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1화 황위 쟁탈 (1)
전사 형에게 온 연락을 받고 난 뒤, 바로 인벤부터 확인했다.
드래곤이 드랍한 아이템이 제대로 들어왔는지 궁금했으니까.
그렇게 한 번 쭉 살펴보고는 바로 인벤을 닫았다.
다행이네.
딱히 건든 것은 없어 보였다.
그렇게 인벤을 닫자 인터페이스에 새로운 시스템 알람이 뜬 것이 보였다.
뭐지?
이것도 업데이트된 건가?
《 제국 귀족 작위가 복구됩니다. 》
《 로가슈 왕국 남작 ‘주호’ 님이 가르시아 제국 남작 ‘주호’로 변경됩니다. 》
《 제국 내 시스템을 다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
이건 좋은데?
귀족 작위에 대한 것은 다시 처음부터 해야 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쪽은 형평성을 맞춘 모양이었다.
제국 황제가 사라졌으니까.
솔직히 로가슈 왕국 작위가 있어서 그닥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주면 감사히 받아야겠지.
귀족 작위가 정상적으로 돌아온 것을 확인한 후, 바로 전사 형이 알려준 공지사항을 확인했다.
아무래도 이쪽이 메인인 것 같으니.
* * *
[ 공지사항 ]
▷ 가르시아 제국 황위 쟁탈전이 시작됩니다.
▷ 가르시아 제국 귀족 진영이 추가됩니다.
▷ 원하는 진영으로 선택이 가능합니다.
단, 진영 선택 후 다른 진영으로 이동은 불가능합니다.
▷ 황위 쟁탈 퀘스트는 각 진영 대표 NPC에게서 습득할 수 있습니다.
▷ 진영의 종류에 따라 보조되는 물품과 자원이 변경됩니다.
▷ 직위에 따라 얻을 수 있는 보상이 달라집니다.
▷ 황위 쟁탈 퀘스트 완료 시 활동에 따라 여러 직위를 얻을 수 있습니다.
▷ 황위 쟁탈전에 레벨 제한은 없으며 누구나 참여 가능합니다.
:
* * *
공지사항엔 황위 쟁탈전에 대한 내용이 쭉 나열되어 있었다.
아마 제국의 가짜 황제가 나오고 난 뒤에 나올 시나리오였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우리가 너무 빨리 가짜 황제를 몰아냄으로써 부랴부랴 내놓은 모양.
생각 이상으로 점검이 길어진 이유가 이것 때문이 아니었을까?
운영진이 갈려 나간 것은 미리 애도.
공지사항을 다 본 뒤 주변을 둘러보자 제국은 드래곤에게 반파된 모습에서 어느 정도 복구가 된 모습이었다.
급하게 정비를 했다는 설정이려나.
이쪽이 더 보기 좋으니 그다지 거슬릴 것이 없고.
일단, 제국에 설정된 내 저택으로 돌아갔다.
이쪽은 복구가 덜 되었는지 중앙 저택 하나만 남아 있었고 나머지는 죄다 사라져 있었다.
설마, 내 돈 주고 복구하라는 것은 아니겠지?
그럼 바로 귀족 작위를 반납할지도.
그런 생각을 하면서 저택으로 들어가자 이전에 나를 보필했던 집사가 그대로 존재했다.
『 돌아오셔서 반갑습니다. 주호 남작님. 』
이쪽은 문제없네.
아니, 다시 생각해 보면 확실히 플러스가 될지도 모르겠다.
전사 형이 먼저 도착하고 얼마 뒤 우리 팀이 모두 접속해 내 저택에 모여들었다.
공지사항에 앞서 중요한 것은 또 하나 있다.
모두가 오자마자 바로 드래곤이 드랍한 아이템을 꺼내놓았다.
