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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343화 (341/1,404)

# 343

#343화 유저 사냥 (1)

하얀 피부, 길게 내려뜨린 백금발, 단아한 눈썹과 주홍빛 눈망울.

그 모습을 조목조목 바라보다 순간 깜짝 놀랐다.

막내별?

왜 여기에?

설마…….

진짜로 데려온 건가?

재중이 형이 어깨를 으쓱했다.

“왜? 보고 싶다면서?”

“아, 그렇게 말은 했지만, 진짜로 데려올 줄은 몰랐죠.”

“나 능력 있는 남자야!”

지금 사태를 보면 아니라고는 못 하겠다.

혹시나 들릴까 싶어 작게 속삭였다.

“형, 우주클랜하고 쟁 벌어지는 거 아니죠?”

인재 영입의 가장 큰 난관.

통상 어느 길드나 자신들의 에이스를 다른 길드에 내어주려고 하질 않았다.

잘못하다간 길드 분쟁이 일어날 수 있었고.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면 무리하게 데려오는 경우는 잘 없다고 했다.

쟁이 일어나면 서로 피곤하니까.

사람 하나 얻자고 싸우기엔 어려움이 따르는 것이 현실이다.

과거 악마의 경우, 뒷거래나 작전으로 길드를 흔들어 인재만 쏙, 빼가기도 했지만.

우리 입장에선 보는 눈이 너무 많다.

막내별은 별다른 말은 하지 않고 날 가만히 바라보면서 영문 모를 미소만 지었다.

그리고 천천히 내게 다가와 짓궂은 표정을 지었다.

……이 표정 어디서 많이 봤는데.

어디서 봤나 싶기도 하고.

“절 간절히 원하신다고, 불멸 님에게 들었어요.”

“네?! 아, 그, 그… 게 그러니까.”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훅 들어올지는 몰랐는데.

내가 생각했던 이미지보다 훨씬 더 직설적인 여성이었다.

순간, 아차 싶어 고개를 돌렸는데 챠밍이 팔짱을 꽉 낀 채 나와 막내별을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 말 없이 계속.

막내별 역시, 그런 나와 챠밍을 번갈아 바라보다 실망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울 듯 말 듯한 그런 표정.

“원하시지 않았나요? 전 일부러 길드를 내팽개치고 이렇게 달려온 건데…….”

“아, 아닙니다. 형에게 이야기를 해달라고는 했습니다.”

“음? 그럼 저를 원하신 게 맞는 거죠? 그렇죠? 그러면 됐어요!”

그러면서 날 보더니 환하게 미소 지었다.

음, 뭐라고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꽤 난감한 여자네.

“그래도 그것 하나만 보고 왔다고 하기엔…….”

“제가 온 이유를 물어보시는 거죠?”

막내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단순히 내가 원했다는 것 말고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었으니까.

그러자 막내별이 한 치의 고민 없이 말을 꺼냈다.

“능력 있는 남자가 좋아요.”

“네?”

“그쪽같이 능력 있는 남자가 좋다고요.”

***

“잠시 실례 좀 할게요.”

바로 재중이 형을 잡아채 방 밖으로 끌고 나왔다.

“형,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뭐가?”

“막내별요.”

“네가 보고 싶다며?”

“정말 이래도 돼요?”

“안 될 건 뭐냐? 아마 그쪽으로는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던데?”

“그런가요?

“생각보다는.”

이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말인가?

좀 애매한데?

“무엇보다 본인이 원하기도 했고.”

그다음에 재중이 형이 짓궂게 웃었다.

“열렬한 팬이라더라.”

“팬요?”

“어, 꼭 같이 해보고 싶었다고. 잘 됐지?”

“……잘 된 건지는 아직 잘 모르겠네요.”

괜스레 피곤해질 것 같기도 하고.

아마 현역여대생도 그랬지.

“실력은 확실해. 방송하는 것도 큰 문제는 없고.”

“아, 방송도 하죠. 그럼 앞으로도 쭉?”

