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5화 무한의 마력 (4)
구름까지 끌어들이며 진동하던 물기둥이 사라지자 주변 대기가 점점 안정을 찾아갔다.
그만큼 우리의 운신 폭도 넓어졌고.
폭풍 중심부로 정신없이 끌려가던 썬더볼트도 겨우 컨트롤이 가능하게 되었다.
정말 미친 스킬이다.
공중 탈것을 전부 무력화시키는 스킬이라니….
이 정도의 어마어마한 스케일이라면 드래곤이 한 수 접어줘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그런 폭풍우 스킬을 한 번에 깨버린 반월참과 비검, 르아 카르테의 조합.
이쪽도 미치긴 마찬가지였다.
순간적인 판단이지만 실현이 될 줄은 몰랐다.
그저 도박에 불과한 한 수.
하긴 지금 생각해 보면 검을 두 개 쓸 때도 반월참이 걸리기는 했었지.
마력이 부족해서 나가지 않았을 뿐.
그런 부족한 마력을 르아 카르테가 모두 충당해주니 이런 미친 조합이 성공할 수 있었다.
적어도 르아 카르테가 레비아탄에 박혀 있는 지금 마력이 부족할 일은 없을지도….
그렇게 레비아탄이 반월참 폭격에 다운되자 재중이 형이 곧장 소리쳤다.
“넌 빨리 붙어!! 바로 붙자마자 감소 옵션 터뜨리고!!”
“네! 바로 떨어뜨려 줘요!”
레비아탄이 쓰러져 있는 지금.
오직 이 순간이 폭딜을 넣기에는 최적의 타이밍이었다.
<불멸> 전사, 막내별은 바로 비늘부터! 저 녀석 일어나면 못 줍는다.
<방패전사> 갑니다!
<막내별> 지금 가요!
상대적으로 딜이 약한 전사 형과 막내별은 회수 쪽으로 나누고 챠밍, 나르샤 누나, 이쁜소녀는 쓰러져 있는 레비아탄의 몸체에 내려 극딜을 퍼붓기 시작했다.
각자 쓸 수 있는 최고의 기술을 동원해서.
특히 챠밍의 트리플 캐스팅은 지금 상황에서 꽤 유용했다.
【 트리플 캐스팅! 】
【 헬 라이팅! 】
【 토네이도! 】
【 익스플로전! 】
그간 아껴둔 마력을 모두 사용해 풍속성과 화속성 마법을 시전하자 레비아탄의 거대한 몸이 통째로 활활 타올랐다.
레비아탄 몸이 워낙 크다 보니 광역기 범위 안에서 거의 모든 대미지가 먹혀들어 가는 모습이었다.
이러면 챠밍 혼자서도 레비아탄에 수십 명분 대미지를 줄 수 있었다.
그리고 난 다시 레비아탄의 벌어진 입 위로 떨어져 내려 거침없이 드래곤 슬레이어를 찍어 내렸다.
체력 감소를 성공시키려면 이 방법이 최선이었다.
그러자 레비아탄의 거대한 몸체가 들썩거리면서 크게 진동이 왔다.
역시.
체력 감소가 걸리자 한 번에 체력이 쭉 빠져나가면서 레비아탄에게 즉각적인 타격이 갔다.
그렇게 한참을 드래곤 슬레이어로 내려치자 이번엔 충격이 제법 컸는지 무려 열 번의 들썩임을 보여줬다.
총 20%.
전과 합치면 산술적으로 레비아탄의 체력을 벌써 1/3이나 깎아놓은 셈이다.
드래곤 슬레이어 하나만으로 이 정도까지 깎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사기에 가까웠다.
용격도 급소 안에 제대로 들어갔었고, 반월참의 폭발도 완벽하게 들어갔으니까 실제로는 그 이상이라고 봐야 했고.
다운되었던 레비아탄이 일어나려 하자 재중이 형이 어느새 썬더볼트를 몰고 와 나를 낚아챈 채 하늘로 올라갔다.
“오케이, 수고했어!”
우리 팀도 바로 공중으로 날아올랐고.
이런 식으로 조금만 더 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어 보였다.
