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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588화 (578/1,404)
  • #588화 왕의 시험 (3)

    고대 드워프 왕의 덩치가 워낙 커서 그렇게 크게 보이지 않았던 배틀 해머가 이쁜소녀의 앞으로 오자 엄청나게 거대해 보였다.

    전체적인 길이가 지금 이쁜소녀가 들고 있는 배틀 액스가 짧아 보일 정도로.

    심지어 해머 부분은 직사각의 거대한 통황금으로 되어 있어 누가 봐도 값이 나가 보였다.

    손잡이부터 시작되어 해머의 모든 부분으로 쭉 길게 그어져 있는 불타오르는 화염 문양들도 눈에 들어왔고.

    이제껏 봤던 배틀 해머들과는 차원이 다른 묵직함과 화려함을 자랑했다.

    무게가 어느 정도 나가는지 모르겠지만.

    이쁜소녀가 휘두르는 것조차 힘들겠는데?

    그런 유일 아이템으로 추정되는 배틀 해머를 고대 드워프 왕이 무작정 이쁜소녀에게 쥐어줘 버렸다.

    누가 말릴 새도 없이.

    이쁜소녀는 얼렁뚱땅 그 분위기에 휩쓸려 그 배틀 해머를 손에 쥐게 되었고.

    “어?! 어?!”

    이쁜소녀 본인도 당황함이 가득한 표정.

    깜짝 놀란 이쁜소녀가 고개를 확 돌리더니 나를 바라봤다.

    “정말 이거 받아도 돼요?”

    “으음, 주는데 받아야겠지?”

    솔직히 나도 저렇게 막 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대체 이 아이템을 얻는 기준이 뭐지?

    일단 지하 무덤의 미로를 통과해서 여기 도착해야만 고대 드워프 왕과 만날 수 있으니 이건 패스.

    그럼 남은 것은 기여도 정도인가?

    아니, 그런 조건으로만 치면 여기 있는 모두가 자격을 가지고 있었다.

    혹은 배틀 액스 같은 중장비의 보유?

    그것도 아니면 작은 체구?

    다른 조건도 분명히 존재할 건데…….

    잠시 생각을 하다가 바로 고개를 저었다.

    뭐 어쨌든 받았으면 된 건가?

    주는데 안 받는 것도 이상하고.

    옆에 재중이 형을 보자 재중이 형도 그냥 어깨를 으쓱하면서 웃기만 할 뿐.

    “좋잖아? 공짜로 준다는데.”

    “흠, 그렇긴 하죠?”

    “그냥 선착순 정도로 마음 편히 생각하자고.”

    그 말에 나도 피식 웃어 버렸다.

    딱히 아니라는 말은 못 하겠네.

    얼떨결에 배틀 해머의 손잡이를 잡아 본 이쁜소녀가 뭔가를 보고는 깜짝 놀라더니 내게 바로 귓속말을 했다.

    <이쁜소녀> 오빠, 어떻게 해요?

    <주호> 왜? 뭐가 이상해?

    <이쁜소녀> 네…… 많이요.

    굳이 귓속말을 한 것은 바로 앞에서 무기를 건네준 고대 드워프 왕에 대한 예의 같았다.

    대놓고 이상하다고 하면 좀 그렇긴 하지.

    그리고는 이쁜소녀가 그 무기의 정보를 띄워서 내게 보여 주었다.

    『 +0 봉인된 고대 배틀 해머 (유일) / 출혈 ? 타격 ?

    - 봉인 상태.

    - 특별한 재료로 봉인 제거. 』

    대미지가 아예 물음표로 되어 있어?

    심지어 옵션마저도 전부 봉인 상태였다.

    아니, 주려면 똑바로 된 아이템을 줄 것이지.

    잠시 고대 드워프 왕을 쳐다봤다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하긴, 이러니 덥석 줬던 건가?

    온전한 유일 아이템을 그냥 막 준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니까.