“우리 쪽 전력 누출을 피하고 싶다고 설명했더니 어차피 취미 생활이라고 그만둔다네.”

“그럼 문제는 없겠네요.”

우리가 원해서 내보내는 것과 항상 누군가 내보내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가장 걸리는 부분이었는데 그건 이미 깔끔하게 처리가 된 모양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물어봤어요?”

“이제 물어봐야지.”

대책 없네. 진짜.

“저쪽은 이미 길드까지 내팽개치고 왔다고 하던데요?”

“어, 나도 저렇게 바로 허락할 줄 몰랐네. 뭐, 좋은 게 좋은 거지.”

“하아, 말은 형이 좀 해주세요.”

“왜? 누가 걸려?”

“그런 거 아니에요. 그냥 좀.”

재중이 형이 또다시 짓궂은 표정을 해보였다.

“알았다. 알았어. 형이 다 알아서 해놓으마.”

“……그냥 들어가죠.”

방 안으로 들어간 재중이 형이 전사 형과 나르샤 누나에게 먼저 설명을 했다.

그리고 챠밍과 이쁜소녀에게도 마찬가지로 의견을 물었다.

“음, 전 괜찮다고 봅니다. 솔직히, 챠밍 혼자선 좀 부담이었죠. 무엇보다 제 스타일인 잘 빠진 미인이시…….”

퍽!

나르샤 누나의 혼신의 힘을 실은 발차기가 전사 형의 옆구리에 깔끔하게 들어가자 마치, 샌드백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꾸엑!”

강력한 충격과 함께 전사 형이 바닥에 쓰러지자 나르샤 누나가 중저음으로 목소리를 깔았다.

“나가 죽어, 죽으라고.”

저 동네는 또 시작이구나.

전사 형은 항상 저 입이 말썽이라니까.

그나저나 저 둘은 언제쯤 사귀려나.

“……음, 힐을 줘야 하는 상황인데요?”

“바보는 그냥 죽게 내버려 두시죠. 한 번 죽어봐야 정신을 차릴 테니.”

바닥에 깔린 전사 형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을 주고받았다.

왠지 무섭네.

언제 그랬냐는 듯, 나르샤 누나의 얼굴이 웃는 표정으로 변하더니 막내별에게 다시 말했다.

“일단, 저희끼리 상의해 봐야겠네요. 솔직히 지금 처음 듣는 이야기라.”

“네, 저도 바로 온 거라 그럴 거라고 예상은 했었어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나와 재중이 형, 바닥에 쓰러진 전사 형을 두고 셋이 방 밖으로 나가 버렸다.

괜찮으려나.

“형, 근데 신화 길드로 바로 넣는 거예요?”

“아니, 일단 최강 길드로. 아무리 스카우트 했다고 해도 신화 길드에 바로 넣었다간 기존 사람들과 문제가 크겠지. 사장님하고 이야기는 끝났다.”

“흐음, 알았어요.”

앞으로 들어올 사람들은 아마 다 저런 식이 될 것 같았다.

두 사람이 의논하고 결정했다면 어지간하면 그냥 따르기로 했다.

적어도 운영 면에서는.

의논을 끝냈는지 세 명의 여자가 다시 방 안으로 들어왔다.

“불멸 오빠가 데리고 왔으면 실력은 확실하겠죠. 앞으로 잘 부탁드릴게요.”

“그럼 저도 잘 부탁드릴게요.”

그에 반해 이쁜소녀는 챠밍의 뒤에 숨어서 고개를 빼꼼 내밀고 있었다.

아! 낯을 좀 가리는 편이지.

궁금해하는 것 같기도 하고, 경계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마 저쪽은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았다.

챠밍은 그냥 아무 표정 없이 막내별을 바라만 바라보다가 곧 말을 꺼냈다.

“잘 부탁해요.”

그 말에 막내별이 미소 지으면서 대답했다.

“저도요.”

