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460화 (453/1,404)

#460화 난관 (2)

재중이 형이 말해주는 작은 요소 하나하나가 머릿속에 자리를 잡자 꽤 좋은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이건 나쁘지 않은데?

“준비는 좀 필요하겠네요.”

“어, 누구나 혹할 정도의 떡밥이 필요하지. 물지 않고는 도저히 견딜 수 없을 만큼 아주 좋은 떡밥.”

어리둥절한 표정의 우리 팀을 보고는 재중이 형이 설명을 해주었다.

“르아 카르테를 업그레이드하려면 주호에겐 꽤 긴 시간이 필요해.”

재중이 형이 시간이라는 말을 하자 그제야 챠밍이 눈치를 챈 듯 눈을 반짝였다.

“아, 그럼 방어전은 미끼란 말이죠? 주호 오빠에게 시간을 벌어줄 수 있도록?”

“오! 빙고. 정확해. 이래서 내가 똑똑한 애들을 좋아한다니까. 주호에겐 시간이 필요한데 이건 우리가 해줄 수 없는 문제라.”

“그래서 다른 사람들을 이용한다는 말이죠? 방어전을 통해서?”

“정답, 그리고 그쪽도 딱히 나쁘진 않을 거다. 나름 기회를 주는 거기도 하니까. 아니, 오히려 더 열성적으로 달려들걸? 이런 기회는 흔치 않거든.”

재중이 형과 챠밍의 대화를 들은 모두가 이제는 다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전사 형이 무언가 생각한 뒤 말을 이었다.

“역시 드래곤이 문제겠습니다?”

“어, 드래곤이 제일 골치 아프지. 확률이 반반 정도쯤 되려나?”

“유저들이 드래곤을 막아내느냐, 못 막아내느냐의 싸움이겠군요.”

“그래, 그래도 이번엔 다를 거다. 얻을 것 하나 없는 상황에서 해원 혼자 발악한 때와는 다르니까.”

이번에도 유저들을 제대로 이용해 먹을 생각인 모양이네.

과연 얼마나 잘 통할지…….

“자, 다들 준비를 하러 가볼까?”

* * * * *

이 작전에서 제일 중요한 점은 바로 유저들이 혹할 정도의 물건을 구하는 일이었다.

방어전 시스템을 살펴봤더니 조건을 걸고 그에 맞는 보상을 올려두면 알아서 진행되도록 되어 있었으니 적절한 아이템은 미리 준비를 해두어야 했다.

그래서 용맥의 호수로 나와 브랜디슈를 거침없이 잡아들이기 시작했다.

시장에서 봤듯 드레이크 방어구 하나를 가지고도 그 난리가 나는데 브랜디슈가 대상이라면?

이건 혹하지 않고는 도저히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떡밥이었다.

브랜디슈가 예전과 다르게 블링크가 추가되어 땅에 박아 넣으면 도망을 간다지만 쿨-타임이란 게 존재해서 포획을 하는 일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브랜디슈를 어느 정도 확보하자 이번엔 아이기스 포획을 시도했다.

사방팔방 날아다니는 브랜디슈 보단 확실히 아이기스가 편했고 꽤 다수의 아이기스를 구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하루 테이밍 한도가 꽉 차면 그냥 죽여가면서 재료 템을 쌓아 넣었고.

거기다 용의 둥지까지 올라가서 레서 드래곤을 포획하는 등, 꽤 바쁜 시간을 보냈다.

이전과 다르게 우리 팀의 장비는 제법 올라온 상태였고, 나 역시 르아 카르테와 드래곤 슬레이어가 있어 몇 가지 제약쯤은 충분히 넘길 수 있었다.

그런데 정말 이걸로 충분하려나?

그런 의문이 생겨서 재중이 형에게 물었다.

“음, 뭔가가 좀 더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미 브랜디슈와 아이기스, 레서 드래곤 탈것을 구해놨지만, 이것만으로는 좀 부족함 감이 들었다.

그간 방어전을 하면서 느낀 건 하지 않으면 손해라는 인식이 강하게 들 정도로 좋은 아이템이 나온 경우가 대부분이라 조금 약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정말 결정타가 될 정도로 완벽한 아이템이 필요한데…….

그렇다고 우리가 10강 정제 강화석 같은 아이템을 내놓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구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상의 아이템을 구할 필요가 있었다.

“흐음, 확실히 좀 그렇지?”

“네, 브랜디슈나 아이기스가 좋은 아이템이지만 이걸로 목숨을 걸고 여러 번 죽어가면서 계속 드래곤을 물고 늘어질 것 같지는 않아서요. 어차피 조금 시간이 지나면 구할 수 있는 템이니까.”

“흐음, 그 정도로 임팩트가 있는 물건이라…….”

그러다가 문득 인벤에 있는 아이템이 생각났다.