『 드래곤의 비늘 / 제작 재료 (x100) 』
『 드래곤의 발톱 / 제작 재료 (x1) 』
『 화염 드래곤-아퀼라스 눈물 조각 (x1)
『 +0 드래곤 플레이트 상의 / 방어력 45
근력+20 / 피해 감소 10%
화속성 방어 추가 』
『 +0 드래곤 플레이트 하의 / 방어력 44
체력+20 / 피해 감소 10%
화속성 방어 추가 』
『 +0 드래곤 헬름 / 방어력 42
마력+20 / 피해 감소 5%
화염 경직 저항 』
『 +0 드래곤 건틀렛 / 방어력 40
근력+20 / 피해 감소 5%
화염 속 체력 회복 』
『 +0 드래곤 부츠 / 방어력 40
민첩+20 / 피해 감소 5%
화염 속 이동 속도 증가 』
『 가이디드 매직 』
『 파이어 웨폰 』
『 파이어 아머 』
『 파이어 브레스 』
『 메테오 스트라이크 』
『 스케일 미러 』
『 트리플 캐스팅 』
『 시간의 서 』
『 화룡화 』
『 고급 듀얼 링 / 올스탯+4
체력 흡수+5 / 마력 흡수+5 』
『 고급 듀얼 링 / 올스탯+4
체력 흡수+4 / 마력 흡수+6 』
『 정제 무기 강화석 (x100) 』
『 정제 방어구 강화석 (x200) 』
『 일반 강화석 (x100) 』
『 고대의 봉인 지도 A 』
『 지도 퍼즐 조각3 』
『 지도 퍼즐 조각5 』
아무래도 동급 몬스터라 그런지 구성면에서는 레비아탄 때와 대동소이했다.
일단, 내게 가장 중요한 드래곤의 발톱.
유일템인 르아 카르테를 완성 시킬 수 있는 아이템이 드디어 나왔다.
혹시 부위 파괴라도 해야 하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습득할 수 있었다.
“이걸로 르아 카르테는 완성이네요.”
하루 정도 묶여 있어야 하지만 뭐 어떤가.
그동안 걸어온 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챠밍이 날 보고는 환하게 미소 지었다.
“드디어 완성하네요.”
“덕분에. 그리고 모두가 아니었으면 여기까지 못 했을 겁니다.”
내 말에 모두들 즐거운 듯 웃어 보였다.
이건 마무리됐고.
이젠 늘어나는 옵션 슬롯에 어떤 무기를 넣을지만 결정하면 된다.
그리고 또 하나.
레비아탄과 다른 한 가지가 있었다.
바로 아퀼라스 눈물 조각.
그걸 본 이쁜소녀가 화들짝 놀라 외쳤다.
“드래곤도 탈 수 있는 거예요?!”
“아마도?”
“우와! 대박!”
드래곤과 질리도록 싸워봤기에 드래곤을 탈 수 있다는 말에 두 손 벌려 기뻐했다.
나르샤 누나가 김빠지는 말을 하기 전까지는.
“드래곤 타는 게 쉽진 않을걸?”
그러자 이쁜소녀가 두 눈을 반짝이면서 나를 봤다.
“오빠라면 할 수 있죠?”
“하하….”
썬더볼트 때, 해봐서 할 수야 있겠지만.
아마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이다.
드래곤의 기동력을 생각해 보면.
전사 형은 드래곤 플레이트와 수룡갑, 둘 다 들고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한참을 비교해 보더니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드래곤 상대로는 수룡갑이 더 좋겠는데?”
“그래요?”
“방어력은 드래곤 플레이트가 최강이다. 그런데 용족 대상 피해 감소가 아니라서.”
“애매하네요.”
“아니지. 범용성 면에서는 드래곤 플레이트가 훨씬 좋아. 영영 여기서만 사냥할 게 아니라면.”
전사 형의 말을 종합해 보면 용의 대지에서는 수룡갑이.
다른 필드에서는 드래곤 플레이트가 좋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유저들 상대로도 드래곤 플레이트가 좋아. 압도적으로.”
그러더니 전사 형이 드래곤 플레이트를 내게 밀어주었다.
“제가 써요? 플레이트는 무거운데…….”
내 말에 전사 형이 고개를 저었다.
“드래곤 플레이트, 생각보다 가볍다. 네 힘으로도 입고 다닐 수 있을 거다. 그리고 스탯도 더 붙어 있어서 막상 입어보면 편해. 나도 그런 식으로 보정을 받아서 입는 중이고.”
“음, 그럼 소녀나 재중이 형도 있는데…….”
내 말에 구경하고 있던 재중이 형이 나섰다.
“또 드래곤 털러 가려면 니가 입어야지. 나나 소녀는 천천히 해도 돼. 그렇지?”
