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8
#388화 잃어버린 상징을 찾아서 (2)
어딘지 알 것 같다고?
아직 찾아보기는커녕 아무 곳도 둘어보지 않았는데?
어느 정도 찾아보고 난 후 지역을 한정한다면 또 모를까.
너무나 당당한 재중이 형의 어투에 모두 귀를 기울였다.
“레벨 제한. 그렇다면 최소한 그에 걸맞은 위치의 장소로 가든지, 혹은 그에 준하는 네임드를 잡아야 진행되겠지.”
재중이 형의 말을 듣자마자 생각나는 곳이 있었다.
“자자, 그럼 가볼까?”
***
-천상 연합 개박살남.
-게임도 안 되네.
-크, 천상 연합에서 함정에 몰아넣었는데 그걸 또 역으로 함정 걸어서 완전 녹여버림.
-솔까, 이젠 넘사벽 아니냐?
-천상 놈들 북쪽에서 진짜 진상 짓 많이 했지.
-천상 연합장 해원, 무튼 그 사람이라더라.
-그 사람 길드 목록에도 없지 않음?
-연합장이라고 해서 강할 줄 알았는데 진심 개 얻어터짐.
-시원하긴 했음. 우리도 천상 연합 때문에 계속 고생해서.
-역시 클라스.
-주호 레벨 왜 더 안 오름? 방어전에서 네임드 계속 잡지 않았음?
-99에서 100으로 올라가는 경험치가 1부터 99아님?
-ㄴㄴ. 아닐 듯. 99가 만렙이라는 설이 유력함.
-그러게. 그 정도로 잡았는데도 안 오르는 걸 보면 99가 만렙일 수도.
-이겜 만렙이 있긴 함?
-모르지. 아무튼 시간만 있다면 따라잡을 수 있을 듯.
-템이야 운빨, 강화빨이고. 레벨 비슷해지면 우리도 가능하지.
-아서라. 아직 80도 못 넘는 애들 수두룩 빽빽이다.
-오늘부터 다시 달린다. 말리지 마라.
잠시 이동하면서 본 게시판에서는 좀 전에 있던 대규모 쟁으로 인한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우리가 천상 연합을 턴 일이 엄청 주목받네요.”
전사 형에게 이야기했더니 전사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놈들 말이 정말 많았지.”
“게임을 하는 게 아닌 것 같긴 했는데, 쩝.”
문득 해원을 떠올리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 녀석들도 있으니까. 대충 넘겨버려. 깊게 생각하면 골치 아파. 엮여도 귀찮아지고.”
전사 형은 그런 녀석들이 진저리난다는 식으로 표현하더니 곧장 베록을 움직였다.
예전의 기억인가?
아마 3세대 때 그런 일이 꽤 많았다는 것을 어림짐작할 수 있었다.
뒤처리는 모두 사장님과 스칼렛에게 맡겨두었다.
아마 최선을 다해 최고의 결과를 가져다줄 것이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베록을 타고 날아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가 원하는 지역에 도착했다.
이미 불타고 붕괴된 옛 로테의 성터.
많은 사람이 오가면서 장사를 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흉측한 터만 남아 있는 모습은 왠지 모르게 마음 속 어딘가를 깊게 자극하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런 감상을 떨쳐버리고 베록에서 내려 한 장소 앞에 섰다.
“몬스터가 돌아다니네요.”
곳곳에 돌아다니는 언데드 몬스터를 빠르게 정리한 뒤 큰 비석 하나를 치워냈다.
“여긴 아직 들어갈 수 있네요.”
그러면서 바로 발을 들여놓았다.
《 로테의 전용 던전에 입장합니다. 입장 제한 없음. 》
예전에는 우리만 입장할 수 있었던 던전이지만 지금은 달랐다.
입장 제한 없음.
아무나 입장할 수 있도록 설정이 바뀌어 있었다.
원한다면 누구나 사냥할 수 있지만 이 던전의 위치를 아는 사람이 우리뿐이라 딱히 다른 사람들이 들어와서 사냥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누군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면 이제 이곳을 알게 되겠지만.
그런 것까지 일일이 신경 써가면서 플레이했다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겠지.
“들어갑니다.”
