 드릴 용의도 있습니다만? 아시다시피 이쪽은 기밀이라.”

    그 말에 엔느의 눈이 잠시 껌뻑거렸다.

    “헤에? 지금 그건 스카웃인가요?”

    “뭐 비슷하다고 해 두죠.”

    미로를 통과하고 전투를 하면서 옆에서 지켜본 결과 전투 실력은 정말 나무랄 데가 없었다.

    아마 다른 프로를 상대로 싸워도 밀리지도 않을 테고.

    혹 밀린다고 해도 큰 상관은 없었다.

    정보를 모으는 능력이나 응용하는 능력이 그걸 전부 커버할 테니.

    미르 길드에 있기는 아까운 사람이야.

    재중이 형은 본인의 의견을 존중해 주자고 했지만.

    이쪽도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니까.

    초월 길드와 붙어 보고는 느꼈다.

    어중이떠중이로는 게임도 안 된다는 것을.

    정말 에이스급만 모아 놔도 승부를 장담할 수 없는데 이런 기회를 쉽사리 놓긴 어렵지.

    재중이 형도 나를 봤다가 그냥 어깨만 으쓱했다.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것.

    엔느를 보자 엔느가 상당히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혹한데 아직 할 게 남아 있어서요.”

    역시 재중이 형의 말이 맞나 보네.

    거절을 뜻하는 말에 할 수 없이 포기하려는 순간.

    “좋은 제안 감사해요. 다만 지금은 안 되요. 전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그런가요?”

    이 정도면 되려나.

    승낙도 아닌 거절도 아닌 딱 그 정도 선에서 이야기가 끝났다.

    고대 드워프 왕은 이것을 끝으로 더 이상 퀘스트는 주지 않았다.

    재중이 형도 잠시 고대 드워프 왕과 이야기해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받을 수 있는 건 다 받은 셈인가?”

    “아마 그런 것 같아요.”

    “일단 지하에 있는 네임드부터 처리해야겠네.”

    재중이 형이 잠시 내가 들고 있던 진(眞) 드래곤 슬레이어를 계속 바라보며 뭔가 생각에 잠시더니 잠시 후 말을 꺼냈다.

    “원래라면 당분간 네임드를 잡으러 갈 생각은 없었거든. 그런데 그 녀석이 있으면 이야기가 달라져.”

    그 말에 엔느가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새 네임드를 공략하는데 정말 무기 하나만 믿고 간다는 건가요?”

    “흐음? 아, 넌 옵션을 못 봤지.”

    무려 악마형의 체력을 확률적으로 깎아 버리는 옵션.

    엔느는 이걸 보지 못 했으니 깜짝 놀라는 것이 당연했다.

    잠시 고민을 하던 재중이 형이 이내 고개를 저었다.

    “엔느 넌 빠져도 된다.”

    “네?”

    “아까도 말했지만 솔직히 알려 줄 만한 옵션이 아니라서. 믿으면 가는 거고. 아니면 빠지는 거지.”

    “아, 진짜.”

    잠시 입술을 곱씹던 엔느가 눈빛을 바꾸고는 말했다.

    “어차피 못 먹어도 고! 같이 갑니다. 사실 네임드가 궁금하기도 하고요.”

    “그럼, 결정되었네.”

    이 고대 드워프 왕의 공간에 들어올 수 있는 것은 오직 한 파티뿐.

    그렇게 치면 지금은 한 사람이라도 더 있는 편이 좋았다.

    “나갔다 들어오는 건 될까요? 물약이 없는데. 적어도 정비를 하고 들어가야죠.”

    “아, 그랬지. 다들 상태도 엉망이고. 잠시 나갔다 올 시간이 되려나?”

    고대 드워프 왕이 딱히 시간제한을 두진 않았으나 얼마 뒤에 지하의 네임드가 밖으로 나온다는 말이 걸렸다.

    재중이 형도 그걸 기억하고 있으니까 최대한 빠르게 진행을 하려는 것이었고.

    대전사 칼룬에게 물어보자 고개를 끄덕였다.

    『 아직 시간이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겁니다. 』

    역시 예상했던 대로네.

    “포탈을 이용할 수 있을까요?”

    그 말에는 고개를 저었다.

    이런.

    물약이 없는데.

    장비도 엉망이고.

    그런 우리의 고민은 대전사 칼룬이 한 번에 정리해 주었다.

    『 물약은 여기서 드리도록 하죠. 그리고 장비는 제가 고쳐 드리겠습니다. 』

    그걸 들은 재중이 형이 씨익 웃었다.

    “서비스 좋은데?”

    잠시 정비의 시간을 가지면서 이쁜소녀가 받은 영웅의 해머를 시험해 보았다.

    전력이 될지 안 될지.

    그리고 전사 형과 이쁜소녀가 확인한 영웅의 해머는 진짜 사기 템이었다.

    전사 형은 물론.

