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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억분의 1의 이레귤러-325화 (323/1,404)

# 325

#325화 자리 싸움 (2)

데스나이트를 잡고 난 뒤 바로 지하 1층을 거쳐 지상으로 올라왔다.

전사 형이 문득 궁금한 게 생겼는지 재중이 형에게 물었다.

“아래로 더 안 내려갑니까?”

“일단, 데스나이트부터. 가능하면 우리끼리 상대도 해보고.”

그 말에 전사 형이 이해했다는 표시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앞장섰다.

한참을 걸어 로테에 잠시 들렸을 때,

“자, 아이템부터 제대로 정비하고 가자. 특히, 전사 넌 방어구 강화 제대로 하고. 네가 못 버티면 죽도 밥도 안 돼.”

그러면서 남은 정제 방어구 강화석을 전사 형에게 몰아주었다.

“어휴, 데스나이트 템 전부 가져온다고 강화석을 너무 많이 줬네.”

재중이 형이 아쉬운 소리를 했지만, 그렇다고 후회하는 표정은 전혀 없었다.

“이렇게 안 했으면 분명히 경매나 다른 방식으로 분배됐을 겁니다.”

전사 형의 말에 다들 수긍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기존에 했던 것처럼, 우리끼리 잡고 싶지만 규격을 벗어난 몬스터를 잡을 경우엔 어쩔 수 없다.

어쩌겠는가.

그냥 그때그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뿐.

꼼수를 쓰든.

돈을 쓰든.

아이템으로 바르든.

어떻게든 원하는 것을 얻기만 하면 그걸로 된 것이다.

전사 형은 창고 한 곳에 앉아서 심혈을 기울여 강화를 시도했다.

“오빠, 이거 써요.”

챠밍도 일부 경매에 내놓고 남은 정제 무기 강화석을 내게 건네줬다.

“고마워. 곱절로 돌려줄게.”

“안 그러셔도 돼요.”

챠밍이 미소 지으면서 괜찮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먼저 좀 쓸게, 그럼.”

『 +0 데스나이트 블레이드 / 출혈 20 타격 12

회복 불가, 상처 저주+1 』

이 아이템이 얼마나 확실한 효과를 줄지는 모르겠지만 기본 스펙을 봤을 땐, 기존 하르 무기보다 월등했다.

강화만 제대로 되면 정말 끔찍할 정도의 대미지를 낼 수 있을지도.

《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

《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

《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

『 +3 데스나이트 블레이드

출혈 23(20+3) 타격 15(12+3)

회복 불가, 상처 저주+1 』

여기까지는 좋다.

항상 하던 대로 3강까지는 별문제가 없었다.

이제 다음이 문제다.

“바로 갈게요.”

일단, 성공하기는 할 것이다.

얼마나 뜨는지가 문제지.

정제 무기 강화석을 올려 강화를 시도하자 보다 환한 빛이 번쩍이면서 강화가 시작됐다.

《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

『 +5 데스나이트 블레이드

출혈 25(20+5) 타격 17(12+5)

회복 불가, 상처 저주+1 』

“이예!”

“와, 떴어요.”

이쁜소녀와 챠밍이 강화를 바라보며 환호했다.

그리고 나 역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나 한 단계만 올라가면 어쩌나 했는데 최악의 경우는 피했으니까.

5강이었지만, 10강 하르 블레이드와 단순 대미지 수치로는 완전히 똑같았다.

이제 대미지가 문제 되는 일은 없어졌다.

강화 수치에 따라 더 앞서나갈 수 있기도 하고.

“이제 두 개, 쌍으로 쓸 수 있겠네요.”

더 하고 싶었지만 블레이드가 한 자루뿐이라 일단 여기서 멈췄다.

전사 형도 정제 방어구 강화석을 사용한 탓인지 4강, 5강이 골고루 뜨는 경사가 일어났다.

“흐, 저 지금 무적입니다.”

데스나이트 세트를 입어보고 전사 형이 기쁨을 참을 수 없는지 한참 동안 신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근+10, 민첩+15, 마력+5

크리티컬 저항, 저주 방어, 다크 웨폰과 아머 마력 소모 저하, 헤이스트까지.

