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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482화 (475/1,404)

#482화 황위 쟁탈 (2)

황자와 황녀를 다 죽여 버린다는 말에 모두가 당황에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

심지어 재중이 형까지.

사실 말이 쉽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무려 가르시아 제국을 대표하는 혈족을 모두 죽여야 하니까.

재중이 형이 내가 한 말을 되씹어보았다.

“전부 죽인다라…….”

잠깐 생각을 하던 재중이 형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물었다.

“그건 꼭 황제라도 되겠다는 말로 들리는데?”

황제.

가르시아 제국 전체.

그리고 주변의 필드와 사냥터, NPC와 유저를 관리하는 최상위 자리.

말 한마디로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는.

“뭐, 안 될 것 있나요?”

태연하게 대답하는 내 말에 재중이 형이 킥킥 웃더니 곧 배를 잡고 웃어버렸다.

“크큭, 진짜. 내가 호랑이를 키웠네. 키웠어.”

“칭찬이라면 감사하게 받죠.”

“실없는 소리는 됐고, 그래서 자신은 있고?”

자신이라…….

하려고 들면 정말 못할 것이 없다.

그런 판단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NPC는 죽일 수 없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아무리 죽여도 죽지 않는다면 이런 가정은 아무런 쓸모가 없다.

예전 로가슈 왕성 때와 마찬가지로 죽이려고 들면 NPC도 죽는다.

물론 되살아나는 경우가 있긴 해도 점검 이전까진 정말 죽어 있는 상태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리고 이번 황위 쟁탈전은 한 명의 황제를 내세우는 시나리오다.

다시 말하면 방해가 되는 다른 NPC를 어떻게든 죽일 수 있다는 말이기도 했고.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

자신이 선택한 황자나 황녀를 제외하고는 모두 적대 상태일 테니까.

적대 상태로 인한 페널티 부분도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평소에 황자와 황녀를 죽이면 무조건 제국과 척을 지게 될 것이다.

이번처럼 우리 쪽의 거점을 향해 원정군이 나설 수도 있으니까.

황자와 황녀를 잡고도 탈이 나지 않는 시점은 이 이벤트 시나리오가 진행되고 있는 오직 지금뿐이다.

“아무래도 정석으로 죽이려면 힘들겠죠.”

“당연히 황자나 황녀들에게 마크가 붙을 테니까.”

재중이 형이 말하는 것은 호위나 기사단, 혹은 마법사단.

이쪽을 뚫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거기다 각 황자나 황녀에게 붙는 유저들의 문제도 있다.

최소 수십에서 혹은 수백, 수천, 그 이상의 유저가 참가해서 각 진영에 붙게 된다.

우리가 강하다지만 이런 유저들과 개싸움을 해서 좋을 것이 있을까?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었다.

거기다 반드시 이길 수 있다는 보장도 없고.

어느 쪽에 유저가 얼마나 붙느냐에 따라 상황은 완전히 변하게 된다.

그럼 우리가 상황 통제를 못 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었다.

물론, 공략 사이트나 게시판에 우리가 어느 쪽에 붙을지 흘린다던가, 혹은 유미 씨에게 이야기해서 방송에서 흘려도 괜찮을 것이다.

이러면 우리가 어느 쪽을 선택해도 부담이 확 줄게 된다.

심지어 세력이 실오라기만큼도 없는 2황녀에게 붙더라도.

우리가 선택했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유저들의 엄청난 지원을 받게 될 것이다.

세력이 가장 큰 1황자나 3황자와 붙어도 부족함이 없을 만큼.

거기다 상황 전체를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이끌어 갈 수 있을 테니 이쪽은 굉장한 메리트가 있었다.

하지만 이건 내가 바라는 일은 아니다.

어떤 식으로든 유저들이 붙게 되면 포상을 나눠 먹어야 한다.

물론, 기여도가 높으면 받는 포상이 적지 않겠지만 나눠 먹는다는 점에서 탈락.

“그렇다면 속전속결!”

속전속결이라는 내 말에 우리 팀 모두 궁금하다는 눈빛을 가득 담은 채 나를 바라봤다.

그중 챠밍을 마주 보면서 웃어 보였다.

“그러니까 이번엔 챠밍이 수고 좀 해줘야겠어.”

“네? 저요?”

“응. 네가 이번 일의 핵심이야.”

* * * * *

남작 저택에서 제국을 뒤엎을 모의를 끝낸 후, 거리로 나오자 지나가는 유저들에게서 한껏 들뜬 분위기가 느껴졌다.

“너 어느 황자한테 붙을 거야?”

“아, 고민되네. 아는 NPC에게 물어보니까 잘 안 가르쳐주던데… 쩝.”

“공략 사이트 나온 거 못 봤어? 1황자가 세력이 제일 세다더라.”

“3황자도 괜찮다는 소문 있음. 마법사들 많다고.”

“난 그냥 1황녀. 완전 쭉쭉빵빵 미녀잖아!”

