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397화 (1,197/1,404)

# 397

#397화 장벽 너머 (1)

우리가 악마형 케르베로스를 전이문 속에 버리고 오자 퀘스트가 완료되었다는 메시지가 서버 전체에 바로 전해졌다.

확률은 반반이었다.

우리의 능력으로 잡을 수 없기에 걸었던 도박.

악마형 케르베로스를 암흑 지대로 돌려보내는 작업.

절반의 의심과 남은 절반의 확신.

그중 절반의 확신이 이긴 셈이다.

사실 좀 많이 불안한 작전이었다.

재중이 형은 통한다는데 좀 더 많은 돈을 걸기는 했지만, 막상 실행하기 전까진 결과를 알 수 없었으니까.

“거봐. 되잖아.”

“정말 되네요.”

처음 이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돌발 퀘스트의 내용이 애매했다는 점에 있었다.

보통은 지정된 대상을 확실히 잡으라는 식으로 퀘스트가 진행되는데 이번은 좀 달랐다.

묘한 뉘앙스가 있는 퀘스트.

“지금 나올만한 몬스터는 아니지. 저 악마형 케르베로스.”

나와 재중이 형이 이번 퀘스트에 의심을 가지게 된 계기.

붙어보니 강해도 너무 강했다.

현 최강의 장비와 스킬로 도배를 하는 우리도 어찌하지 못하는데 과연 지금 이 시점에서 누가 녀석을 잡을 수 있을까?

그런 의심에서 시작한 추론들은 다른 식으로 퀘스트를 진행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결국, 녀석을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결론까지 이어지게 되었고.

모든 것을 건 도박이 성공한 셈이었다.

“후, 안 통하면 어쩌나 했어요.”

마지막에 경직을 그렇게 빨리 풀어버리고 다시 전이문을 넘어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시간의 서가 쉴라가 드랍한 거였죠.”

내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쿨타임이 다 날아가 악마형 케르베로스를 어찌하지 못하는 상황에 쉴라가 시간의 서를 사용해 케르베로스를 다시 전이문 넘어로 보내버렸다.

아마 쉴라가 없었다면 이 퀘스트를 끝내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정말 쉴라가 탐나지만 아쉽게도 NPC니까.

돌발 퀘스트가 완료되었다는 시스템음이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시야가 돌아오며 암흑으로 변한 세상이 원래의 세상으로 돌아갔다.

“역시 빛이 좋네요.”

“그래, 사람이 보고 살아야지.”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들이 잔뜩 보였다.

자기들은 한 것이 없는데 갑자기 돌발 퀘스트가 끝이 나버렸으니까.

“어? 드디어 어둠이 걷혔다!”

“악마형 케르베로스 어디 갔지?”

“진짜 돌발 퀘스트 끝났어?”

“안 보이니까 뭘 알 수가 있나.”

“뭐 해보지도 못했는데...”

“대체 누가 완료한 거야?”

저렇게 두리번거려도 누가 했는지 알 수 없었다.

이미 상황은 끝났고 아무도 우리가 악마형 케르베로스를 전이문 너머로 넘겨 버리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으니까.

한편으로는 다행인건가?

누군가 녹화를 했다고 하더라도 화면이 까맣게 나와서 아무것도 건지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그냥 의문의 퀘스트 혹은 메인 시나리오 전초전으로 남게 되겠지.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시스템음이 울려댔다.

또 뭔가 있는 건가?

《 돌발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

《 퀘스트 기여도에 맞춰 보상이 산정됩니다. 》

《 로가슈 왕국의 수복으로 왕국 지형과 시스템이 변경됨에 따라 5분 뒤 임시 점검이 있을 예정입니다. 고객님들 모두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주시기 바랍니다. 》

재중이 형이 임시점검 멘트를 보자마자 혀를 찼다.

“이런, 이런 또 쉬어야겠는데?”

그 말에 모두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어버렸다.

일단 왕이 살아나야 나도 보상을 받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레벨 제한 역시.

어떤 식으로든 풀려야 하고.

“보상은 어떻게 될까요?”

보상을 기여도에 따라 산정한다는 것을 보면 아마 전부 다 주는 것도 아닌 모양이다.

