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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483화 (476/1,404)
  • #483화 황위 쟁탈 (3)

    업그레이드마다 한 개의 옵션이 새로 열렸기에 이번에도 당연히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드래곤의 발톱’으로 최종 업그레이드를 하자 두 개의 옵션이 열려 나를 놀라게 했다.

    그렇게 잔뜩 들뜬 마음에 바로 우리 팀에게 연락을 했다.

    <주호> 르아 카르테 옵션이 두 개가 열렸어요.

    <불멸> 오? 그래? 보너스인가?

    <이쁜소녀> 우와. 대박!

    <챠밍> 정말 잘 됐어요. 그럼 이제 옵션이 몇 개예요?

    <주호> 여섯 개!!

    <챠밍> 와……!

    우리 팀 역시 감탄만 터져 나왔다.

    <주호> 일단, 옵션 좀 채워놓고 갈게.

    그렇게 연락을 마치고 르아 카르테를 빤히 내려다봤다.

    무슨 옵션을 넣어야 할까?

    옵션 자리에 어울릴 만한 무기는 브랜디슈 블레이드, 레비아탄 블레이드 정도밖에 없다.

    하지만 무기 공격력만 높고 본다면 레비아탄 블레이드는 마지막에 넣는 게 가장 효율이 좋을 것이다.

    게다가 여기서 더욱 위력을 올리려면 치명타 위주의 세팅이 좋으려나.

    다행스럽게도 브랜디슈 블레이드가 넉넉하게 있어 여러 번의 테스트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길드 창고에 들리기 위해 거점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창고에서 여분의 브랜디슈 블레이드를 찾다 뜻밖의 무언가를 발견했다.

    창고 가장 끝자리에 있는 아이템 하나.

    흐음.

    이걸 아직도 넣어놨었네.

    『 +0 블러디아 / 출혈 9 타격 5

    민첩+1, 체력 흡수 2% 』

    초창기 네임드 템이고 맵과 시나리오가 몇 번씩 바뀌면서 지금은 잊힌 아이템.

    막상 수치를 보니까 처참하네.

    르아 카르테의 기본 출혈 대미지가 30이라는 걸 생각하면 블러디아는 현재 쇠막대기 수준도 안 된다.

    물론, 블러디아는 그것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아이템이었다.

    바로 현재 나온 무기 중 유일하게 체력 흡수가 가능한 무기니까.

    “블러디아라…….”

    위력만 보면 브랜디슈나 레비아탄 블레이드로 세팅을 하는 게 좋다.

    하지만 이 경우는 다르지.

    카스카라와 동일한 수준으로 체력 흡수를 할 수 있다면…!!

    일단, 옵션을 집어넣기만 하면 카스카라와 동일한 퍼센트의 체력 흡수량을 가지게 된다.

    고민해서 뭐하겠나.

    이건 무조건이다.

    어차피 옵션 두 개 중 하나가 붙을 테니 필요하면 그냥 몇 번 더 하면 되겠지.

    곧장 르아 카르테에 블러디아를 흡수시켰다.

    그러자 르아 카르테에서 하얀빛이 흘러나와 블러디아를 분해시켜 검신으로 그대로 빨아들였다.

    『 +15 르아 카르테 / 출혈 29(9+20) 타격 25(5+20)

    - 마력 흡수 15%

    - 치명타 대미지 550%

    - 관통 확률 35%

    - 비검

    - 체력 흡수 15%

    - 빈 슬롯 』

    빙고.

    바로 원하는 체력 흡수가 붙었다.

    “위력은 형편없네.”

    마지막으로 흡수시키는 무기의 스탯을 따라가다 보니 아이템의 위력은 거의 반 토막이 나버렸다.

    물론,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제부터는 드래곤이 상대가 아니라 유저나 NPC들이 내 상대다.

    그럼 옵션을 잘 만들 필요가 있다.

    잠시 창고를 뒤져 지금은 쓰지 않는 두 개의 무기를 찾아 꺼내 들었다.

    『 +0 검투사 블레이드 / 출혈 20 타격 12

    치명타 대미지 200% / 카운터 공격 대미지 200%

    대인 피해 30% 추가 』

    『 +0 데스 나이트 블레이드 / 출혈 20 타격 12

    회복 불가, 상처 저주 』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옵션 두 가지.

    대인 피해 추가.

    그리고 회복 불가.

    잠시 고민을 하다가 둘 다 들어 올렸다.

    어차피 한 놈을 잡고 질질 끄는 식은 안 된다.

    한 번에 한 놈씩.

    그러려면 확실히 베어 넘길 수 있는 옵션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인 피해 추가는 필수 옵션이었다.

    그리고 회복 불가는 주변에서 회복을 시켜주면 곤란할 수도 있으니까.

    또한, 회복 자체를 원천 봉쇄하기 위한 옵션도 필요했다.

    결정을 하자 검투사 블레이드를 빈 옵션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이번엔 비검이 딱히 필요할 것 같지 않아서 비검 자리에 데스 나이트 블레이드를 집어넣었다.

