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360화 (358/1,404)

# 360

#360화 미치광이 리치 (3)

몬스터의 수가 너무 많다?

그럼 줄이면 된다.

어떻게?

바로 더 강한 몬스터를 이용해서.

원리는 간단했다.

항상 그렇듯 네임드끼리의 싸움, 상위 몬스터가 하위 몬스터를 잡아먹고 더 커지는 상황.

그런 것들을 종합했을 때, 분명히 데스 나이트의 공격력이 다른 몬스터들에게도 적용되리라고 생각했다.

만약, 같은 계열이라 서로 공격이 안 된다면 정말 여기서 뼈를 묻어야 했겠지만.

결과는 생각 이상으로 좋았다.

공동 안을 가득 메우고 있던 해골병, 구울 등이 싹 사라졌고, 심지어 체력이 상당히 높던 커스 아처까지 반월참의 공격에 녹아버렸다.

지금 공동 안에 남아 있는 것은 미치광이 리치와 데스 나이트 두 기 뿐.

그에 반해 우리 팀은 모두 생존.

처음 시작에 비하면 지금 상황이 월등히 좋아졌다.

거기다 지금은 그 데스 나이트 한 기마저 거의 다 잡아갔다.

“다 붙어!”

반월참 반경 바깥으로 피신했던 사탕 형, 나르샤 누나, 발키리 아주머니, 현역 여대생이 재중이 형의 신호에 데스 나이트 레이드에 동참했다.

좀 전까지 딜의 부족함을 느꼈는데 확실히 인원이 더 붙자 더욱 빠르게 데스 나이트의 체력을 깎아나갔다.

가장 걸리는 탱킹은 나와 재중이 형이 번갈아 가면서 어글을 끌었기에 한 번씩 데스 나이트가 블링크로 사라져 뒤를 노리는 순간만 잘 피하면 크게 위기 상황도 오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간의 더 딜을 넣었더니 데스 나이트가 쓰러져서 죽음의 빛으로 변해 사라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나와 재중이 형의 데스 나이트 변신이 풀리면서 체력과 마력이 1로 돌아가 버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빠르게 잡몹을 정리한 것은 신의 한 수가 되었다.

다른 사람들의 가세가 아니었다면 딜이 부족해 중간에 타임 오버가 됐을 테니까.

게다가 변신이 풀리는 것도.

“1초만 늦게 잡았어도 큰일 날 뻔했네요.”

“아아, 그러네. 운이 좋았어.”

겨우 한숨을 돌리면서 데스 나이트가 떨어뜨린 드랍 템을 바라봤다.

“일단 회수만 할게요.”

의견을 묻고 어쩌고 할 시간도 없었다.

분배할 시간은 더더욱 없었고.

지금도 전사 형과 수호 형, 최종병기 형은 리치와 데스 나이트를 상대로 혈투를 벌이고 있었으니까.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그런 분위기를 몸으로 느끼고 있어서 아무도 환호성을 내지 않고 바로 재중이 형을 바라봤다.

빨리 오더를 내려달라는 표정들.

특히, 사탕 형은 당장에라도 사탕 누나를 향해 달려갈 것처럼 자세를 잡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본 재중이 형은 데스 나이트를 다 잡아갈 때부터 인원 분배를 생각했었는지 바로 오더를 내렸다.

“리치에 다 붙을 수는 없어. 이쁜소녀, 나르샤, 사탕, 현역 여대생, 발키리 누님은 바로 데스 나이트에 붙어 줍니다.”

그 말에 다섯 명 다 지체 없이 데스 나이트를 향해 달려갔다.

이제 남은 것은 나와 재중이 형.

“우린 리치한테 간다. 물약은 충분해?”

그 와중에 물약 관리까지 한 건가.

혹시 모자라면 바로 건네주려던 재중이 형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

“변신 때문에 충분해요.”

“좋아. 체력 차면 바로 움직인다.”