“모르겠네. 일단 그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그때 스칼렛에게서 귓속말이 들어왔다.

그것도 아주, 아주 아쉬움이 가득한 첫 마디로 스칼렛의 마음을 대신했다.

<스칼렛> 아…….

저 딱 한 마디만 들어도 알겠네.

<주호> 하하…….

둘 다 딱히 대화를 나누지 않더라도 이미 여러 가지 말이 오간 것과 다름없었다.

로가슈 왕성이 수복되면.

지금의 물약 장사는 끝이 나니까.

누가 악마형 케르베로스를 잡았는지는 묻지도 않았다.

어차피 우리라는 걸 뻔히 아는데.

<스칼렛> 하아, 주호 씨… 미워요.

스칼렛이 이렇게 아쉬워하는 것은 또 처음 보네.

정말 장사가 잘되어가는 도중이었구나.

나중에 정산을 해봐야 알겠지만 어쩌면 우리도 속이 쓰릴지도 모르겠다.

스칼렛의 장사가 곧 우리의 수입이라.

하지만 케르베로스를 잡지 못했다면 장사고 뭐고 다 접어야 할 판이라 어쩔 수 없지.

<주호> 한 철 장사라고 생각해요.

<스칼렛> 네, 알아요. 그냥 아쉬워서요. 우리 쪽 연합 영향력이 엄청 높아지는 중이었거든요. 아마 앞에서 엎드리라고 하면 다 엎드릴 정도였는걸요.

<주호> 설마 그 정도까지.

<스칼렛> 일단 점검 동안 정산해서 계좌로 보내드릴게요. 아마 보시면 깜짝 놀랄 거예요. 차라리 케르베로스를 잡지 말 걸 이라고 할 정도로!

내 생각 이상으로 진짜 엄청났나?

<스칼렛> 휴, 어쩔 수 없죠. 그럼 이제 어떻게 되나요?

안 되는 걸 알자마자 훌훌 털어버리는 모습에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점은 확실히 마음에 든다.

<주호> 글쎄요. 아직은 잘 모르겠네요.

<스칼렛> 그럼 점검 끝나고 뵐게요.

<주호> 네, 고생하세요.

스칼렛과 짧은 대화를 나누고 나자 재중이 형이 옆에서 물었다.

“스칼렛이냐?”

“네, 뭐, 그냥 좀 많이 아쉬워하네요.”

“크큭, 난 사장님한테 연락 왔는데.”

뭐, 저건 안 들어봐도 뻔하겠군.

그렇게 재중이 형과 마주 웃고는 우리 팀과 인사를 하고 바로 접속을 종료했다.

나와서 확인한 게시판에는 역시나 이 전대미문의 암흑 지대에 대한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었다.

그중에 우리가 해결했을 거라는 추측성 글이 있기는 했는데 심증만 있고 물증이 없으니.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봤다고 해도 뭐 크게 문제 될 것도 없었고.

그것보다는 앞으로의 일이 기대되었다.

이제 어떻게 되려나.

* * * * *

한숨 자고 일어나자 이미 서버가 열린 상태였다.

꽤 피곤했었나?

요즘 따라 잠을 자도 피곤이 계속 누적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뒤로하고 다시 VRS에 누워 접속을 했다.

< 로스트 스카이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 뇌파 확인.

> 주승호. 남성.

> 캐릭터명 주호. 레벨 99.

> 로딩 중…….

접속을 하자마자 시야에 들어온 것은 온전한 상태로 변한 원래의 로가슈 왕성의 모습이었다.

먼저 접속한 사람들은 다 왕성 안으로 다시 들어갔는지 그렇게 북적이던 평야엔 사람이 없었다.

돌발 퀘스트의 보상도 국왕에게 받는 것으로 되어 있는 것을 보면 아마 왕도 되살아난 모양이다.

시스템 창을 확인해보니 퀘스트 라인도 모두 원래대로 복구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악마형 케르베로스를 해결하지 못했다면 어떻게 되는 거였을까?

하긴…….

어떻게든 됐으려나.

그것까지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챠밍> 오빠, 오셨어요?

<주호> 응, 다른 사람들은?

<챠밍> 보상받으려고 왕성에 와 있어요. 오빠도 오세요.

