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587화 (577/1,404)

#587화 왕의 시험 (2)

고대 드워프 왕.

그가 등장하자 가뜩이나 덥고 무거웠던 주변 공기가 더욱 무겁게 느껴졌다.

뭔가 알 수 없는 거대한 기운.

그런 무거운 기운이 내 어깨를 잡고 그대로 누르는 기분이 들었다.

중압감.

딱 그런 느낌인가?

다른 NPC들에게서는 이런 중압감은 느껴지지 않았는데…….

대체 저 고대 드워프의 왕이라는 것이 어떤 존재이길래 이런 중압감을 만들어 내는 거지?

굳이 비교를 하자면 드래곤에게서나 느낄 그런 느낌이려나.

하지만 드래곤이 거대한 덩치에서 저절로 나오는 무게감이라면, 이 고대 드워프의 왕은 달랐다.

그냥 주변 자체를 본신의 아우라로 누르고 있는 중이었다.

쉽게 볼 순 없겠어.

본연의 전투력을 아직 확인할 수 없지만, 최소한 옆에 있는 칼룬보다는 윗급이라고 생각되었다.

적어도 한두 단계는 위야.

다른 사람들도 그런 중압감을 느끼는지 표정이 굳어 있었고.

거기다 몸을 내리누르는 압력이라.

대체 이건 어떻게 만들어 내는 거지?

특수한 마법?

아님 본래 가지고 있는 종족 특성?

하지만 종족 특성이라고 보기에는 칼룬은 이런 기술을 쓰지 못했었다.

혹시 왕만이 가진 무언가의 기술인가?

알 수 없는 능력에 저항하면서 고대 드워프 왕을 바라보는데, 잠시 주저하던 대전사 칼룬이 고대 드워프 왕에게 말을 올렸다.

『 왕이시여. 모험자들이 부담스러워합니다. 위엄을 풀어 주심이. 』

『 흐음, 그런가? 이거 시험이 과했군. 』

대전사 칼룬이 이야기를 하자 거짓말처럼 주변의 압력이 줄어드는 것이 느껴졌다.

저 능력.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거였나?

이건 예전에 가짜 황제가 쓰던 그런 종류의 스킬과 아주 흡사했다.

주변 유저들의 몸을 한꺼번에 내리눌렀던.

배울 수만 있다면 최상인데.

특히 전사 형 같은 경우에는 이 이상 좋은 스킬이 없을 터.

압력이 풀려 몸이 좀 편안해지는 것을 느끼고서야 고대 드워프 왕의 정확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고대 드워프 왕.

절대 평범한 NPC가 아니야.

고대라는 말이 붙었을 때부터 염두에 두었어야 했는데.

웅웅웅.

그사이에도 르아 카르테을 잡고 있는 손에선 진동이 계속 울려왔다.

이 정도로 민감한 반응이라.

유일 아이템은 확실해.

내 옆에 있던 재중이 형도 그 진동을 봤는지 눈빛을 날카롭게 빛냈다.

<불멸> 확실하네.

<주호> 확실하죠.

재중이 형에게는 르아 카르테의 특성을 한 번 이야기해 줬기에 르아 카르테가 울리자마자 바로 알아챘다.

문제는 르아 카르테가 한쪽으로만 울리는 것이 아니라는 점.

<주호> 심지어 두 개예요.

<불멸> 두 개?

<주호> 네. 제가 잘못 느낀 게 아니라면요.

드래곤 슬레이어를 찾았을 때와는 완전히 반응이 달랐다.

일단 하나는 저 고대 드워프의 왕이 가지고 있는 것이 확실하겠고.

그리고 다른 하나는 반응이 애매해서 거리를 가늠할 수가 없었다.

여기가 아닌가?

이 근처는 아닌 느낌인데.

오히려 이건 더 지하 같은 기분도 들고.

르아 카르테가 계속 아래로 향하는 것을 보면 아마 여기보다 더 아래에 뭔가가 있는 것 같았다.

검은 용암의 지하라…….

들어갈 수는 있는 걸까?

그런 의문을 가지면서 고대 드워프 왕의 반응을 살폈다.

혹시나 눈치챘을까 싶어서.

그렇게 계속 주시했는데 고대 드워프 왕도 르아 카르테의 숨겨진 특성에 대해서는 모르는 모양이었다.

이건 일단 다행이려나.

현재 이곳의 주인인 고대 드워프 왕이 우리를 견제하는 것만큼 부담스러운 일도 없으니까.

그때 고대 드워프 왕이 나를 유심히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다.

『 흠, 영웅의 검인가? 』

역시.

바로 알아보네.

드워프의 왕인 카르바할도 보자마자 알아냈었으니 당연히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드래곤 슬레이어야 현재 인벤토리 안에 들어가 있으니까 잘 모르겠지만.

그러고 보니 드래곤 슬레이어도 영웅의 검에 들어가려나?