인사를 건넨 것을 보면 일단, 셋 다 긍정적으로 결정한 모양이다.

조금 반응이 미적지근했던 것만 빼면 나쁘진 않네.

재중이 형이 다시 막내별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고 사장님에게 보내면서 일단락되었다.

“잘 지낼 수 있을까요?”

“누가?”

“……아뇨, 괜히 물어봤네요.”

잘 되겠지. 아마도.

***

《 천상 길드, 오늘부터 적대입니다. 길드 게시판에 소속 연합 목록 올려놓았고. 필드든 어디든 보이면 척살입니다. 화력이 부족하면 바로 지원 넣으세요. 뒤치기 들어올 수 있으니 사냥 시 주변 확인 요망. 》

사장님이 전쟁 선포를 한 뒤 길드 게시판에 여러 정보를 올려놓으셨다.

어떤 길드가 포함되어 있는지.

주요 전력. 사냥터.

포함된 랭커 숫자. 아이디 등.

“엄청 많네요.”

“많지.”

포함된 길드만 해도 벌써 서른 곳.

앞으로 늘어날지 줄어들지 모르겠지만, 길드 수에선 앞도적인 차이 난다.

“오늘부터 당분간 데스 나이트 레이드만 하고 바로 적 사냥터들 치러 들어간다.”

이건 그냥 전쟁이다.

지는 쪽이 전부 뺏기는 전쟁.

그렇다면 무슨 수를 사용하든 이겨야 한다.

내 터전을 뺏기고 싶진 않으니까.

“저쪽도 우리 사냥터를 치러 들어올 거니까 우리도 쳐야 해.”

“필드하고 1, 2층 던전 말이죠?”

“어, 싹 쓸어버려야지.”

“재밌겠네요.”

싸우면 싸울수록 템도 많이 떨어질 것이다.

사냥터를 뺏고, 아이템을 털고.

지금부터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다.

“변신은 최대한 아껴. 정말 필요한 상황이 올 거야.”

“그러죠.”

사장님과 재중이 형, 그리고 프로 형들이 모여서 작전을 준비했다.

사실 무턱대고 싸우기엔 적 전력이 너무 많다.

그렇기에 사장님, 재중이 형 그리고 프로 형들과 달 길드와 치맥 길드의 간부들끼리 작전을 준비했다.

“우리가 동쪽을 먹고 있는 것과 달리 녀석들 주 사냥터는 북쪽과 서쪽. 거리가 있으니 지원이 빠르진 않아.”

“탈것을 최대한 이용…….”

“비공정으로…….”

“한 번에 하나씩은?”

:

“쟁 한다고 인원 다 빼면 오히려 위험해.”

“그럼, 북쪽보단 서쪽이 길드 수가 적으니 이쪽 먼저 쓸어버리고.”

“머리를 먼저 치는 편이 좋지 않아?”

각 길드의 브레인 및 수뇌부만 모였는데도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꽤나 어려웠다.

“하아, 저래서 시작은 되는 거예요?”

전사 형이 회의 장면을 멍하니 보다가 대답했다.

“하아, 그러네.”

우리는 이미 준비가 끝났는데 저쪽은 아직도 저러고 있으니.

“천상 연합은 더 할 거야. 소속된 길드만 서른 곳이 넘잖아.”

“싸우기도 전에 지치네요.”

“거기도 인원을 얼마나 빼느냐로 고민일걸. 우린 그나마 2층 중앙 방만 꽉 잡고 있어도 되지만 저쪽은 필드나 1층이 주 사냥터니까. 빼는 순간 대기하던 다른 길드에게 뺏겨. 그럼, 다시 찾지도 못하고. 아예 전 서버 길드와 싸울 생각이 아니라면.”

“일단, 한 번에 밀면 수월하겠네요.

“우리가 정말 많이 유리하지. 사냥터 면에서. 여차하면 전용 필드를 써도 되려나.”

