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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525화 (518/1,404)

#525화 경계 수호자 (7)

요새에 있는 유저들의 수준이 낮은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경험.

한 번도 상대해 보지 못했기에 녀석을 모른다는 것.

암흑 지대를 자주 왕래했던 나나 영상을 통해 몇 번의 리딩을 한 우리 팀과 엄연한 격차가 존재했다.

일련의 상황을 챠밍이 내게 물었다.

“오빠, 저희는요?”

“일단 나랑 재중이 형만. 마법은 아무래도 저쪽에 쓰는 편이 나을 거야.”

그러면서 바이탄 요새 성벽을 바라보았다.

암흑형 몬스터가 바글거리는 곳.

챠밍과 막내별이 소유한 마법은 현재 최강의 대미지를 낼 수 있는 광역 마법이다.

제멋대로 날뛰는 고르곤을 향해 쏘기보다는 오히려 이쪽이 훨씬 많은 피해를 줄 수 있을 터.

혹여 고르곤을 향해 쐈다가 녀석이 피해 버리기라도 하면…….

아니,

이 경우는 피할 확률이 아주 높았다.

확률상 다수의 몬스터가 몰려 있는 성벽 외곽을 향해 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 생각했다.

내 말에 챠밍이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 있던 막내별도 마찬가지고.

그리고 이쁜소녀가 손가락으로 본인을 가리켰다.

“저는요?”

“소녀는 언니들 잘 부탁해. 성벽 위로 올라오는 몬스터들을 전사 형하고 같이 저지해줘.”

“아, 나도 고르곤하고 싸우고 싶었는데. 아쉽다아.”

조금 실망한 기색을 보였지만, 바로 떨쳐내고는 곧장 챠밍의 옆으로 가서 붙더니 데몬 라지 액스를 꺼내 들고는 앞을 막아섰다.

저 라지 액스 역시 만들어놓고 거의 쓰지 못한 아이템 중에 하나.

이쁜소녀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악마 계열에 추가 피해를 줄 수 있는 무기를 꺼내 들고는 준비를 했다.

예전에 악마형 케르베로스를 많이 괴롭힌 것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은.

“전사 형, 다른 사람들 좀 부탁해요. 아마 눈먼 화살이나 마법이 상당히 많이 날아올 거예요.”

“맡겨둬라.”

전사 형에게 고르곤의 몸빵을 부탁하려 했는데 그러면 성벽 쪽의 챠밍과 막내별, 나르샤 누나까지 이쁜소녀가 혼자서 커버해야 한다.

그건 이쁜소녀에게 너무 부담을 주는 일이라.

어쩔 수 없는 것을 알면서도 따로 전사 형을 뺄 수밖에 없었다.

전사 형도 그걸 알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고르곤을 상대하고 싶어 둘 다 손이 근질근질할 텐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바이탄 요새의 성벽 바깥쪽이나 안쪽을 전부 처리하려면.

그렇게 내려다본 외곽은 어느새 몬스터들로 가득 차버렸다.

그런 몬스터들을 향해 요새의 방어 NPC와 유저들이 쉴 새 없이 마법과 화살을 퍼부으면서 그걸 겨우 저지하는 상황.

확실히 성벽의 지원을 받으면 유저들에게도 승산은 있어 보였다.

“마법 전부 퍼부어!”

“쉬지 말고 화살 쏘란 말이야!”

“거기 손 쉬는 놈 누구야?!”

“최대한 많이 잡아! 지금 아니면 포인트 따기 힘들다!”

“탱커랑 근접들 성벽 위로 못 올라오게 블럭해 줘!”

“광역기 전부 때려 넣어!”

“성벽 절대 내주지 마! 올라오면 무조건 진다!”

탱커들은 죄다 성벽에 붙어서 올라오는 몬스터들을 쳐냈고, 그 뒤로 근접 유저들이 뛰어다니며 빈 곳을 커버한다고 정신이 없었다.

마법사들은 광역 마법의 차징이 끝나는 대로 곧장 성벽 아래를 향해 불덩어리와 얼음, 전격 마법을 사용했다.

거기다 궁수들도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활시위를 튕겨냈다.

각자 자기 자리에서 피를 토하듯 최선을 다하는 모습.

지금 성벽을 몬스터에게 점령당하면 그 뒤로는 답이 없다.

현재 바이탄 요새의 유저들만으로 이 공습을 막으려면 성벽은 필수 불가결한 존재였다.

여기서 밀려나면 그냥 이번 이벤트는 접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필드에서는 상대가 안 될 테니.

