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480화 (473/1,404)

#480화 드래곤 슬레이어 (5)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

드래곤을 상대로 하던 유저 모두가 일제히 환호를 질렀다.

그리고 그 환호를 기점으로 채팅창이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대박!

-설마 죽은 거야?

-와씨, 못 잡는 줄 알았는데.

-진짜 잡았어!

-드래곤이 잡히는 몬스터구나…….

사람들 반응이 이해가 되는 건 유저들의 능력을 훨씬 웃도는 몬스터를 잡았으니 저렇게 좋아할 수밖에.

그렇게 드래곤이 죽고 드랍템이 떨어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유저들이 개떼처럼 달려들었다.

“야! 드랍템!”

“내가 먼저!”

“일단 달려들어!”

“건들지 마라! 내 아이템이야!”

본인들에게 어느 정도 지분이 있다고 생각했는지 유저 모두 드래곤이 죽은 자리로 달려들었다.

그런데 유저들이 아무리 루팅을 하려고 해도 전혀 되지 않았다.

“에?!”

“이거 왜 이럼??”

“아씨! 왜 안 돼?”

《 아이템 습득 권한이 없습니다! 》

아마 유저들에게 전부 이런 메시지가 뜨지 않았을까?

다 같이 레이드를 했지만 권한이 없는 이유는 딱 하나.

바로 드래곤 슬레이어.

드래곤 슬레이어가 없었다면 정말 못 잡았을 테니까.

아니, 잡는 것은 둘째 치고 체력을 1/10도 못 깎았을지도 모른다.

실제 드래곤을 죽인 딜의 대부분을 드래곤 슬레이어가 했다고 보면 된다.

다른 말로 하면.

우리 외에 루팅을 할 수 없다는 말이기도 했다.

“다 하셨으면 자리 좀 비켜주시죠.”

내 말에 몇 번이나 더 시도를 하던 유저들은 한숨을 쉬더니 이내 자리를 물렸다.

그러면서도 불만 섞인 말을 계속 내뱉었다.

“아, 진짜 다 같이 잡았는데 누구만 아이템 가져가네.”

“따로 분배 안 해요?”

“이래도 돼?”

“더러워서, 쳇.”

딜 미터기가 있었다면 다들 입을 꾹 다물었겠지.

실제 딜량을 보면 아마 말도 못 꺼냈을 것이다.

드래곤 슬레이어가 드래곤의 체력을 어마어마하게 깎아냈으니.

이쪽은 좀 아쉽네.

일단, 아이템을 다 루팅하고 난 뒤 아무 말 없이 우리 팀이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내가 다가오자 재중이 형이 바로 혀를 찼다.

“쯧, 능력도 안 되는 것들이 욕심만.”

“어쩔 수 없죠. 실제 딜이 안 보이니까요.”

“이래서 같이 안 하고 싶다니까.”

그 말에 그저 어깨만 으쓱했다.

그래도 제대로 판단을 하는 유저도 있었다.

-어휴, 쪽팔려 진짜ㅉㅉ. 드랍템을 주호가 다 가져갔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긴 함? 사람이 이만큼 많은데 딜을 혼자 거의 다 했다는 소리야. 너희가 그만큼 딜을 못 했다는 거고. 지금 누구한테 따지냐.

-아, 딜량 따라서 루팅되는 거였지. 그럼 주호 혼자서 그 많은 딜을 했다고?

-압도적으로 많이 했다고. 지들 장비가 구리면 쪽팔린 줄 알고 아닥하고 있어야지. 딱 보니까 주호 아니면 드래곤 잡지도 못 했겠구만. 제국 날아가고 난 뒤에 너희 어디서 살래?

한 명의 유저가 제기한 이야기에 채팅창은 금방 불타올랐다가 사그라들었다.

불만을 토하던 유저들도 현실을 깨닫고는 바로 입을 다물어버렸고.

누군지 몰라도 고마운데?

한마디 말로 불만을 모두 재워 버렸다.

“여차하면 드래곤 슬레이어의 옵션 한 줄만 공개할 생각이었는데 굳이 안 해도 되겠네요.”

드래곤 슬레이어의 체력 감소 옵션.

이것만 공개해도 사람들의 입을 바로 다물게 만들 수 있다.

뭐 지금은 굳이 안 해도 될 것 같고.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되자 바로 유미 양이 우리에게 달려왔다.

저 여자 살아 있었네.

제국이 전쟁터가 되는 바람에 휘말려서 죽지 않았을까 생각했는데 잘 피해 다닌 모양이었다.

“우와! 진짜 드래곤을 잡을 줄은 생각도 못 했어요!”

“덕분에요.”

“에이, 빈말은. 축하드려요!”

“네, 감사합니다.”