아직 숨겨둔 패도 남았으니까.
그런데 숨겨둔 패가 남은 것은 우리만이 아니었다.
레비아탄이 머리를 들자마자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더니 몸 전체를 감싸고 있던 수많은 비늘이 전부 역으로 서기 시작했다.
저 많은 비늘이 전부 세워지는 걸 보는 건 처음.
슬슬 페이즈가 넘어가는 것 같았다.
그렇게 역으로 세워진 레비아탄의 비늘들이 갑자기 몸에서 튀어나오더니 엄청난 속도를 내며 사방으로 비산했다.
마치 크레모아처럼 한 번에 터뜨리면서.
새로운 패턴이 나올 줄은 알았지만, 이 수준의 공격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공중 탈것으로 도저히 피할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비산해 다가오는 공격에 깜짝 놀란 재중이 형이 외쳤다.
<불멸> 피, 피해!!
하지만 이미 공격을 한다고 꽤 가깝게 접근해 있었던 터라 피하는 게 굉장히 어려워 보였다.
폭발하는 쇳조각을 피해내는 딱 그 정도의 난이도.
너무 빠른 공격에 이쁜소녀가 타고 있던 레서 드래곤이 차마 피하지 못하고 바로 역소환되어 사라졌다.
<이쁜소녀> 저 당했어요!
이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
막내별의 레서 드래곤 역시 추락당했다.
<막내별> 까악! 저 떨어져요!
챠밍과 나르샤 누나가 있던 트리스탄의 날개도 타격당해 균형을 잃고 추락했다.
<챠밍> 여기도 맞았어요!
<나르샤> 이거 너무 빠르잖아!
【 플라이! 】
순간 챠밍의 재치로 플라이를 시전해 나르샤 누나를 붙들고 날아올랐다.
하지만 안전해 보이지는 않았고.
전사 형이 아이기스로 방어를 했지만 레서 드래곤이 날개를 찢기는 바람에 곧장 바로 추락해 버렸다.
“꽉 잡아라!”
재중이 형은 이를 악물면서 썬더볼트의 날개를 활짝 펴더니 곧장 썬더볼트를 완전히 180도 뒤집은 뒤 바다를 향해 크게 떨어져 내렸다.
덕분에 비산하던 비늘은 피해낼 수 있었지만 문제는 이놈의 비늘 역시 유도탄처럼 우리를 계속 쫓아왔다.
“이거 진짜 너무하네. 대놓고 노리는데?”
바다에서 공중 탈것이 없으면 무슨 수를 써도 레비아탄을 잡지 못한다.
아마 레비아탄의 패턴 대부분이 공중 탈것을 무력화하기 만들어진 것 같았다.
이 정도쯤 되면 절대 잡지 말라고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공중 탈것의 회피력보다 빠른 비늘 폭발은 그만큼 위협적이었다.
“떨쳐낼게요!”
곧장 브랜디슈 블레이드들을 날려 쫓아오는 비늘들과 동시에 폭사시켰다.
콰쾅!
그렇게 우리를 쫓는 꽤 다수의 비늘을 떨어뜨릴 수 있었지만 물의 창보다 비늘 수가 워낙 많다 보니 도망가는 것이 쉽진 않았다.
“뭐라도 해봐!”
재중이 형은 썬더볼트를 악을 쓰면서 조정한다고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나.
이대로 가면 썬더볼트 마저 떨어질 상황이라.
기동력을 잃는 순간 레비아탄 레이드는 물 건너간다.
그래서 아끼고 아껴둔 수를 꺼내 들었다.
정말 죽을 위기가 아니면 안 쓰려고 했는데…….
【 진(眞) 썬더볼트 소환! 】
썬더볼트가 소환되자 하늘이 열리면서 사방으로 번개를 내려치는 모습이 보였다.
덕분에 비산하던 대부분의 비늘들이 전격에 맞아 바다로 떨어져 내렸고.
일단 한숨 돌린 건가?
그때, 썬더볼트가 입을 크게 열어 뇌전 브레스를 준비했다.
차징에 시간이 좀 걸리기는 해도 레비아탄이 브레스를 준비하고 있던 것이 아니라서 이건 먹힐 확률이 높았다.