서버에 하나밖에 없으니 유일 아이템에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NPC가 나서 이걸 영웅의 검이라고 부르는 것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같은 유일 아이템 사이에서도 급이 갈리는 건가?

이건 잘 모르겠는데.

나와 르아 카르테를 유심히 본 고대 드워프의 왕이 갑자기 돌발적인 질문을 했다.

『 영웅의 검을 잠시 줘 보겠나? 』

순간 몸이 멈칫했다.

르아 카르테를 달라고?

바로 고개를 돌려 난처한 표정으로 재중이 형을 바라보았다.

지금 르아 카르테는 우리 전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만약 저 고대 드워프 왕이 먹고 꿀꺽해 버리면 그것만큼 난감한 일도 없지.

<주호> 형, 이건?

<불멸> 카르바할과 같다고 생각하면 줘도 되는데, 이런 던전 안에서 만난 NPC라……. 꽤 고민되게 만드는군.

재중이 형도 결정을 하기 힘든 것 같았다.

여차하면 바로 싸울 준비를 하는지 몸을 낮춘 상태였고.

그때 대전사 칼룬이 내게 말을 건네었다.

『 존재하는 모든 무기를 관장하는 고대 드워프 왕이십니다. 영웅의 검은 살펴보고 돌려주실 겁니다. 』

대전사 칼룬의 우호도는 최상.

그리고 이어지는 고대 드워프 왕의 말은 내 선택지를 단번에 없애 주었다.

『 그 영웅의 검. 아직도 미완성이군. 』

미완성?

뭐지?

분명히 전에 드워프 왕이 제대로 고쳐 준 것이 아니었나?

고개를 돌려 다시 재중이 형을 보자 이번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불멸> 이 정도의 NPC가 먹고 째지는 않겠지. 째면 바로 본사에 찾아간다. 그놈 멱살을 잡고 다시 내놓으라고 하면 돼.

역시 재중이 형인가.

그 말에 안심을 하고 르아 카르테를 고대 드워프 왕에게 넘겨주었다.

르아 카르테를 한참 동안 살펴본 고대 드워프 왕이 뭔가 알겠다는 눈빛을 보였다.

『 음, 역시 카르바할 그 녀석이 임시방편으로 연결해 놓았나. 』

《 서브 퀘스트 : 영웅의 검 완성. 》

- 고대 드워프 왕의 시험 통과.

- 퀘스트 보상

고대 드워프 왕에게서 영웅의 검을 수리.

『 완결한 영웅의 검 』

- 제안 거절 시 페널티가 없습니다.

그때 바로 서브 퀘스트가 떠올랐다.

흐음, 시험인가?

그리고 이걸 보고는 생각했다.

역시.

유일 아이템이라고 다 영웅의 무기는 아닌 것 같았다.

분명히 드래곤 슬레이어를 진화시킬 때에는 퀘스트가 뜨지 않았으니까.

혹시 NPC에게서 받는 무기와 네임드에게서 얻을 수 있는 무기의 차이인 건가?

아니라면 다른 뭔가가 있을 수도 있었고.

그럼 발루딘도 영웅의 무기가 아닐 확률이 높았다.

이건 이벤트로 받은 녀석이니까.

다른 경로로는 다시 얻을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고.

굳이 분류하자면 한정판쯤 되려나?

고대 드워프 왕이 한 번 르아 카르테를 살펴본 뒤 곧장 내게 르아 카르테를 돌려주었다.

휴.

역시 먹고 째는 건 아니었어.

속으로 안도를 하면서 르아 카르테를 받자, 다시 고대 드워프 왕의 말이 이어졌다.

『 영웅의 검을 고칠 수는 있으나 그에 걸맞은 재료가 필요하다. 마침 그대가 나의 짐을 들어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

짐?

무슨 말이지?

이것도 시험에 연관이 되어 있는 말인가?

『 주변의 용광로들이 보이는가? 』

“보입니다.”

『 영웅인 그대가 보기에는 어떤가? 』

흐음.

글쎄.

그냥 잘 돌아가고 있는 용광로로 보이는데?

도움을 받기 위해 옆에 있던 재중이 형을 보니, 멀리 한 번 쓱 훑어보고는 뭔가를 찾은 듯 눈빛을 빛내면서 고대 드워프 왕에게 말했다.

“혹시 용광로가 꺼지고 있습니까?”

『 흠, 좋은 동료를 두었군. 그렇다네. 수천 년의 세월을 이어 온 용광로들이 이제 서서히 빛을 잃어 가는 중이지. 하지만 내게는 이 용광로를 이어 갈 유지가 있다네. 정확하게는 옆에 있는 칼룬이. 』

칼룬?

이상한데?

왜 본인이 아니고 칼룬이라는 거지?

그런 내 마음을 알았다는 듯 대전사 칼룬이 내게 말을 했다.

『 고대 드워프 왕께서는 현재 원혼만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드워프들에게 남은 마지막 불씨를 잇기 위해 마지막 힘을 내어 나오셨습니다. 』

그 말에는 깜짝 놀랐다.