“저희 혹시 단독 인터뷰 될까요? 전 서버 통틀어서 최초로 드래곤을 잡았잖아요!”

아니나 다를까.

유미 양의 두 눈이 활활 불타오는 것이 보였다.

단독에 특종.

이번 드래곤 레이드 영상만 잘 꾸며서 내보내도 다른 방송을 뒤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아니, 이미 뒤집혔을지도.

애초에 시작부터 자리를 잡고 방송을 준비했으니까 지금쯤 꽤 양질의 영상이 나왔을 것이다.

슬쩍 재중이 형을 보자 재중이 형은 허락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중에 시간을 봐서 연락드리죠. 이쪽도 처리할 일이 남아서.”

“네, 꼭 좀 부탁드릴게요. 다른 곳이랑 하면 정말 안 돼요?!”

그렇게 유미 양을 보내고 난 뒤, 다른 곳에서도 연락이 오고 난리가 났다.

<카이저> 정말 드래곤을 잡은 거냐? 깜짝 놀랐다.

<주호> 네, 원래는 가짜 황제만 저격할 생각이었는데 하다 보니까 드래곤까지 잡았어요. 처음에는 전혀 생각이 없었거든요.

<카이저> 허, 그게 잡는다고 잡히다니. 어디냐. 당장 가마.

사장님도 드래곤을 잡았다는 소식에 화들짝 놀라신 것 같았다.

<주호> 혹시 서운하시지는 않죠?

이번에 최강 길드를 뚝 떼어놓고 작전을 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 사장님이 서운할 수도 있는 문제라.

<카이저> 그럴 리가 있나. 너무 신경 쓰지 마.

<주호> 네, 감사합니다.

<카이저> 드래곤은 무슨 아이템을 주는지 정말 궁금한데? 곧 날아갈 테니 거기 딱 기다려라.

<주호> 기다리고 있을게요.

다행히 이쪽은 그럭저럭 넘어간 것 같고.

그 뒤에 스칼렛도 연락이 왔다.

<스칼렛> 와, 진짜 서운해요. 우리만 쏙 빼놓고.

<주호> 아, 그런 건 아니고.

<스칼렛> 농담이에요. 알면 안 되는 이유가 있었겠죠. 그래서 제국은 어떻게 됐어요?

스칼렛이 상황은 대충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주호> 일단 지켜봐야죠. 왕이 없어져서 어떻게 될지. 새로운 시나리오가 생긴다고는 하던데. 곧 점검이라도 하겠죠.

<스칼렛> 알았어요. 혹시 팔아야 할 물건 생기면 말씀 주세요. 최대한 잘해드릴 테니까.

<주호> 그건 일단 두고 보죠.

스칼렛 뒤에 이슬두잔도 연락이 왔는데 딱히 서운하다는 말은 없었다.

좀 아쉽다는 말만 했을 뿐.

드래곤을 잡는 역사적인 순간에 없어서 그렇다나.

화련도 연락이 왔는데 화련은 조금 다른 이유였다.

<화련> 아이템 뭐 나왔어?!

<주호> 안 팔아요.

<화련> 아씨, 좀 팔면 안 돼? 무려 드래곤이잖아! 나 돈 많단 말이야.

대놓고 팔라는 사람은 화련 밖에 없을지도.

아니, 있겠지만 이렇게 무대포로 나오는 사람이 없을 뿐이다.

<주호> 저희가 돈이 급한 건 아니라서.

<화련> 알아. 내가 가져다준 돈만 해도 얼만데. 그래서 어떻게 잡았어?

<주호> 뭐, 썩 아름답게 잡진 않았어요. 조만간 방송 나갈 테니 한 번 보세요.

드래곤의 입에 들어가 쪼그려 앉아서 잡았다는 것은 어떻게 설명하기가 힘들었다.

그렇게 연락 오는 사람들과 한 번씩 이야기를 주고받은 뒤 귓속말을 껐다.

일일이 다 상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귓속말이 끝난 뒤 주변을 쭉 둘러봤다.

곳곳이 불타오르는 제국의 모습.

거기다 브레스를 직격으로 맞은 곳들은 고랑이 새겨진 듯 일자로 푹 파여 있었고, 운석이 떨어진 곳은 말 그대로 아주 커다란 숟가락으로 퍼낸 듯 크레이터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폭탄 수십 발을 맞은 대지처럼.

드래곤 하나가 떴다고 이 정도로 망가지다니.

그리고 NPC나 유저나 할 것 없이 오갈 데 없는 난민들의 향연이었다.

복구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겠는걸.

옆에서 기다리고 있던 재중이 형에게 물었다.

“형, 제국은 어떻게 될까요?”

재중이 형이 내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을 꺼냈다.