낮은 체력에서 괜히 리치에게 다가갔다가 의외의 일격이라도 맞아 죽게 되면 그것만큼 개죽음이 없다.

1로 떨어진 체력을 물약으로 채우면서 전사 형과 리치의 전투를 계속 바라봤다.

“감사해요!”

우리에게 필요했던 것은 시간이었다.

리치를 프리 롤로 두고 데스 나이트를 잡을 수 있는 시간.

본인은 이리저리 넝마가 되더라도 그 시간을 전사 형과 챠밍 둘이서 어떻게든 벌어주었다.

“탱커니까. 솔직히 나도 저 녀석 잡는 건 쉽지 않아.”

재중이 형이 인정할 정도의 방어 능력.

수호 형이 좀 더 공격에 치중한다면 전사 형은 순수한 방어의 표본이다.

“자, 휴식은 여기까지. 들어가자.”

체력이 어느 정도 채워짐을 기다렸다가 재중이 형이 적당한 수준까지 올라온 체력을 보고 바로 리치에게 달려들었다.

나도 역시 따라서 움직였고.

그런데 근처에 다가서도 전사 형에게서 어떤 반응도 없었다.

집중?

혼자서 리치의 공격을 모두 방어한다는 게 얼마나 큰 압박감인지 옆에 와 보니 알 것 같았다.

무거운 중압감을 달고 정말 모든 신경을 리치에 맞추고 있었다.

우리를 돌아볼 여유도 없을 정도로.

챠밍 역시 전사 형에게 저주가 걸리는 순간을 캐치하기 위해 다른 곳을 바라볼 수도 없었다.

저주가 걸린 한순간을 놓쳐 버리면 레이드 자체가 엉망이 되어버리니까.

둘 다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재중이 형이 전사 형 옆에 방해가 되지 않게 시선 속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갔다.

“고생했다.”

“네.”

딱 한 마디.

대답을 하면서도 전사 형의 눈은 계속 리치의 손과 지팡이, 그리고 눈으로 향해 있었다.

시선을 어디로 돌리는지 어떤 마법을 쓰는지, 공격을 언제 하고 블링크를 언제 쓰는지.

전부 파악하려면 저런 집중력이 필요했다.

그도 그럴 게 미치광이 리치가 굉장히 빨랐다.

잠시만 한눈을 팔아도 놓칠 정도로.

민첩이 어느 정도나 되는 거지?

흑마법사일 때 느릿느릿 돌아다니던 모습과는 천지 차이다.

저 정도면…….

대략 나와 민첩이 비슷한 건가?

아니, 오히려 저쪽이 움직임이 더 빨랐다.

심지어 다리 쪽을 보면 헤이스트까지 상시 걸려 있는 것 같았고.

데스 나이트만 해도 굉장한 수준이었는데 리치라면 아마 그 이상의 마력을 가지고 있을 터.

저 헤이스트는 리치가 죽기 전까지는 떨어질 일은 없다고 봐야겠지.

굳이 데스 나이트를 옆에 붙이지 않고 단독으로 움직이고 있던 것에는 저런 이유가 있었다.

저 속도가 유지된다면 일반적인 수준의 근접 유저가 따라다닐 수가 없다.

정말 뒤꽁무니만 계속 쫓다가 끝난다.

“발을 좀 묶어놔야겠네요.”

내 말에 전사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아직 유효타 한 번 제대로 못 먹였어. 사슬하고 외침이 아니었으면 벌써 다른 곳으로 튀어갔을 거다.”

전사 형은 체력이나 힘 스탯에 더 투자를 해 민첩이 높지 않았다.

상성으로 보면 저 리치와 전사 형은 최악의 상성이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두들기는 그런 그림만 나오니까.

일단, 다운시키는 것밖에는 답이 없나?

그 사이 미치광이 리치가 좌우로 빠르게 날아다니면서 전사 형을 향해 검은 구 마법을 계속 날려댔다.