    『 +15 르아 카르테 / 출혈 40(20+20) 타격 32(12+20)

    - 마력 흡수 15%

    - 치명타 대미지 550%

    - 관통 확률 35%

    - 회복 불가

    - 체력 흡수 15%

    - 대인 피해 70% 추가 』

    응? 70퍼센트?

    옵션을 보다가 곧 머리를 끄덕였다.

    생각해 보니 르아 카르테가 15강이었다.

    덕분에 옵션은 최대치로 올라왔고.

    여기서 조금만 더.

    기본 공격력이 낮기에 기본 공격력을 끌어올려 줄 녀석도 필요하지.

    바로 치명타 대미지가 있는 자리에 브랜디슈 블레이드를 계속 집어넣었다.

    그러자 치명타 대미지 옵션이 다른 옵션으로 변경되었고 같은 방법으로 몇 번 더 돌렸더니 다시 치명타 대미지로 돌아왔다.

    『 +15 르아 카르테 / 출혈 50(30+20) 타격 42(22+20)

    - 마력 흡수 15%

    - 치명타 대미지 550%

    - 관통 확률 35%

    - 회복 불가

    - 체력 흡수 15%

    - 대인 피해 70% 추가 』

    그렇게 사람을 잡기 위해 고안된 옵션들이 하나의 무기에 집약되어 누가 본다면 기겁할 옵션의 무기가 완성되었다.

    내가 봐도 이건 무서운데?

    유저나 NPC를 잡기 위한 끝판왕.

    스치면 회복 불가에 마력과 체력을 흡수당하고 방어구는 관통에 치명타까지 터진다.

    심지어 대인 상대 피해가 추가되었고.

    다들 이걸 보면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 * * * *

    얼마 뒤, 다시 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모였을 때 완성된 르아 카르테를 모두에게 보여주었다.

    “헉! 미친! 이게 대체 뭐야?!”

    그런 전사 형의 깜짝 놀라는 반응에 흐뭇하게 웃었다.

    챠밍과 이쁜소녀 역시 마찬가지.

    “말도 안 돼.”

    “와, 대박 사건.”

    막내별과 나르샤 누나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 무기는 정말 미쳤네요.”

    “이런 무기가 존재해도 돼? 스쳐도 사망이겠는데?”

    마지막으로 재중이 형은 어이가 없다는 듯 날 바라봤다.

    “하, 넌 대체 뭘 만들어 온 거냐?

    “창고 좀 많이 뒤졌죠. 생각보다 쓸 만한 녀석이 많더라고요.”

    “보자, 카스카라에 블러디아, 검투사, 브랜디슈, 데몬, 데스 나이트까지. 정말 많이도 구겨 넣었다.”

    재중이 형이 옵션을 보더니 바로 무슨 무기를 집어넣은 지 알아챘다.

    거의 지금까지 구했던 네임드 대부분을 갈아 넣은 결과이기도 하고.

    “이 정도는 해야 원하는 결과를 얻죠.”

    “그래, 준비는 괜찮네. 생각 이상으로.”

    “다른 사람들은 다 준비됐어요?”

    “아아, 이쪽은 다 됐어. 하루 시간이 있었으니까.”

    다들 내가 없는 사이 강화도 마치고 필요한 물품을 준비한다고 바쁘게 움직였다.

    그리고 사장님과 우리 쪽 연합 사람들에게도 미리 언질을 주었고.

    일종의 보험.

    만약 일이 잘못됐을 경우.

    여차하면 모든 전력을 쏟아야 한다.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사람 일이 마음 먹은 대로 완벽하게 된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그럼, 일단 한 번씩은 만나보자고.”

    재중이 형의 그 말을 끝으로 모두 제국으로 향하는 길에 올랐다.

    * * * * *

    제 1황자궁.

    테른 가르시아.

    황금빛 사자를 연상케 하는 전형적인 검사 포스를 뿜어내는 NPC.

    그리고 그 옆에는 검의 대가라고 불리는 테인 공작이 시립해 있었고.

    우리는 할 수 있으나 다른 유저들은 절대 못 하는 일 중 한 가지가 이것이다.

    귀족의 이름으로 다른 귀족을 만날 수 있다는 것.

    귀족 작위가 가지는 힘이기도 하고.

    『 그대들이 레비아탄을 잡았다는 모험자들인가? 』

    다른 유저들은 추측에 불과하지만 우리는 이미 집사를 통해서 대략적인 세력 비율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제일 먼저 세력이 가장 큰 제 1황자를 찾았다.

    이제부터는 1황자가 내건 조건을 기준 삼아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정해야 한다.

    1황자가 잠시 우리를 내려다보더니 옆에 있는 테인 공작에게 눈짓을 했다.

    그러자 테인 공작이 우리를 한 번 슥 훑어보더니 1황자에게 뭔가를 속삭였다.

    혹시 레벨이라도 측정하는 건가?

    레비아탄과 드래곤을 잡으면서 레벨을 확 올리긴 했는데 그렇다고 우리 레벨이 다른 유저들에 비해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수준은 아니었다.

    트집을 잡자고 치면 충분히 잡을 수 있는 상황이고.

    테인 공작에게서 뭔가를 들은 제 1황자가 우리에게 말했다.