“미친, 외모 보고 붙으면 망해.”

“5황자는? 이왕 하는 거 모험 한 번 걸어봐?”

“거길 뭘 믿고 붙어. 제대로 알려진 것도 없잖아. 선택 한 번 잘못 하면 바로 나가린데.”

“흐, 그냥 유저들 많이 붙는 쪽으로 가는 게 어때?”

“일단 지켜봐?”

“접수 기간 있어서 너무 늦으면 참가도 못 한다더라.”

“아, 진짜. 어디로 붙지?”

“보상 아직도 물음표로 나오지?”

“아, 보상이라도 뜨면 어느 쪽이 센지 알 텐데.”

“유저들 얼마나 지원했는지 확인도 못 하고.”

모든 유저들이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정보는 제한적.

그리고 퀘스트 역시 마찬가지.

《 메인 퀘스트 : 황위 쟁탈전. 》

- 황자 5명, 황녀 2명 중 1명을 택해서 소속.

- 황위 쟁탈전 완료 시까지 소속 변경 불가.

- 황위 쟁탈전 참가 시 드랍 페널티 없음.

- 사망 시 죽음 페널티 없음.

- 퀘스트 보상

『 가르시아 제국 귀족 임명권. 』

『 가르시아 제국 기사 세트 지급. 』

『 가르시아 제국 마법사 세트 지급. 』

『 특수 액세서리 지급. 』

『 제국 기여도 지급. 』

『 랜덤 보상 상자. 』

『 랜덤 고대의 봉인 지도. 』

『 랜덤 지도 퍼즐 조각 상자. 』

『 10강 무기 정제 강화석 지급. 』

『 +1강 확정 정제 강화석. 』

:

황위 쟁탈전 기여도에 따라 보상 변경.

고대의 봉인 지도?

지도 퍼즐 조각 상자?

다른 것보다 특히 눈에 들어오는 보상이었다.

보상 목록에 올라와 있어서 유저들의 관심을 한 번에 받은 물품이기도 하고.

이번 보상이 꽤 괜찮은 편이라 각 공략 사이트마다 서로 분석 기사를 내놓고 있었고 게시판에도 모두 쟁탈전에 대한 이야기밖에 없었다.

특히, 각 황자나 황녀를 따라다니면서 멀리서 사진을 찍어 올리는 사람도 적지 않았고.

그 때문인지 각각의 외모에 대한 정보는 굉장히 많이 알려졌다.

1황녀에게 가겠다고 한 남성 유저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었고.

거기다 2황녀는 항상 얼굴을 가리고 다녀서 유명하면서도 거의 잊히는 분위기였다.

어느새 제국을 빠져나와 드워프 지하 왕국으로 향하는 길에 올랐다.

“2황녀가 제일 세력이 안 좋다고 했죠?”

“아아, 그랬지.”

“흐음, 한 번은 접촉해 봐야겠네요.”

“얼굴이 궁금해서? 1황녀는 엄청 예쁘던데 말이야. 혹시 알아? 2황녀가 말도 안 되게 예쁠 수 있잖아.”

재중이 형이 놀리듯 물어보자 옆에서 걸어가던 챠밍의 어깨가 움찔하더니 고개를 돌려 날 쳐다보면서 눈을 가늘게 떴다.

“하하, 큰일 날 소릴.”

그러자 챠밍이 다시 고개를 돌려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식은땀이 다 나네.

“NPC에게 질투하는 여친이라…….”

“네?”

“뭘 모른 척하고 그래?”

“아뇨. 무슨 소리하는지 모르겠…….”

“앉을 때도 옆에 찰싹 붙어서 앉고, 둘이 말할 때 아주 깨가 쏟아지던데 뭘. 눈에서 하트 날아다니고.”

“티 나요?”

“엄청.”

“모른 척해주시죠?”

“하는 거 봐서.”

그러면서 재중이 형이 씨익 웃어 보였다.

이거 뒷목 잡힌 기분인데.

얼마 지나지 않아 예전 황폐화되어 있던 드워프 지하 왕국에 도착했다.

여기 걸려 있던 돌발 퀘스트 자체가 드래곤을 잡는 것이 목표였고 가르시아 제국에서 잡기는 했지만 어찌 됐든 잡긴 잡았으니까.

《 돌발 퀘스트 : 드워프 지하 왕국 수복. 》

《 돌발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

- 퀘스트 보상

퀘스트 보상은 드래곤을 잡은 기여도에 따라 지급됩니다.

『 10강 무기 정제 강화석 지급. 』

『 +1강 확정 정제 강화석. 』

『 드워프 지하 왕국 제작 수수료 무료. 』

『 드워프 왕 카르바할 친밀도 대폭 상승. 』

『 랜덤 지도 퍼즐 조각 상자. 』

이건 꽤…….

어차피 드래곤을 잡은 보너스 정도라 큰 기대는 안 했는데 생각 이상으로 보상이 괜찮았다.