그걸 전사 형은 막아내고 저주가 걸리면 챠밍이 풀어주는 것의 연속.

잠시 지켜보던 재중이 형이 눈을 빛내고는 바로 뛰어나갔다.

“마법을 쓰는 순간 잠시 멈춘다. 그때를 노려!”

미치광이 리치가 검은 구 마법을 쓴다고 자리에 멈춘 사이 재중이 형이 대쉬를 써서 빠르게 달려들었다.

【 대쉬! 】

달려가는 중간에 날아오는 검은 구 마법은 데스 나이트 스피어의 창끝으로 꿰뚫었다.

9강 무기를 믿고 있기에 할 수 있는 방법.

데스 나이트 스피어와 검은 구가 부딪히면서 검은 구가 찢기면서 터져나갔다.

그리고 그 폭발 사이로 재중이 형이 일직선으로 뛰어 들어갔다.

확실히 저러면 최단 거리가 나온다.

발이 빠른 미치광이 리치를 잡기에는 최적의 방법.

재중이 형이 검은 구들을 최단 거리로 뚫고 오히려 치고 들어가자 미치광이 리치가 블링크로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칫.”

순간 고개를 돌려서 좌우를 봤는데 미치광이 리치가 주변 어디에도 없었다.

없어?

이건 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움직이고 있거나 아주 멀리 가버린 경우인데 공동 안에서 내 눈에 벗어날 정도로 멀리 갈만한 곳은 없었다.

설마 도망간 건가?

그때 챠밍이 깜짝 놀란 듯 크게 외쳤다.

“오빠! 위!”

위?

바로 고개를 들어 위를 보니 미치광이 리치가 공중에 떠서 종류를 알 수 없는 마법을 차징하고 있었다.

플라이?

아니, 마법사니까 그럴 수 있다고 해도.

날아다니면서 마법을 쓴다고?

비공정이나 탈것으로 지상 공격이 되지 못하게 한 가장 큰 이유는 일방적으로 지상 유저를 두들겨 패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그런데 이것도 딱 하나 어긋나는 것이 있었다.

플라이.

지상에서 쓰는 스킬이라 인정되는 모양인데 다만, 스킬 사용은 불가능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지금 저 미치광이 리치는 공중에서 마법을 시전하는 중이다.

“사기 아냐?”

재중이 형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점프를 해서는 닿기 힘든 그런 위치.

데스 나이트 변신 상황이었다면 바닥으로 끌어 내렸을 텐데.

원거리는 원거리로 붙을 수밖에.

바로 챠밍을 바라보니 어느덧 챠밍이 마법을 시전하고 있었다.

최대한 빠르게 시전하되, 마법을 캔슬할 정도의 위력이 나오는 것으로.

【 썬더 플레어! 】

청색의 뇌전이 뭉쳐진 다섯 개의 구가 챠밍의 하르 지팡이에서 생성돼 미치광이 리치에게 쏘아졌다.

그런데 다섯 개의 썬더 플레어가 리치의 로브에 맞았지만 마치 흡수되듯이 그 자리에서 모두 사라져 버렸다.

마법을 캔슬시키지도 못하고.

자신의 마법이 통하지 않자 챠밍의 얼굴색이 어두워졌다.

“전혀 안 통해요.”

저 로브도 무슨 마법이 걸려 있는 건가?

마법 대미지를 아예 무시하다니.

그러는 사이 공중엔 거대한 흑색 마법진이 생성되었다.

범위가 공동의 1/4 정도 넓이가 될 정도로 큰 마법진에 순간 입이 벌어졌다.

저 정도의 마법이라니.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흑색 마법진에서 수백 개의 검게 물든 뼈가 소환되어 바닥으로 쏟아져 내렸다.

단순히 뼈 공격인가?

그럼 충분히 막을…….