    옆에서 궁금한지 우리 팀 모두 이쁜소녀에게 몰려들자 이쁜소녀가 아이템 정보를 띄워서 보여 주었다.

    그걸 본 모두가 어이없어했고.

    <챠밍> 정말 아무것도 없네요?

    <나르샤> 이거 완전 깡통이잖아?

    <방패전사> 하, 어쩐지 공짜로 주더라.

    <막내별> 지금 쓰기는 쓸 수 있는 건가요?

    우리를 따라온 엔느 역시 이 기괴한 유일 템에 혀를 내둘렀다.

    처음 보는 유일 템에 대한 궁금함도 있지만 그만큼 조건도 괴랄했으니.

    엔느가 그걸 보더니 내게 물었다.

    “다른 유일 템도 이런 식인가요?”

    “뭐, 조금 이 녀석이 특별하기는 해요.”

    결국 고대 드워프 왕에게 설명을 들을 수밖에.

    『 내 대에서 봉인을 풀고 싶지만 지하의 마물이 모든 정기를 가져가 도저히 풀 수가 없구나. 허나 영웅인 그대들이라면 아마도 가능하겠지. 』

    그 말이 끝나자마자 우리 말고 이쁜소녀에게만 따로 서브 퀘스트가 하나 더 떠올랐다.

    《 서브 퀘스트 : 영웅의 해머 봉인 제거. 》

    - 고대 드워프 왕의 시험 통과.

    - 고대의 마물의 핵 습득.

    - 퀘스트 보상

    고대 드워프 왕에게서 영웅의 해머를 수리.

    『 봉인 제거된 영웅의 해머 』

    - 제안 거절 시 영웅의 해머 수거.

    결국 본인이 처리를 못 한 불완전한 녀석을 줬다는 거군.

    거기다 이곳 지하에 있는 네임드의 처리도 우리에게 떠맡기고.

    르아 카르테도 그렇고, 이 영웅의 해머 역시 네임드를 잡아야 해결이 되는 모양이다.

    그런데 왜 대전사 칼룬에게 주지 않고 이쁜소녀에게 넘겨준 거지?

    드워프 영웅의 무기면 드워프가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대전사 칼룬에게 물어보자 그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었다.

    『 우리들이 오랫동안 소유하고 있었지만 봉인을 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고대 드워프 왕께서 다른 방법을 선택하기로 하셨습니다. 다른 영웅의 무기의 봉인을 푼 새 영웅들에게 기대를 걸고 계시죠. 』

    하긴 로스트 스카이도 유저들 중심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니까 유일 템도 유저들에게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것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

    조건 중 하나는 확실히 알았다.

    아마 내게 르아 카르테가 없었더라면 저건 받지 못했을 수도.

    혹은 다른 영웅의 무기를 들고 왔어도 됐겠고.

    우리를 바라보던 고대 드워프 왕이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했다.

    『 정해진 약속의 때가 다가오고 있다네. 다가오는 어둠의 위협을 이겨 내려면 영웅의 무기를 더욱 모으게나. 』

    정해진 약속?

    《 서브 퀘스트 : 다가오는 어둠. 》

    - 어둠이 시작되는 장소를 찾아라.

    - 퀘스트 보상

    새로운 영웅의 흔적.

    조건이 너무 광범위한데?

    그리고 영웅의 무기에 대한 퀘스트는 다 서브 퀘스트로 등록이 되는 것 같았다.

    재중이 형을 보면서 말했다.

    “아무래도 유일 템을 얻는 방법이 하나는 아닌 것 같아요.”

    “아아, 그렇지. 다른 네임드를 잡아서 지도를 완성해도 되고. 지금처럼 연계를 해서 정보를 얻거나 아님 해원처럼 무식하게 돈으로 때려 박아도 되겠지.”

    결국 이쪽도 돈과 시간 싸움이군.

    그리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재중이 형에게 물었다.

    <주호> 드래곤 슬레이어를 꺼내서 보여 줘도 될까요?