사실 장비 하나하나를 살펴보면 위협적인 아이템은 아니지만, 세트로 장착하니 어마무시한 효과가 붙었다.

“무시무시하네요.”

“움직임에 적응이 좀 필요할 것 같네. 전하고 너무 달라.”

우리 팀 중에 민첩이 가장 낮은 전사 형이 순식간에 나와 나르샤 누나를 제외하고 상위권의 민첩을 가지게 되었다.

저런 상황이라면 당연히 적응이 필요하다.

세 배 반이 넘는 속도로 움직이면 하나하나 컨트롤을 바꿔야 하니까.

어차피 레벨로 올릴 수 있는 스탯에는 한계가 있었다.

앞으로 데스나이트 세트가 있고 없고가 승패를 좌우하게 될지도 모른다.

같은 컨이라면.

“데스나이트를 잡아야 하는 이유가 확실해지네요.”

다른 몹을 다 포기하고 데스나이트만 잡으러 다녀도 충분히 값어치가 있을 정도다.

그렇게 강화 타임과 사냥 세팅을 준비한 뒤, 전사 형의 적응을 위해 나와 재중이 형이 돌아가면서 대련을 시작하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느 정도 안정감을 찾아갔다.

그 모습에 내가 데스나이트 블레이드와 하르 블레이드로 전사 형 주변을 돌면서 연신 공격을 쏟아 붇자 전사 형은 겨우 방패로 막아가면서 인상을 썼다.

“데스나이트보다 너 상대하는 게 더 힘든 것 같다.”

“엄살이죠?”

기존보다 확실히 물오른 방패 블록을 선보였으니까.

나와 재중이 형이 끝나면 나르샤 누나, 챠밍이 번갈아 가면서 화살과 마법으로 괴롭혔고.

그렇게 한 시간에 가까운 연습 끝에 재중이 형이 우리를 멈추게 했다.

“그 정도면 됐어. 더 하면 전사 퍼지겠다.”

“헉헉, 감사합니다. 이거 두 번 했다가는 바로 아웃입니다.”

“오케이. 조금만 쉬었다가 들어가자. 다른 데스나이트도 확인해야지.”

그 말에 전사 형이 질린 표정을 짓고 벌러덩 바닥에 누웠다.

***

역시 예상대로 데스나이트가 존재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스피어를 들고 있다는 것.

이번 던전의 데스나이트는 양손 가득 묵직한 스피어를 들고 통로를 배회하고 있었다.

그걸 본 재중이 형이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전사 붙어!”

【 하울링! 】

전사 형이 어글을 끌자 데스나이트가 전사 형을 향해 주저 없이 진(眞) 비월참을 날려댔다.

【 대쉬! 】

그걸 전사 형이 빠르게 스킬을 사용해 옆으로 피해냈다.

일단 쿨-타임 한 번 뺐고.

미리 패턴을 알고 있었고 전사 형도 이젠 민첩 수치가 높아져서 그런지 데스나이트에게 정면으로 달려들었다.

흑광을 내는 묵직한 데스나이트 세트를 입고 데스나이트에 달라붙으니 그 자체로 그림이 나왔다.

그 자신감에는 방어력도 한몫했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높은 방어력을 믿고 붙기 시작했는데 전사 형의 HP가 전과 달리 요동치지 않고 안정적이었다.

심지어 강한 스킬을 한 번씩 얻어맞아도 그렇게까지 크게 HP가 내려가지 않았다.

저주 방어, 크리티컬 저항 능력이 확실히 방어적인 측면에서 보조를 잘 해주는 것 같았다.

거기다 다크 웨폰과 아머의 마력 소모가 둘 다 반으로 줄어서 그런지 탱킹이 정말 좋아졌다.

“그냥 둬도 한참 동안 버티겠는데요?”

여유.

나와 재중이 형이 번갈아 가면서 어글을 나눠 가져야 겨우 버티던 때와는 그림 자체가 달라졌다.