악을 쓰면서 공격을 다시 퍼붓자 그만큼 몇몇 몬스터가 죽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런 유저들의 분발에도 불구하고 성벽에 붙는 몬스터들을 빠르게 정리할 수 없었다.

악마형 전용 무기가 있으면 모를까.

혹은 그에 준하는 강력한 뭔가가 있다거나.

“아, 젠장! 화력이 부족해!”

“왜 이렇게 지원이 느려?!”

“추가로 더 올라오는 유저 없어?!”

“말도 마라. 네임드 때문에 다 아래서 묶였잖아!”

“쳇, 저놈만 아니었으면……!”

“무슨 이벤트가 이렇냐고! 적어도 깰 수는 있게 만들어놔야지!”

NPC의 도움을 받아 최대한 쥐어짜면서 공격을 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화력은 부족했다.

차라리 시간이 더 있었다면 가르시아 제국에서 유저들이 더 도착했을 텐데…….

애매한 타이밍.

부족한 준비가 결국은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저도 나설게요!”

챠밍이 곧장 성벽 바깥쪽을 향해 자리를 잡고 마법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옆에 있던 막내별 역시 마찬가지.

나르샤 누나도 어느새 성벽 바깥쪽으로 쉬지 않고 화살을 날리고 있었고, 전사 형과 이쁜소녀는 달려들어 성벽을 타고 올라오는 몬스터들을 쳐낸다고 빠르게 움직였다.

얼마 뒤, 챠밍과 막내별의 마법이 완성되었다.

【 메테오 스트라이크! 】

【 메테오 스트라이크! 】

곧 검은 밤하늘에 이글거리는 두 개의 거대한 운석이 하늘에서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빠르게 낙하한 메테오가 바이탄 요새 성벽 바로 근처에서 각각 터져나갔다.

쿠앙!

콰앙!

“키에에엑!”

“쿠아악!”

패치로 약해졌다고 해도 메테오는 메테오.

가공할 위력을 보이면서 수많은 악마형 몬스터를 짓뭉개고 태워 버렸다.

그리고 사방으로 튕겨 나간 몬스터들이 뒤얽히면서 순식간에 적 진영을 초토화시켰다.

죽음의 빛으로 변한 몬스터가 다수 보였고.

성벽에 접근해 있던 몇 마리의 블랙 맘모스와 암흑 골렘 역시 타격을 받아 잠시 몸을 멈추었다.

그동안 유저들의 공격을 비웃듯 계속 성벽만 두들기던 녀석들도 메테오만은 무시할 수 없었다.

그렇게 메테오 스트라이크가 터지자 성벽 위의 유저들이 환호를 질렀다.

“우와! 운석 쩐다!”

“역시 메테오!”

“대체 얼마나 죽인 거야? 대박!”

“막내별 나이스!”

“방송 더 안 해요?! 막내별님? 정말 재밌었는데!”

“챠밍! 최고다!”

“챠밍, 예쁘다!”

“챠밍 나랑 사겨주세요!”

“우리 길드로 와! 잘해줄게!”

몇몇 유저는 막내별을 아는지 반가움을 표시했다.

그리고 챠밍 역시 환호를 받았고.

거기다 믿을 수 있는 강력한 마법사는 정말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다.

특히 이렇게 같은 편일 때는 더더욱 그렇고.

“휘유, 인기 죽이네.”

재중이 형도 깜짝 놀랄 정도의 인기.

로스트 스카이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 중 몇 명을 꼽으라고 하면 챠밍도 분명히 들어갈 것이다.

챠밍은 나와 재중이 형이 화제의 중심에 있어서 튀지는 않지만 매번 랭킹 상위권에 있어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테니.

메테오에 몇몇 거대 몬스터가 힘을 잃고 쓰러지자 유저들의 손이 더없이 바빠졌다.

지금이 녀석들을 잡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니까.

쉬지 않고 다시 공격을 퍼붓는 것을 보고는 조금은 안도했다.

적어도 당장은 무너지지 않을 거라 생각해서.

마력을 다 쓰고 채우던 중 챠밍이 다가와 내게 뭔가를 보여주었다.

“오빠, 이거.”

“응?”

『 경계 수호자의 증표. / 거래 가능. 파괴 불가. 』

챠밍이 인벤에서 꺼내든 아이템을 보고는 좀 놀랐다.

이거였나?

공지에 나온 이벤트 템이?

“방금 몬스터들 잡으니까 인벤 속으로 바로 들어왔어요.”

“편리하네.”

난 또 몬스터가 죽고 난 뒤, 떨어뜨린 증표를 일일이 주우러 다니거나 혹은 그냥 카운터가 되는 시스템인 줄 알았는데 이건 아이템 형식으로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것도 인벤으로 바로 들어오게끔.