    <불멸> 응? 그건 왜?

    <주호> 드래곤 슬레이어가 영웅의 검인지 아닌지 몰라서요.

    <불멸> 확실히 저 고대 드워프라면 알 수 있겠네. 그리고 전에 드래곤과 드워프들 사이가 안 좋다고 들었으니까. 드래곤을 잡는 무기라면 뭐라도 알고 있겠지.

    재중이 형도 내가 생각한 것과 비슷한 예상을 했다.

    드래곤 슬레이어 자체가 드래곤을 잡기 위해 만들어진 무기였다.

    과연 이걸 고대 드워프 왕은 어떻게 평가하려나?

    곧장 인벤에서 드래곤 슬레이어를 꺼내 들었다.

    그러자 고대 드워프 왕의 눈빛이 확연하게 달라졌다.

    『 호오, 그게 아직도 남아 있었나? 』

    역시 드래곤 슬레이어를 아는구나.

    “이걸 아십니까?”

    『 내가 모를 리가 있나. 그 녀석을 만든 사람이 난데. 』

    본인이 만들었다고?

    드래곤 슬레이어를?

    그 말에는 모두가 깜짝 놀랐다.

    『 잠시 볼 수 있겠나? 』

    이런 경우는 당연히 보여 줘야겠지.

    만든 사람보다 이 검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이번에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드래곤 슬레이어를 건네주었다.

    그렇게 드래곤 슬레이어를 받아든 고대 드워프 왕의 눈가가 과거를 떠올리는 듯이 바뀌었다.

    『 정말 많은 드워프들이 이걸 만들기 위해 죽어 갔지. 드래곤에게 뺏겼는데 이게 아직도 남아 있을 줄이야. 』

    《 고대 드워프 왕과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 고대 드워프 왕과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 고대 드워프 왕과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

    .

    단순히 드래곤 슬레이어를 보여준 것에 불과한데 엄청난 호감도 상승이 일어났다.

    이 정도로 고대 드워프 왕에게 의미가 있는 아이템이었던가.

    그러더니 고대 드워프 왕에게서 다른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 세상이 어둠에 빠졌을 때 어둠을 이기지 못하고 드워프들이 많이 희생되었네. 특히 드래곤에게서. 』

    드래곤이?

    이건 민감한 문제가 될 수도 있겠는데.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가 있었다.

    드워프들이 인간들을 학살해서 드래곤이 나섰다고.

    <주호> 물어봐야 할까요?

    <불멸> 음. 일단 들어보자. 원래 양쪽의 말이 다르니까.

    한참 뭔가를 생각하던 고대 드워프 왕이 말을 이었다.

    『 지금은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드워프 족이 멸망하게 된 이유는……. 』

    설마 드래곤이려나?

    『 어둠에 먹힌 드워프들 때문이었다네. 어둠은 계속 드워프들을 잠식해서 변하게 만들었지. 동족을 공격하고. 다른 종족도 모두 공격했지. 정말 어려운 시절이었어. 』

    이건가?

    드워프들이 인간을 공격했다는 이야기가.

    이러면 그때 들었던 이야기가 맞아 들어간다.

    정상이 아니었던 드워프에 한하기는 해도.

    『 그리고 어둠에 물든 것은 드워프들뿐만이 아니었다. 』

    “그게 무슨?”

    『 드래곤. 그들도 역시 어둠에 잠식당했지. 』

    드래곤이?

    이전에 봤던 드래곤과는 다른 건가?

    『 어둠에 잠식당한 드래곤은 정말 강했다네. 버티고 있던 우리 종족 역시 그들을 피해 겨우 도망쳤고. 대부분의 드워프가 그때 희생당했어. 결국 우린 그 녀석들을 잡기 위한 무기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네. 종족의 멸망을 막으려면. 』

    그게 지금의 드래곤 슬레이어인가?

