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0억분의 1의 이레귤러-344화 (342/1,404)

# 344

#344화 유저 사냥 (2)

스탄에 탄 인원은 대략 마흔 명.

당연하게도 주변은 온통 붉은색 아이디의 천국이었다.

공성전 때와 다르게 지금은 비공정에 탄 모든 적을 상대해야 했다.

하지만 큰 걱정은 들지 않았다.

스펙이 그때와는 확연하게 다르니까.

9강 데스 나이트 블레이드를 든 지금 한두 방 안에 녹일 수 있다.

그리고 반대편엔 카스카라를 꺼내 들었다.

무기 대미지가 다소 낮긴 하지만.

지금은 필요했다.

이런 혼란한 대인전에서는.

【 다크 웨폰! 】

【 다크 아머! 】

【 헤이스트! 】

다크 웨폰과 다크 아머를 사용하자, 가뜩이나 진했던 장비가 더욱 진하고 어두운 광택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헤이스트.

공중에서 뛰어내려 한 명을 바로 처리한 것으로 기선을 제압했지만 그것도 잠시.

“야! 뭐해! 죽여!”

“혼자야! 쫄지 마!”

40대 1.

누가 봐도 40이 압도적인 숫자다.

바로 정신을 차린 적들이 내 주변을 완벽히 둘러쌓아 버렸다.

마치 연습이나 한 것처럼 빠르게 앞뒤를 막아섰다.

이렇게 주위를 막히면 일반적으로는 굉장히 불리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특히 이런 선상의 좁은 지역에서는 더욱.

하지만 지체 없이 바로 전방으로 뛰어나갔다.

그러자 정면에서 라지 쉴드를 들고 있던 한 남성 유저가 화들짝 놀라며 라지 쉴드를 들었다.

멋모르고 멍하니 있던 유저의 죽음으로 깨닫게 된 당연한 대처.

그 라지 쉴드 위를 9강 데스 나이트 블레이드로 강하게 후려쳤다.

쾅!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데스 나이트 풀셋에 붙은 스탯과 무기 대미지가 워낙 높다 보니 블레이드를 쓰고 있음에도 라지 쉴드가 통째로 뒤로 튕기는 위력을 보여줬다.

“크윽! 이 새끼 대미지 뭐야!!”

그리고 그 대미지는 라지 쉴드를 들고 있던 유저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아마 라지 쉴드로 막고 있어도 엄청난 대미지가 들어갔을 것이다.

심지어 저쪽엔 라이트 쉴드조차 없으니까.

다크 웨폰의 대미지를 상쇄하지 못하고 그대로 몸으로 때운 셈이다.

“어? 내 몸이 왜?”

거기다 대미지가 너무 많이 들어오면 몸의 제어가 순간 풀리게 되어 있다.

지금 라지 쉴드를 들고 있는 유저처럼.

무릎이 저절로 굽혀지면서 휘청거렸다.

그리고 기울어진 라지 쉴드에 달려들어 한 발로 밟고 난 뒤 바로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주변을 포위하던 유저들을 당황시키는 점프에 모두 고개를 들어 공중에 뜬 나를 바라봤다.

공중은 포위할 수 없으니까.

이곳은 나의 장소다.

【 리틀 오우거! 】

바로 소환되는 리틀 오우거.

나오자마자 내 힘을 올려 주고 동시에 차징 버프를 주었다.

그 상태로 스킬을 하나 시전했다.

【 진(眞) 비월참! 】

이유는 모르겠지만, 여섯 발 밖에 나가지 않는다.

물론, 지금은 그걸로 충분하다.

공중에 떠오른 내 블레이드에서 묵광이 터져 나오자 사람들이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저 스킬?!”

“……발, 전부 흩어져!”

내 스킬을 본 사람이 적지 않은 모양이다.

스킬을 쓰자마자 바로 알아보는 것을 보면.

그리고 이 스킬이 어느 정도 위력이 있는지는 누구보다 이들이 제일 잘 안다.

직접 얻어맞았으니까.

좀 전까지 전방의 라지 쉴드를 든 유저들이 막아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면 지금은 다르다.

난 공중에 있고.

스킬을 쓰면 전후방할 것 없이 모두 내 공격 범위에 들어간다.

그걸 아는지 마흔 명의 유저가 부산하게 사방으로 흩어지려고 노력했다.

다만, 모여 있던 형국이라 흩어지기가 쉽지 않아보였다.

라지 쉴드를 들고 있던 탱커들은 하늘을 향해 라지쉴드를 들어 올렸고, 그 품으로 몇몇의 유저가 겨우 끼어 들어갔다.

원거리 공격이 있는 유저들은 화살과 마법으로 대응하려 했으나 내 쪽은 리틀 오우거 덕분에 차징 자체가 불필요했다.