“무조건 몬스터만 열심히 죽여라 이거군.”

재중이 형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든 잡기만 하면 되겠는데.

특히.

고르곤.

일반 몬스터를 잡는 것과 고르곤을 잡는 것의 개수는 확실히 다를 것이다.

“형, 우리도 가죠.”

“아아, 저기 아래를 계속 내버려 두면 망하겠지.”

“혹시 유저들 다 물릴 방법 있어요?”

현재 고르곤 주변으로 유저들이 포위하듯 원을 그리면서 고르곤을 붙들고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실루엣이 보이는 곳에서 조금 떨어져 겨우 버티고 있다는 표현이 맞겠네.

뭐, 당장 뛰어들어서 어글은 뺏어올 자신은 있다.

다만 그 이후가 문제.

한 번이라도 실수를 하면 안 되는데 사방에서 같이 공격하겠다고 끼어들기라도 하면…….

그리고 저들이 끼어들지 말아야 하는 다른 이유도 존재했다.

당장 성벽 위가 뚫리게 생겼는데 저기서 고르곤을 상대하면서 죽어가는 것보다는 성벽을 같이 사수해주는 편이 지금 상황에서는 훨씬 이득일 테니.

“우리가 막아주면 알아서 빠질 거야. 저들도 지금 고르곤은 상대하고 싶지 않을걸? 죽어서 계속 부활하면 본인들만 손해니까.”

부활 포인트가 코앞이라 죽어서 바로 다시 달려들 수 있긴 했다.

현재 바이탄 요새를 가진 우리의 이점이기도 하고.

“자, 그럼 가보자.”

먼저 재중이 형이 데몬 스피어를 들고 뛰어들자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불멸?”

“랭커가 드디어 나서는 건가?”

“불멸이라면!”

확실히 재중이 형을 모르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지.

재중이 형이 뛰어들자 자연스럽게 유저들이 길을 비켜주었다.

다른 때라면 서로 네임드를 잡겠다고 티격태격했겠지만, 지금은 한 팀이나 마찬가지.

그리고 나 역시 뛰어들자 비슷한 상황이 일어났고.

“형, 일단 제가 먼저.”

내가 먼저 뛰어들자 재중이 형은 곧장 고르곤의 측면으로 내달렸다.

그럼 가볼까?

감각을 증폭시키자 노면 위를 울리는 고르곤의 발 울림이 가장 먼저 내 다리를 타고 전달되었다.

그리고 불어오는 바람의 결이 미묘하게 한 공간에서는 휘어져 흩어지는 것이 느껴졌고.

다른 사람들은 얼핏 보이는 실루엣으로 녀석의 모습을 짐작했지만 난 달랐다.

그냥.

느껴진다.

녀석의 입체적인 형태가.

전방에 접근하는 날 발견한 고르곤이 그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스르륵 전진하면서 곧장 보이지 않는 암흑 구를 쏘아내었다.

그 파동을 느끼자마자 곧장 르아 카르테와 데몬 블레이드를 교차로 들어 올려 암흑 구를 아슬아슬하게 흘려내 궤적을 꺾는 데 성공했다.

치지직!

그동안은 절대 들을 수 없었던 암흑 구와 무기가 스치는 소리.

그리고 르아 카르테와 데몬 블레이드에 꺾이는 순간 검은 기운이 넘실거리는 암흑 구가 일그러지면서 그 모습을 드러났다.

“어?!”

“뭐지?!”

“대체 어떻게 한 거야?”

“설마 저게 이때까지 우릴 공격한 건가!”

“세상에! 보이지도 않는데 저걸 쳐냈어?!”

“랭커 수준 완전 쩌네.”

“괴물……!”

“저런 게 말이 되는 거냐?”

지금까지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무언가가 암흑 구라는 것을 알게 되자 사람들이 더할 수 없을 정도로 경악을 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전혀 알지 못하는 뭔가를 뛰어넘는 어떤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 대쉬! 】

바로 고르곤에게 달려들어 르아 카르테와 데몬 블레이드를 휘둘러 녀석의 앞발을 크게 베고 지나갔다.

그러자 그동안은 실루엣만 얼핏 보였던 녀석의 커다란 다리의 형체가 일렁이면서 확연하게 모습을 드러냈다가 곧 사라져버렸다.

“어?! 보인다!”

“방금 봤지?! 다리 아냐?”

“대박……!”

“엄청 크잖아?”

“세상에, 대체 주호는 저걸 어떻게 보는 거야?!”

놀라기는 아직 이르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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