가라.
이것만 먹히면!
그런데 비산해 있던 비늘들이 레비아탄의 머리 위로 겹겹이 뭉치더니 하나의 방패 같은 형태를 만들어냈다.
저건 뭐지?
재중이 형이 그걸 보더니 바로 내게 외쳤다.
“저거! 막힌다! 다음 타 준비해!”
저 기술이 뭔지 몰라도 재중이 형은 분명히 막힌다고 판단한 듯했다.
지금 쓸 수 있는 최대의 기술은…….
반월참의 쿨이 돌아오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했다.
그럼.
바로 기술을 시전하자 이전과 같이 날아다니는 브랜디슈 블레이드들이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지금이라면.
이것도 괜찮다.
얼마 후, 푸른빛으로 빛난 비늘이 썬더볼트가 시전한 뇌전 브레스를 막아내는 것도 모자라 아예 반사를 해서 다시 썬더볼트에게 튕겨내 버렸다.
크아아!
역시 재중이 형의 촉이 맞았어.
완벽한 방어.
딱 그 표현이 옳았다.
브레스를 방어하는 수준을 넘어 반사할 정도니까.
대체 얼마나 많은 패턴을 가지고 있는 건지…….
썬더볼트가 차징을 하는 시간만큼 이쪽도 준비를 끝마쳤다.
레비아탄의 시선이 썬더볼트에 집중되어 있는 지금.
브랜디슈 블레이드들을 날려서 레비아탄을 포위하고는 스킬을 날렸다.
【 진(眞) 비월참! 】
하나당 비월참 6발씩.
그것도 수십 개가 넘어가는 브랜디슈 블레이드에서 일제히 쏟아져 나오자 엄청나게 화려한 불꽃쇼가 시작되었다.
대략 몇백 발.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비월참이 사방에서 레비아탄의 헐벗은 몸체를 향해 날아갔다.
바로 이런 순간을 노렸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평소에는 레비아탄의 몸체가 비늘로 가득 덮여 있었는데 지금은 비늘을 비산시킨 것도 모자라 썬더볼트의 뇌전 브레스를 막는다고 대부분의 비늘을 가져다 썼다.
그럼 레비아탄 본체는?
당연하게 몸을 지키고 감쌀 비늘이 부족할 수밖에.
지금은 모든 공격이 제대로 들어갈 것이다.
그렇게 날아간 수많은 비월참이 레비아탄의 몸 곳곳에 박혀들어 터지자 녀석의 몸이 미친 듯 꼬이면서 바다를 한 번 뒤집어놓았다.
이번에도 타격이 컸는지 곧장 쓰러져 버렸고.
곧장 달려들어 드래곤 슬레이어로 타격을 입힌 뒤 체력을 잔뜩 빼놓았다.
우리 팀도 다시 예비로 준비한 탈것을 소환해 날아올라 공격을 했고.
화가 제대로 났는지 녀석이 브레스를 사용했지만, 시간의 서로 되돌린 용격으로 받아쳐 다시 한 번 레비아탄을 무력화시켰다.
다시 극딜 타임을 가지면서 웃었다.
상황이 나쁘지 않아.
용격을 쓰긴 했지만 극딜 타임마다 드래곤 슬레이어로 대략 70~80% 이상의 체력을 깎아놓았다.
이제 한두 번만 더 눕힐 수만 있다면…….
레비아탄을 잡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더 어이없는 패턴이 나오기 전에.
잡을 수 있다면 더 좋고.
그런데 그때 레비아탄이 머리를 바다에 넣더니 몸 전체가 바다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챠밍> 오빠! 쟤 잠수해요!
설마?
도망가는 건가?
전사 형도 어이가 없는지 혀를 찼다.
<방패전사> 이런, 미친. 거의 다 잡아가는데!
레비아탄이 도망을 간다는 것은 듣도 보도 못한 일이라 모두 어안이 벙벙해서 그걸 바라봤다.
그나마 레비아탄이 바깥으로 나와 있으면 공중 탈것을 타고 공격하기 용이했지만 바닷속으로 들어가 버리면 정말 답도 없었다.