    『 문제는 잠식당한 드래곤을 잡기 위해 우리가 만들었지만 이 녀석은 다른 드래곤들에게도 너무 위협적이었다. 그래서 살아 있던 드래곤들에게 억지로 뺏겼지. 』

    하긴 옵션만 보면 드래곤이 이걸 그냥 두는 것이 이상할 정도.

    나만 해도 이걸 들고 있냐 없냐에 따라 승률이 확 바뀌니까.

    『 그리고 드래곤은 우리를 완전히 죽이기로 작정을 한 듯 몰아붙였다네. 드래곤을 확실하게 죽일 수 있는 무기를 만들어 낸 것은 그들의 역린을 건드는 일이었으니. 』

    “썩 기분 좋은 이야기는 아니군요.”

    생존을 위해 만든 무기가 오히려 종족을 멸망으로 몰아넣다니.

    『 이걸 어디서 찾았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고맙구나. 그리고 내 한 가지 부탁을 더 해도 되겠는가? 』

    이건 퀘스트?

    <주호> 어떻게, 받아 볼까요?

    <불멸> 일단 들어 보자.

    고개를 끄덕이자 고대 드워프 왕이 말을 이었다.

    『 세상에 존재하는 드래곤들을 모두 죽여 줄 수 있겠나? 』

    드래곤을 전부?

    이건 너무 광범위한데?

    『 그게 가능하다면 우리가 가진 최고의 재료로 무기를 만들어 줍세. 영웅의 무기에 버금가는. 』

    그러면서 고대 드워프 왕이 한 가지 재료를 꺼내들었다.

    『 아다만티움 / 특수 제작 재료.

    - 운석의 파편. 』

    《 서브 퀘스트 : 드래곤 족 멸망 의뢰. 》

    - 고대 드워프 왕의 제의.

    - 드래곤을 종류별로 모두 사살.

    - 어둠에 잠식된 드래곤 포함.

    - 퀘스트 보상

    운석의 파편으로 이루어진 무기 제작.

    - 제안 거절 시 고대 드워프 왕과의 호감도가 하락합니다.

    이건 꽤.

    솔깃한데?

    <주호> 형, 어때요?

    <불멸> 이건 당연히 받아야지. 어차피 드래곤은 잡아야 할 테고. 영웅의 무기에 준하는 무기면 충분히 가치가 있어.

    오케이.

    이건 받는 걸로.

    바로 승낙을 하자 고대 드워프 왕의 표정이 더없이 좋아졌다.

    《 고대 드워프 왕과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 고대 드워프 왕과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

    .

    호감도 역시 계속 상승했고.

    이러다가 최고치를 찍는 거 아냐?

    지금 이 정도만 되어도 어지간한 부탁은 다 들어줄 것 같은데.

    『 부탁을 받아 준 선물로 내 이 녀석을 바로 쓸 수 있도록 바꿔 주지. 』

    드래곤 슬레이어를?

    현재 드래곤 슬레이어는 진화 과정 중에 있었다.

    그런 녀석을 바로 쓸 수 있게 바꿔 준다는 말에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역시.

    NPC하고는 친하고 봐야 해.

    고대 드워프 왕은 진화 중인 드래곤 슬레이어를 들고 옆에 있던 용광로로 갔다. 그리고 곧장 용혈과 암흑혈 사이에 드래곤 슬레이어를 올려놓고는 작업을 시작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용혈과 암흑혈에 반복적으로 집어넣으며 연신 두들기고 녹이고 식히기를 수백 번.

    마침내 고대 드워프 왕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드래곤 슬레이어를 꺼내 들었다.

    『 됐다. 이게 진정한 드래곤 슬레이어의 모습이다. 모든 용과 어둠을 말살할 수 있는. 』

    어둠?

    용은 그렇다 치고 어둠이라…….

    그렇게 고대 드워프 왕에게서 새롭게 변한 드래곤 슬레이어를 받아든 순간.

    고대 드워프 왕이 과장을 하나도 섞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건.

    대박이잖아?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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