    『 이미 우리 휘하에 기사단과 모험자는 많이 있지. 그대들이 없다고 한들 큰 차이는 없을 터. 레비아탄을 잡은 공은 인정하나 선황제의 약속일 뿐. 보상을 원한다면 전적을 가져와라. 』

    <주호> 이 녀석, 완전히 저 공작이란 놈하고 기사단만 맹신하는 것 같은데요? 우리 레벨도 한 번 훑어본 것 같고.

    <불멸> 이쪽은 패스. 이겨도 제대로 된 보상도 없겠다.

    역시나 생각대로였다.

    세력이 강한 만큼 연신 시큰둥한 표정만 지어댔다.

    1황자 궁을 나와 다음에 들린 곳은 3황자 궁.

    이쪽은 마법사가 잔뜩 포진되어 있어서 그런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3황자.

    드미트리 가르시아.

    전형적인 학자풍의 마법사 모습.

    『 기사 나부랭이들이 뭘 할 수 있나 모르겠군. 그쪽 마법사 여성들은 환영하오만. 』

    그러더니 한술 더 떠서 우리에게 제안을 했다.

    『 레비아탄과 드래곤을 잡고 나온 마법과 아이템을 전부 넘긴다면 보다 좋은 대우를 약속하지. 자작 어떤가? 왕국을 차지하고 나면 그 정도는 줄 수 있다. 』

    <주호> 이쪽은 텄네요.

    <불멸> 생각보다 너무….

    <주호> 날강도이기도 하고요.

    제국을 날린 드래곤을 잡았는데 고작 자작?

    그것도 황위 쟁탈전에서 활약을 해야 되는 모양이고.

    미치지 않고서야 이쪽은 아니지.

    정말 이렇게 찾아다녀야 하나?

    전에 황제를 노린다고 다 쓸어버리려 했는데 어찌 됐건 한쪽에는 속해 있어야 페널티를 무마할 수 있었다.

    일단 진영에 들어가서 상황을 보고 죽이든 살리든 하려고 했는데 1황자와 3황자는 절대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수고스럽게 2황자부터 5황자까지 모두 만나봤다.

    그리고 나온 결론.

    “역시 다 죽여야 할 것 같아요.”

    “나도 그 생각 중이다.”

    “어떻게 제정신인 놈들이 없죠?”

    “아무래도 남작 따위는 쳐주지도 않겠다는 거지.”

    “남작 따위라… 빨리 남작 따위가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주고 싶네요.”

    그다음으로 사람들이 그렇게 아름답다는 1황녀를 찾아갔다.

    에일린 가르시아.

    화려한 미인.

    딱 그런 수식어가 어울렸다.

    『 그대가 드래곤과 레비아탄을 잡은 모험자인가? 충성을 맹세한다면 백작 작위를 약속하지. 그리고 훗날 내가 황제가 된다면 날 위한 기사단이 되어라. 황실 상단의 절반은 내 소유니 충분한 보상과 권한을 주겠다. 』

    황실 상단이라…….

    1황녀도 믿는 구석은 있네.

    이쪽은 그래도 좀 정상적인 범주에 속했다.

    다른 황자들에 비해 세력이 다소 약하다 보니 인재 욕심도 좀 있는 것 같았고.

    들리는 소문으로는 유저가 많이 모이기는 해도 승산이 높진 않았다.

    <주호> 나쁘진 않네요.

    <불멸> 지금까진 최상.

    기사단에 속하라는 것은 좀 묶이는 것 같지만 어떻게 보면 밀어주겠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마지막 가죠.”

    다 들려보고 마지막으로 들린 2황녀 궁.

    마리아 가르시아.

    베일에 싸인 2황녀를 보자 순간 움찔했다.

    재중이 형은 놀랍다는 듯 말을 꺼냈고.

    “소문이 잘못됐네. 이쪽이 더 예쁘잖아.”

    “확실히. 아니라고는 못 하겠네요.”

    외모로만 따지면 마리아 가르시아가 최고였다.

    창백한 편이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부담스럽지 않았다.

    다른 황자나 황녀들은 하나 같이 잘난 척을 했으니까.

    『 아무것도 약속드리지 못합니다. 아시다시피 세력도 약하죠. 아니, 사실 없습니다. 당장 이 궁을 유지하는 것도 힘들어요. 힘을 빌려줄 외가도 없고요. 이런 제게 힘을 빌려주시겠습니까? 』

    처음 대화를 듣자마자 딱 감이 왔다.

    그리고 재중이 형과 눈빛을 마주쳤다.

    <주호> 여기로 하죠.

    <불멸> 나도 같은 생각.

    “만약 황제가 되면 뭘 해주실 수 있나요?”

    내 질문에 잠시 고민을 하던 마리아 가르시아가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각오한 듯 말을 꺼냈다.

    『 모든 것을 약속하죠. 아마 실망하지 않을 거예요. 』

    역시.

    가진 것이 없기 때문에 거는 것도 컸다.

    “그럼, 당신을 황제로 만들어드리겠습니다.”

    당신을 제외한 모두를 죽여서.

    깔끔하게.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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