전사 형을 선두로 해서 우리 팀 모두 안으로 들어갔다.
프로 형들은 일단 레벨업에 치중하라고 따로 부르지는 않았다.
이쪽의 가정이 확실하지 않은 이상은 그저 한정 없이 돌아다니면서 시간을 낭비할 뿐이니까.
우리야 이미 레벨 99에 도달했기에 더 이상의 경험치가 필요 없지만 프로 형들과 최강 쪽 유저들은 사정이 많이 다르다.
“오빠, 정말 우리끼리 가요?”
이쁜소녀가 살짝 걱정되는 듯 물어 왔다.
“괜찮을 거야. 장비도 좋아졌고. 일단 재중이 형도 있잖아.”
라이데인을 든 재중이 형은 강하다.
원래도 강한 인간에게 저 정도의 무기를 쥐여줬으니.
그리고 우리 팀 전부 스펙업을 한 상태이기도 하고.
처음에 고생해가면서 깼던 예전과는 다르다.
그런 생각은 곧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쁜소녀가 데스 나이트 배틀 액스로 커스 아처들의 화살을 퉁퉁 쳐내가면서 전진했으니까.
한 발, 한 발 화살을 튕겨내면서 조금씩 밀리는 느낌은 있었으나 확실하게 넓은 범위를 커버해 밀고 들어가는 이쁜소녀의 모습은 훌륭했다.
예전에 버겁게 상대하던 때와는 진행 자체가 달랐다.
전사 형과 이쁜소녀 둘만으로도 통로를 그냥 씹고 지나갈 정도가 되자 진행이 한결 편안해졌다.
챠밍과 막내별이 동시에 저주를 풀어주니까 길게 걸려 있을 틈도 없었고.
확실히 파티원들이 강해지니까 편했다.
매번 무리하게 치고 들어가야 하는 위험도 많이 줄었고.
그렇게 층수를 계속 내려갔다.
중간 중간 데스 나이트가 있었는데 역시 예상했던 대로 재중이 형의 라이데인에 거의 곤죽이 되어 쓰러졌다.
변신을 해서 라이데인을 못 드는 바에는 그냥 라이데인을 들고 패는 편이 훨씬 나을 정도로.
“이거 착착 감기네.”
혼자 콧노래를 부르면서 템을 줍는 모습에 재중이 형의 모습에 여유가 넘쳤다.
이 지역에 존재하는 어지간한 몬스터는 우리를 막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아쉬운 것 하나는 던전 지형이라 라이데인을 쓸 수 없다는 것.
라이데인까지 필요한 몬스터가 나오지 않으니 다행이려나.
그리고 라이데인을 쓰고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면 쿨이 돌아오는가 싶어 돌려가면서 들어봤지만 무기 자체에 쿨이 걸리는지 무기만 주고받는다고 쿨타임이 초기화되지는 않았다.
이번에 NPC를 잡고 난 뒤 철저하게 막아둔 느낌이 들었다.
“그 정도로 허술하지는 않겠지.”
재중이 형의 말에 그냥 어깨만 으쓱했다.
아쉬운 것은 아쉬운 거고.
그대로 마지막 층수까지 돌파해 우리가 원하던 그곳에 도착했다.
거대한 문을 열고 들어가자 예전에 텅 비어 있던 그때와 달리 이번엔 미치광이 리치가 방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갑니다.”
전사 형이 먼저 달려들고 어글을 잡을 때까지 기다렸다.
미치광이 리치가 각종 마법을 걸면서 전사 형을 괴롭혔지만 워낙 방어력과 저주 저항이 높아서 대부분의 공격이 무위로 돌아갔다.
그리고 이번엔 막내별이 붙어 있기도 하고.
훨씬 안정된 탱킹 속에서 어글이 확실하게 잡히자 나와 재중이 형이 나섰다.
내 경우는 특별하게 다를 것이 없었다.
기회를 봐서 완벽한 타이밍에 급소를 노려 데스 나이트 블레이드를 꽂아 넣는 것.
딱 어글이 넘어오지 않을 정도로 조절하는 센스만 있으면 대미지를 쌓는 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이미 마법 패턴도 볼 만큼 봐서 눈에 익다 보니 어지간한 마법에는 스치지도 않았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재중이 형.
