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4
#364화 노가다? (2)
어제 리치를 잡고 난 뒤에는 바로 나와서 휴식을 취했다.
처음 접하는 던전에 대한 피로도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생각 이상으로 고생을 해서인지 꽤 오랜 시간 잠들어 버렸다.
다음날 일어났을 때가 되어서야 정신적인 피로도가 풀리는 것 같았다.
< 로스트 스카이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 뇌파 확인.
> 주승호. 남성.
> 캐릭터명 주호. 레벨 94.
> 로딩 중…….
레벨은 2레벨을 가득 채워 올렸다.
그냥 일반 몹을 잡아서는 간에 기별도 안 가는 상태에서 2레벨이라…….
경험치 총합이 정말 높은데 이 정도로 레벨을 올려줬다는 것은 미치광이 리치의 레벨이나 경험치가 정말 높았다는 뜻이다.
어제는 정말 천운이 계속 따라줘서 미치광이 리치를 잡을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접속을 하자마자 살핀 것은 업데이트가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것.
분명히 미치광이 리치를 잡았으니까 뭔가 반응이 있을 것 같은데…….
업데이트 내용에는 어떤 문구도 없었다.
다행인 건가?
정기점검이 멀지 않아서 인지도 모르겠고.
어차피 저쪽 사정을 우리가 알 수는 없으니까.
남은 스탯은 다시 민첩에 집어넣었다.
이번에 새로 얻은 듀얼 링 덕분에 스탯에 여유가 한층 생겨서 민첩에 더 넣더라도 크게 부담은 없었다.
로테 길드 건물에 도착하니 더 휑한 기분이 들었다.
생각보다 더 빠져나간 건가…….
길드 목록을 보니 하룻밤 사이에 두 명이 더 빠졌다.
총원 스무 명도 안 되는 길드라...
아마 관리를 안 한다고 느꼈을 수도 있고.
그래도 전과 같은 대규모 이탈은 없는 것 같았다.
재중이 형이 말한 정점에 슬슬 맞춰지는 느낌이다.
길드 건물에 들어가 살펴보니 어제 리치를 잡은 인원들이 모두 지하 연무실에 내려가 있었다.
어제 먹은 아이템들을 실험하기 위해.
지하 연무실에 내려가 사람들에게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전사 형에게 대련을 부탁했더니 형 역시 스킬을 실험하려는지 흔쾌히 상대를 해주었다.
먼저 전사 형이 망토에 내장된 스킬을 시전했다.
【 본 쉴드! 】
본 쉴드라고 해서 뼈로 만들어진 방어막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전에 봤던 그 붉은 벽으로 만들어진 방어막이었다.
그것도 상당히 넓은 범위를 커버할 수 있는.
“들어갈게요.”
먼저 데스나이트 블레이드로 몇 번 내려쳤는데 쉴드에 금만 갈 뿐 깨지지가 않았다.
“생각보다 튼튼하네요. 다시 갑니다.”
이번엔 아예 스킬을 시전해서 공격했다.
【 강격! 】
강하게 내려쳤는데도 불구하고 역시 쉴드가 버텨냈다.
오기가 생기네.
【 더블 크래쉬! 】
더블 크래쉬로 다시 한 번 때렸더니 이번엔 확연하게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 정도 스킬은 써줘야 금이 가나?
방어 능력이 생각 이상이었다.
【 진(眞) 비월참! 】
다시 한 번 스킬을 난사하자 그제야 방어벽이 깨지면서 전사 형에게 타격을 주었다.
물론, 데스나이트 쉴드로 막아버려서 대미지의 대부분을 흡수해버렸지만.
“으음, 앞으로 전사 형에게 한 방 먹이기 힘들겠네요.”
그 말에 전사 형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어, 이거 완전 좋아. 어지간한 광역기 두 개 정도는 막겠더라.”
확실히 지금 확인해 보니 그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그것도 굉장히 넓은 범위를 커버할 수 있어서 위험할 때 전사 형 뒤로 모이면 체력을 상당히 아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 이번에 이거 좀 써볼게요.”
듀얼 링을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썼는데 이번엔 듀얼 링을 낀 상태로 전사 형이 다시 시전한 쉴드를 쳤다.
그러자 처음에 좀 밀리는 느낌이 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쉴드를 쭉 밀고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역시.
마력으로 이뤄진 스킬에는 즉효네.