이건 좀 과하긴 한데…….

생각 외로 괜찮을지도?

“형, 이건 어때요?”

인벤에서 템을 꺼내자 재중이 형이 바로 눈을 찡그렸다.

“설마 그걸 내놓자고?”

【 레비아탄의 비늘 / 제작 재료. 】

“네, 괜찮을 것 같아요?”

내 물음에 재중이 형은 일단 긍정적인 대답을 줬다.

“차고 넘치지.”

“그럼 낙점이네요.”

“그런데 그거 하나뿐…… 아니지, 아니야.”

내가 이걸 꺼내든 이유는 딱히 다른 것이 아니다.

“어차피 또 뜯어내면 되잖아요.”

“크큭, 확실히 그렇긴 해. 하루에 한 개는 확실하겠지.”

일단 용격을 두 발.

진(眞) 썬더볼트 소환을 한 번 정도 해줘야 레비아탄을 무력화시킬 수 있었다.

이건 이미 해봤으니 확실하고.

그럼 아무리 쿨을 줄여 봐도 하루에 한 번 시도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재중이 형도 계산을 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용격 두 발은 반드시 들어가야 해. 추가로 날릴 진(眞) 썬더볼트는 하루 쿨이고. 그렇다고 용격을 한 번만 썼다가는 부위 파괴가 안 될 테니까. 하루가 베스트네.”

결정이 나자 빠르게 움직였다.

정확히 하루가 지난 후.

다시 한 번 바다로 나섰다.

레비아탄의 비늘을 뜯기 위해서.

어느 정도 바다 위를 돌아다니다가 나르샤 누나가 레비아탄의 위치를 확인하고는 외쳤다.

“보여. 지금 유저들 공격하고 있어.”

“네?”

“수송하는 도중인가 봐.”

“하긴 아직 못 넘어온 유저도 많죠.”

대륙이 열렸다고는 하나 아직 넘어오지 못한 유저가 허다했다.

그런 다수의 수송단이 넘어오다가 공격을 당하는 중이었다.

“살려줄 거야? 지금이면 가능할 텐데.”

나르샤 누나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재중이 형을 바라보고는 말했다.

“살려줘도 크게 상관없겠죠?”

내 말에 재중이 형이 어깨를 으쓱했다.

“살려주면 좋은 소리는 듣겠네.”

“그렇다면.”

어차피 해야 하는 일.

약간의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도 나쁜 것은 아닐 터.

“가죠.”

레비아탄이 수송단 유저들을 따라가면서 공격을 한다고 정신이 팔린 사이.

【 용격! 】

드래곤 슬레이어에서 뻗어 나간 용격이 정확하게 레비아탄의 목에 가서 작렬했다.

콰앙!

완전한 직격타.

레비아탄의 목이 옆으로 확 꺾이면서 비틀거리자 대륙으로 가는 수송단에게서 함성이 들려왔다.

“주, 주호다!!”

“신화 길드!”

“감사합니다!”

“복 받을 거예요!”

“최고다!”

“살려줘서 고마워요!”

너무 고마워하니 왠지 부끄러운 마음에 볼을 긁적였다.

뭐, 가끔 이런 것도 나쁘진 않네.

“손 한 번 들어주지 그래? 완전 인기인이네.”

“그 정도로 얼굴이 두껍진 않아서요.”

“크큭, 그래. 그럼 얼른 뜯어내고 도망가자.”

함성이 점점 멀리 들리면서 수송단의 비공정이 저 멀리 사라져갔다.

이제 녹화 걱정은 안 해도 되겠고.

전력을 다 보여주는 것은 아무래도 불편하니까.

그렇게 수송단이 멀리 떠나자 베록을 역소환시키고 전과 같이 썬더볼트와 트리스탄을 꺼내 들었다.

전사 형, 이쁜소녀, 막내별 모두 새로 테이밍한 레서 드래곤을 소환했고.

그리고 이전과는 달리 셋 모두 레비아탄 근처를 날아다니며 열화 브레스를 한 번씩 뿜어내면서 레비아탄의 시선을 계속 돌려놓기 시작했다.

이로써 확실해졌다.

레서 드래곤은 레비아탄을 상대로 충분한 전력이 된다.

전사 형이 내 근처를 날아다니면서 아이기스로 급한 불을 꺼주는가 하면 막내별도 힐을 넣어주면서 좀 더 안정감을 찾아갔다.

거기다 이쁜소녀도 반월참이나 진(眞) 비월참 같은 스킬로 한 번씩 시선을 분산시켜줬고.

전엔 나와 재중이 형만 힘겹게 싸웠다면 지금은 훨씬 여유가 생겨 보다 쉽게 용격과 진(眞) 썬더볼트 소환을 통해 레비아탄의 비늘을 부술 수 있었다.

【 레비아탄의 비늘 / 제작 재료. 】

“형! 떴어요!”