곧장 뭉쳐 있던 유저들을 향해 휘둘렀다.

모든 진(眞) 비월참을 집중적으로 폭격하는 데스 나이트와 달리 난 유저다.

그것은 알뜰하게 나눠서 쓸 수 있다는 소리다.

한 발.

그리고 자세를 틀어 다시 다른 유저들을 향해 한 발.

이런 식으로 공중에서 여섯 발을 모두 다른 방향을 향해 날리자 비월참이 광범위하게 터져나가면서 유저들의 비명을 이끌어냈다.

“끄악!”

“컥!”

진(眞) 비월참은 폭격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스킬이니까.

여섯 곳이 시간차로 폭발하며 유저 수십이 동시에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높은 수치의 방어 수단이 없는 궁수와 마법사 계열은 어떻게 해볼 틈도 없이 바로 아웃.

동시에 죽음의 빛이 도처에서 터져 나왔다.

그리고 검이나 작은 쉴드를 들어서 막은 유저는 그나마 평균은 했다.

그 자리에서 경직이 되어 팔이 덜덜 떨리는 상태로.

스킬의 랭크, 스탯, 무기 대미지가 워낙 차이 나니까 혼자 힘으로도 이들을 누르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특별히 컨트롤에 집중할 필요도 없고.

그렇게 착지를 하자 이미 스킬 하나에 초토화가 되어 유저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다만 라지 쉴드 우산 속으로 들어가서 피해를 줄인 유저들 중 원거리 유저들의 무기가 여러 색으로 물들면서 내게 공격을 날렸다.

화살은 투사, 검은 가시, 멀티샷이 동시에 날아들었다.

투사는 워낙 많이 풀려서 쓰는 사람이 적지 않았고, 검은 가시 역시 마찬가지였다.

멀티샷은…….

그냥 막 쏘고 보는 건가?

여러 발로 퍼져나가는 만큼 대미지는 떨어진다.

명중률도 좋지 않고.

나르샤 누나도 사냥이나 유저들이 몰려 있는 경우를 빼고는 잘 사용하지 않았다.

마법은 아쿠아 캐논, 포이즌 볼 등 꽤 예전에 쓰던 마법이 날아왔다.

지금 보면 마법 위력 자체가 그렇게 높지는 않았다.

아마 지금 입고 있는 방어구에 그냥 맞는다고 해도 큰 위협은 되지 않겠지만…….

【 블링크! 】

“어?! 사라졌다!”

“어디로 갔어?”

라지 쉴드를 들고 있던 유저의 뒤에 숨어 내게 마법과 화살을 날리던 유저들의 뒤쪽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내게서 완전히 등을 돌리고 있는 모습에 웃음이 났다.

이 사람들은 반응이 너무 느렸다.

우리 팀 같으면 몹이 사라지는 순간 바로 그 자리에서 뒹굴거나 스킬을 써서 자리를 이탈한다.

혹은 뒤로 돌아서 일단 검부터 휘두르기도 하고.

뒤돌아 서 있는 다섯 명의 뒷목을 데스 나이트 블레이드로 찍어버리자 모두 그 자리에서 픽픽 쓰러져 버렸다.

이건 뭐 평할 가치도 없네.

뒤늦게 날 발견한 유저들이 내게 마법과 화살을 날렸는데 극에 달한 민첩과 헤이스트로 가볍게 몸을 빼서 선상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쓰러져 있는 유저들의 몸을 데스 나이트 블레이드와 카스카라로 가르고 지나가며 5단계 체력 저주를 걸고 반대로 마력을 흡수해서 가져왔다.

9강 데스 나이트 블레이드로 체력 저주를 걸면 체력이 정말 마친 듯이 빠져나간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회복 불가 옵션.

일단 걸리면 그냥 죽는다고 보면 된다.

“물약이 안 먹혀!”

“무슨 디버프가!”

그렇게 외친 사람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죽음의 빛으로 변해 사라졌다.

아이템만 덩그러니 드랍하고.

“저놈 좀 누가 잡아!”

“뭐가 저렇게 빨라?!”

데스 나이트 풀셋이 중갑이라고 하지만 힘과 민첩이 잔뜩 달려 실제로는 그렇게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거기에 헤이스트를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마력 통들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으니까.

【 연격! 】

그리고 중요한 연격.

연속된 공격을 성공하면 뒤로 갈수록 대미지가 점점 높아진다.

지금 공격들이 모두 유효타라서 그런지 계속해서 대미지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건 시간이 흐를수록 적들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왔다.

원샷 원킬.

딱 그런 느낌으로 유저들을 잡다 보니 어느 사이 마흔 명이나 되던 유저가 딱 다섯 명만 남게 되었다.