특히 랜덤 지도 퍼즐 상자.

여기서도 주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다르다더니.

퍼즐 조각 상자를 열었더니 그동안 가지고 있지 않은 부분을 더 채울 수 있었다.

“수고를 덜었네요.”

거기다 +1 확정 강화석이 있다는 것은 더 좋았다.

다만, 나 말고는 받지 못한 모양이고.

역시 기여도를 최대로 해야 받을 수 있는 모양.

기다릴 것도 없이 바로 르아 카르테에 강화를 시도했다.

『 +15 르아 카르테 / 출혈 50(30+20) 타격 42(22+20) 』

드래곤 슬레이어에 쓰는 쪽이 나을까 생각했는데 역시, 이쪽이 먼저다.

그리고 출혈 대미지가 무려 50에 달했다.

이 정도면 방어구 없이 르아 카르테에 스치면 죽는다고 봐야 한다.

나 외에는 생각대로 9강, 8강 강화석 같은 물품들을 받아냈다.

전사 형이 그걸 보더니 한껏 기뻐했다.

“역시 돌발 퀘스트가 좋다니까.”

이쪽은 이제 해결이 되었고.

드워프 지하 왕국까지 온 김에 드래곤을 잡고 나온 재료 템을 들고 카르바할에게 찾아갔다.

그런데 카르바할에게서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왔다.

『 그 저주받을 드래곤을 잡다니, 그대들에게는 기대를 해도 될 것 같구나. 이곳보다 더한 죽음에 놓여 있는 우리 형제들을 도와주게. 』

《 메인 퀘스트 - 경계로 드워프 제작 물품 전달. 》

- 가르시아 제국 경계 너머의 드워프들에게 카르바할의 물품을 전달하라.

새로운 시나리오인 건가?

재중이 형도 그걸 보고는 한마디 했다.

“드래곤을 잡으면 나오는 퀘스트 같긴 한데… 동선이 너무 꼬이네. 당장 제국에서 해야 하는 퀘스트도 있고.”

우리가 드래곤을 제국으로 몰고 가면서 퀘스트가 뒤죽박죽이 된 느낌이 들었다.

“일단 이건 킵해두고 할 수 있는 것 먼저 하자고.”

“네, 거리가 머니까 이건 나중에 해도 될 것 같아요.”

한 번 오가는 데만 해도 한참 시간이 걸리니까.

아직 여기서 해야 할 일들을 마무리 짓지도 못했다.

드래곤과의 일도 매듭지어야 하고.

그렇게 제작을 하려고 목록을 보는데 이전과 다른 아이템들이 잔뜩 생성되어 있었다.

전사 형이 그걸 보고는 눈빛을 반짝였다.

“오, 이건.”

일단, 드래곤 플레이트부터 시작해서 로브, 지팡이 계열 무기도 전부 만들 수 있었다.

제작 재료만 많다면 우리 팀 모두 드래곤 아이템으로 도배를 할 수 있을지도.

거기다 특이한 물품도 하나 있었고.

『 드래곤 발리스타 』

- 1회용

“이쪽은 한 번 밖에 사용을 못 하네요.”

제작 재료 값어치로 생각하면 사용할 때 정말 신중해야 한다.

재중이 형도 살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드래곤을 떨어뜨리기 위한 아이템 같은데…….”

그 말을 듣자마자 다들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테이밍!”

“테이밍!”

현실적으로 드래곤을 얌전하게 만들 방법……. 전무하다.

아마도 이 녀석이 해결책이 되어 줄지도…….

발리스타는 제작하는데 시간이 걸려서 이쪽은 따로 제작을 맡겼다.

“너도 해야지.”

“네, 르아 카르테.”

그리고 기다리고 있던 르아 카르테와 드래곤의 발톱을 꺼내서 카르바할에게 넘겼다.

『 드디어 다 모아온 것인가. 내 생애 탐식이 완성되는 것을 볼 수 있다니. 영광이군. 』

용맥에 르아 카르테와 드래곤의 발톱을 집어넣고 제작을 시작하는 것을 보더니 우리 팀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수고해라. 우린 거점으로 간다.”

“네, 내일 봐요.”

결국, 혼자 남아 카르바할의 망치 두들기는 소리를 들으면서 하루를 보냈다.

* * * * *

『 자, 완성이다! 』

『 +15 르아 카르테 / 출혈 50(30+20) 타격 42(22+20)

- 마력 흡수 15%

- 치명타 대미지 550%

- 관통 확률 35%

- 비검

- 빈 슬롯

- 빈 슬롯 』

마지막 남은 슬롯이 열리면서 미완성이라는 단어가 사라졌다.

온전히 완성된 영롱한 르아 카르테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까 왠지 모르게 뿌듯한 기분이 들었고.

전 서버 누구도 못 한 일을 해냈으니까.

그런데 르아 카르테를 살펴보다가 깜짝 놀라 눈을 껌뻑였다.

“추가 옵션이 두 개나 열렸어?!”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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