전사 형도 그 탄탄한 쉴드가 벗겨지자 어이가 없는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그다음엔 아예 카스카라를 들어서 같이 써봤더니 1초도 걸리지 않아 쉴드를 찢고 지나가 버렸다.
거기다 내 마력이 한번에 쭉쭉 차오르기까지.
“마력 없을 때 한 번씩 부탁할게요.”
“이걸 그렇게 쓰긴 아깝잖아! 거기다 내 체력하고 마력도 같이 갈린다고.”
“으음, 그런가요.”
“쿨이 많이 남으면 한 번 생각해 보고.”
아예 안 한다는 말은 아니구나.
듀얼 링이라…….
링은 한 개 더 착용할 수 있으니까 필요하다면 리치만 주구장창 잡더라도 꼭 구해봐야겠는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다른 사람들도 스킬을 써보면서 연구를 하고 있었다.
특히 챠밍과 사탕 누나가.
하늘빛 머리를 찰랑거리는 챠밍과 주홍빛 헤어를 단정하게 묶은 사탕 누나가 대치한 상태로 서로의 마법을 주고받으면서 연습 중이었다.
아무래도 스킬이 가장 많이 바뀐 두 사람이니까.
처음엔 챠밍에게 스킬을 다 몰아주려고 했는데 가뜩이나 마력 고갈이 심해서 지금 가진 스킬도 다 굴리지 못하는 실정이다.
도움이 되려면 사탕 누나가 어느 정도는 부담을 나누어 가질 필요가 있었다.
당장 다른 누군가를 찾을 생각이 아니라면.
그러다 챠밍이 쓴 스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 커스 플레어! 】
공격 마법인가?
그런데 앞으로 쏘지 않고 하늘 위로 쏘아 올렸다.
저건?
“어? 저때 그거네요.”
공중에 떠서 우리 체력과 마력을 빨아먹던 그 스킬.
그리고 챠밍에게 고스란히 옮겨가는 것 같았다.
열화되어서 그런지 크기나 범위는 좀 작았지만.
그리고 트리플 캐스팅으로 두 개 스킬을 동시에 더 쓰는 모습이 보였다.
트리플 캐스팅이 워낙 마력을 잡아먹으니까 제대로 쓰려면 커스 플레어는 필수적으로 가지고 있어야겠네.
그리고 사탕 누나는 언데드를 소환해서 폭발시키고 다시 부활시키면서 조금 다른 형식으로 연습을 했다.
네크로맨서, 라고 해야 하나.
프로 형들이나 발키리 아주머니, 현역 여대생은 강화를 한다고 자리에 없었고.
정제 강화석이 손에 있는데 강화를 안 할 순 없겠지.
사실 그러라고 준 것이기도 하고.
우리만 강해진다고 끝날 문제였으면 우리가 다 가지고 끝냈을 것이다.
***
“잠시 들리죠?”
사냥에 앞서 먼저 로가슈 왕성부터 들리기로 했다.
애초에 리치를 잡으면서 국왕에게 보상을 받을 것도 있고.
왕국 수호 창고를 열고 들어갈 수 있는 이용권도 있었으니까.
로가슈 왕국에 도착하자 왕성 곳곳은 사람으로 가득했다.
이젠 대부분의 사람이 넘어왔으니까.
도로나 건물 어디라도 빽빽하게 차 있는 사람들을 보니 예전에 시작할 때의 마을 느낌도 나는 것 같았다.
“사람들 정말 많아졌네요.”
우리가 지나가자 알아보고 말을 거는 유저들을 겨우 제치고 나서야 겨우 왕성에 들어섰다.
왕성으로 오는 길이 더 힘든 것 같은데?
그나마 왕성 입구부터는 사람들이 더 따라오지 못해 한숨을 돌렸다.
왕성은 아직까지 아무나 들어오진 못했다.
왕성에 들리자마자 바로 왕국 수호 창고부터 들렸다.
그런데 수호 창고 앞을 지키고 있던 기사 NPC가 의외의 말을 건넸다.
『 로가슈 왕국의 기여도가 MAX인 모험가에게는 왕성 내 시설 이용 제한이 풀립니다. 추가로 왕성 수호 창고 브론즈 등급 10회 입장권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10회 입장권은 기여도 천만을 필요로 합니다. 』
10회 입장권?
나는 물론이고 우리 팀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전에는 이런 말 자체를 건네지 않았으니까.