재중이 형이 이쁜소녀를 보면서 동의를 구하자 이쁜소녀도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리고 죽으면 안 되잖아요. 무조건 오빠 먼저.”
드래곤만 아니면 지금 방어구도 방어력에 모자람이 없지만 드래곤을 계속 상대해야 하니 이쪽은 받아두는 쪽이 나으려나.
“음, 그럼 드래곤 플레이트는 제가 쓸게요.”
전부 다 착용하자 늘씬한 플레이트가 몸을 편안하게 감쌌다.
움직일 때마다 화염 이펙트가 흘러나오는 플레이트라…….
날카로운 화염 드래곤의 비늘로 만들어진 용갑이라 더 화려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방어력은 정말 비교도 안 될 수준으로 올랐다.
아마 실수를 하더라도 한두 번 정도는 버틸 수 있겠지.
다른 아이템들은 제작 템이라 드워프 지하 왕국을 다시 찾아가 봐야 해서 일단 제작 재료를 챙겨만 두었다.
그리고 날 더 강하게 해줄 파이어 웨폰을 받았다.
시간의 서와 트리플 캐스팅으로 쓸 수 있는 여섯 번째 옵션을.
마법 쪽에서는 우리를 그렇게 애먹였던 파이어 브레스와 메테오 스트라이크를 챠밍이 받아갔다.
특히.
메테오 스트라이크.
운석이 떨어지던 그 광경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챠밍이 조건을 읽어보더니 깜짝 놀라 외쳤다.
“차징 시간이 엄청 길어요. 아무 때나 쓰진 못할 것 같아요.”
지금까지 봐온 경험상 차징 시간이 길다는 것은 그만큼 위력이 강하다는 말이다.
드래곤의 그것과 완전히 같진 않겠지만.
이 스킬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에게는 재앙이 아닐까?
상대가 우르르 몰려 있으면 몰려 있을수록.
챠밍은 더욱 무서운 존재가 된다.
남은 다른 스킬들과 악세들은 없는 사람에게 적절하게 서로 나눠 가져갔다.
그동안 부족했던 부분을 채우기에는 더없이 좋은 기회이기도 했고.
그리고 화룡화는 재중이 형이 받아갔다.
나 외엔 가장 잘 쓸 수 있는 사람이니까.
고대의 봉인 지도는 다른 종류가 나오긴 했는데 이것도 언제쯤 찾으러 갈 수 있을지…….
이미 봉인 지도만 세 장째.
이쪽을 먼저 파기 시작하면 황위 결정에 참여하기 애매해진다.
반대도 마찬가지고.
재중이 형이 잠시 생각하더니 결정을 내렸다.
“이건 일단 보류. 우선 할 수 있는 쪽을 먼저 하자. 어차피 퍼즐 조각도 모자라고.”
그렇게 다들 특별한 반대 없이 황위 쟁탈 쪽을 먼저 하기로 했다.
“자, 그럼 정보를 모아보자고. NPC도 좀 파보고. 사장님은 벌써 움직이셨어.”
정보라…….
재중이 형이 ‘정보’라고 하는 순간 떠올랐다.
내게 남작 작위가 돌아왔음을.
사장님이나 길드 사람들이 아무리 돌아다녀도 얻을 수 없는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고.
“형, 저 남작 작위 다시 받았어요.”
“그래?”
그리고 내게 있는 카드 중 가장 정보에 빠삭할 NPC도 알고 있었고.
바로 저택 내에서 대기 중이던 집사를 불러들였다.
『 부르셨습니까. 』
“뭘 물어보면 될까요?”
내 물음에 잠시 고민하던 재중이 형이 눈빛을 빛내면서 말을 꺼냈다.
“황실 내 세력 구도부터 시작하자.”
“집사, 황실 가족 관계. 전부 알려줘.”
『 네, 알겠습니다. 가르시아 제국 황실에는 다섯 명의 황자와 두 명의 황녀가 있습니다. 』
생각보다 많은데?
의문이 들어서 재중이 형에게 물었다.
“어떻게 이렇게 많이 살아 있죠? 제가 황제였으면 싹 다 죽였을 텐데…….”
내 말을 들은 재중이 형이 재밌다는 듯 웃어 보였다.
“와, 이 악마 보소. 싹 다 죽이려고?”
“제가 악마라고 생각하면 죽이는 게 맞지 않나요? 사실 제국이 멀쩡히 있는 것도 신기한데.”
