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387화 (384/1,404)

# 387

#387화 잃어버린 상징을 찾아서 (1)

발을 박차고 바로 앞으로 뛰어나갔다.

그리고 데스 나이트 블레이드를 휘두르는 데 아니나 다를까.

퍼억!

전혀.

반응조차 하지 못하는 해원.

휘두르는 그대로 옆으로 날아갔다.

음?

이거 너무 약한 것 아냐?

설마 했지만,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너무나 어이가 없어 재중이 형에게 느낀 감정 그대로 말했다.

“형, 이거 뭐죠?”

내 말에 재중이 형도 기가 차는지 한숨을 쉬었다.

“정말 아이템만 번지르르하네.”

이제껏 직접 싸우는 장면을 보지 못해 생긴 오해.

큰 연합의 수장이라면 최소한의 실력이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단 한 번의 휘두름조차 막아내지 못했다.

달아올랐던 감정이 팍, 상해 버렸다.

실력으로 제대로 눌러줄 생각이었는데 그런 생각이 무색할 정도로 실력이 없었다.

화련의 경우, 실력이 뛰어나진 않지만 그래도 직접 플레이할 정도는 된다.

본인 스스로 그걸 즐기기도 하고.

뭐, 인재와 아이템 수집 그리고 돈 지랄을 하지만.

그런데 이 녀석은 완전히 달랐다.

비교하는 자체가 화련에게 미안해질 정도로.

본인은 나서지 않고 그저 뒤에서 명령 내리기만 하는 딱 그런 유형.

저런 사람도 분명 연합에 필요한 구석이 있겠다만, 본인이 제대로 플레이를 하지 않는데 대체 무슨 재미로 게임을 하는 거지?

내 입장에서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놈이다.

한숨을 길게 내쉬면서 어기적 일어서는 해원을 향해 걸어갔다.

내가 다가오는 것을 본 해원은.

“너, 너, 너, 너, 너, 따위가!!”

정신을 아직도 못 차렸네.

우리의 기분을 풀자고 더 심하게 굴린다고 해서 사람이 바뀔 것 같진 않았다.

그런 말도 있지 않나, 사람은 고쳐 쓰는 거 아니라고.

“그냥 딱 방해했던 것만큼만 맞아라. 그래야 내가 기분이 좀 풀릴 것 같거든.”

말은 이렇게 내뱉었지만, 더 이상 손을 쓰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왠지 기분만 더 버리는 것 같고.

어느 정도 수준이 되야 흥이 나지 지금은 그것도 아니었다.

마음은 그랬지만, 그래도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다.

가볍게 달려가 해원을 걷어차 올리고 데스 나이트 검으로 몇 번 후려치자 해원은 꼴사납게 땅바닥을 굴렀다.

그래도 연합장이라고 방어구는 좋은 걸 입었네.

얼마나 강화를 했는지, 몇 번을 후려쳐도 죽지를 않았다.

그렇게 땅바닥에서 쿨럭거리던 해원은 살짝 고개를 들어 나를 노려봤다.

그러면서 낮게 내뱉은 말.

평소에 들어도 꽤 거슬릴 말을.

“주.호. 이 새끼. 내가 꼭 밖에서 찾아내서 죽여 버린다.”

그 말에 인상이 찌푸려졌다.

돈이 많은 거?

이해한다, 사람마다 환경이 다르고 사정이 다르니까.

근데 그 돈으로 얼마나 사람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을 게임으로 보지 않는 놈.

그리고 그 말은 그만큼 위협적이기도 했다.

“이제 협박까지?”

본인이 깨진 것은 인정하기 싫고 악만 남은 모습.

보고 있을수록 추하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우리 그룹을 이용하면 너 따윈 하루 만에 지워 버릴 수 있어. 왜 겁나냐? 그러니까 내 앞에서 까불지 말았어야지. 지금이라도 무릎 꿇…….”

그때 누군가 다다다, 달려오더니 이죽거리던 해원의 얼굴을 그대로 차버렸다.

“컥!”

정말 강력한 발차기.

단발마의 소리와 함께 해원의 얼굴은 땅바닥에 그대로 처박혔다.

“소녀?”

분홍색 잔영이 보일 때 설마 했는데 이쁜소녀가 킥을 날린 자세 그대로 멈춰 서 있었다.

그리고,

“우리 오빠 건드리면 넌 뒈져!”

그 외침에 아직도 살아 있는 해원이 악을 썼다.

“컥, 뭐, 뭐야!”

해원이 뭐라고 하든 냉랭하게 식은 소녀의 표정.

저런 표정도 지을 줄 알았나?

평소 보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

게다가 소녀의 작은 입술이 작게 움직이는 것도 보였다.

귓속말?

동시에 해원의 인상은 더할 나위 없이 일그러졌고.