그러고 보니 예전 업데이트에서 분명히 기여도를 최대로 찍었을 때 왕국 시설을 대부분 이용할 수 있다는 멘트가 있었다.
여기에도 적용되나.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기사 NPC에게 천만 기여도를 주고 10회 입장권을 사들였다.
“와, 10회라니. 굉장한데?”
전사 형의 감탄에 그저 웃기만 했다.
애초에 기여도를 얻기 힘들어서 이런 식으로 해놓은 것 같은데, 말이 10회 입장이지 내게는 무제한 입장과 똑같은 말이었다.
당장 기여도가 없더라도 기여도야 현재 하르 무기를 제작하고 팔아넘기면서 무한으로 채워 넣을 수 있었다.
워낙 컨텐츠를 앞서가다 보니 이런 상황들이 전부 겹쳐 정말 어이없는 조건들이 채워져 버렸다.
이 말은 곧 무제한으로 정제 강화석을 사들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혹은 다른 아이템도 마찬가지고.
“하르 무기를 좀 더 풀어야겠어요.”
다른 사람들이 따라오고 안 따라오고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은 정제 강화석을 찍어낼 수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할 뿐.
“데스 나이트 장비 고강이라도 찍게?”
재중이 형 말에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하다면요.”
데스나이트를 잡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정제 강화석을 얻는 것 역시 마찬가지.
그럼 남은 것은 강화뿐이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서 다른 아이템들도 강화를 더 할 수도 있을 테고.
수호 창고 이용권 한 장이 있던 것은 재중이 형에게 넘겨주었다.
그렇게 전처럼 안내를 받아 왕성 중앙으로 들어가자 국왕이 단상에 앉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꽤 오랜만에 와서 낯선 기분이네.
『 미치광이 리치를 퇴치했구나. 왕국의 이름으로 치하하노라. 』
《 퀘스트 보상을 획득합니다. 》
『 기여도 200만. 』
『 정제 무기 강화석 (x10) 』
『 정제 방어구 강화석 (x20) 』
이건 나 외에도 모두에게 보상이 돌아갔고.
미치광이 리치 자체가 강해서 보상 자체는 꽤 좋았다.
하지만 이미 보물 창고를 들렸다가 와서 그런지 크게 감흥이 있진 않았다.
남들이 보기엔 정말 보상이 엄청나다고 생각할 수 있어도 내 쪽은 오히려 짜다는 느낌이 들었다.
뭔가 더 좋은 보상을 주진 않으려나 보네.
그렇게 실망을 하려는 차.
『 왕국을 지탱하는 세 개의 하르 기둥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은 봉인의 핵인 왕국의 상징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대라면 로가슈 왕국의 상징을 찾아올 수 있겠구나. 그대에게 로가슈 왕국의 상징을 찾아올 것을 부탁하노라. 』
《 메인 퀘스트 : 잃어버린 왕국의 상징을 찾아서. 》
- 퀘스트 보상
『 기여도 500만. 』
『 정제 무기 강화석 (x100) 』
『 정제 방어구 강화석 (x200) 』
『 실버 등급 왕국 수호 창고 개방. 』
『 왕국 정기선 이용권. 』
『 +0 르아 카르테 (유일) - 서버에 단 하나만 존재합니다. 』
퀘스트를 주더니 국왕의 설명이 이어졌다.
『 그동안 많은 군사를 투입했으나, 매번 실패했지.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 터, 왕국의 앞날을 위해 그대가 꼭 찾아와주길 바란다. 왕국의 상징은 이 증표를 가지고 근처로 가면 빛이 날 것이다. 』
《 왕국의 상징을 찾는 증표를 습득했습니다. 》
팔각으로 만들어진 하얀 보석을 받았는데 지금은 아무리 봐도 빛이 나지 않았다.
문제는 정보가 너무 없네.
증표만 주고 난 뒤는 국왕이나 나열한 기사들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중요한 물건을 찾아오라면서 도움도 안 주네요.”
재중이 형도 그 말에는 피식 웃어버렸다.
“우리는 퀘스트를 안 주는 걸 보니 이것도 기여도와 관련 있나 보네.”
“네, 아마도요. 그리고 유일 템 이건 뭐에요? 서버에 단 하나라는데?”
단 하나뿐인 템이라는 말에 우리 팀 모두 깜짝 놀란 표정을 했다.
“뭔지 몰라도 좋은 템이겠네. 의욕이 팍팍 들잖아?”
