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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459화 (452/1,404)

#459화 난관 (1)

용격과 뇌전.

그 두 가지 스킬로 인해 부위파괴가 된 듯 바다 위에 레비아탄의 비늘이 둥둥 떠 있었다.

역시.

이건 통한다.

주인 없이 떠 있는 비늘 템을 보자마자 바로 날아가 손을 뻗었다.

그리고 잽싸게 인벤으로 집어넣은 뒤 경직된 레비아탄을 바라봤다.

바다 위에 길게 뻗어 있던 머리와 목이 지금은 힘없이 처져 수면 위에 떠 있는 모습.

첫 타로 들어간 용격에 이은 썬더볼트의 뇌전까지 합쳐진 결과 레비아탄을 무력화시키는데 성공했다.

이 정도 녀석을 잠시나마 눕히려면 최강의 기술 몇 가지를 콤보로 넣어야 가능하구나.

그리고 막상 경직된 레비아탄을 보니까 살짝 욕심이 들었다.

이렇게 쓰러져 있는 레비아탄을 상대할 기회가 많지 않으니까.

좀 더 타격을 줄 수 있기도 하고.

<주호> 형, 좀 더?

<불멸> 나도 아쉽긴 한데 여기서 끝내자. 애들 비행시간 다 됐어. 더 이상 못 날아다녀. 트리스탄 주포도 쿨타임이고. 지금 못 빠져나가면 한동안 계속 쫓겨 다닐 거다. 혹시 뭔가 터질 수도 있고.

<주호> 어쩔 수 없죠.

아쉬운 마음이 들었으나, 우리가 가진 카드가 레비아탄을 괴롭히기엔 부족했다.

<주호> 그럼, 다들 이탈하죠.

내 신호에 재중이 형의 썬더볼트가 먼저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트리스탄도 멀어졌고.

혹시나 문제가 생기면 뛰어들려고 준비 중이던 드레이크들도 점점 전투 지역을 이탈하기 시작했다.

나 역시 레비아탄에서부터 점점 멀리 떨어져 나왔고.

<이쁜소녀> 오빠, 뒤에 난리 났어요!

이쁜소녀가 뭔가를 보고 깜짝 놀라 외치자 바로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그곳엔 경직이 풀린 레비아탄이 사방으로 물보라를 일으키는 장면이 보였다.

저건…….

또 다른 광역기인가?

거기다 근처의 바닷물을 죄다 끌어 올려 사방으로 몰아치는 모습이란…….

순간적으로 간담이 서늘했다.

<불멸> 역시 숨겨둔 광역기가 더 있었어.

<주호> 휴, 잘 빠져나왔네요.

진짜 촉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재중이 형의 말을 듣지 않고 조금만 더 있었으면 저 물보라 폭풍에 그냥 당할 뻔했다.

점점 멀어지면서 물 폭풍 속에서 포효하는 레비아탄을 매섭게 바라봤다.

지금은 비늘로 끝났지만 다음엔.

이렇게 끝나지 않을 거다.

그렇게 하려면, 르아 카르테를 좀 더 업그레이드시키고.

용의 던전에 들어가 드래곤 슬레이어를 한 단계 더 올려야 한다.

그리고 지상형에 가까운 드레이크가 아닌 공중형인 레서 드래곤을 테이밍하는 일.

추가로 멀리서 타격할 수 있는 기술의 구입.

그리고 조금 더 많은 유저가 필요했다.

이건 앞으로 시간이 해결해줄 터.

레비아탄을 잡을 방법이 눈에 들어오자 주먹에 힘이 강하게 들어갔다.

아예 못 잡을 거라면 몰라도 이러면 충분히 해볼 만하지.

완전히 멀게만 보였던 레비아탄이 손에 잡힐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넌 꼭 다시 잡으러 온다.

멀지 않은 시간 내에.

<불멸> 다들 귀환하자.

올 때야 날아왔지만 갈 때는 귀환이면 충분하다.

각자 귀환을 하자 바로 거점의 귀환 장소로 시야가 바뀌었다.