그런 이야기를 전사 형과 나누는데 갑자기 길드 채팅창이 바쁘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동쪽 1층 서북쪽 5젠 방. 적 연합 정찰조 발견. 바로 칩니까?

:

-동쪽 1층 동쪽 3젠 방. 적 연합과 대치 중. 오더 부탁함.

거기다 우리 말고도 달 길드와 치맥 길드도 동시에 길드 창이 달아오르고 있었다.

달, 치맥 길드의 수뇌부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회의를 중간에서 끊고 장비를 챙겨서 바깥으로 뛰어나갔다.

사장님과 프로게이머 형들도 마찬가지로 장비를 꺼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다가 뭔가 생각났는지 잠시 멈칫하더니 재중이 형을 보고 말했다.

“이건 너무 싱겁지?”

찝찝함이 느껴지는 사장님의 말투.

그리고 지금 상황을 짚고 넘어갔다.

“확실히 그렇죠.”

재중이 형도 듣자마자 바로 알아챘고.

“본대는?”

“아마, 주변에 있겠죠.”

“그래, 찔러 보고 괜찮으면 치고 들어오고, 아니면.”

“바로 튀려고.”

사장님의 눈빛이 번쩍였다.

“잡을 수 있지?”

“뭐, 어렵진 않죠. 주호 다 들었지?”

사장님과 재중이 형이 동시에 날 돌아봤다.

본대라 이거지?

우리를 상대로 비공정을 타?

“재밌겠네요.”

이건 아주 죽여 달라고 목을 내미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아마 동쪽 지점에서 북쪽으로 훑으면 나올 거다.”

길드 건물을 빠져나오자마자, 썬더볼트를 타고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베록 역시 즉각 떠올랐고.

일반 비공정으로 올라갈 수 없는 높이까지 올라가 쭉 동쪽을 향해 날아갔다.

“나르샤 누나!”

“응!”

【 싸이클롭스의 눈! 】

나르샤 누나가 스킬을 시전하고 주변을 훑어보기를 한참.

북동쪽을 바라보더니 바로 미소를 지었다.

“빙고. 스탄과 브링어 부대 발견. 대략 스무 대 후반에서 서른.”

적들은 잘 모르겠지만, 이쪽엔 정말 좋은 레이더가 있다.

아마도 걸린 줄 모르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고도까지 이쪽이 높으니까.

“한 방 먹이고 시작할까요?”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발사된 하르포가 대기를 찢고 뻗어 나가 같은 궤적에 있던 스탄 여섯 대를 동시에 뚫고 지나갔다.

물론, 바로 추락을 시작했고.

“으악! 뭐야?!”

“어디야?”

“위에서 날아왔어?!”

“뭐? 위라고?”

우왕좌왕.

생각지도 못한 공격에 당황한 적.

사장님 말이 맞았다.

주변에서 맴돌면서 대기하고 있던 것이.

“형, 저 내려가요.”

썬더볼트를 빠르게 하강시켜 제일 외곽에 있던 스탄의 갑판에 떨어져 내렸다.

안정적인 착지와 함께 곧장 데스 나이트 블레이드를 꺼내 들고 주변을 바라봤다.

그리고 어딘지도 모를 길드의 유저들이 나를 둘러싸고 경계하는 모습이 보였다.

“주호?!”

“우리가 여기 있는지 어떻게!”

웅성거림.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서인지 모두 당황하는 눈치였다.

그렇게 주변에 있던 유저들을 스윽, 둘러보고는 바로 대쉬를 사용해 정면으로 튀어 나갔다.

그것과 동시에 정면에 있던 사내의 머리를 베었다.

따라오지 못할 정도의 압도적인 속도와 위력.

체력?

상관없다.

지금이라면.

단 한 방, 그것이면 족하다.

적을 죽음의 빛으로 만드는 것은.

“뭐?”

“한, 방?”

“미친!”

여차하면 도망가려고?

어디 갈 수 있는지 한 번 해봐.

“오늘, 여기서 단 한 놈도 못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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