중간에 저주가 걸리면 챠밍이 바로 나섰다.

【 저주 해제! 】

【 블러디 큐어! 】

그러자 전사 형에게 걸려 있던 디버프들이 바로 사라져 버렸다.

챠밍은 힐을 할 필요가 없어 자연스럽게 공격을 위해 주문을 외웠다.

“저 상태로 방패만 있으면 딱인데.”

“방패를 든 녀석도 있지 않을까요?”

“그럴지도 모르겠다. 자, 가자.”

재중이 형이 먼저 달려들고, 그 뒤로 나와 이쁜소녀가 동시에 달려들었다.

일단, 전사 형이 워낙 안정적으로 탱을 하고 있어서 굳이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저 정도라면 정말 어지간해서는 어글을 다 잡아줄 것이다.

“큰 거 한 방 갈게요.”

데스나이트에게 과연 얼마나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오기 전에 확인은 했다.

일반 몬스터는 그냥 무조건 한 방이다.

【 포이즌 웨폰! 】

【 진(眞) 비월참 】

포이즌 웨폰이 걸려 있던 하르 블레이드를 휘두르자 무려 여덟 발의 비월참이 동시에 쇄도해 데스나이트의 등을 폭격했다.

그리고 데스나이트 블레이드로 동시에 진(眞) 비월참을 쏟아붓자 총 16발의 비월참이 쏘아졌다.

눈이 부실 정도의 화력.

거기다 워낙 가까운 거리에서 날렸기에 데스나이트가 차마 반응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등짝이 터져나가더니 괴성을 지르면서 무릎을 꿇었다.

“한 방에?”

일반 몬스터를 대상으로는 그냥 죽어버렸기에 어느 정도 위력인지 몰랐으나 지금 보니 이건 그냥 필살기다.

기존 비월참의 사거리와 넉백보다는 집중적인 파괴력에 더 중점을 두고 있는 다연발 스킬.

내 마력도 적은 것이 아닌데 이 두 번의 휘두름으로 마력이 바닥을 쳐버렸다.

일격필살로 좋기는 한데 뒷감당이 안 되는 스킬이네.

바로 +10하르 블레이드를 집어넣고 +9카스카라로 바꿨다.

【 다크 웨폰! 】

【 연격! 】

스킬이 걸리자마자 경직이 된 데스나이트 갑주 뒷목의 빈틈 사이로 계속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마력이 바닥부터 차오르기 시작했다.

재밌는 점은 데스나이트 블레이드였다.

카스카라가 검은 방어막을 깎고 들어가는 것과 달리 데스나이트 블레이드는 그냥 방어막을 무시하면서 슥 하고 밀려들어 갔다.

이건 손에 걸리는 느낌부터가 완전히 달랐다.

그냥 저항 자체가 없는 그런 느낌.

거기다 데스나이트 블레이드가 긋고 지나간 목 부분에 상처 저주 이펙트가 그대로 생겨났다.

설마 이건……?

방어막 무시?

무기 설명에 이런 것은 하나도 없었는데 실제로 써보니까 무기가 너무 좋았다.

방어막만 무시하고 들어가면 데스나이트 본연의 방어력만 고려하면 된다.

신성력이고 뭐고 그냥 이 블레이드의 존재 하나만으로 모든 것을 커버하고도 남는다.

사용해보니까 알겠다.

이건 무기 자체의 급이 다르다.

데스나이트를 상대로 전혀 모자람이 없는 성능에 흡족함이 느껴졌다.

“떨어져요!”

챠밍의 외침에 잠시 뒤로 빠졌다.

【 썬더 캐논! 】

그렇게 강력한 전기포가 데스나이트를 통째로 구워버리며 지나가고 나르샤 누나의 화살 공격과 이쁜소녀의 공격이 연이어졌다.

【 투사! 】

【 더블 샷! 】

【 휠 윈드! 】

그것도 잠시 데스나이트가 다시 일어나면서 경직 시간 동안 가장 큰 피해를 준 사람을 찾아 고개를 돌렸다.