황제가 악마라는 것을 알고부터 생긴 의문.
왜 이렇게 제국이 멀쩡하지?
거기다 황자나 황녀가 온전히 살아 있다는 데 의문이 갔다.
“이전 황제 꼬라지 못 봤어? 조금만 힘을 쓰니까 역소환 되는데 무턱대고 힘을 드러내기 힘들었겠지. 거기다 제국 내에서는 더 약화되는 것 같고. 아마 안에서부터 야금야금 파먹을 생각이었을 텐데…….”
“우리 때문에 망했네요?”
“뭐 그렇게 되려나. 아무튼 막 다 죽이고 그러기엔 시간적으로 부족했을 수도. 지켜보는 귀족들도 있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났으면 어떻게 됐을지는 모르겠다만.”
결과적으로 황제를 빨리 쫓아낸 것이 황자와 황녀들의 목숨을 살린 일이 되었다.
결국, 그 남은 황자와 황녀들끼리 이번엔 황위를 걸고 싸우고 있는 셈이고.
우리가 했던 일이 전부 시나리오가 되어 로스트 스카이를 이끌어간다라…….
“역사의 한복판에 서 있으니 재밌기는 하네요.”
내 말에 재중이 형이 씨익 웃었다.
“우리가 하는 일이 역사가 되는 거지. 다른 유저들은 경험하지 못 하는 일이기도 하고.”
전사 형이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더 붙였다.
“운영자들이 죽어나겠지만요?”
그러자 우리 팀 모두 웃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게임을 뒤집을 때마다, 수정을 한다고 날밤을 새워야 하는 사람들이라.
언제 약이라도 한 채 지어줘야 하는 건 아닌지….
“자자, 그럼 계속 들어보자고.”
재중이 형이 신호를 하자 집사가 다시 설명을 시작했다.
『 현재 제 1황자와 제 3황자가 가장 세력이 강하며 휘하에 1 기사단과 마법사단을 각각 보유 중이며 공작 중 검성이라 불리는 테인 공작이 전통성과 검술이 뛰어난 제 1황자를 지지……. 』
그 후로 계속 집사에게 필요한 정보를 물어봤다.
만약 내가 가르시아 제국 남작이 아니었다면 절대 얻을 수 없는 정보를 포함해서.
집사라는 존재가 엄청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알게 되었다.
재중이 형도 이건 동의하는지 사장님 이야기를 꺼냈다.
“사장님도 이 정도 정보는 구할 수 없겠지.”
그렇게 정보가 어느 정도 모이자 의논에 들어갔다.
“아마 유저 대부분 이길 수 있는 세력에 들어갈 거다.”
재중이 형의 말에 전사 형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그쪽이 확실하죠. 잘하면 작위도 얻을 수 있고.”
“그래, 하지만 너무 많은 유저가 몰리면 이길 확률은 올라가도…….”
재중이 형이 잠시 뜸을 들이자 전사 형이 물었다.
“나눠 먹을 파이가 적다는 겁니까?”
“그렇지. 그리고 1황자나 3황자는 유저 손을 빌릴 만큼 절실하지도 않아. 기본적으로 세력이 막강하잖아. 아마 NPC만으로도 황권을 차지할 수 있을지도 몰라.”
듣고 있던 챠밍도 토론에 참가했다.
“그럼 차라리 약한 쪽을 밀어주는 건 어때요?”
“그것도 나쁘지 않네.”
솔직히 누가 황제를 차지하더라도 우리와는 큰 상관이 없었다.
어차피 황제가 새로 올라서게 되면 보상은 받을 테니까.
하지만 아직 나는 배고프다.
해먹을 수 있다면 철저히 해주는 것이 예의지.
재중이 형과 전사 형의 의견과 우리 팀의 의견을 계속 나오면서 엇갈리기도 하고 복잡한 경우의 수까지 나왔다.
그러다 속으로 결정을 했다.
그리고 손을 들자 다들 내게 고개를 돌렸다.
“그냥 다 죽여 버리죠?”
“응?”
“네?”
“뭐?”
“황자고 황녀고 다 죽여 버리면 되잖아요?”
심플 이즈 베스트.
일단 다 죽이고 보자.
그럼 또 다른 길이 생기겠지.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