좀 전까지는 끝없이 보이던 바다 위였는데 사람들이 사방팔방 돌아다니는 광경으로 순식간에 변하니 조금 얼떨떨한 느낌이 들었다.

이 느낌 오랜만이네.

약간은 적응이 안 되는 기분.

“와, 육지다!”

나만 그런 게 아닌지 이쁜소녀가 제 자리에 팔짝팔짝 뛰면서 행복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다만, 근처에 돌아다니던 유저들이 그 모습을 보고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이쁜소녀를 바라보자 소녀는 얼굴을 발갛게 물들이며 내 뒤에 숨어버렸다.

“아, 부끄러워.”

우리도 그 모습을 보고 웃을 수밖에 없었고.

“자자, 목적한 바를 이뤘으니 다시 움직이자고.”

일단, 정리를 위해 거점에 준비된 길드 건물로 이동했다.

거점을 잡고 나서 사장님이 먼저 한 일도 이 아지트를 다수 준비하는 것이었다.

길드 건물은 아무래도 돈이 되니까.

문제는 아직 미분양 상태로 남아 있는 건물이 상당히 많다는 것 정도?

건물 올리는 것도 다 돈인데 손해가 좀 있겠는걸.

전사 형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살피다가 말을 꺼냈다.

“길드 깃발이 거의 없습니다만?”

“뭐, 아무래도 거점이 언제 터져나갈지 모르니까. 선뜻 길드 건물을 사기 그렇지.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야 공짜지만.”

물론, 돈이 넘치는 길드들은 그런 단점을 감수하고서라도 길드 건물을 사서 유지하고 있었다.

돈보다는 편함을 더 우선시할 테니까.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길드 건물로 들어갔다.

신화 건물과 최강 건물을 따로 쓰기에 건물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어차피 최강 길드 쪽도 다 사냥을 나갔을 테니 사람이 없긴 마찬가지일 테고.

들어가서 각자 정리를 한 뒤 이번에 새로 얻어온 템을 인벤에서 꺼내 테이블에 올렸다.

【 레비아탄의 비늘 / 제작 재료. 】

손바닥 보다 훨씬 거대한 끝이 뾰족한 육각 비늘.

바다가 그대로 녹아든 것 같은 푸른 물결무늬는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빠져들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약간 몽롱한 눈빛으로 챠밍은 레비아탄의 비늘을 바라봤고.

“정말 예뻐요. 어지간한 보석보다 더 아름답게 나온 것 같아요.”

이건 챠밍 뿐만 아니라 이쁜소녀, 나르샤 누나, 막내별 모두 마찬가지였다.

“상위 템 정도 되니까 퀼리티가 장난 아니네.”

전사 형도 감탄하면서 같은 말을 했고.

순간 드는 궁금함.

“이걸 값어치로 하면 대체 얼마나 될까요?”

범접하기도 힘든 월드 네임드를 상대로 뽑아온 거니까 결코 싸지는 않을 터.

그리고 미적인 측면에서도 소유할만한 가치가 있어 보였다.

“왜? 궁금하면 경매 한 번 붙여봐?”

재중이 형의 농담에 어깨를 으쓱했다.

딱 하나 있는 아이템이라 경매를 하긴 힘들지.

값어치가 궁금하기는 하나 그렇게까지 해서 알아낼 필요는 없고.

이제 이걸 어떻게 쓰느냐가 문제인데…….

“어떻게 하죠?”

이 한마디 말은 꽤 많은 내용을 담고 있었다.

레비아탄의 비늘.

정확한 용도는 제작 재료.

그리고 또 다른 용도는 바로.

르아 카르테의 업그레이드 재료라는 점.

사실 재료 수급의 난이도가 높아서 그렇지 업그레이드 자체는 상대적으로 낮은 난이도였다.

그게 평소와 같았다면.

문제는 평소와 지금의 상황은 매우 다른 처지에 놓여 있었다.

그걸 알고 있는 전사 형이 재중이 형을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이거 드워프 지하 왕국에서만 고칠 수 있지 않습니까?”

“아아, 그렇지. 드워프 왕.”