“……말도 안 돼.”

“이건 너무 한 것 아냐?”

전의 상실.

서른다섯 명이 죽어 나갈 때까지 내게 아무런 피해조차 입히지 못했다.

아니, 광역 마법이 좀 스치기는 했었다.

물론 다크 아머가 싹 흡수해서 피해가 전무했고.

실제로 헤이스트를 쓰면서 체력이 떨어진 것 말고 외부 충격으로 대미지를 입은 것은 전혀 없었다.

조타를 하던 유저까지 뛰어나왔지만 죽어버린 지 오래였다.

이미 이 스탄은 주인을 잃어버렸다.

남은 다섯 명 중 선두에서 라지 쉴드를 들고 거북이처럼 버티는 유저의 방패 위를 연격으로 계속 두들겼더니 어느새 디버프에 걸려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한도 초과.

라지 쉴드가 흡수할 수 있는 한도를 넘어버리면 끝이었다.

탱커가 쓰러지자 뒤에 숨어 있던 궁수와 마법사들을 깔끔하고 신속하게 쓰러뜨렸다.

이제 한 명 남은 건가.

마지막에 남아 있던 한 소년이 검을 들고 잔뜩 움츠려 있었다.

잘 모르겠지만 요근래 본 사람들 중에서는 제일 어려 보였다.

괜히 옛날 생각나게 하네.

싸울 의지가 꺾인 건가?

몸을 잔뜩 움츠린 채 고개만 살짝 들어 날 바라보고 있었다.

다만 어려 보인다고 그냥 넘어가고 하는 일은 절대 없다.

적이니까.

그대로 데스 나이트 블레이드를 들어 횡으로 베었다.

이미 휘두르는 속도 자체가 압도적이라 반응조차 못 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소년이 움츠려 있던 몸을 아주 미세하게 낮추면서 한손검을 기울여 내 데스 나이트 블레이드의 궤적을 정말 약간이나마 틀어내는 데 성공했다.

“어?”

목을 겨누고 들어간 치명타를 그 약간의 움직임으로 틀어내 한 방에 죽는 것을 막아냈다.

분명히 민첩 수치와 힘 수치가 월등히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일단, 이 소년의 장비가 너무 후졌다.

이런 후진 장비를 가지고 잠시나마 내 공격을 막아냈다니 그저 놀라움 따름이다.

뭐, 장비 차이로 대미지를 상쇄하지 못해 그 자리에서 쓰러진 것이 문제라면 문제지만.

소년이 쓰러지는 순간에도 시선은 내 검 끝을 향해 있었다.

눈썰미가 좋은 건가?

불필요한 움직임을 최소로 줄여 마지막 순간이자, 포인트를 아주 정확하게 잡아냈다.

본능적으로 몸이 행하는 행위.

이거 참…….

어이가 없네.

그냥 딱 봐도 안다.

지금까지 내가 봤던 적들 중 이 녀석이 제일이다.

아무리 내가 막 휘둘렀다지만, 제대로 검을 보고 정확하게 막아내는 녀석은 이 녀석이 처음이었으니까.

굳이 비교를 하자면 아로하와 느낌이 비슷한가?

랭커도 많이 봤고, 좀 날고 긴다는 애들도 많이 봤다.

일단 그 사람들의 공통점은 장비가 굉장히 좋았다.

좋은 장비는 곧 높은 경험치와 비례한다.

본인 실력은 둘째로 치더라도.

그래서 장비가 좋으면 대부분은 레벨도 높고, 그만큼 스탯이 높아지니까 장비가 곧 그 사람의 위치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 내가 죽여 버린 유저 대부분 장비가 상당히 좋았다.

어쩌면 장비가 좋지 않으면 들어올 수 없는 길드였을 수도 있고.

아마 모르긴 해도 이 사람들 사이에서 꽤 뒤편에 밀려 있던 녀석이 아니었을까?

누군가 알아봤다면 이 정도의 장비를 채워서 내보내진 않았을 것이다.

이건 그냥 죽으라고 내보내는 것과 진배없지.

길드에서 아무도 신경을 안 썼다는 소리다.

그냥 총알받이나 쪽수를 채우려고 가입되어 있는 그런 유저일 확률이 아주 높았다.

그때, 재중이 형에게서 연락이 왔다.

<불멸> 정리 끝났으면 바로 이동해.

<주호> ……아, 형. 잠시만요.

<불멸> 왜? 문제 있어? 너무 오래는 끌지 말고, 아직 몇 대 더 남았다. 여차하면 주변 돌면서 주포로 잡아도 되니까. 힘들면 올라와.

<주호> 아, 그게 이상한 녀석을 발견해서요.

<불멸> 뭐?

<주호> 여기, 탐나는 원석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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