그러더니 갑자기 해원이 나와 이쁜소녀를 동시에 번갈아 봤다.

마치 듣지 못할 것을 들었다는 듯.

“그 말 사실이냐?”

계속 얻어맞으면서 짜증이 잔뜩 나고 성이 난 얼굴인데도 아까와는 다르게 뭔가 하고 싶은 말을 계속 참는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뭐?”

“저년…….”

그 말을 듣자마자 뛰쳐나가 닥치는 대로 해원을 걷어차기 시작했다.

“크윽!”

“넌 그 입부터 좀 고쳐놔야겠다.”

이쁜소녀에게 저따위로 말하는 건 내가 못 참지.

그리고 그건 재중이 형도 마찬가지인지 어느새 달려와 해원의 턱을 강하게 올려 차버렸다.

“어이쿠, 미끄러졌네.”

미끄러졌다고 보긴 너무 정확한데?

그러더니 다시 한 번 발을 내려찍어 해원의 머리를 땅바닥에 처박았다.

쿠웅!

아주 감정이 가득 실린 그 한 방에 해원의 목소리가 땅속에 묻혀 버렸다.

“커헉!”

왜 멀쩡한 무기 놔두고 발로 패냐는 식으로 발을 쳐다봤더니 재중이 형이 발을 까딱거리더니 씨익 웃어 보였다.

“무기 쓰면 금방 죽어. 짜식이 요령이 없어.”

형도 많이 참고 있었구나.

그러더니 해원을 아주 자근자근 밟아놓기 시작했다.

시동 걸리셨네.

딱 죽지 않을 만큼만 밟아놓고는 재중이 형이 해원에게 떨어졌다.

“억울하면 실력을 길러와. 주둥이로만 나불대지 말고. 형이 얼마든지 받아준다.”

“불멸, 이 새끼가!”

재중이 형도 질렸는지 고개를 흔들었다.

“정말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라더니…….”

“네가 진짜 죽어봐야!”

“왜? 회장님한테 말하게? 한 번 해봐라. 어떻게 되나.”

“뭐?”

“해보라고. 재밌는 일이 일어날 테니. 못하겠으면 내가 통화 한 번 걸어줘? 오랜만에 인사나 드려야겠네.”

해원이 재중이 형의 말에 인상을 확 찌푸렸다가 다시 이쁜소녀를 바라봤다.

역시 똑같은 표정으로.

“젠장. 일이 왜…….”

재중이 형이 그런 해원을 보고는 말을 이었다.

“안에서 일은 안에서 끝내라. 남자답게.”

그런 둘을 보고 있다가 시간을 확인했다.

슬슬 가까운 포인트에서 살아난 녀석들이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했다.

더 이상 끌면 이쪽도 귀찮아지지.

해원을 언제까지 데리고 있을 수 없었다.

“인 게임에서 덤비면 언제든 상대해줄게. 하지만 밖에서 장난치면 나도 더는 참을 수 없지.”

“……이대로 끝날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이 녀석은 진짜 안 되겠구나.

더 이상 이야기를 하는 것은 시간 낭비였다.

그대로 데스 나이트 블레이드로 해원의 목을 날렸다.

“커억!”

그리고 해원이 죽음의 빛으로 변해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해원이 떨군 아이템.

역시나 9강 방어구였다.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

딱 그 표현이 어울렸다.

갑자기 날아드는 엔진 소리에 고개를 돌려 하늘을 올려다보니 사장님과 스칼렛의 비공정이 떨어져 내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사 형이 바로 불렀는가 보네.

아이템은 이제 해결되겠지.

그리고 냉랭했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어진 이쁜소녀가 날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해원, 그 사람은 아무것도 못 할 거예요.”

단정하듯 꺼내는 이쁜소녀의 말.

귓속말로 뭐라고 했는지는 대략적으로 알 것 같았다.

해원이 내게 사실이냐고 물어본 것만 봐도 어느 정도 추측이 가능하니까.

“아, 괜히 걱정 끼쳤네.”

“아니에요. 저도 저런 식은 싫으니까.”

힘에는 힘인가.

그것도 더 강한 힘.

“든든하네.”

“제가 좀 하죠!”

“아니, 할아버지가.”

“칫, 됐어요.”

“아, 농담이야. 고맙다.”

“알아요, 헤헤.”

이쁜소녀가 혀를 쏙 내밀면서 미소 지었다.

이래서 빽이 든든해야 한다는 거군.

해원이 그렇게 난리를 치고 갔어도 전혀 불안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어느새 내려온 사장님과 스칼렛이 사람들을 풀어서 아이템을 마구잡이로 회수하기 시작했다.

“한탕 거하게 했구나.”