전사 형의 말을 듣자마자 재중이 형의 표정이 찡그려졌다.

이게 가장 큰 문제였다.

그동안 드워프 지하 왕국이 멀쩡했기에 아무 문제 없이 르아 카르테를 고쳐왔지만 지금은 망했으니까.

드워프의 왕이 살아 있는지 죽어 있는지도 모른다.

전사 형과 재중이 형의 말을 들은 모두가 한숨을 쉬었다.

그 어려운 레비아탄을 상대로 부위파괴를 성공시켜 재료를 구해왔지만 르아 카르테를 고칠 사람(?)이 없는데.

정확히는 사람이 아니지만 중요한 것은 아니고.

“드워프의 왕을 어떻게든 만나야 해결되는 일이라…….”

재중이 형이 눈을 감고 생각에 빠지자 다들 자리에 앉아서 침묵했다.

이럴 땐, 조용히 침묵을 지키는 것도 방법이다.

그 침묵 속에서 무언가 번뜩이는 방법을 만들어주니까.

한참 생각에 잠겨 있던 재중이 형이 눈을 뜨고는 나를 바라봤다.

“르아 카르테 업그레이드 때, 넌 무조건 드워프 왕 옆에 있어야 하지?”

“네, 수리할 때 피를 흘려 넣는 각인 작업을 한다고 전에도 그랬으니까. 두 시간 정도 걸리죠.”

“두 시간이라…… 아주 나쁘진 않네.”

“무슨 좋은 생각 있어요?”

“흐음, 일단 확인부터 해보자.”

그러면서 재중이 형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가자. 지하 왕국으로.”

* * * * *

길드 건물에서 나와 거점을 바라보니 이젠 꽤 활성화가 되어 있는 모습이었다.

특히 아이템.

드레이크가 자주 잡히다 보니 제작 재료를 제법 많은 사람이 좌판을 통해 파는 중이었다.

“휘유, 이건 뭐 가격이 엄청난데?”

전사 형이 몇 가지를 둘러보더니 혀를 내둘렀다,

우리도 마찬가지.

재료 템이 이 정도로 비쌌나?

드레이크 재료 템 하나하나가 수십만의 값어치를 하는 것을 보고는 지금 이렇게 거점으로 사람들이 몰린 것이 이해가 되었다.

일단 하나 떨어지기만 하면…….

없어서 못 파는 템인데 비싸기까지.

그러고는 인벤에 있는 레비아탄 비늘을 생각했다.

이건 진짜 대박인데?

레비아탄 비늘은 드레이크 제작 재료에 비하면 정말 하늘과 땅 정도의 차이가 있었다.

값어치가 상상도 안 될 정도.

그 와중에 누가 재료를 끌어모아 드레이크 경갑 상의를 만들어 올렸는데 가격이 헉 소리가 나올 정도로 비쌌다.

저걸 저 가격에 판다고?

나 같으면 절대 손도 안 댈 것 같은데?

그런데 웃긴 것은 올리자마자 사람들이 우르르 몰리더니 그것을 바로 사간다는 것.

1초 순삭.

사간 사람은 의기양양하게 웃으면서 사라졌고, 늦어서 못 산 사람들은 발을 동동 굴리면서 억울해했다.

전사 형의 놀람.

“돈 많은 인간들 정말 많네요.”

재중이 형도 그 광경을 보고 피식 웃었다.

“지금은 부르는 게 값이니까.”

“우리 그냥 드레이크 세트나 팔아보는 건 어떻습니까? 진짜 대박 칠 것 같은데.”

전사 형이 혹한 것도 지금 우리 스펙이면 남들보다 훨씬 많은 물량을 쏟아낼 수 있었다.

돈을 막 쓸어 담을 수 있을지도.

“뭐, 그것도 나쁘진 않은데? 이왕 판다면 브랜디슈 쪽이 나으려나……?”

“크, 서버가 난리가 나겠군요.”

둘 다 재밌다는 듯 웃으면서 탈것을 타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우리도 역시 탈것을 불러내 올랐고.

그렇게 얼마 후, 지하 왕국까지 날아오긴 했는데 여긴 여전히 폐허가 된 그대로였다.