역시 나인가?

챠밍의 한 방을 넘어설 정도로 현재 내 공격력이 좋다는 의미도 됐다.

데스나이트가 곧장 무릎을 굽히고 내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이어진 더블 공격.

예전에는 이걸로 큰 고생을 했지만 지금은 다르지.

【 더블 크래쉬! 】

까강!

한 번이 아니고 두 번 이어지는 효과음.

데스나이트가 휘두르는 더블 공격을 카스카라로 더블 크래쉬를 써서 똑같이 쳐내 버렸다.

데스나이트의 창이 오히려 튕겨 나간 상황.

자세가 완전히 벌어진 데스나이트의 품으로 달려들면서 데스나이트 블레이드를 데스나이트의 목에 베고 지나갔다.

그러자 데스나이트의 목에 두 줄의 긴 상흔이 생기면서 검은 기운이 마구잡이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거기에 상처 저주는 덤이고.

심지어 회복도 안 되는 듯 한참 동안 상처가 남아 있었다.

“와! 쳐냈어요!”

그 모습을 본 이쁜소녀가 기쁘게 외쳤다.

재중이 형도 내게 엄지를 치켜들었다.

이거…….

잘하면 잡겠는데?

***

쿵!

몸이 벌겋게 달아오른 데스나이트가 바닥에 힘없이 쓰러졌다.

분명 헤이스트를 쓴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전사 형의 분전과 내 딜에 힘입어 결국은 쓰러져 버렸다.

특히 전사 형의 데스나이트 부츠에 내장된 헤이스트를 써서 똑같이 맞불을 놓았다.

전사 형이 마력이 떨어지면 나와 재중이 형, 이쁜소녀가 연이어 차륜전을 하고 다시 마력이 돌아오면 전사 형이 붙는 식으로 긴 전투 끝에 결국 데스나이트를 잡을 수 있었다.

중간에 챠밍과 나르샤 누나를 쫓아가기도 했지만 전과 달리 우리가 빨리 대처해 위험한 상황을 비교적 쉽게 넘겼다.

“고생하셨어요.”

챠밍이 환한 미소로 기뻐했다.

고생은 했지만 결과가 너무 좋았다.

시간이 좀 많이 걸리긴 해도 우리끼리 데스나이트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으니까.

“다들 수고했다.”

재중이 형도 사람 좋은 표정을 지으면서 바로 아이템을 회수했다.

아쉬운 점은 이미 첫 킬이 아니라서 그런지 나온 아이템이 굉장히 적었다.

방어구 두 부위, 스피어, 스킬 몇 가지.

다만 정제 무기 강화석과 정제 방어구 강화석은 제법 나왔다.

각자 3개와 7개씩 분배해도 되는 양으로.

스피어는 재중이 형이 가지고 방어구는 일단 내 쪽에서 먼저 받았다.

기동력을 살리기에는 다소 무겁지만 워낙 방어력이 출중해서 일단은 괜찮을 것 같았다.

“흠, 좋아. 이 정도면 나쁘지 않네. 돌아가면서 잡으면 며칠 내로 어떻게든 될 것 같기도 하고. 전사 쿨-타임 잘 재고 있지?”

“네네, 확실하죠. 네 곳 모두 따로 타이머 굴려놨습니다.”

“오케이. 좀 쉬었다가 마저 돌자.”

어후, 이 형도 진짜 한 번 눈 돌아가니까 쉬지를 않네.

***

방어구를 강화하고 로테 성벽 위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이 정도로 네임드 급과 집중력 있게 싸우려면 휴식은 반드시 필요했으니까.

하루에 네임드 급을 이렇게 연달아 상대해 보는 것도 처음이다.

그렇게 멍하니 성 밖을 바라보고 있는데 아주 멀리 뭔가가 잔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르샤 누나, 저쪽 좀 확인해줄 수 있어요?”

“응? 알았어.”

【 싸이클롭스의 눈! 】

나르샤 누나가 내가 가리킨 곳을 확인하더니 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드디어 올 것이 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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