주변에 펼쳐진 아이템 밭을 보고는 사장님이 환한 웃음을 지으셨다.

“좀 많죠?”

“허허, 좀이 아니지. 이제껏 이렇게 많은 아이템이 한자리에 있는 것은 처음 본다. 이것도 처리하려면 어후. 벌써부터 눈이 침침…….”

“잘 좀 처리해 주세요.”

“흐흐, 맡겨둬라. 이번 기회에 차도 바꾸고 가게 기기도…….”

웃음이 가시지 않은 얼굴로 말을 하던 사장님이 조금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곧 무너지겠네.”

사장님도 규모를 보자마자 비슷한 예측을 했다.

이 손해를 커버해 천상 연합을 유지하려면 엄청난 자금을 때려 넣는 방법밖에는 없는데 과연 해원이 그렇게 할지는 의문이고.

“아, 그리고 전에 방어전에서 얻은 아이템은 정리가 끝났다.”

“벌써요?”

그러더니 사장님이 직접 수수료를 제한 금액을 내 가상계좌로 넘겨주셨다.

액수를 잠시 쳐다봤다가 깜짝 놀라서 사장님을 다시 바라봤다.

이 정도는 돼야 그 수고를 한 보람이 있지.

“감사합니다.”

“내가 고마워해야지. 그럼, 다시 일하러 가볼까?”

그 말을 끝으로 사장님이 아이템 밭으로 달려가셨다.

저렇게 좋으실까.

스칼렛도 한껏 좋아하는 표정을 짓고는 내게 고마움을 표하고는 바로 사라졌다.

돈 되는 일은 정말 빠르네.

아마 한동안은 이걸 처리하느냐 다들 바쁠 것 같았다.

재중이 형이 옆으로 걸어오더니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할 거냐?”

“아무래도 이거죠.”

해원에 대한 말은 따로 묻지 않았다.

아마, 당분간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다.

안에서나 밖에서나.

퀘스트 창에 남아있는 가장 큰 난제.

《 메인 퀘스트 : 잃어버린 왕국의 상징을 찾아서. 》

- 퀘스트 보상

『 기여도 500만. 』

『 정제 무기 강화석 (x100) 』

『 정제 방어구 강화석 (x200) 』

『 실버 등급 왕국 수호 창고 개방. 』

『 왕국 정기선 이용권. 』

『 +0 르아 카르테 (유일) - 서버에 단 하나만 존재합니다. 』

로가슈 왕국 방어전으로도 레벨 제한을 풀지 못했다.

그럼, 자연스럽게 선택지가 하나밖에 남지 않는다.

잃어버린 왕국의 상징.

그리고 보상인 유일템.

르아 카르테.

기여도나 정제 강화석은 크게 관심이 없었다.

다른 방식으로도 얻을 수 있으니까.

실버 등급 수호 창고는 약간 궁금하긴 했으나 여기에 목맬 정도는 아니었고.

브론즈 등급 수호 창고에서 얻은 것들로 유추하면 이미 얻을만한 네임드 템은 거의 다 얻었다.

딱히 실버 등급으로 간다고 특별한 것이 있다고는 기대하진 않았다.

반면에 왕국 정기선 이용권은 사실 뭔지 잘 모르겠다.

로가슈 왕국 내에서 정기선을 이용할 수 있다는 건지.

아니면.

재중이 형을 바라보자 재중이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또 다른 왕국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거겠지.”

“역시 그렇죠?”

풀리지 않은 컨텐츠들.

광산 너머 벽에 막혀 지나갈 수 없는 지형을 넘어갈 수 있는 열쇠가 될지도.

지도를 열어보면 우리가 개척한 곳은 사실 얼마 되지 않는다.

아직도 정말 많은 곳이 가려져 있기에.

이번에 레벨 제한을 풀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만약, 레벨 제한을 풀지 못한다면, 정말 많은 지원을 받아 급격하게 성장한 프로게이머들에게 뒤를 잡힐지 모른다.

자신들만의 노하우로 최단 시간 성장을 거듭하고 있으니까.

사장님과 스칼렛이 도와준 덕분에 전사 형과 우리 팀은 하던 일을 멈추고 우리에게 합류했다.

전사 형이 재중이 형을 보면서 같이 고민을 나누었다.

“대체 어딜 뒤져야 그놈의 상징이 나올까?”

전사 형도 예측하기 힘든가 보네.

시간.

그렇게 긴 시간 동안 찾아다닐 순 없다.

초조한 마음이 들자 자연스럽게 시야가 막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평소에는 막 생각이 떠오르던데…….

이 넓은 필드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 상징이라.

정말 일일이 다 찾아다녀야 하는 건가?

그때, 재중이 형이 날 보면서 확신이 섞인 말을 꺼내놓았다.

“난 그거 어딘지 알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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