거점과 거리가 꽤 멀다 보니 아직 이쪽은 사람들이 발견을 못 한 듯 특별히 바뀐 점도 없었고.

우리가 드워프 지하 왕국 입구로 접근하자 예의 그 돌발 퀘스트가 떴다.

《 돌발 퀘스트 : 드워프 지하 왕국 수복. 》

- 드래곤을 퇴치하거나 제거해 드워프 지하 왕국을 재건.

- 퀘스트 보상

:

《 돌발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 》

여기서 수락하면 드래곤이 짜잔, 하고 나타난다는 것을 이미 다 알고 있었고.

“자, 여기서 수락을 안 하면 일단 세이프.”

애초에 이쪽은 네임드가 어딘가를 공격해 오는 강제성을 띠는 퀘스트가 아니라서 그런지 선택지를 선택할 수 있었다.

재중이 형이 NO를 선택하자 돌발 퀘스트 메시지가 그대로 사라졌다.

나중에 다시 접근하면 똑같이 뜨겠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이제 내려가 보자고.”

전엔 드래곤이 나타날까 봐 주변을 살피지 못하고 자리를 피했는데 지금은 시간이 충분했다.

주변에 있는 드레이크 무리를 정리하고 곧장 지하 왕국 계단을 타고 내려가자 하늘이 뻥 뚫려 녹아버린 지하 왕국 내부가 드러났다.

드워프도 싹 사라져서 보이지 않았고.

그렇게 가장 깊은 최하층까지 내려가자 용맥이 있던 커다란 문이 나타났다.

드워프 왕은 없는 건가?

주변을 살펴본 뒤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미는데 문이 전혀 열리지 않았다.

《 돌발 퀘스트가 활성화되어야 문이 열립니다. 》

《 돌발 퀘스트가 활성화되어야 드워프 지하 왕국으로 드워프들이 돌아옵니다. 》

곧장 뜨는 시스템 메시지들.

전사 형이 그 메시지를 보더니 눈을 찌푸렸다.

“이거 아무래도 돌발 퀘스트는 무조건 해야겠습니다? 드워프의 왕을 만나보려면요.”

전사 형뿐만 아니라 다들 난색을 표하는데 재중이 형은 뭔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 퍼즐 조각인가.”

무슨 소리지?

그러고는 재중이 형이 공지사항 화면을 띄워서 한참을 들여다봤다.

뭔가 생각이 있긴 있는 것 같은데.

공지사항을 한 번 다 훑어본 재중이 형이 이번엔 내게 물었다.

“거점 시스템 중 이번에 업데이트된 내용이 있는데 기억나?”

“아뇨, 그다지 신경 쓸 만한 것이 없어서.”

몇 개 스쳐 지나가긴 했는데 딱히 필요한 내용이 아니라서 굳이 지금 기억이 나거나 하진 않았다.

“그럼 거점 시스템 좀 띄워 봐.”

재중이 형 말대로 인터페이스의 거점 시스템을 불러내자 재중이 형이 옆으로 와서 뭔가를 계속 찾았다.

그리고 우리 팀 모두 궁금한 듯 내 뒤로 오더니 내 시스템 창을 구경했고.

“자, 여기 있네. 방어전 시스템.”

응?

방어전?

지금 대체 무슨…….

그런데 그때 머릿속에 무언가가 확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빠르게 공지사항에서 관련 사항을 찾아냈다.

▷ 거점에서 자체 방어전을 설정할 수 있도록 변경됩니다.

▷ 귀족 작위를 가진 유저는 방어전에 계약을 걸어 방어전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거점을 가진 해당 귀족은 방어전에 계약을 걸 수 있었다.

그 계약은 아마도 방어전의 대가로 뭔가의 보상을 주는 형식일 테고.

내 생각이 맞다면…….

엄청난 준비가 필요할 것 같은데?

“형, 이거 혹시?”

그런 날 보는 재중이 형의 입가에 미소가 잔뜩 지어져 있었다.

“어, 맞아. 우리 방어전 하자.”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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