바닷속은 완벽한 녀석의 앞마당.
똥개도 자기 집에서는 먹어준다는데 저건 똥개가 아니라 네임드 중의 네임드인 레비아탄이었다.
특별한 방법 없이 바다로 들어가면 이쪽이 필패다.
거기다 바다 안에서는 체력이 계속 깎이기에 버틸 수 없다.
“무슨 수로 잡는다? 남은 체력 정말 얼마 안 남은 것 같은데.”
“어지간히 잡히기 싫은가 보네요.”
그때, 챠밍이 놀랐는지 크게 외쳤다.
<챠밍> 오빠! 르아 카르테!
<주호> 아! 젠장!
“형! 바로 뛰어들어야겠어요! 르아 카르테!”
그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재중이 형이 썬더볼트를 하강시켜 바다 속으로 뛰어들었다.
레비아탄을 못 잡으면 다음에 잡아도 된다.
하지만 르아 카르테는 아니지.
저걸 만든다고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데.
그리고 뛰어드는 순간 뭔가가 생각나서 바로 인벤에서 꺼내 들었다.
【 레서 크라켄 소환! 】
“응? 그거?!”
“형! 좀 부탁할게요!”
이거라면!
바다 속에서도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
겨우 바다로 들어가는 레비아탄의 등 위에 둘 다 착지해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아무리 레서 크라켄이 바다 속에서 버틸 수 있다고는 해도 속도로는 절대 따라잡지 못한다.
그럼 무조건 어딘가 몸을 지탱할 수 있는…….
그때, 눈에 들어오는 틈.
분명히 비늘의 부위 파괴를 했었지.
레비아탄의 등 곳곳에 부위 파괴로 부서져 나간 곳이 빈틈으로 남아 피부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아주 죽으라는 법은 없네.
그리고 곧장 드러난 피부에 드래곤 슬레이어를 박아 넣었다.
재중이 형도 브랜디슈 스피어를 깊게 박아 넣고는 내 몸과 레서 크라켄을 동시에 붙잡았다.
“마음대로 해봐! 내가 버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레비아탄이 완전히 잠수를 해 들어가자 물의 저항에 몸을 움직이지 쉽지 않았지만 재중이 형이 옆에서 힘으로 버텨주자 자세를 안정적으로 잡을 수 있었다.
바로 브랜디슈 블레이드를 불러들이자 일제히 바다 속으로 날아 들어와 내 뒤를 따라왔다.
기회가 왔으면 살린다!
재중이 형이 겨우 버텨주는 사이 브랜디슈 블레이드를 전부 다 빈틈이 있는 피부로 하나도 빠짐없이 박아 넣었다.
그리고 쿨이 돌아온 스킬을 다시 시전해 마력을 모은 뒤 일제히 레비아탄의 등 뒤에서 폭사시켰다.
【 반월참! 】
수십 발의 반월참이 이번엔 아예 레비아탄의 등 안에서 터져나가자 엄청난 폭발과 함께 수압이 터져 나와 재중이 형이 동시에 튕겨 나가 버렸다.
바닷물이 전부 뒤집힐 정도의 엄청난 연쇄 폭발에 눈조차 뜨기 힘들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튕겨 나가는 와중에도 터져나가는 레비아탄의 등 뒤만 집중했다.
크윽!
대체 뭘 얼마나 때려 박아야 죽을 거냐!
제발!
좀 죽어!
그런 간절한 마음이 통했을까.
드디어 기다리던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 바다의 왕, 레비아탄의 체력이 모두 소모되었습니다. 》
《 축하합니다! 바다의 왕, 레비아탄이 사망했습니다. 》
《 크루아 대륙 모든 NPC들에게 이 소식이 전해집니다. 》
《 크루아 대륙 명성이 대폭 상승합니다. 》
《 가르시아 제국을 찾아가세요. 합당한 보상이 주어집니다. 》
그리고 레비아탄의 그 커다란 몸체가 스르륵 사라지면서 엄청난 수의 아이템이 드랍되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재중이 형을 마주 보면서 크게 웃었다.
드디어!
잡았다!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