라이데인이 미치광이 리치를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미치광이 리치가 움찔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마치 로가슈 방어전에서 한켈이 미치광이 리치를 상대로 엄청난 위엄을 자랑하던 딱 그런 모습이었다.
라이데인이 한켈이 들고 있던 것과 완전히 같은 강화라던가 위력이 아니라서 좀 부족한 점이 있지만 그래도 꽤 다수의 마법을 캔슬시켜 버렸다.
이미 마법사 유저를 상대로 라이데인이 잘 통하는 것은 확인했었다.
설마 리치에게도 이 정도까지 통하리라곤.
그 모습을 보다가 소녀에게 신호했다.
“좋아. 소녀도 들어와.”
“네! 지금 들어가요!”
강력했던 마법들이 다소 주춤해지자 이쁜소녀도 활동하기 훨씬 좋아졌다.
그리고 그만큼 확실한 딜이 터져 나왔고.
데스 나이트 배틀 액스로 미치광이 리치를 타격할 때마다 허리가 꺾이면서 그나마 쓰던 마법까지 캔슬되는 상황이 생겼다.
이거…….
너무 쉬운데?
그리고 가장 유효한 공격은 챠밍에게서 나왔다.
데스 나이트 블레이드와 같이 든 카스카라로 미치광이 리치에게서 마력을 빨아들이고 난 뒤.
【 마력 전이! 】
바로 마력을 다 쓴 챠밍에게 마력을 전달해줬다.
강력한 마법을 사용해 마력 고갈로 매번 마법을 쓰지 못하던 챠밍은 내 덕에 꾸준하게 마법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챠밍이 가진 마법의 개수는 서버 내 최고다.
네임드의 마법은 죄다 가지고 있으니까.
마력 제한이 풀어진 챠밍이 그걸 다 쓰게 되면 어떻게 될까?
강력한 마법을 몇 번 날리다가 그중 요즘 재미가 들린 스킬을 하나 선보였다.
시전자의 레벨, 스태프의 강화 등이 영향을 주는 스킬이 있었다.
그리고 일단 한 번 소환하는데 마력을 꽤 많이 소모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전에 이 스킬을 받았던 사탕 누나가 거의 쓰지 못했던 마법이기도 하다.
마력이 부족해서.
반대로 마력만 충분하면…….
【 언데드 소환! 】
【 언데드 소환! 】
【 언데드 소환! 】
챠밍이 미치광이 리치 주변으로 수많은 언데드를 불러냈다.
보통은 이런 숫자의 언데드를 절대로 불러낼 수 없다.
내가 마력을 넘겨주는 족족 언데드를 불러내 미치광이 리치에게 달라붙게 했다.
물론, 여기까지는 미치광이 리치에게 그렇게 큰 피해를 줄 순 없었다.
명색이 네임드인데 숫자가 많다고 밀리는 것은 말이 안 되니까.
다만 이다음이 무섭다.
어느 정도 숫자가 모였다고 판단한 챠밍이 다음 스킬을 시전했다.
“다들 나와요!”
챠밍의 신호에 전사 형을 비롯해 전부 미치광이 리치에게서 떨어져 나왔다.
챠밍이 나오라고 하면 그만한 이유가 있으니까.
우리가 벗어난 것을 확인하자 소환되어 있던 모든 언데드가 미치광이 리치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 시체 폭발! 】
【 시체 폭발! 】
【 시체 폭발! 】
쾅! 쾅! 쾅!
“크에에엑!”
생명력을 바탕으로 한 강력한 폭발에 미치광이 리치가 찢어져라 비명을 질러댔다.
그리고 얼마나 집중되어 폭발이 터졌는지 미치광이 리치가 단번에 바닥에 엎어져 버렸다.
네임드를 다운 시킬 정도라…….
물론, 내 도움이 들어가긴 했지만 정말 놀라울 정도의 위력이었다.
챠밍도 설마 한 번에 미치광이 리치를 다운 시킬 줄은 몰라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고.
“나이스!”
전사 형은 역시나 반기면서 바로 미치광이 리치에게 달라붙어 딜을 했다.
나, 재중이 형, 이쁘소녀할 것 없이 챠밍에게 엄지를 치켜세우고 딜을 계속 넣었다.