<주호> 알았어. 지금 가.

챠밍의 연락을 받자마자 왕성으로 향했다.

그리고 왕성에 들어가 중앙 접견실로 가자 역시 국왕이 그대로 살아서 존재하고 있었다.

『 우리 왕국의 은인이여. 어서 오게나. 자네를 기다리고 있었다네. 』

처음의 묵묵했던 대접이 아니라 친근하게 대하는 국왕의 모습에 내심 웃음이 나왔다.

이 정도의 퀘스트를 해결해야 이런 대접을 받는다고.

한켈과 쉴라는 당연하다는 듯 옆에 서 있었다.

저들은 더 이상 거느릴 수 없겠네.

이점은 굉장히 아쉬웠다.

한켈은 내게 살짝 고개만 숙여 보였고 쉴라는 환한 웃음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아쉬워도 어쩔 수 없지.

먼저 와서 기다리던 우리 팀을 보자 보상을 받으라는 듯 국왕을 가리켰다.

“받고 올게요.”

국왕에게 다가가자 먼저 돌발 퀘스트의 보상이 내게 주어졌다.

『 그대가 우리 왕국을 수복하는데 가장 큰 기여를 했다네. 그래서 그에 합당한 보상을 수여한다. 』

그 말과 함께 국왕이 일어나 한켈과 함께 내게 걸어오더니 한켈에게서 온갖 보석으로 치장된 화려한 검을 한 자루 받아 내게 들어 올렸다.

『 그대에게 로가슈 왕국 명예 직위를 수여하노라. 무릎을 꿇고 고개를 들라. 』

《 로가슈 왕국 국왕이 주호 님께 명예 남작위를 수여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 》

이거 이대로 받아도 되나?

고개를 돌려 재중이 형을 바라보자 재중이 형은 그저 어깨만 으쓱했다.

“우린 작위도 안 줘.”

“안 줬어요?”

“기여도가 낮다나 뭐라나.”

으음.

그럼 이건 내게만 주는 작위다.

아마 전이문을 만들어서 악마형 케르베로스를 저편으로 보내버린 것으로 가장 큰 기여도를 받은 것 같았다.

다 같이 작위를 받지 못한 것은 아쉬움이 있었다.

거기다 나라를 구해줬는데 고작 남작이라 짜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작위를 마구 퍼주면 그만큼 희소성도 없어지겠지.

비록 남작이라지만 주는 것을 마다할 필요는 없었기에 바로 작위를 받는다는 데 동의했다.

YES를 선택하자 국왕이 내 어깨에 검을 올려놓고는 뭔가 알지 못하는 언어로 의식을 진행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스템이 울렸다.

《 로가슈 왕국 명예 남작이 되셨습니다. 》

《 로가슈 왕국 모든 NPC의 우호도가 상승합니다. 》

《 다른 왕국에서도 평균 이상의 대우를 받습니다. 》

《 로가슈 왕국의 귀족을 죽이면 작위를 박탈당합니다. 주의하세요. 》

이런.

나중에 한켈과 쉴라를 몇 번 잡을 생각이었는데…….

작위 때문에 시도도 못 하게 생겼다.

뭐 이 상태를 유지하면서 죽이려고 들면 방법이야 많지만 이건 따로 쓸 일이 있겠지.

필요하다면…….

국왕도 예외는 아니다.

내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한켈과 쉴라는 그저 날 보면서 미소만 짓고 있었다.

국왕도 사람 좋은 표정만 보여주었고.

그 뒤로 다른 보상도 이어졌다.

《 돌발 퀘스트 : 로가슈 왕국 수복. 》

- 케르베로스 퇴치하거나 제거해 로가슈 왕국을 재건.

- 퀘스트 보상

『 기여도 1000만. 』

『 정제 무기 강화석 (x20) 』

『 정제 방어구 강화석 (x40) 』

『 로가슈 왕국 직위 수여. 』

『 10강 무기 정제 강화석. 』

『 +1강 확정 정제 강화석. 』

처음 보여주었던 온전한 보상.

기여도야 어차피 꽉 차서 더 이상 필요가 없었고, 정제 강화석은 일부만 지급되었다.