“흐음, 일단 가장 큰 변화는 역시 황제겠네. 황제가 사라졌으니 돌아가는 시나리오가 완전 바뀌겠지. 당장 최상위 퀘스트를 내려줄 사람도 사라졌고.”

당장 제국에 돌아가서 받는 보상 퀘스트도 황제가 보상을 주도록 되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보상을 받을 수 없었다.

거기다 드래곤을 잡고 난 뒤에 해당 보상을 받으려면 황제가 반드시 필요했다.

“지금 못 받은 보상이 뭐 있죠?”

“레비아탄을 잡고 나온 보상. 이건 뭐 전 황제에게서 못 받았으니 넘어간다 치고. 방어전 돌발 퀘스트 두 건에 드래곤을 잡으면서 제국에 받을 보상 한 건이 있지.”

“죄다 당장은 못 받는다 이거네요.”

“아아, 당분간. 어떻게든 황제가 생겨나야 해. 정 안 되면 우리 손으로 황제를 만들어 내서라도 받아내야지.”

“듣기에 따라서 무서운 말이네요.”

황제라…….

일단 지켜봐야 하나.

그때 갑자기 시스템 메시지가 떴다.

《 5분 뒤 긴급 점검이 있을 예정입니다. 고객님들 모두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주시기 바랍니다. 》

점검 메시지를 본 재중이 형은 예상했다는 듯 그렇게 놀라진 않았다.

“황제를 쫓아내고 제국을 반 토막 낸 것도 모자라 드래곤도 잡았으니까 지금쯤 눈이 반쯤 돌아가 있지 않을까?”

“상상만 해도 무섭네요.”

생각해보니 아주 이를 갈고 있을지도.

황제를 쫓아낸 것만 해도 할 일이 태산이다.

거기다 드래곤이 지금 시점에서 잡힌다는 생각도 못 했을 테고.

“점검이 꽤 길어지겠어.”

재중이 형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벌여놓은 일들은 보통 일이 아니니까.

“아이템은 들어와서 확인하고.”

“그러죠.”

재중이 형이 내 르아 카르테를 보더니 씨익, 웃었다.

“그리고 네 르아 카르테. 이제 완성할 수 있겠는데?”

그러고 보니 르아 카르테의 마지막 퍼즐은 드래곤이었다.

처음에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 여겼던 네 종류의 네임드를 정말 다 잡아버렸다.

누가 봐도 믿기지 않을 일을 해내자 왠지 모르게 뿌듯함이 생겼다.

2서버에서는 완성시키는 일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팔아버린 르아 카르테를 기어코 완성시켰으니까.

그만큼 대단한 일을 해낸 것이다.

거기다 드래곤 슬레이어도 이제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르렀고.

아니, 생각해 보면 어차피 드래곤을 잡을 수 있으니까 더 이상 업그레이드는 무의미할 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완성은 시켜야겠지.

용의 던전에서 용아병만 잡으면 되려나?

그걸 생각하니 아쉬운 점이 떠올랐다.

“용의 던전에서 잡았으면 드래곤 레어도 들어갈 수 있었을 텐데 아쉽네요.”

“이젠 드래곤도 잡을 수 있으니까 조만간 털어보자고.”

그렇게 이야기를 마치고 VRS에서 나왔다.

그리고 꼬박 하루라는 시간이 지났다.

* * * * *

< 로스트 스카이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 뇌파 확인.

> 주승호. 남성.

> 캐릭터명 주호. 레벨 131.

> 로딩 중…….

하루가 지나고 반나절이 더 지나서야 접속이 가능해졌다.

대대적인 업데이트 소식과 함께.

접속 지연 보상까지 줄 정도라 운영자들이 얼마나 급했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레벨은 5개가 올랐고.

드래곤을 레비아탄 때와 비교해 보니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아무리 강한 네임드를 잡더라도 5개 이상은 오르지 않는 모양이었다.

레벨이 올라 필요 경험치가 한참 늘었다는 점에서 보면 드래곤 경험치가 훨씬 많다고 봐야 하려나.

접속을 하자 먼저 들어와 있던 전사 형에게서 연락이 왔다.

<방패전사> 아직 공지 못 봤지?

<주호> 네, 이제 보려고요.

<방패전사> 지금 진영이 생겨났거든?

<주호> 네?

<방패전사> 접속하니까 제국이 완전 토막 나 있네. 서로 황제로 세울 인물들을 올려놓았어.

<주호> 설마 황제를?

<방패전사> 그래, 우린 그중 하나를 골라야 해. 아무래도 이번엔 줄을 잘 서야 성공할 것 같은데 말이야. 인생은 줄이라서.

<주호> 하, 어디로 설지 정했어요?

<방패전사> 아직. 그럼, 후다닥 날아와라. 오늘부터 우리 손으로 황제를 만들어보자고.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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