데스 나이트 블레이드를 들고 쏟아지는 뼈들을 쳐낼 생각을 하는데 전사 형이 크게 외쳤다.

“피해!”

피하라고?

전사 형이 괜히 피하라고 한 것은 아닐 것이다.

외침을 듣자마자 블레이드로 쳐내는 것은 선택지에서 사라졌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전사 형이 아니라면 아닌 거다.

그대로 백스탭과 대쉬를 사용해 마법진의 범위를 빠져나왔다.

재중이 형 역시 빠르게 도망 나왔고.

그리고 전사 형의 주력으로는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다고 판단한 듯 챠밍이 블링크를 써서 전사 형 옆에 나타나더니 그대로 전사 형의 등에 손을 대고는 다시 블링크를 시전했다.

【 블링크! 】

바로 마법진의 외곽에서 전사 형과 챠밍이 나타났다.

일단 다 빠져나온 건가?

그 사이 공중에서 수백 개의 뼈가 바닥에 떨어졌다.

그런데 단순히 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쿠아아앙!!!

무지막지한 굉음으로 무장한 뻐 폭발과 그 파편으로 생긴 2차 연쇄폭발까지.

닿는 모든 것을 터뜨리는 모습에 어안이 벙벙했다.

그것도 엄청나게 넓은 범위로.

아마 조금만 늦었어도 저 사이에서 체력이 전부 고갈되어 그대로 죽어버렸을 것이다.

전사 형이 내 옆에 오더니 말했다.

“저거 뼈 함정과 같은 기술이야.”

“휴, 정말 위험했었네요.”

데스 나이트라도 저건 못 버틴다.

저 미치광이 리치를 하늘로 떠오르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확실히 알겠다.

문제는 마력이 넘쳐나는지 한 번 오르고는 내려올 생각도 하지 않았다.

공격하기 위해선 저 녀석을 직접 끌어내려야 하는데, 쩝.

당장 저 녀석을 끌어내릴 방법이…….

“전사 형, 오랜만에 그거 한 번 하죠?”

내 말을 찰떡같이 알아들은 전사 형이 바로 한쪽 무릎을 굽히고 자세를 낮췄다.

“갑니다!”

【 헤이스트! 】

【 대쉬! 】

몸을 가속할 수 있는 기술을 써서 몸을 최대한 빠르게 달렸다.

그리고 전사 형에게 달려가 전사 형이 깍지를 낀 두 손바닥에 위로 한쪽 발을 올렸다.

그러자 전사 형이 온 힘을 다해 두 팔을 크게 들어 올려 나를 공중으로 뛰어오르게 만들어줬다.

“으럇!”

내 점프력과 전사 형의 힘이 만나자 전의 데스 나이트로 점프를 했을 때와 같이 공동 천장에 가깝게 점프를 할 수 있었다.

그대로 하늘에 떠올라 방심하고 있던 미치광이 리치의 로브에 팔을 뻗었다.

그리고 녀석의 멱살을 꽉 잡고는 씨익 웃어 보였다.

“너만 나냐? 나도 난다.”

“키엑?!”

미치광이 리치가 물리적인 공격에 대해서는 방어가 안 되는지 멱살을 잡은 손을 전혀 뿌리치지 못했다.

여기까진 예상대로.

멱살을 잡은 손을 놓지 않자 내가 추락하는 것과 함께 미치광이 리치도 역시 끌려 내려와 바닥으로 빠르게 추락을 시작했다.

“으압!”

바로 오우거 하트의 최대 힘으로 팔을 크게 휘둘렀다.

나와 리치의 몸무게, 오우거 하트의 힘. 떨어지는 힘이 모두 작용한 상태로 리치를 바닥으로 그대로 메다꽂자 공동 전체가 쿵, 하면서 울려댔다.

그리곤 미치광이 리치가 그대로 뻗어서 경직되어 버렸다.

그 모습에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다 날았냐? 이제 좀 뒈지게 맞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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