뭐, 쓸 만큼은 충분히 가지고 있으니까.

그리고 10강 무기 정제 강화석과 +1강 확정 정제 강화석은 이로써 두 개를 손에 넣었다.

“형은 받았어요?”

“이번도 마찬가지네. 확정석은 안 주는구만.”

재중이 형이나 전사 형은 못 받은 것에 대해 아쉬워하기는 해도 딱히 신경 쓰는 눈치는 아니었다.

“역시 그런가요.”

확정석은 쓰기에 따라 엄청난 고강을 만들어낼 수도 있으니까.

막 뿌리지는 않는 것 같았다.

이번에도 오직 나 혼자 받은 것으로 보상이 끝이 났다.

일단 이건 여기서 끝내기로 하고.

바로 품에서 잃어버린 상징을 꺼내 보였다.

환한 빛을 내는 하얀 보석을 보자 국왕과 한켈, 쉴라의 표정이 일변했다.

『 오오, 이것은!! 』

《 잃어버린 상징을 로가슈 왕국 국왕에게 전달합니다. 》

《 메인 퀘스트를 완료합니다. 》

《 메인 퀘스트 보상이 지급됩니다. 》

《 메인 퀘스트 : 잃어버린 왕국의 상징을 찾아서. 》

- 퀘스트 보상

『 기여도 500만. 』

『 정제 무기 강화석 (x100) 』

『 정제 방어구 강화석 (x200) 』

『 실버 등급 왕국 수호 창고 개방. 』

『 왕국 정기선 이용권. 』

『 +0 르아 카르테 (유일) - 서버에 단 하나만 존재합니다. 』

다른 보상은 그렇게 관심이 없었고.

전부터 관심이 있던 왕국 정기선 이용권.

쉴라가 내게 와 금색으로 칠해진 골드 티켓을 전달했다.

『 왕국 정기선 이용권. 』

- 장벽을 넘어 다른 왕국으로 넘어갈 수 있는 티켓. 기존 비공정으로 넘어갈 수 없습니다.

역시.

이쪽에 해답이 있었다.

레벨 제한을 풀 수 있는 해답이.

《 메인 퀘스트 보상 열람으로 신규 지역들이 열립니다. 》

《 주호 님의 신규 지역 발견으로 인해 새로운 시나리오가 열립니다. 시스템이 변경됨에 따라 5분 뒤 긴급 점검이 있을 예정입니다. 고객님들 모두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주시기 바랍니다. 》

또 점검?

이번엔 아예 긴급 점검이네.

이거 잘못하다가 유저들에게 돌 맞겠는데…….

고개를 돌려 우리 팀을 보자 다들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어 보였다.

그리고 ‘새 지역’이라는 단어에 기대하는 눈빛들을 보냈다.

일단, 우리가 최초로 새 지역을 밟게 될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한켈이 뭔가가 담긴 긴 고풍스러운 상자를 들고 내게 걸어왔다.

이건?

한켈에게 상자를 받아서 열어보니 그 안에 투명에 가까운 순백의 검신과 손잡이가 일체형으로 아름답게 빗어낸 한손검이 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새? 혹은 비슷한 종류의 날개 문양이 화려하게 새겨진 손잡이와 검신 전체에 양각되어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간 봐왔던 검들하고는 질적으로 차이가 다른 아름다운 광채에 바로 시선을 뺏겨 버렸다.

누가 봐도 안다.

이건 보검이라는 것을.

단 하나 아쉬운 점은 백색의 검신 중앙에 의도적으로 갈라놓은 듯한 자리가 있었다.

그것만 제외하면 거의 완벽에 가까운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 +0 르아 카르테 (유일) 』

- 봉인되어 있습니다.

- 레벨이 낮아 확인할 수 없습니다.

- 서버에 오직 한 자루만 존재합니다.

- 다른 유저가 메인 퀘스트를 완료해도 보상을 받을 수 없습니다.

- 사망 시 무조건 드랍됩니다.

- 강화 실패 시 분해되어 로가슈 왕국으로 돌아옵니다.

이제껏 봉인된 무기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는데 그래서 더욱 욕심이 났다.

오직 나만을 위한 무기라…….

어떻게든 내가 널 깨워주겠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