아마 운영자도 이 정도까지 언데드를 모아서 폭발시킬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 이후는 쉬웠다.
어지간한 광역기보다 강하고 효율이 좋은(?) 시체 폭발로 미치광이 리치를 수없이 다운시켰다.
나와 챠밍.
둘의 조합으로만 네임드 하나를 그냥 가지고 노는 모습에 라이데인을 든 재중이 형이 허탈하게 바라봤다.
“이거 내가 나설 필요도 없잖아.”
“쉬엄쉬엄하시죠.”
미치광이 리치가 데스 나이트를 소환했는데, 녀석들이 아이템을 드랍하지 않는 것을 보고는 그대로 페이즈를 넘겨 버렸다.
“역시 몰래 패치했네요.”
“그치, 바보가 아니라면.”
하긴 데스 나이트를 끝없이 불러내 계속 아이템을 뽑아먹는 것을 그냥 두고 볼 리는 없겠지.
체력을 거의 다 깎아갈 때쯤 품에 있던 아이템을 꺼냈다.
『 라이프 베슬 』
라이프 베슬을 미치광이 리치 근처로 가져다 대자 바로 시스템 음이 들려왔다.
《 미치광이 리치의 체력이 일정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봉인하시겠습니까? 》
그리고 그걸 사용해 미치광이 리치를 바로 봉인해 버렸다.
“안- 되에에에!”
“뭐래.”
미치광이 리치가 라이프 베슬 속으로 빨려 들어가자 보스방은 적막이 흘렀다.
《 미치광이 리치를 봉인했습니다. 소환하시겠습니까? 》
바로 소환 가능한 건가.
【 미치광이 리치 소환! 】
그러자 미치광이 리치가 작아진 모습으로 내 옆에 소환이 되었다.
다들 궁금해서 구경을 하다가 성능을 보고는 그냥 그러려니 했다.
역시 전투용은 아니었다.
전에 소녀 라미아처럼 지원형에 가까운 느낌.
그리고 지력과 마력을 올려주며 시전자에게 트리플 캐스팅이 가능하게 해주었다.
희귀성으로 보면 소녀 라미아가 좋고.
유틸성으로 보면 미치광이 리치가 좋은 편이었다.
앞으로 미치광이 리치는 어떻게든 포획될 테니까.
다만, 생긴 것이 영 별로였다.
펫으로 데리고 다니기에는 영 꺼림칙한 느낌.
성능만 보고 다닌다면 나쁘지는 않겠다만.
일단 마법 관련 펫이라 막내별에게 넘겨주는 쪽으로 의견이 기울었다.
다만 그 전에 이 녀석으로 해야 할 일이 있지.
재중이 형의 말대로 미치광이 리치의 실험실을 다 뒤져봤는데도 상징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주목하게 된 스킬.
전에 몬스터들을 소환한 바로 그 공간을 여는 스킬이었다.
그 스킬이 미치광이 리치에게 내장되어 있었다.
“역시 이거겠죠?”
“아마 이거겠지.”
네임드가 지키는 던전 가장 깊숙한 곳까지 와서도 찾지 못했다면 이것밖엔 없었다.
무언가 힌트라도 주겠지.
“그럼 해볼게요.”
미치광이 리치에 내장된 공간을 여는 스킬을 시전하자 바로 붉은색 전이 마법진이 생기면서 실험실이 울려댔다.
그리고.
《 잃어버린 상징을 찾을 수 있는 증표가 반응합니다. 》
인벤에 있던 보석 모양의 증표가 환하게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좋았어!”
전사 형이 좋다고 외치면서도 경계는 늦추지 않고 전방을 주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붉은색 전이 마법진이 부르르 떨리더니 커다란 문을 만들어냈다.
전에도 이렇게 컸나?
굳이 이 정도로 클 필요는…….
그때, 그 문 사이로 무언가가 불쑥 걸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확실한지 증표가 아주 격하게 떨어댔고.
시커먼 뭔가가 튀어나오자 시스템음이 바로 울렸다.
《 하위 악마계 케르베로스가 나타났습니다. 케르베로스를 저지하세요. 》
케르베로스?
저게 왜 여기서 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