    이쁜소녀 역시 입이 쩍 벌어져서 아무 말도 못 했으니까.

    전사 형이 재중이 형을 보고는 말했다.

    “유일 템은 진짜 다 이런 겁니까? 봉인된 상태가 이러면.”

    “좋은 게 좋은 거지.”

    재중이 형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나 역시 마찬가지.

    옵션이 전혀 보이지 않지만.

    저 영웅의 해머는 진짜였다.

    얼마 뒤 대전사 칼룬이 장비를 전부 수리해서 가져와 우리에게 넘겨주었다.

    『 이 장비들로는 힘들 수 있습니다. 』

    이건 아마도 던전이나 네임드를 잡기 전에 NPC가 유저들의 상태를 보고 판단해 주는 것 같았다.

    그 판단에 우리는 미달이라는 뜻이었고.

    “잘 알아요.”

    방어구가 전부 용족의 방어구라 그런지 앞으로 상대해야 할 네임드에게는 속성이 맞지 않았다.

    분명히 지하의 네임드는 악마형이거나 그에 준하는 녀석일 테니.

    악마형에 대한 방어가 그나마 갖춰진 사람은 전사 형 정도.

    하지만 지금 다시 나갈 수 없으니 이 상태에서 공략을 끝내야 했다.

    혹은 포기하고 나갔다가 악마형 네임드를 잡고 다시 오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때가 되면 지금 걸려 있는 퀘스트들이 모두 날아갈지도 모른다.

    결국 여기서 끝을 봐야 해.

    『 지하의 마물에게 기운을 뺏기지 않아 용광로가 온전했으면 장비를 업그레이드시켜 드릴 텐데……. 아쉽군요. 지금은 불가능합니다. 』

    업그레이드?

    무슨 말이지?

    “우리 장비를 더 좋게 만들 수 있어요?”

    『 암흑혈을 쓰면 가능합니다. 특히 드래곤과 다른 고대의 마물의 재료를 섞으면 더 좋은 등급의 아이템을 만들 수 있습니다. 』

    이건 좋은데?

    재중이 형과 눈이 마주치자 재중이 형도 흥미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여기를 먹어야할 이유가 더 확실해졌네.”

    바로 물약과 장비를 받은 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이제 챙길 것은 다 챙긴 것 같으니까. 우리도 슬슬 들어가 보자고.”

    그렇게 대전사 칼룬의 안내를 받아 제단에서 한참 더 들어간 또 다른 제단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전에 제단은 고대 드워프 왕을 기리기 위한 제단이었다면 이번에 보이는 제단은 말 그대로 무언가가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꽁꽁 막아 둔 그런 형태였고.

    그리고 제단으로 용혈과 암흑혈이 동시에 빨려 들어가는 모습도 보였다.

    저렇게 흡수를 하고 있다 이거지?

    “들어가죠.”

    『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

    대전사 칼룬이 따라 들어간다고 하자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칼룬이 나서 뭔가를 조작하자 제단이 크게 양쪽으로 벌어지면서 더 깊은 지하로 내려가는 문이 열렸다.

    그런데 오히려 그 안에서 음산하고 차가운 공기가 잔뜩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용혈과 암흑혈을 먹는데도 이렇게 찬 기운이라니.

    그런 불길한 기운을 느끼며 대전사 칼룬을 따라 계속 지하로 내려가자 어느 순간 거대한 공동이 나오기 시작했다.

    들어가면 갈수록 어두워지는 공동에 발이 점점 느려졌다.

    그리고 멀리 공동의 어둠 속에서 뭔가 스르륵 땅을 쓸고 지나가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듣고는 몸에 소름이 돋았다.

    재중이 형도 그 소리를 들었는지 긴장한 표정으로 바뀌었고.

    “생각 이상으로 커.”

    지하에 이 정도로 큰 네임드가 있었다고?

    그때 네임드로 추정되는 녀석이 괴성을 질러 댔다.

    “크어어어어!!”

    전사 형이 바로 듀라한 라지 쉴드를 앞세우며 우리 앞으로 달려 나왔다.

    “이쪽을 발견했어.”

    그 순간 우리가 지나왔던 통로가 진동에 싹 무너지기 시작했다.

    쿠쿠우웅!!

    그걸 본 재중이 형이 혀를 찼다.

    “퇴로는 없다는거군.”

    완전히 퇴로가 무너지고 나서야 서서히 녀석이 어둠 속에서 정체를 드러냈다.

    실루엣으로 보이는 잔상에 보이는 것은…….

    뿔?

    비늘인가?

    “설마, 드래곤?

    내 말에 재중이 형이 고개를 저었다.

    “아냐, 저건. 완전 달라.”

    뭐?

    이내 길게 쭉 뻗어 있는 몸체를 보고는 기겁을 했다.

    세상에.

    몸 끝이 보이지도 않아?!

    대체 이 녀석 정체가 뭐야?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