“확실히 그렇긴 하네요.”
하나뿐이라.
퀘스트를 받고 난 뒤 왕성을 돌아다니면서 정보를 찾아봤는데 헛수고였다.
역시 발로 뛰라는 건가.
그렇게 왕성에서 할 일을 마치고 다시 로테로 돌아오자 같이 리치를 잡았던 사람이 모두 기다리고 있었다.
고강 아이템으로 둘둘 만 채.
번쩍한 것이 엄청나게 강화한 모양이었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 그럼 가보죠.”
***
먼저 네 곳에 있는 데스나이트부터 싹 잡고 돌아왔다.
그리고 보조 탱을 해야 하는 수호 형에게 최대한 방어구를 맞춰서 주고 한 장 나온 변신 주문서는 따로 챙겨 넣었다.
그다음 다시 로테로 돌아와 전용 던전에 입장했다.
리젠 타임을 넉넉잡아 하루 반절을 잡고 던전에 들어갔더니 역시나 전과 같은 갈림길이 나왔다.
최종병기 형이 농담하듯 현역여대생에게 물었다.
“이번엔 어디?”
“아, 진짜.”
“악운에 강하잖아. 찍어봐.”
“이익!”
현역 여대생이 발길질을 하자 최종병기 형이 도망가듯 피해버렸다.
둘이 왠지 잘 어울리네.
결국 현역 여대생이 찍어주자 나르샤 누나를 불렀다.
“나르샤 누나, 바깥으로 끌어올 수 있죠?”
내 말에 나르샤 누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 싸이클롭스의 눈! 】
제 3의 눈을 열고 열린 통로의 한 곳을 바라보더니 이내 활을 꺼내 강하게 화살을 쏘아 보냈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 버리면 뒤가 막혀서 만약의 사태에 도망을 못 가니까.
이렇게 끌어낼 수 있으면 끌어내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리고 오직 나르샤 누나만이 그것이 가능하고.
화살이 정확히 가서 맞았는지 통로 안에서 흑마법사가 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예의 데스 나이트도 두 마리 동시에 뛰어나왔다.
거기다 잡몹들도 동시에 같이.
“챠밍. 시작하자.”
“네. 가요!”
【 소녀 라미아 소환! 】
【 트리플 캐스팅! 】
【 토네이도! 】
【 익스플로전! 】
【 본 레인! 】
데스나이트와 커스 아처 등 잡몹들을 모두 공중으로 띄워 대미지를 줬다.
거기다 바람을 타고 넘실거리는 강력한 화염이 싹 퍼져 나가 몹들을 태우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공중에서 뼛조각이 생성되어 떨어져 내리더니 몹과 부딪히자마자 연쇄 폭발을 일으키면서 통로가 온통 충격파에 울려댔다.
무려 세 개의 새로운 광역기가 터져 나오면서 잡몹들을 싹 녹여 버렸다.
심지어 그 한 방에 흑마법사 역시 미치광이 리치로 변해 버렸고.
그걸 본 최종병기 형이 신난 듯 외쳤다.
“휘유, 대박인데?”
확실히 트리플 캐스팅이 엄청나구나.
“그럼, 전사 형, 수호 형. 데스 나이트!”
기다렸다는 듯 전사 형과 수호 형이 뛰어나가 동시에 데스나이트에 가서 붙었다.
그리고 사탕 누나가 불러낸 언데드들이 리치에게 붙어서 시전을 계속 방해하기 시작했다.
전과는 완전히 다른 전개.
온전히 화력을 집중할 수 있게 되자 데스 나이트를 하나씩, 하나씩 공략해서 쓰러뜨렸다.
그렇게 꽤 빠른 시간에 데스 나이트를 모두 무너뜨리는 데 성공했다.
“시작이다.”
재중이 형의 신호.
리치가 예의 데스나이트 소환을 시도하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이번엔 데스나이트가 온전히 소환되도록 그냥 가만히 서서 기다렸다.
이것이 무리하면서 다시 리치를 잡으러 온 이유.
다시 소환된 데스나이트 두 기를 아까와 마찬가지로 달려들어서 결국 한 마리를 먼저 쓰러뜨렸다.
이거 정말 되려나?
그때 소환되었던 데스나이트가 죽으면서 바닥에 아이템을 툭 떨어뜨렸다.
무려 데스나이트 블레이드를.
“……!”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