하긴, 생각해 보면 고대라고 하면 보통은 아주 먼 옛날이니까.

드워프가 얼마나 오래 사는지는 잘 모르지만 일단은 죽었을 확률이 높았다.

애초에 이곳 명칭이 무덤이기도 하고.

고대 드워프 왕이 우리를 보면서 말했다.

『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네. 고대의 괴물을 물리치기 위해서 이곳 최후의 불씨들을 살릴 수 있게 도와주게나. 』

그런데 대체 뭘 도와달라는 거지?

용광로가 있는 이 장소에서 도와달라고 해봐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딱히 없어 보였다.

『 이곳 무덤 지하 깊숙한 곳에 고대의 마물이 하나 봉인되어 있다네. 그리고 고대의 불씨로 가는 이곳의 기운을 전부 그 마물이 먹어 치우는 중이지. 아주 오랜 세월 동안. 』

그걸 들은 이쁜소녀와 챠밍이 동시에 외쳤다.

“네임드!”

역시 네임드였나?

이곳 무덤에 걸맞은 뭔가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역시나 존재하고 있었다.

『 이제 얼마 있지 않아 고대의 불씨가 꺼질 걸세. 그리고 고대의 불씨가 꺼지면 그 녀석이 완벽해진 모습으로 세상에 나가게 될 것이야. 』

일종의 시간제한인가?

최악의 경우.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로 이곳이 끝나 버릴 수도 있었다.

그럼 르아 카르테를 완성시킬 기회도 영영 잃어버릴 것이고.

『 영웅의 후예인 그대들이라면 그 고대의 마물을 처단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

곧장 다른 퀘스트가 떠올랐다.

《 메인 퀘스트 : 고대 드워프 왕의 시험. 》

- 고대의 마물 제거.

- 퀘스트 보상

고대의 불씨 활성화.

《 서브 퀘스트 : 영웅의 검 완성. 》

- 고대 드워프 왕의 시험 통과.

- 고대 마물의 핵 습득.

- 퀘스트 보상

고대 드워프 왕에게서 영웅의 검을 수리.

『 완결한 영웅의 검 』

- 제안 거절 시 페널티가 없습니다.

메인?

메인이 뜨자 다들 서로를 바라보았다.

여기 불씨를 지피는 것이 앞으로 있어 중요한 뭔가를 가져다줄지도 모르겠는데.

서브 퀘스트 역시 고대 마물의 핵을 습득하는 것으로 변경되어 있었다.

이전과 같이 뭔가의 재료로 진화시키는 모양인데.

이젠 고대 드워프 왕이 말려도 내려가야 할 판이다.

그때 전사 형이 물었다.

“고대의 불씨가 무엇입니까?”

그 질문에는 대전사 칼룬이 대답했다.

『 모든 불의 근원. 용혈과 암흑혈을 모두 제련할 수 있는 지상 최고의 불입니다. 그리고 고대의 불씨가 살아 있어야 여기서 암흑의 군대에 대항할 수 있는 무기들을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는 반드시 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

그럼 여기가 전 대륙을 대표하는 대장간이려나?

확실히 메인이 될 만하네.

그리고 이런 전과를 남기면 상상도 못 할 포인트를 얻게 될 지도.

재중이 형을 보면서 말했다.

“여기는 무조건 먹어야겠어요.”

“아아, 걸린 게 많으니까. 르아 카르테도 있고.”

그때 고대 드워프 왕이 나와 우리 팀을 쭉 둘러보다가 이쁜소녀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정확하게는 이쁜소녀의 등에 매달린 이쁜소녀의 키만 한 배틀 액스를.

레비아탄 배틀 액스.

이곳 던전의 속성상 사용하기에는 확실히 옵션 면에서 아쉬운 점이 있는 무기였다.

『 용을 잡고 나온 무기인가. 정말 마음에 드는군. 』

“네에?! 아! 네!”

갑자기 자신에게 시선이 집중되자 뒤에 서 있던 이쁜소녀가 당황한 듯 목소리가 움츠러들었다.

레비아탄을 잡은 사실을 좋아하는지, 아님 배틀 액스를 좋아하는지 모르겠지만.

아니, 어쩌면 둘 다인가?

지금 둘 다 포함되는 무기를 들고 있는 것은 이쁜소녀밖에 없었다.

『 그 작은 몸으로 전사들의 무기인 배틀 액스를 쓰다니. 기특하구나. 그럼 이것도 쓸 수 있을 터. 』

그러면서 고대 드워프 왕이 들고 있던 거대한 배틀 해머를 이쁜소녀에게 건네주었다.

“아?! 이거……! 정말 받아요?!”

『 받거라. 영웅의 동료인 그대라면 이것을 쓸 자격이 있다. 』

그때 고대 드워프 왕이 건네는 무기를 본 르아 카르테가 웅웅 떨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설마……!

유일 아이템을 그냥 넘겨준다고?!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