“그래, 튀자! 다들 텨!!”

신호를 주자 모두 레비아탄에게서 멀어졌다.

곧장 레비아탄의 비늘을 인벤에 집어넣고 자리를 뜨면서 외쳤다.

“레비아탄, 내일 보자, 또 뜯으러 올게.”

쿠아아아아!!

그런 내 말을 마치 알아듣기라도 한 듯 억울함을 가득 담은 레비아탄의 괴성이 울려 퍼졌다.

“형, 쟤 사람 말 알아듣나 본데요?”

“크큭, 설마.”

그렇게 또 한 번의 비늘 수집(?)을 마치고 귀환해 잠시 쉬는 사이 전사 형이 게시판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 용의 대지 거점 『 신화 』 방어전 알림. 》

* 제한 시간 2시간.

* 보상

- 대미지 1위 『 레비아탄의 비늘 / 제작 재료. 』

- 대미지 2~10위 테이밍 펫 『 레서 드래곤 』

- 대미지 11~30위 완제 『 브랜디슈 』 무기.

- 대미지 31~40위 완제 『 아이기스 』 방패.

* 두 시간 동안 드래곤에게 가장 많은 대미지를 주는 유저에게 자동으로 보상이 들어갑니다.

* 거점 『 신화 』가 두 시간 안에 무너지면 보상을 받을 수 없습니다.

전사 형이 올린 게시글은 폭발적으로 조회수를 늘려가더니 이내 바로 베스트 글이 되어 상단으로 올라갔다.

-설마 유저가 방어전을 거는 거야?

-대박! 보상 봐라.

-1위 보상… 레비아탄?! 이거 실화냐?

-바다에 있던 그거? 우리가 아는 그 레비아탄임?

-맞는 듯. 보자마자 거점 가서 확인했는데 정말 아이템 등록되어 있음.

-진심 미쳤네.

-우와, 그럼 그 레비아탄을 진짜 잡았다고?

-ㅇㅇ. 오늘 신화 애들 나와서 레비아탄 하고 싸우더라. 덕분에 우리 살아서 대륙 왔음.

-추락할 뻔한 거 살려줘서 얼마나 고맙던지. 복 받을 거다!

-진짠가 보다. 대체 신화 애들 얼마나 앞서나간 거야?

-다른 보상도 봐라. 레서 드래곤도 있음.

-브랜디슈? 아이기스? 저런 템도 있었나?

-들어가서 링크 찍어봐. 쩐다. 스펙 미쳤음.

-무기 공격력… 현존 최강 아냐?

-아이기스는 방어력 거의 사십대임. 돌았다.

-와, 무조건 방어전 해야겠네.

-이건 뭐 안 할 수가 없겠는데?

전사 형이 쏘아 올린 작은 공 하나에 게시판이 들썩거리고 채팅창이 요동을 쳤다.

그리고 거점으로 와서 방어전을 확인한 사람들이 계속 인증 글을 올렸다.

거점이 사람으로 넘치기까진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휘유, 내로라하는 길드는 다 나왔습니다.”

전사 형의 감탄에 재중이 형이 씨익, 웃었다.

“보상이 보상이니까. 이래도 안 나오면 지들만 손해지. 해원 때는 몸을 사렸어도 이번엔 절대 못 할 거다.”

전사 형 말대로 상위 길드란 길드는 모조리 나와서 장비와 물약 점검하고 있었다.

프로 길드도 마찬가지.

이 정도 떡밥에 걸려들지 않으면 우리가 섭하지.

그리고 날 보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넌 이번엔 제외다.”

“네, 알고 있어요.”

르아 카르테를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서는 내가 무조건 붙들려 있어야 하는 상황이라 이건 우리 동료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드래곤 슬레이어 빌려드려요? 드래곤 브레스를 막으려면 필요할지도 모르는데.”

내 말에 재중이 형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있으면 좋겠지만 이번엔 나도 죽을지 모르니까. 넣어둬. 알아서 다들 몸으로 때워줄 거다.”

그러면서 거점에 우글우글 모여 있는 유저들을 바라봤다.

이쪽은 어떻게든 되겠지.

이미 내 손을 떠난 문제라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그때 이쁜소녀가 근처로 오더니 내 주변을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응? 뭐하는 거야?”

순간 이쁜소녀가 날 보면서 눈을 착 가라앉히더니 목소리를 낮게 깔면서 말했다.

“절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끙.”

이거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인데?

그 모습을 본 챠밍도 옆에 와서 빙글빙글 돌았고, 막내별도 재밌다는 듯 와서 동참했다.

“절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절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옆에선 전사 형과 나르샤 누나가 같이 배를 잡고 웃었고, 재중이 형도 씨익 웃으면서 나를 쳐다봤다.

이거…….

정말로 괜찮을까?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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